소설 성철 2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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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은 어렸을 때 시주를 받으러 오신 노스님에게 받은 책 '증도가'를 읽고 큰 깨달음을 얻어 그 이후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책에는 영주(성철스님의 속가 이름)가 증도가를 읽고 느낀 감정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특히 "법신의 실상을 깨닫고 나니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것이 어떤 세계인가 의문이 일었다. 뒤를 잇는 "모든 존재의 본원자성이 그대로 천진불"이라는 말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영주는 아버지께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도 뜻을 꺾지 않고 불문에 귀의하였고, 25세가 되던 1936년 3월, 해인사 하동산 스님에게서 출가를 하고 법명으로 '성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40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성철스님은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동안거를 시작했는데 그에게는 자기 스스로 지은 수도팔계라는 계율이 있었으며 이를 노트에 적어 들고 다니며 실천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희생이다. 두 번째는 절속(絶俗)이다. 세 번째는 고독이다. 네 번째는 천대이다. 다섯 번째는 하심(下心)이다. 여섯 번째는 전념이다. 일곱 번째는 노력이다. 여덟 번째는 고행이다.



첫 번째 희생은 수도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뜻에서 수도팔계의 으뜸으로 삼았다. 두 번째는 절속(絶俗)이다. 수도인은 속가와 인연을 끊어야 한다. 속가에 미련이 있으면 제대로 수도할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는 고독이다. 수도인은 모든 인연으로부터 비정해야 한다. 고독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성도를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새긴 항목이다. 네 번째는 천대다. 출가는 대접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천대받고 괄시받아야만 수도인은 살아난다. 나를 따르는 이는 수도를 막는 마구니에 지나지 않는다. 성철의 결의를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는 하심이다. 수도인은 자기를 낯추고 남을 높여야 한다. 철든 이는 스스로 자신을 낮춘다. 백 살을 먹어도 자신이 잘났다고 자랑하면 철든 것이 아니다. 낮은 곳에 대해가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여섯 번째는 넞념이다. 오로지 수도에만 전념하지 앟고 어떻게 성도를 이룰 것인가. 일곱 번째는 노력이다. 노력하지 않고서는 결코 성도를 이룰 수 없다. 여덟 번째는 고행이다. 몸을 혹사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다. 그렇다고 몸을 호강시키면서 도를 이룰 수는 없다. 중도의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썩어빠진 정신을 버리는 길, 그 자체가 바로 고행이다.



성철 스님은 동안거 기간 중 어느 날 선정에 들었다가 뜨거운 열기가 꼬리뼈에서 척추를 거쳐 정수리까지 뻗쳐오르는 것을 느꼈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오도송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해서 1940년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동안거 중 오도(悟道, 불도의 진리를 깨달음)를 했다고 한다.

종교계에도 권력자와 야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 것 같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정치와는 거리를 확실하게 두었다. 성철 스님이 존경스럽고 위대하다고 느끼게 되는 또 다른 일면이다. "산승이 정치와 결탁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산승은 오직 산승다워야 한다. 수행자가 정치가와 결탁하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수행자라면 마땅히 본연의 길을 가야 한다. 수행자가 권력 주위를 맴돈다면 한갓 똥개와 다를 바 없다. 똥이 무엇인가? 찌꺼기다. 이런 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잘되면 자기 덕이라 하고 못되면 꼭 남 탓이나 한다." 정말 이 말은 산승뿐만 아니라 정치가들도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성철 스님이 전두환 정권 때 종정으로 조계종을 이끌 수 있었던 것도 스님의 이 같은 정치와의 거리 두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성철 스님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왜색화된 한국불교를 한국 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청담스님과 뜻을 모아 비구니까지 동참하게 하면서 봉암사 결사를 단행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향곡, 자운, 월산, 우봉, 보문, 성수, 도우, 혜암, 법전 스님 등 훗날 한국 불교를 이끌어 갈 선승들도 동참하였다.

그렇게 해서 왜색화된 한국불교는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철 스님의 직계가족 중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가 출가를 했다는 것을 알고 독자는 깜짝 놀랐다. 성철스님의 어머니(법명 초연화)께서 출가를 하시고, 다음에는 성철스님의 둘째 딸 수경이(법명은 불필), 끝으로 성철스님의 부인인 덕명(법명은 일휴)이 출가를 했다. 나중에 성철 스님의 아버지도 큰스님이 된 성철 스님에게서 부처를 보았고 얼마 후 편안히 세상을 떴다고 한다. 성철 스님은 1993년 11월 4일 숨을 거두었다. 세랍 82세요, 법랍 52세였다.



끝으로 책의 말미에 나오는 성철 스님의 1982년 법문의 내용을 축약해서 정리해 본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중략)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 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성철 스님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유교 가문의 장손이면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가를 결심한 것으로부터 해방 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왜색화된 한국 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뜻이 맞는 스님들과 봉암사 결사를 단행했던 것, 그리고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산승은 산승다워야 함을 강조하셨던 성철 큰스님이 계셨기에 우리나라 불교계가 제 자리를 잡게 되지 않았나 싶다. 요즘 같이 혼란한 시국에는 더욱 더 성철 큰스님이 그립다. 힘들 때마다 큰스님의 말과 글을 하나씩 떠올려보면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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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1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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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전 세계에 재앙이 닥칠 때 인간은 가장 먼저 종교를 찾는다. 국가나 인간 개인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큰 재앙, 자연재해 등과 맞닥뜨리면 종교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마지막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성직자 중에서도 가장 큰 종교적 업적을 남긴 분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의 안정은 불안이나 공포심으로부터 해방돼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가 해결책은 아니지만 마음의 안정을 주는 큰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데서 비롯된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로 1년 반이나 시달리고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방역활동에 불안과 불만의 연속이어서 전례없이 온 국민의 마음이 불안 허탈 분노를 번갈아 겪으며 심리적 불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공포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삶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독자도 전 국민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6개월간 일상을 잃어버린 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은 독자의 복잡한 심정에 평온함을 되찾게 하는 데 큰 힘이 되는 책이다.



이 때 나온 이 책은 갈증에 단비처럼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로 쓴 책이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성철스님이 구도자로서 걸어온 길과 한국 불교 정화를 위해 노력하신 큰 뜻을 살펴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그것은 이 책의 저자 덕분이다. 저자는 문학청년이었을 때부터 성철 스님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고 있다 꼭 성철 스님 일대기를 쓰겠다는 각오를 이번에 이루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뒤늦게 성철 스님 일대기를 정리하다 보니 스님에 관해 앞서 발표한 사람들의 글들은 이미 그의 지난한 과정들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었고 선(禪) 사상도 잘 드러나 있었다. 지금 와서 그의 일대기를 덧입힌다고 해서 뭐 하나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런데도 늘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고 술회한다.


저자는 이어 스님이 생전에 남기신 백이법문에도 잘 나와 있지만 엄격한 수행을 통해 전생과 현생, 내생과 삼생관을 분명히 밝히고 있고 법어들도 예사롭지 않았다. 최근 들어 그의 게송을 다시 읽는데 다음과 같은 법구가 내내 목에 걸렸다고 한다.

석가는 원래 큰 도적이요

달마는 작은 도적이다

서천에 속이고 동토에 기만하였네

도적이여 도적이야!

저 한없이 어리석은 남녀를 속이고

눈을 뜨고 당당하게 지옥으로 들어가네

한마디 말이 끊어지니 일천성의 소리가 사라지고

한칼을 휘두르니 만리에 송장이 즐비하다


불교 신자도 아닌 독자가 법구의 어려운 게송을 이해하기 어려우나 어렴풋이 부처님의 공덕보다는 부처님을 지키려는 대선승의 당당함을 읋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말은 이어진다. "게송을 다시 읽으면서 원고를 마무리해 세상에 내보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스님에 관해 쓴 글들을 본래 계획했던 대로 바로 잡고 마무리하겠다고 작심한 것이다. 컸다. 깊었다. 한계가 없었다. 죄 많은 이 세상에서 지옥을 끌어안으려는 사내의 심장. 지혜의 불칼 취모리검을 휘두르며 지옥으로 가는 모습을 눈에서 놓칠 수 없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것도 인간들의 원죄를 대속하기 위해서이다. 지옥행을 원하는 대선승의 당당함도 중생을 향한 자비이다."

소설로 성철 스님을 기린 저자는 성철 스님의 당당함을 법구에서 찾으며 상당히 인용했음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귀띔을 한다. "진리가 말이 되면 거짓이 되고 거짓은 중생에게 진리가 된다. 거짓말쟁이가 되어 쇠산지옥으로 가 중생을 구하는 부처는 누가 구할 것인가. 삼세를 뛰어넘어 취모리검을 들고 지옥으로 들어갈 이 누구인가. 쇠산지옥의 부처를 구해올 이 그 누구인가." 이어지는 저자의 해설을 듣고 독자는 뒤늦게 깨우치지만 해설을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중생에서는 이 세상이 지옥이다. 이 지옥을 천상을 만들지 못한다면 어림없는 수작이다. 말이 된 진리가 취모리검에 베이지 않고는 어림없는 수작이다. 아무리 부처의 세계를 설해도 중생은 부처를 모른다. 그렇다고 부처의 세계가 변했을 리 없다. 부처의 관점에서 보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도 취모리검은 저기서 울고 있다. 부정을 베어내기 위해, 어둠을 베어내기 위해, 지옥을 베어내기 위해 검이 운다.

그는 오늘도 묻는다. "너희가 이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1234567이여."



이 책 『소설 성철』은 10년 동구불출, 8년 장좌불와를 실천하고, 누더기를 걸치고 평생 진리의 한길을 걸었던 성철 스님의 일대기와 진면목을 그린 소설이다. 불교 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백금남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공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엄격한 유가에서 자란 성철 스님이 어떻게 불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스승인 동산 스님을 만나 어떻게 깨침의 길로 나아갔는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속가의 어머니, 아내와 딸마저 출가해 스님이 된 비밀스러운 가족사도 함께 담겨 있다. 성철 스님의 구도 생활의 철저함의 깊이를 더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대개의 인물소설은 객관적이고 정론화된 사실에 근거하지만 소설적 개연성을 얻기 위해 주관적으로 재구성되기 때문에 접근이 힘들다. 더구나 성철 스님의 수행 과정은 매우 치열하고 독특했기 때문에 일대기를 어떤 방식으로 서술하느냐는 매우 중요했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성철 스님의 수행 정신을 그만의 언어로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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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자서전 - 우리가 가진 진실 - 한 미국인의 여정
카멀라 해리스 지음, 이윤지 외 옮김 / 늘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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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의 자서전이다. 제목은 『우리가 가진 진실』로 「한 미국인의 여정」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카멀라 해리스가 인종 차별 철폐 시범 초등학교를 다녔던 어린 시절, 빠르게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에 이른 과정, 브렛 캐버노 대법관 청문회에서 송곳 질문으로 스타가 됐던 일 등을 통해 어떻게 미국의 비전을 말하는 정치인으로 단련됐는지를 상세히 전한다.

진리를 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신념은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졌다. 이민자의 딸인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자랐다. 그곳은 사회 정의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지역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버클리 대학원생 시절 민권운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후일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는 저명한 경제학자가 되었으며, 인도 출신의 어머니는 유방암 연구자로 이름을 떨쳤다.



자라면서 해리스는 정의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으며, 로스쿨을 졸업한 후 지방검사실 부검사가 되었을 때 곧바로 미국 법 집행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인물 중 한 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해리스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거쳐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그녀는 거대은행들이 노동자들에게 대규모 압류를 예고했을 때도 역사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등 소외된 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대변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녀는 범죄에 대해 ‘강경책’이나 ‘유화책’이 아니라,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현명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공동체를 발전시킬 진실들을 배우고, 그런 진실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그녀가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으로서 혁신적인 커리어를 이끌어오게 한 좌표였다.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다. 또한, 그녀가 미국의 상원의원으로서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이제는 부통령으로서 의료보험 문제와 새로운 경제체제에서 시작해 이민, 안보, 오피오이드(인조마약) 위기, 그리고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과 싸워온 이유다.

카멀라 해리스는 이 책에서 그녀와 그녀에게 영감을 준 이들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와 통찰을 토대로 우리가 맞서야 하는 도전들과 격변하는 시기의 문제 해결 능력,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삶과 우리 시대의 위대한 업적들을 넘나들며 공동의 투쟁, 공동의 목적, 그리고 공동의 가치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리는 서로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사실이 아닌 명제를 강요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는 진실, 따라서 그들을 넘어서서 우리가 공유하는 진실을 찾고,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비롯해 수많은 진리를 담고 있다. 해리스의 말대로 살아간다면 미국은 이 위대한 국가를 지금처럼 앞으로도 번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말 그대로 자서전이므로 태어날 때부터 자라는 과정과 환경, 학교와 직장, 사회에서 활동한 내용, 정계에 몸담은 이유와 정치 철학 등이 낱낱이 적혀 있다. 특히 자신의 정치 철학이 자리잡게 된 여러 가지 이유들을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앞으로 미국 부통령으로서 바이든과 함께 펼쳐나갈 미국의 정책을 '미리보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1장 국민을 위해 : 유모차에서 백악관까지

2장 선거 : 정의로운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출발선

3장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중산층 서민의 삶

4장 웨딩 벨 :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5장 우리는 싸울 것이다 :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6장 미국의 불편한 진실들

7장 불평등 : 의료보험과 제약회사들의 불편한 진실

8장 생계비 : 노동의 존엄과 불편한 진실

9장 기후 위기와 현명한 안보

10장 삶이 내게 가르쳐준 지혜들



특히 지난해 8월 미국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그의 정치 철학이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4년간 이끌어나갈 미국의 정책 방향을 점칠 수 있는 내용이 관심을 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우리가 평생 경험하지 못한 공격을 받고 있는 오늘, 우리는 미국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어나 참여할 때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 또한 매일같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설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적 정신과 영혼을 위한 이 투쟁에 기꺼이 참여할 것을 다짐합니다. 저는 또한 여러분께 이 투쟁에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 두 손 들어 항복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오늘 이후 수년이 지나면 이 순간은 역사가 될 것이고, 우리의 자녀와 손주들은 우리에게 이런 위기의 순간에 어디에 있었냐고 질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그 시절은 어땠냐고 물어볼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자녀들에게 단순히 어떻게 느꼈는지만 전하게 될 미래를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행동했는지도 이야기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20년 8월 19일, 부통령후보 수락 연설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흑인 여성 부통령이라는 점은 특이점이긴 하지만 이것이 그의 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대목은 카밀라 해리스를 올바로 정의하는 부분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미국 내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그룹 중에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아시아, 여성, 흑인 이라는 소수그룹에는 다 해당되는 인물이었지만, 부통령의 지위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을 하면서 우리에게는 처음 그 존재가 드러났고 부드럽지만 강단이 있는 인상을 주어 긍정적 평가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대척점에서 소수그룹 즉, 마이너리티를 대변하는 인물로 대통령 후보르 나섰으나 결국 이 점이 바이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대안이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기꺼이 바이든의 러닝 메이트 요구를 수락했고, 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이 책에는 그때의 자신의 정책 이념이나 정치 철학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점을 알 수 있게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해리스는 또 강한 자에는 한없이 강하고 약한 자들은 보호하고 돕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투사형 인물은 아니지만 뚜렷한 정치 이념과 정책적 방향, 그리고 정치 역정이 깨끗하다는 점이 인정되는 강점이다. 캘리포니아 검사장, 법무부 장관 등을 거치면서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도 했지만 그들이 범죄와 가난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이나 갱생, 자립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긍정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미국인의 표상으로 알맞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이해된다.







자서전이니만큼 자의이 약점이 될 만한 내용을 굳이 기술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그의 삶은 비교적 순탄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소수그룹이긴 하지만 부모의 높은 학식이나 사회적 위치 등은 어렸을 때의 해리스의 삶을 평탄하고 긍정적 세계관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었으리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풍족하지 못한 삶이나 흑인으로 살면서 받는 차별 등은 꾸준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은 그에게 단점이나 약점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사회적 지위나 출세를 염두에 두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은 합리적 추측으로 보여진다. 대학 졸업 후 검사, 검사장 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삶은 비교적 순조롭다. 그의 역량이 한껏 발휘된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법을 수호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만들어낸 이유인 부의 집중(불평등)이나 기후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반대층의 정책적 공격 대상에서도 비켜나간 것으로 보인다. 책에 따르면 검사와 정치인으로 바쁜 삶을 살면서 결혼이 늦었지만 현재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가족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만들어 지치는 모습도 이채롭지만 '해리스답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원칙을 중시하는 것 같다) 그것은 올곧은 성격의 국민적 수용으로 보여져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앞으로 미국 정책을 어떻게 어디로 나아갈지 예측 가능한 카리스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저자 : 카멀라 해리스(KAMALA D. HARRIS)

미국의 부통령. 해리스는 알라메다 카운티 지방검사실 연방검사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선출되었다. 이어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으로서 해리스는 다국적 갱단, 거대은행, 거대 석유회사, 그리고 사립학교 등을 법정에 세우고, 환자 보호 및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을 변호해왔다. 또한, 초등학교 무단결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왔으며, 미국의 사법체계에서 인종적 불균형을 고발하기 위한 데이터 공개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시행하고, 경찰관들이 내재적 편견을 마주하는 훈련을 받도록 했다. 해리스는 미국의 두 번째 흑인 여성 상원의원이자, 최초의 여성, 최초의 흑인, 최초의 아시아(인도)계 미국인 부통령으로서 미국의 사법 정의 체제를 개혁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대부분의 미국인이 고등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난민과 이민자들의 법적 권리를 수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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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 크래시 2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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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닐 스티븐슨이 그려낸 세계관은 매력적이면서도 황홀하다. 다만 그의 SF에 미숙한 초보자들은 현란하게 초반 아주 짧은 순간을 지나가면 그가 그려낸 세상에 빠져들어가게 된다. 초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방 정부의 권력은 한없이 약해졌고, 공공서비스 등의 빈틈이 생기자 민간 회사들이 그 틈을 메꾸기 시작했다. 가맹점의 형태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세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 현실 기술은 매우 발전해서 메타버스에 누구나 접속한다. 심지어 공중 컴퓨터를 통해서도 언제나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한 세상에 가상공간 뿐 아니라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히로는 그 바이러스의 정체를 쫓아 고대부터 내려오는 비밀에 접근하고. 엄청난 지식을 모아 비밀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라고스 요원이 1인 국가 레이븐에게 살해당한 다음, 이제 그 비밀을 밝힐 수 있는 것은 히로뿐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한 시절, 이 독창적인 이야기 『스노 크래시』는 천재 과학자 필립 로즈데일에게 창조적 영감을 준다. 이 소설을 읽는 순간, 그의 뇌 속에는 이미 메트릭스 같은 세상이 통째로 들어서게 됐고, 그는 ‘필립 린든’이라는 필명으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는 3차원 가상세계를 창조한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스노 크래시』를 손꼽았으며,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의 청년 창업자 팔머 럭키는 “가상 현실을 연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책과 영화’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감명 깊었던 책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스노 크래시』 그리고 영화라면 ‘매트릭스’입니다.”라고 답했다. 젠슨 황 CEO는 “인공 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컴퓨팅 기술 분야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3D 세계를 연결해 가상세계를 공유하도록 고안됐다”며 “이는 닐 스티븐슨이 1990년대에 발표한 공상 과학소설 『스노 크래시』에 묘사된 메타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탄생시키며 세계적인 CEO와 개발자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준 SF 장편소설인 『스노 크래시』 2권을 읽는다. 1권에서 보여줬던 가슴 쫄깃한 반전의 기대를 2권까지 가져가면서 읽는다. 아직도 낯선 용어들이 많다. 1권에서 일일이 찾아보고 완전히 마스터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스토리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2권을 내달린다. 라고스가 말했다는 특별한 힘을 가진 보통사람들. 마법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하게 한다.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고 고군부투하는 주인공들. 2021년 대한민국 산업전사들, 국방에 전념하는 군인들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특히 히로를 감염시키려 했던 클린트 아바타의 실패로 우연히 바이러스가 담긴 두루마리를 발견한다. 두루마리 안에는 스노 크래시 바이러스를 디지털로 바꾼 일정량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히로는 다시 스노 스캔이라는 일종의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찾기 위해 뗏목 선단에 왔다는 이 선생. 컴퓨터 주인은 더 높은 수준의 경로로 시스템에 접근해야 되는데 그것이 이미 막혀버려서 같은 방식으로 일단 신경 언어학적 해커가 사람의 뇌 가운데 깊은 조직에 침투한 후에는 뇌의 주인은 그를 빼낼 수가 없다. 번식하는 메타바이러스는 항상 존재하게 된다. 뇌과학도 동원되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저자의 지식엔 혀를 내두를 만하다. 잠시나마 뇌과학을 상상하게 하는 내용이다. 스노 크래시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되는 2권이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본질적인 철학적, 신화적, 종교적 물음을 대단히 창의적이고 독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과학적 상상의 정보화 사회를 공간으로 선택하고 있다. 가상현실과 바이너리로 구성된 현대의 컴퓨터적 공간이 가져다주는 제노사이드적 집단 두뇌 살인이 얼마나 무서운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버 세상이 주는 온갖 장점과 단점이 망라된 다채로운 소재들이 끝없이 등장한다. 재미 있지만 용어가 어려운 독자에게는 골치 아픔을 감내하는 인내가 중요하다. 어렵고 무거운 주제도 많다.

아무 생각 없이 버라이어티한 주인공의 활약과 군데군데 풍자적으로 비튼 사회적 현상, 마치 산업시대 영웅과도 비슷한 느낌에 정감마저 든다. 캐릭터들도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고. 흥미로운 요서가 소설 전편에 깔려 인기를 모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잘 짜여진 소설이라는 데 독자로서 거침없이 한 표를 던진다. 시간을 내 한 번 더 읽을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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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 크래시 1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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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SF소설 작가에 대해 늘 궁금했던 점이 어떻게 과학자보다 앞선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소설 『스노 크래시』도 이번에 처음 읽는 것이지만 이미 30년 전에 나온 책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이 소설은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란 용어를 사용해 당시보다 요즘 초미의 관심을 끄는 작품으로 재등장했다.

이 기념비적인 SF 장편소설 『스노 크래시』는 2021년 코로나 시대의 최고 화두인 ‘메타버스’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소설로 회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바타, 세컨드 라이프 같은 용어와 개념을 태동시킨 작품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SF소설 초보인 독자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 그리고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로서 당시에는 생경한 단어였을 터,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 지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피자 배달부가 신성한 직업이지만 30분 안에 배달 못 하면 쏴 죽여도 무방한 세계가 배경이다.






지금 시중에서는 절판된 2008년 한글판이 중고시장에서 6만~7만 원에 팔리고 있다니 소장가치 또한 엄청나게 뛴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방식을 전부 바꿔 놓을 정도로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하려면 정말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만 한다. 닐 스티븐슨은 『스노 크래시』를 통해 가상 현실과 수메르 신화 그 밖의 최신 유행하는 온갖 사이버 감성을 버무려 스스로 그런 작가임을 증명하면서 우리를 정보화 시대의 엄청난 SF스릴러의 세계로 인도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엉클 엔조의 코사노스트라 피자 회사에서 일하며 피자를 배달하는 히로 프로타고니스트. 그러나 메타버스 안에서는 최고의 전사다. 새롭게 등장해 전 세계 해커들을 공격하는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수수께끼에 빠져든 그는 네온 빛 밝은 거리를 질주하며 정보 시대의 재앙을 일으키려는, 보이지 않는 악당을 찾아내 무찌르는 임무를 수행한다.

『스노 크래시』는 기묘하고 엉뚱한 미래 미국 사회를 통해 독자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젠슨 황 엔디비아 CEO는 “이제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것이고, SF소설 『스노 크래시』에서처럼 인간 아바타와 AI가 그 안에서 같이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젠슨 황 이전에도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많은 기업의 리더가 영감의 원천으로 SF소설 『스노 크래시』를 꼽았다고 한다.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린든랩 CEO 필립 로즈데일은 “소설 『스노 크래시』를 읽고 내가 꿈꾸는 것을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를 읽고 세계 최초의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국 게임 회사 ‘로블록스(ROBLOX)’가 뉴욕 증권 거래소에 화려하게 상장되면서 메타버스는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로블록스의 궁극적 목표는 ‘메타버스’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에픽게임즈 CEO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다”라고 말했다.

작가 닐 스티븐슨은 『스노 크래시』의 집필을 위해 웨슬리언 대학의 스티브 호스트 박사에게 뇌와 컴퓨터에 관한 조언을 받고, 수많은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하며 소설의 완성도를 높였다.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뛰어난 영문소설 100’에도 뽑힐 정도로 작품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스노 크래시』 는 거의 예언서에 필적할 정도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를 잘 그리고 있는 전설 같은 SF 소설이다.



소설 『스노 크래시』의 주인공인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이지만 현실에서는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초고속 피자 배달 기사를 하는 보잘것없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그는 메타버스 안에서 퍼지고 있는 신종 마약 ‘스노 크래시’가 가상 공간 속 아바타의 주인, 즉 현실세계 사용자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노 크래시의 실체를 추적하면서 히로는 거대한 배후 세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소설 속 인간들은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아바타가 되어 현실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활동한다. 히로는 그 와중에 조력자인 와이티란 이름의 소녀 쿠리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스노 크래시의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판이 커지고 각종 난관을 헤쳐 나간다.

“스노 크래시라는 거 말이야, 바이러스야? 아니면 마약이야? 그것도 아니면 종교?”

“서로 다를 게 뭔데?”

스노 크래시는 소설의 현실에서는 마약이 되고, 소설 속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안에서는 바이러스가 된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든 가상세계에서든 스노 크래시가 종교가 되면 그것은 치명적인 독이 되어 버린다. 전염성이 강하고 도저히 끊을 수 없게 중독이 되어 버리며 맹목적인 삶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에 초보인 독자는 사실 정확한 용어의 벽도 못 넘어가고 쩔쩔매고 있는데 고수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가끔은 아날로그식의 표현이 있어 그나마 내용을 이해하고 페이지를 간신히 넘기는데 고수들은 역시 장면 장면 웃음의 요소를 잘도 찾아 즐긴다.

"『스노 크래시』는 신나는 새로움과 순수한 재미를 넘어 해커인 주인공이 휘두르는 카타나 검처럼 날카롭고 교활한 풍자를 보여준다. 웃느라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이 소설의 뒤를 이어 가상 현실 코미디 서사시를 만들어낼 사람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고래 사냥을 중심에 둔 형이상학적 해양 모험 소설을 쓰는 편이 쉬울 것이다. 이쪽은 스티븐슨이 이미 영토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 제임스 모로 (『Only Begotten Daughter』의 저자)



저자 : 닐 스티븐슨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은 1959년 10월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에서 태어났다. 눈부신 상상력과 천재성을 가진 작가 닐 스티븐슨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하여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과학자인 집안에서 자랐다. 보스턴 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했다가 지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과학, 수학, 암호학 같은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역사, 언어학, 철학 그리고 사이버펑크, 바로크의 범주를 넘나드는 여러 권의 소설을 펴냈다. 가상세계에 만들어진 자기 자신의 분신으로 대중화된 ‘아바타’가 등장하는 기념비적인 SF소설 『스노 크래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SF 작가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다이아몬드 시대』로 휴고 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크립토노미콘』으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에 올랐다. 이 밖에 『퀵실버』, 『혼돈』, 『세상의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대작 「바로크 사이클」 3부작을 출간하였으며 『퀵실버』는 2004년 아서 클라크 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워싱턴주의 시애틀에 살고 있으며, 유인 궤도하 발사(SUB-ORBITAL LAUNCH)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 ‘블루 오리진(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투자를 받은 회사)’의 비상임 고문으로 일하고 있고, VR 망막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매직 립(MAGIC LEAP)’의 미래학 부문 최고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기도 했다.

역자 : 남명성

한양대를 졸업하고 PD와 인터넷 기획자로 일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일런트 페이션트』, 『보헤미아 우주인』, 『아르테미스』, 『남겨진 자들』,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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