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 크래시 1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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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SF소설 작가에 대해 늘 궁금했던 점이 어떻게 과학자보다 앞선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소설 『스노 크래시』도 이번에 처음 읽는 것이지만 이미 30년 전에 나온 책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이 소설은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란 용어를 사용해 당시보다 요즘 초미의 관심을 끄는 작품으로 재등장했다.

이 기념비적인 SF 장편소설 『스노 크래시』는 2021년 코로나 시대의 최고 화두인 ‘메타버스’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소설로 회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바타, 세컨드 라이프 같은 용어와 개념을 태동시킨 작품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SF소설 초보인 독자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 그리고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로서 당시에는 생경한 단어였을 터,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 지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피자 배달부가 신성한 직업이지만 30분 안에 배달 못 하면 쏴 죽여도 무방한 세계가 배경이다.






지금 시중에서는 절판된 2008년 한글판이 중고시장에서 6만~7만 원에 팔리고 있다니 소장가치 또한 엄청나게 뛴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방식을 전부 바꿔 놓을 정도로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하려면 정말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만 한다. 닐 스티븐슨은 『스노 크래시』를 통해 가상 현실과 수메르 신화 그 밖의 최신 유행하는 온갖 사이버 감성을 버무려 스스로 그런 작가임을 증명하면서 우리를 정보화 시대의 엄청난 SF스릴러의 세계로 인도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엉클 엔조의 코사노스트라 피자 회사에서 일하며 피자를 배달하는 히로 프로타고니스트. 그러나 메타버스 안에서는 최고의 전사다. 새롭게 등장해 전 세계 해커들을 공격하는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수수께끼에 빠져든 그는 네온 빛 밝은 거리를 질주하며 정보 시대의 재앙을 일으키려는, 보이지 않는 악당을 찾아내 무찌르는 임무를 수행한다.

『스노 크래시』는 기묘하고 엉뚱한 미래 미국 사회를 통해 독자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젠슨 황 엔디비아 CEO는 “이제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것이고, SF소설 『스노 크래시』에서처럼 인간 아바타와 AI가 그 안에서 같이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젠슨 황 이전에도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많은 기업의 리더가 영감의 원천으로 SF소설 『스노 크래시』를 꼽았다고 한다.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린든랩 CEO 필립 로즈데일은 “소설 『스노 크래시』를 읽고 내가 꿈꾸는 것을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를 읽고 세계 최초의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국 게임 회사 ‘로블록스(ROBLOX)’가 뉴욕 증권 거래소에 화려하게 상장되면서 메타버스는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로블록스의 궁극적 목표는 ‘메타버스’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에픽게임즈 CEO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다”라고 말했다.

작가 닐 스티븐슨은 『스노 크래시』의 집필을 위해 웨슬리언 대학의 스티브 호스트 박사에게 뇌와 컴퓨터에 관한 조언을 받고, 수많은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하며 소설의 완성도를 높였다.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뛰어난 영문소설 100’에도 뽑힐 정도로 작품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스노 크래시』 는 거의 예언서에 필적할 정도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를 잘 그리고 있는 전설 같은 SF 소설이다.



소설 『스노 크래시』의 주인공인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이지만 현실에서는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초고속 피자 배달 기사를 하는 보잘것없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그는 메타버스 안에서 퍼지고 있는 신종 마약 ‘스노 크래시’가 가상 공간 속 아바타의 주인, 즉 현실세계 사용자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노 크래시의 실체를 추적하면서 히로는 거대한 배후 세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소설 속 인간들은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아바타가 되어 현실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활동한다. 히로는 그 와중에 조력자인 와이티란 이름의 소녀 쿠리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스노 크래시의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판이 커지고 각종 난관을 헤쳐 나간다.

“스노 크래시라는 거 말이야, 바이러스야? 아니면 마약이야? 그것도 아니면 종교?”

“서로 다를 게 뭔데?”

스노 크래시는 소설의 현실에서는 마약이 되고, 소설 속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안에서는 바이러스가 된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든 가상세계에서든 스노 크래시가 종교가 되면 그것은 치명적인 독이 되어 버린다. 전염성이 강하고 도저히 끊을 수 없게 중독이 되어 버리며 맹목적인 삶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에 초보인 독자는 사실 정확한 용어의 벽도 못 넘어가고 쩔쩔매고 있는데 고수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가끔은 아날로그식의 표현이 있어 그나마 내용을 이해하고 페이지를 간신히 넘기는데 고수들은 역시 장면 장면 웃음의 요소를 잘도 찾아 즐긴다.

"『스노 크래시』는 신나는 새로움과 순수한 재미를 넘어 해커인 주인공이 휘두르는 카타나 검처럼 날카롭고 교활한 풍자를 보여준다. 웃느라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이 소설의 뒤를 이어 가상 현실 코미디 서사시를 만들어낼 사람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고래 사냥을 중심에 둔 형이상학적 해양 모험 소설을 쓰는 편이 쉬울 것이다. 이쪽은 스티븐슨이 이미 영토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 제임스 모로 (『Only Begotten Daughter』의 저자)



저자 : 닐 스티븐슨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은 1959년 10월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에서 태어났다. 눈부신 상상력과 천재성을 가진 작가 닐 스티븐슨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하여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과학자인 집안에서 자랐다. 보스턴 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했다가 지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과학, 수학, 암호학 같은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역사, 언어학, 철학 그리고 사이버펑크, 바로크의 범주를 넘나드는 여러 권의 소설을 펴냈다. 가상세계에 만들어진 자기 자신의 분신으로 대중화된 ‘아바타’가 등장하는 기념비적인 SF소설 『스노 크래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SF 작가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다이아몬드 시대』로 휴고 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크립토노미콘』으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에 올랐다. 이 밖에 『퀵실버』, 『혼돈』, 『세상의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대작 「바로크 사이클」 3부작을 출간하였으며 『퀵실버』는 2004년 아서 클라크 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워싱턴주의 시애틀에 살고 있으며, 유인 궤도하 발사(SUB-ORBITAL LAUNCH)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 ‘블루 오리진(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투자를 받은 회사)’의 비상임 고문으로 일하고 있고, VR 망막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매직 립(MAGIC LEAP)’의 미래학 부문 최고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기도 했다.

역자 : 남명성

한양대를 졸업하고 PD와 인터넷 기획자로 일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일런트 페이션트』, 『보헤미아 우주인』, 『아르테미스』, 『남겨진 자들』,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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