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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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먼저 책 『미움받을 용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미움받을 용기』가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와 동일인이다. 기시미 이치로라면 대한민국에선 무라카미 하루키만큼이나 많은 독자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의 책 『미움받을 용기』의 인기에 힘입어서다. 독자가 이 서평을 쓰면서 다른 책 이야기를 끌어들인 이유이다. 그의 『미움받을 용기』는 서점에서의 분류상 인문서로 돼 있지만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이유는 아들러에서 찾는다. 『미움받을 용기』가 현대 심리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들러의 '용기 심리학'을 소개한 책이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쉬운 말로 썼다. 독자들도 잘 아시다시피 아들러의 특성 중 하나는 의학이나 심리학에서 쓰는 전문용어 대신 쉬운 말로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점이다. 이것이 출판돼 나왔을 때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심리학이나 의학 등의 용어는 사실 굉장히 어렵다. 그 어렵다는 심리학 책을 쉽게 풀어써 출판했으니 인기를 끌 만도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역시 '기시미 이치로'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려운 철학, 의학, 심리학 등의 용어가 그의 손을 거치면 가장 평범한 언어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그의 쉬운 말 쓰기는 천재적이다. 그 천재적 작가가 이번에는 ‘나이 듦, 질병, 죽음’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써냈다. 삶은 고통이다? 나이 듦, 질병, 죽음. 우리에게 예고 없이 혹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 같다. 하지만 기시미 이치로는 이에 반문한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의 선택이며, 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든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춰 매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내는 삶의 중요성을 배우고 우리 삶에서 풀리지 않았던 여러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불확실성의 시대, 내일의 자명성이 무너진 일상을 ‘잘 살아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기시미 이치로의 명쾌한 해답. 그리스 철학, 아들러 심리학에서 가족론, 교육론에 이르는 철학 이론부터 실전적 삶의 지침까지 총망라한 이 책을 통해 ‘철학적 사고’의 토대를 다지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리라 독자는 기대한다.



‘철학’이라고 하면 흔히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학문, 명망 높은 학자들만이 논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말하며 마을 광장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철학을 정립한 소크라테스를 예로 든다. 물론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교육의 한 방식으로 철학을 배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철학’을 배우는 데에는 정해진 규칙이나 원칙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학에서가 아니라도 우리는 누구나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이치로의 첫 강의형 도서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철학을 배울 수 있다는 기시미 이치로의 확고한 신념의 첫 산물인 셈이다.

철학을 두고 ‘도움이 된다’는 말을 쓸 일이 있을까? 없을 것 같다. 한평생 철학을 하겠다 다짐하고 대학에 입학했던 청년 기시미 이치로도 그랬다고 한다. 철학을 배우고 있지만, 철학이 삶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의식마저 잃게 된 어머니를 간병하던 때를 떠올리며 당시 학과 교수님이 자신에게 해 준 이야기를 언급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게 바로 철학이라네.” 저자는 의식을 잃은 어머니 곁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와 죽음, 퍼슨론과 타자 공헌에 관해 생각한다. 철학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그저 절망에 빠져 허우적댔을 테지만, 철학을 배웠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기시미 이치로의 경험처럼 누구에게나‘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작게는 신문이나 뉴스를 보며 옳고 그름에 관해 생각하는 때가 있을 수 있겠고 크게는 불의의 사고를 겪거나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맞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철학을 아는 이와 철학을 모르는 이의 삶은 구분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순간’에 대비하는 셈이다.



저자의 밀리언셀러인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 심리학과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를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그 영향으로 기시미 이치로의 철학과 아들러의 철학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하는 오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철학자는 이전 철학자의 이론과 사상을 받아들이고 수정하여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한다. 저자는 아들러가 주장하는 ‘우월성 추구’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인생에 우열은 없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이 기시미 이치로의 기존 책들과 이번에 출간된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아들러는 ‘인생은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기시미 이치로는 ‘인생은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젊음과 늙음, 건강과 질병의 우열을 구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자 공헌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는 삶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기시미 이치로의 시선으로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보고 매 순간을 리허설이 아닌 ‘본공연’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요즘 세상에는 가능성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 많다. “만일 ~라면”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어떠한 결과가 밝혀지는 일이 두려워 과제를 회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머무른다. 저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열등감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니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원인론에서 목적록으로 사고의 방식을 바꿔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행복은 독자적인 개념이다. 자흐리히하게 사는 삶이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우선 시작하는 삶을 말한다. 저자는 일단 시작한 후에 결과를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대책을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 여기’를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인용하며 품위 있는 죽음에 관해 말한다. 꼭 독미나리즙이 든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의 죽음처럼 엄숙한 죽음일 필요는 없다며 삶이 아쉽고 죽음이 억울해 대성통곡을 해도 좋다는 것. 나아가 저자는 뇌과학 이론에 맞서‘나라는 존재의 불사’를 주장한다.

뇌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자유 의지를 갖는다는 의견이다. 그러니 신체가 사라져도 우리의 ‘나’는 남아 불사한다는 것. 기시미 이치로는 ‘마이크’에 비유해 이를 설명한다. 죽음은 ‘마이크’의 선이 영원히 끊어져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닿지 않는 것뿐이지 그들은 계속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저자의 시각을 빌려 철학적인 관점에서‘죽음’과 ‘삶’을 기존과는 다르게 볼 수 있으리라. 기시미 이치로는 노화와 질병에 대해 퇴화가 아니라 변화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강과 질병의 우열을 가리거나, 누가 앞서 가고 있고 누가 뒤쳐졌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치매에 걸려 방금 전 일도 기억 못 하게 된다 해도 또는 죽음과 더불어 육체가 소멸한다 해도 ‘나’는 남습니다. ‘나’는 죽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저자 :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

1956년 교토 출생. 아들러 심리학의 권위자이자 철학자.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 만기 퇴학을 했다. 전문 철학(서양 고대철학, 특히 플라톤 철학)과 병행하여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다. 저서로는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버텨내는 용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등이 있으며, 공저로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2』 등이 있다.

역자 : 고정아

국립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했다. 다수의 기업체에서 통번역 업무 경력을 쌓은 뒤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60권 이상의 단행본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대표작으로는 〈문구상식〉, 〈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건 처음입니다〉, 〈향신료의 모든 것〉, 〈할 말 다하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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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 사소한 것이 맘에 걸려 고생해온 정신과의사가 실제로 효과 본 확실한 습관들
니시와키 슌지 지음, 이은혜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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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마음 편안한 게 가장 좋다'는 말은 과학적 증명을 통해 나온 말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알고 있다. 옛날부터 써온 이 말은 왜 진리에 가까운 '참'일까? 여론조사 결과도 행복감은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쉽게 오는 느낌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는 말은 이미 누구의 주장인지는 알 필요도 없는 '참말'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은 결국 건강하다는 뜻인데 건강과 행복은 이처럼 단짝처럼 붙어다닌다.

육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신적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을 의학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모르지만 마음의 일렁임이 없이 평온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 터다. 마음에 탐욕이 있다든지, 분노, 슬픔, 짜증 불안 등 부정적 감정으로 차 있으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부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의 상태는 건강하다고 봐야 할까. 심리학, 의학 등에 문외한인 독자로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과의 접촉을 가급적 회피한다. 상식적 대화가 자칫 그의 날카로운 신경을 건드리면 화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도 몸에 밴 습성에 따라 슬쩍 피하는 일이 많다. 신경이 날카로운 그들은 스스로 '예민하다'고 표현한다. '예민'이란 말은 '섬세하다'는 말과도 맥락이 일부 닿아 있다.



이 예민함에 대해 의학적인 판단을 해 스스로 불러오는 괴로움을 없애려는 책을 일본의 한 정신과 의사가 펴냈다.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의 제목을 단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 니시와키 순지가 썼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의 장점인 섬세함은 살리고, 일과 생활을 방해하는 괴로움은 없애는 확실한 습관을 소개해 일본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마음이 편해지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 57가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습관을 들이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담았다. 저자는 스스로 극도의 예민함에 시달리는 증후군을 겪은 정신과 의사로서 독자와 같은 눈높이로 공감과 해결을 동시에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과 세상의 자극에 마음의 상처를 쉬이 입는다. 옆사람의 말 한마디, 먹는 소리, 옷의 감촉, 때론 글자의 줄맞춤까지 모든 게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 때문에 침울하거나 매사에 완벽주의 경향으로 일의 시작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저자는 처방의 핵심을 ‘스몰스텝’으로 잡는다. 기획서를 쓰기 막막하다면 오늘은 새문서를 켜기만 해도 성공, 대화가 긴장되거나 모임에서 자신이 한 말을 자꾸 후회한다면 말하는 양을 10분의 1로 줄이기만 해도 성공, 이와 같은 식으로 자잘한 성공체험을 쌓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습관들은 눈에 보이는 범위만 치우기, 간단 릴랙스 체조 등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쉬운 시도들이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에겐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인간관계, 업무, 일상생활에서 작은 성공을 쌓아갈수록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며 자신감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맘에 든 습관을 몸에 익히면 반드시 편안해지실 겁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전문의가 실제로 효과 본 습관들 중 내가 끌리는 것부터 골라 시작하는 한 걸음만으로 독자는 훨씬 쾌적하고 살기 편한 인생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유독' 예민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① 생각이 복잡하고 사려 깊다. ②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③ 감정이임과 공감성이 뛰어나다. ④ 오감이 예민하다로 지적한다. 저자의 연구와 경험의 결과다. 이를 위해 확실하게 효과를 본 3가지 방법을 소개해 준다. 첫째,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둘째, 나에 대한 '지적'을 멈춘다. 셋째, 스몰 스텝으로 노력한다.

굳이 예민하지 않거나 조금만 예민한 사람들도 책에 나오는 습관들을 적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일을 처리하고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 인식을 바꾸는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그럴 때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이 들어있다. 역시 디테일에 강한 일본 의사답다.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나?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는데, 저자가 상담을 하면서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접했고 본인도 민감한 편이기 때문에 잘 정리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또 5가지 우선순위 메모, 완벽주의 버리기, 노출불안 대처법, 스몰스텝, 행복의 5단계 평가 등 꽤 유용할 것 같은 조언들이 많다. 작고 어렵지 않으며 실천할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습관들을 소개하기 때문에 실행하는데 큰 부담도 없다. 쭈욱 읽다보니 작은 습관들을 고쳐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올바른 습관들이 모이면 그 사람의 삶은 크게 바뀔 거란 생각이 든다.

다만 여기에 적시된 방법들은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 자신에게 기대를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고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도 있다. 이를 잘 구분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고 성찰하는 사람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 책에서 표현하는 회색지대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모아니면 도식이 아닌, 검정아니면 흰색이 아닌, 회색지대에 주목하는 것이다. 윷으로 치면 개걸윷에도 주목을 하는 것이다. 정신과인 치료가 필요한 조울증(양극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증상) 등의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 같다.



이 책에는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아두면 좋은 조언이 하나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밀 크레펠린의 '작동흥분이론'에 근거한 현상인데, 아무리 내키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 손에 잡으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의욕이 샘솟는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있는 예민한 사람들만의 내향적 관점을 소중히 지니되, 이를 자신을 탓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을 ‘챙기기’ 위해 써야 맞다고 조언한다.

‘챙기라’는 말은 의식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스트레스 요소는 계속 제거하고, 쾌적한 요소는 늘리라는 의미다. 아까워서 입는 까슬거리는 니트, 살짝 작은 구두는 오감에 매일 부담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과감히 바꿔야 한다. 즉 예민한 사람은 자신만의 ‘필요한 낭비’가 있음을 인정하면 편하다. 물건뿐 아니라 일할 때도 배경색이나 글자 폰트를 맘에 들게 정하는 시간까지 업무계획에 포함시키면 되는 것이다. 사소한 일로 신경 쓰이는 자신을 탓하는 게 아니라 내게는 필요하단 생각의 전환만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이와 같이 책은 내게 맞는 환경을 만들고 내게 맞는 사람을 만나며 나아가 유형별 상대방이나 자극을 파악해 대처하는 연습을 통해 예민한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여간다. 괴로움은 사라지고 장점인 섬세함은 극대화되므로 독자는 이제껏 자신도 믿지 못할 정도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니시와키 순지(西脇俊二)

정신과 전문의. 하타이 클리닉 원장. 히로사키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국립국제의료센터 정신과에서 근무했다. 국립정신신경센터 정신보건연구원으로 일했으며 국립지치부학원 의무과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아다치구의 오이시기념병원과 우쓰노미야시의 가이토병원에서 근무했다. 2009년에 하타이 클리닉 원장으로 취임했으며, 가나자와대학교 약학부와 독일에 있는 비아드리나 유럽 대학교(European University Viadrina)에 출강하고 있다. 스스로도 극도의 예민함과 자폐 스펙트럼을 보이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겪은 바 있으며 그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살린 저서를 여럿 썼다. 텔레비전 방송 출연 외에도 일본드라마 〈파트너〉, 〈굿 닥터〉, 〈내가 걷는 길〉, 〈드래곤 사쿠라〉 영화 〈아타루〉 등의 의료감수자로 활약했다.

역자 : 이은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행복한 인생을 찾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다시 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뭘 기대한 걸까》, 《상대방을 설득하는 아이디어 과학》, 《따뜻한 세상은 언제나 곁에 있어》, 《피곤한 게 아니라 우울증입니다》, 《출근길 심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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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고 싶습니다
조은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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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나이 마흔(40)은 무척 의미가 깊은 것 같다. 공자도, 링컨 미국 대통령도 '나이 마흔'을 꼭 집어 말한 바 있다. 공자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불혹(不惑)이라고 했고, 링컨은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백세 시대'라 해서 당시의 마흔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인간으로 40년을 살아온 것은 같은 상황이다. 즉 인간으로 40년을 잘 살아온 사람은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가치관과 인생관이 뚜렷이 정립돼 잘못된 유혹이 있을지라도 이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공자 자신의 얘기이지만.

또 링컨은 40년간 정직하고 열심히 세상을 살아온 사람은 얼굴에 그 모습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 즉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올바른 삶을 살아야 얼굴 표정이나 모습이 평온하고 밝다는 표현으로 이 말을 썼다.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물론 당시에는 남자를 기준으로 한 말이다. 사회생활이 남자 위주로 짜여져 있고 여성은 사회 생활을 안 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 책 『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고 싶습니다』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기점으로 나 자신이 더 단단해지고 자기다워짐으로써 만족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삶을 위해 멈춰야 할 것, 마흔네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흔은 20, 30대가 주는 어감과는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라지만 아직은 성숙한 어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다. 세상을 다 알 수 있는 나이가 아님에도 사회적 시선과 기대감도 20, 30대 때와는 다르다. 그러나 마흔은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분기점이 되는 시기인 건 분명해 보인다.

멋지게 나이 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에 저자 조은강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이 변화되어야 할지 이 책을 통해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좋은 사람이나 완벽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자기다움'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멈춰야 할 것들이 있다. 이 책을 통해 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 수 있는 방법에서 더 나아가, 삶의 목표까지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 읽고 버릴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수시로 참고 삼아 습관처럼 본다면 분명 마흔 이후의 삶은 변화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급함, 시기, 짜증, 혐오, 연민 등, 누구나 안락과 평화를 꿈꾸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 바라지 않았던 것들, 뜻하지 않게 부딪쳐오는 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말한다. 2장에서는 ‘습관처럼 지닌 낡은 것들’인 고정관념, 두려움, 욕심, 분노와 같은,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본성이라고, 이게 내가 세상을 살아왔던 법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 이제는 나를 돌아보고 바꾸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3장은 ‘타인을 의식해서 강조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들이 하는 대로 하면 안전한 줄 알았고, 남들이 부러워하면 내가 높아지는 줄 알았지만 마흔이 되면, 그렇게 내 삶의 기준과 어긋나는 것에 매달린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타인이 아닌 나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시기(猜忌)는 나이를 떠나 약한 인간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정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시기하는 마음을 모두가 딱 끊을 수 있을 거라고는 나부터도 믿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는 내가 더 잘되고 더 많은 걸 갖기 바란다. 나는 그렇지 못한데 다른 이는 행복해하고 계속 성공을 이루어나간다면 자신의 처지가 상대적으로 불행해 보인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상대가 피할 수 없이 자주 봐야 하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면 더하다. 본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식의 입시, 취업 문제로도 서로 비교하며 고통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처치 곤란한 것이기에 우리는 더 많이 시기에 대해 묵상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p.32)



이어 4장에서는 강박, 돈에 대한 집착, 근시안, 사심과 같은 ‘진짜가 아닌 것들’에 대해 다룬다. 지나고 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현혹되어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말고, 오롯이 나의 삶에 집중하라고 말해준다. 5장에서는 죄책감, 불안, 열등감, 지나친 자기애와 같은 ‘무의미로 이끄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의 절반쯤으로 볼 수 있는 마흔이라는 나이에는 무엇이 의미 있고, 무엇이 의미 없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무의미한 것들은 나의 삶에서 조용히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6장에서는 ‘어차피 내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다룬다. 나를 오해하거나 비난하는 시선과 판단, 어쩔 수 없이 엇나가는 인연들, 억지로 움켜쥐려 애써도 손안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은 편안히 놓아주라고 말한다. 내 것은 언제라도 내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당당하고 성숙한 마흔으로서 모든 것을 새로 정비하고 새로 시작해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보람이 될 것이다.

열등감은 보통 좁은 우물 안에 있을 때 생긴다. 우주의 시각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데 이 좁은 곳에서 ‘네가 낫네, 내가 낫네’ 하는 것이다. 환경을 바꾸어 보면 자신을 억눌렀던 열등감이 터무니없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던 시선이 수십억 명 중 극소수의 시각이었다는 것도. 아, 나는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을 볼 때 한 가지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외모만 아니라 성격을, 능력만 아니라 품성을, 나아가 그 사람만의 개성을 종합적으로 통찰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폭넓은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도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부디 열등감과 함께 나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p.179~180)



PART 1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들(안주[安住], 공격성, 성급함, 시기, 짜증, 감정, 혐오, 연민, 중독)

PART 2 습관처럼 지닌 낡은 것들(지레짐작, 낭비, 고정관념, 두려움, 교만, 욕심, 분노)

PART 3 타인을 의식해서 강조된 것들(과시, 무사유, 후회, 비이성, 삶에 대한 집착, 기대, 흑백논리)

PART 4 진짜가 아닌 것들(경쟁심, 돈에 대한 집착, 비교, 과거 쌓아두기, 근시안, 사심, 강박)

PART 5 무의미로 이끄는 것들(죄책감, 열등감, 고통, 불안, 희생, 지나친 자기애, 게으름)

PART 6 어차피 내 것이 아닌 것들(지나친 솔직함, 인정욕구, 자기 비하, 걱정, 무기력, 젊음에 대한 집착, 자기연민)



저자는 마흔네 가지의 멈추거나 버려야 할 것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달았으며 필요할 경우 방법까지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하나씩 성찰해가며 습관화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바꾸는 데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며 "특히 사회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였고, 여러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구축하게 된 마흔의 나이에서는 더욱 채우고,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새롭게, 현명하게 주체적으로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스스로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다.

결국 저자는 스스로 단단해지는 것이 목표이고 남의 이목이나 세상의 흐름에 너무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을 지켜갈 수 있는 40대로서 남은 생을 잘 꾸려가기 위함을 강조한다. 미세먼지, 바이러스, 경제 위기, 그 밖의 온갖 악재와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 개개인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고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저자 : 조은강

서울에서 1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세상과의 관계를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후 비디오프로덕션, 출판사, 홍보대행사, 광고대행사 등 다양한 직장에서 18년간 일을 했고, 2008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걸었다. 그 경험을 담은 『그 길 끝을 기억해』를 펴낸 뒤, 『나의 아름다운 성당기행』 『나쁜 엄마 심리학』 등을 출간했다. 현재 남편과 함께 고양이 2마리를 돌보며 청림동에 거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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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부활 - 윤석열 vs 이재명, 누가 이길까?
송동윤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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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를 영화 캐릭터로 설정하고 캐릭터를 분석함으로써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의 성공 여부를 점치는 글이다. 물론 저자 개인의 분석이고 닮은 캐릭터라고 생각해 내세운 인물이 100% 맞는 설정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선 판도 분석이라기보다는 선거를 하나의 축제로 보고 대선 주자들의 캐릭터 분석을 흥미롭게 한 책이다.

저자 나름대로 시국관과 인물평을 위한 여론의 평가 등을 참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시류를 분석하고 여론의 향방을 예의주시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분석은 매우 날카롭고 치밀하다는 점은 탁월하다. 이 책 『영웅의 부활』의 저자 송동윤은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서 이 책 역시 저자의 상상력에 근거한 것이므로 대선을 즐기는 마음으로 읽게 되면 유머와 재치가 빛나는 훌륭한 한 편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한 쪽의 편을 드는 관계자가 상대를 폄하하거나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황당무계한 소설쯤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어떤 자세로 이 책을 읽느냐는 독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



국민의 힘이 대표부터 최고위원까지 젊은이들이 휩쓸다시피 했다. 앞으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앞으로 과거를 가지고 현재를 비판하는 모든 세력은 2030세대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드디어 정말 위대한, 새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영웅의 부활』은 독일에서 연극영화TV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교수를 지내고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소설 이순신의 반역과 영화 영웅의 부활, 그리고 윤석열과 이재명을 이순신과 선조. 유방, 조조, 항우, 장량, 한신 등등과 대비해 날카로우면서 재밌고 통쾌하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내 가슴속에는 빼앗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라는 것이다.”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바람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쇼생크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절망 속에서 했던 대사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나는 다시 희망을 품습니다. 5월 한 달 동안 그 희망의 대상인 윤석열 전총장과 이재명 도지사 두 분의 캐릭터를 〈초한지〉의 유방과 항우, 한신, 〈삼국지〉의 조조 등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들과 비교해서 이번 대선의 결과를 분석해 봤습니다. 나에게는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두 분께는 실례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대선에서 영웅의 부활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정과 정의, 그리고 기본소득은……, 결국은 경제입니다. 먹고사는 일은 문제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틈만 나면 윤석열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정치경험도 없고 국정경험도 없는, 경제도 모르고 외교도 모르는 특수통 검사출신이 뭔 대권이냐고 대놓고 조롱하지만, 〈초한지 영웅의 부활〉에서 유방과 한신은 비렁뱅이에 가까운 건달이었다. 그 당시에 그런 신분의 사람이 천하를 통일하리라고 어느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원전에도 그랬는데,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천박한 말을 퍼트리는 사람들은 진영논리에 충실했다손 치더라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권주자 중에 윤석열에 관심이 많은 장량이 그의 대권도전을 기대하며 조언을 한다면 어떤 내용일까 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요즘 나는 자네에게서 항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네. 체격도 비슷하고, 화끈하고 거침없는 성질도 그대로 빼닮았어. 그럼, 내 주군 유방은 어땠냐고? 성질 좋은 건달이었지. 술잘 먹고, 넉살좋고, 친화력 좋은……, 그러니 사람들이 안 좋아하겠냐고. 유방만 나타나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들었어. 여자는 또 얼마나 밝히는지……, 여기 저기 까놓은 자식이 한 둘이 아니더라고. 그것 때문에 여치가 눈물깨나 흘렀지.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으면 나중에, 유방이 죽은 후에 유방의 여자들을 죽였을까? 지금도 여치, 여태후는 악녀로 불린다지?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역사 속 인물과 현재 대선 여론 조사 1, 2위를 하고 있는 윤석열과 이재명,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리인이 누군가이다. 저자는 장랑과 윤석열을, 이재명과 조조를 각각 감정이입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선을 위한 조언을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흥미롭게 볼 일이지 정치색을 갖고 의도적으로 상대를 폄하하는 내용이 아님을 독자들은 분명히 알고 읽어야 한다.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의 심정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둠이 좋을 듯하다. 다시 윤석열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이야기가 딴 데로 흘렀구먼. 자네, 미천한 가문출신의 유방이 어떻게 역발산기개세 항우와 싸워 이긴 줄 아는가? 그것도 계속 연전연패 하다가 말야. 무술로 맞짱 뜨면 아마 유방이 칼을 뽑기도 전에 항우가 휘두른 칼에 그의 목이 달아났을걸. 그런데도 마지막 딱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해 천하를 손에 거머쥐었잖은가.

이제부터 내 얘기를 잘 들어봐. 전투에 나가면 말야, 항우는 저 혼자 잘났고 저 혼자 용감해서 저 혼자서 싸웠어. 그의 책사 범증은 꿔다놓은 보리자루였다니까. 반대로 내 주군은 같이 싸웠지. 모든 전략과 전술은 내 머리 속에서 나왔고, 살림은 소하가 했고, 싸움은 대장군 한신이 다 했지. 그럼, 내 주군은 뭐했냐고? 그냥 명령만 내리고 뒤에서 콧노래 부르면서 구경만 했어. 그래, 내 말을 듣고 자네는 뭔가 느끼는 게 없는가? 세상은 말이어, 이 세상은……, 내 성질대로 안되는 게 세상이야.



「조조가 이재명에게 쓰는 심중일기」를 통해 이재명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열거한 내용도 흥미를 자아낸다.

이재명은 요즘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먼저 민주당을 접수해야 하는데, 그 길이 험난하고, 그래서 가끔 악몽을 꾸기도 할 것 같고……, 그런데 이재명만 그럴까? 그를 끌어내리고자 머리를 짜내고 있는 같은 편의 그 누구도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을까? 그런 이재명에게 조조가 심중일기를 썼다.

자네, 요즘 이런저런 궁리를 많이 하는가? 그렇다고 무슨 뾰쪽한 수가 있겠는가. 자네 성질대로 대처하겠지. 근데, 생각해봐. 청와대라도 맘이 편안하겠는가. 신하가 왕의 가려운 데만을 골라 긁어 준다면 그는 아첨꾼으로 간신이고, 왕이 잘못 가고 있을 때 왜 잘못 가는가를 정확하게 짚어 진언한다면 그는 충신인 것이지. 지금 청와대에는 그런 충신이 없어.

내가 왜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했는지 아는가? 내 실력이 부족해서였을까? 아닐세. 나는 병법에 통달한 사람이야. 유비 그 겁쟁이는 처음부터 내 적수가 아니었어. 제갈량 그놈 재주만 아니었으면 진작 역사에서 사라졌을 인물이라고. 안 그런가? 적벽대전에서 하늘이 날 버린 거지. 멀쩡한 날에 왜 갑자기 바람이 부냐고?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는 거여. 그래서 내 두통이 더 심해졌는가 봐.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나라를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내가 몇 수 가르쳐 줌세. 자네 요새 보니까 누가 요 쪼끔 싫은 소리만 해도 열 받는지 금방 표정에 나타나 더만. 그런가보다 하고 웃고 넘어가면 되지. 다 자네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여. 성질대로 하지 마. 그게 다 속 좁은 짓이야. 백성들은 그런 짓 안 좋아하네.



저자 : 송동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독일 보훔대학교에서 연극영화TV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일장신대학교 연극영화학 교수를 지냈다. 〈서울이 보이냐〉 〈바다 위의 피아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HID 북파 공작원〉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영웅의 부활』은 지금까지의 작품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소설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는 우리의 내면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삶의 원형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이 첨단의 시대에 놓치고 있는 진정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사랑, 믿음, 깨달음의 의미를 체화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 『블랙 아이돌스』는 출구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가두어 버리는 사회 시스템과 주류의 시선에 반항하면서도 주류의 시선에 갇혀 스스로를 잉여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 번째 작품 『5월 18일생』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몸소 겪었던 독재 타도 투쟁 및 봉사활동의 기억을 바탕으로 40년 세월을 관통하는 미움과 고통과 증오를 용서와 화해와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절절한 저자의 독백이다.

영화 관련 저서로 『송동윤의 영화 이야기』 『영화로 치유하기』가 있으며, 영화 〈리틀 션샤인〉이 2021년 3월에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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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서클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에드거 월리스는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00대 추리소설’에 이름 올린 작가이다. 영화 ‘킹콩’ 원작 초안을 쓴 작가이기도 하고,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추리소설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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