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 - 대자유의 세계로 내딛는 사찰 주련 한 구절
목경찬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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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의 표제어 가운데 '절집 말씀'이란 말은 쉽게 이해된다. 불교 경전에 있는 문구가 아닐까? 특히 법당이나 기타 건물 기둥 곳곳에 쓰여 있는 문구라고 짐작이 된다. 독자도 절에 갔을 때 유심히 보고 문구의 뜻을 헤아려 본 적도 있으니까. 한자로 되어 있고, 불교 경전에 대해 견문이 짧아 쉽게 이해하지 못 했을 뿐이다. 그래도 혹시 독자가 아는 한두 자의 한자만으로 대략 짐작만 했을 때라도 느낌은 분명히 달랐다. 이 책을 보고 기둥에 쓰여 있는 경구를 '주련(柱聯)'이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저자 목경찬은 「스쳐 간 한 구절 말씀에도 공덕이 있으니」란 제목의 〈서문〉에서 주련의 의미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柱)에 잇달아(聯) 걸어 둔 것"이라고. 또 흔히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 붙이는 글귀'라고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장식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주련에 새겨진 경전 구절 등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함으로써, 사찰 전각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이 함께하는 수행 공간임을 일깨워준다."(p.4)

〈서문〉에 따르면 사찰 주련은 법당마다 글귀의 주제가 다르다. 각 법당에 모신 불보살님과 관련된 경전 내용을 인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법당이라도 사찰마다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에 따라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조금은 알 수 있는데, 쉽지는 않다. 대부분 한문이거나 혹은 한문을 조금 알더라도 흘림체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말로 풀이하여 한글로 되어 있더라도 어려운 내용이라 쉽지 않다.

저자는 우리가 잘 아는(들어본 경험상) 『금강경』의 한 문장을 〈서문〉에 한글로 적었다. "만약 이 경 가운데서 한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한다면, 그 복덕이 이 세상에 가득 찬 일곱 가지 보물을 보시한 복덕보다 뛰어나리라." 저자는 사찰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 절, 저 절 다닌 지는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주련의 글귀에 여전히 낯설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앞서 『금강경』에서 인용한 말 중 '한 게송만이라도'라고 풀이한 원문의 '乃至四句偈等(내지사구게등)'은 딱 떨어진 네 구절 게송만이 아니라 '한 글자에서 나아가 사구게, 그리고 나아가 경전 전체'라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즉 경전 한 글자도 좋고 나아가 경전 전체도 좋다는 말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주련에 있는 내용 전체를 현재 모르더라도 조금씩 알아간다면 그 자체로 큰 공덕이 있다는 말로 읽힌다고 해석한 데 따른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부처님 가르침에 힘입어 모든 이와 공덕을 함께하고자 우리나라 사찰 주련을 모았다다. 일차로 모은 수백 편의 주련 가운데, 여러 사찰 주련에서 반복하여 보이거나 법문과 불교 서적 등에서 자주 또는 중요하게 언급되는 게송을 백 편 정도 추렸고 이 책에서 다룬다고 말한다. 또 많지는 않지만 당대의 고승·서예가·역사적 인물 등이 쓴 주련도 주요하게 여겨 이 책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이름으로는 '불교 문화와 함께 읽는 사찰 주련'이란 제목을 제시한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산사의 첫 문, 부처님 세계의 문턱〉, 2장 〈부처님이 중심인 법당〉, 3장 〈보살님이 중심인 법당〉, 4장 〈부처님 가르침이 숨 쉬는 법당〉, 5장 〈이 땅의 신앙이 살아 있는 법당〉, 6장 〈수행의 현장에서 묻고 답하다〉 등이다. 

저자에 따르면 빠르게 변하고 쉽게 잊히는 현대, 이 변화의 속도가 버거워진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고전’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준을 찾기 시작했다. SNS에서는 공자나 쇼펜하우어, 니체의 문장들이 짧은 명언으로 회자되었고, 고전 속 구절을 필사하며 일상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낡은 텍스트로 여겨지던 고전은 이제 복잡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은 사유와 성찰의 길을 가르쳐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이 책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련(柱聯)’이라는 전통의 언어를 새로운 고전으로 조명한다. 수백 년 동안 법당 기둥에 걸린 채 수행자들의 마음을 지탱해 온 주련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꾸준히 던져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그 짧은 글귀들이 품은 지혜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흐트러졌던 마음의 중심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사유의 물꼬를 터 주는 의미에서 집필했다고 밝힌다. 길을 잃기 쉬운 세상 속에서 주련은 시대를 넘나들며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마주하면서 내면을 정돈하고,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고 저자는 기대하고 믿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그 오래된 지혜의 문장들을 어떻게 들려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사찰 안의 문이나 전각 등의 멋들어진 모습을 떠올린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절에 한 번 가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불교 국가였고, 14세기 조선시대에 이르러 유교(성리학)를 국교로 삼았다. 때문에 사찰이 전국 어디에나 남아 있어, 당시의 융성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원래는 국교로서의 불교는 도시에 사찰을 짓고 그곳에서 수행하고 종교 생활을 했다. 이 시절에는 고승을 국사(國師)로 모셔 국정 운영에 고견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학창 시절에 배웠다. 그러나 조선 시대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받아들이면서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숭유억불崇儒抑佛) 조선은 정책에 따라 모든 절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고 배운 바 있다. 그래서 오늘날 사찰은 전쟁에도 거의 원형대로 살아남은 이유가 되었다.



저자는 1장 첫 글 「이 문에 들어서면 알음알이를 가지지 마라」란 제목에서 문경 김룡사 홍화문(일주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사로 들어서는 일주문 등 산문에서 볼 수 있는 글로, 〈벽암록〉 중의 문구를 적어 놓았다고 설명한다. "자기 나름의 지식이나 견해를 ‘알음알이’라 한다. 알음알이가 가득 차 있다면, 다른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부처님 가르침, 큰 도를 얻고자 한다면 자신을 비우는 하심이 필요하다. 자신이 잘 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무엇이 들어오겠는가. 비우고 텅 비게 되면, 큰 가르침으로 가득하다."(p.21)


入此門來 莫存知解 無解空器 大道成滿

(이 문 안에 들어서면 알음알이를 가지지 마라. 

알음알이 없는 빈그릇이 큰 도를 가득 채운다.)


책에 따르면 부처님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는 신심을 바탕으로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하심은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수행으로, 불교 공부의 시작이자 끝이다. 나 자신이 잘나고 제일이라고 우쭐대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어리석고 모자라는 일이며, 부처님 가르침과 정반대로 가는 행위이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한편으로는 조심해야 한다. '분별하지 마라, 믿어라.'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서 생각과 판단을 무조건 내려놓아도 문제다. 엉뚱한 가르침의 세계로 들어가는 경우를 가끔 보기 때문이다. 바른 가르침의 길로 가고자 한다면 더디더라도 살피면서 갈 필요가 있다. 상식을 고집하지도, 무조건 내려놓지도 말아야 한다. 참 힘들다. 상식을 너무 고집하면 큰 가르침으로 나아가기 어렵고, 상식을 너무 내려놓으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니 말이다.



이 책에는 1장 20, 2장 35, 3장 16, 4장 14, 5장 7, 6장 15개 등 모두 102개의 주련과 수행 현장에서 묻고 답하는 부처님 말씀이 소개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만 소개하거나 그 뜻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실제 사찰의 공간 구조를 따라 구성되어, 산사의 첫 관문인 〈일주문〉에서 사천왕이 지키는 〈천왕문〉과 중심 법당인 〈대웅전〉을 거쳐 〈관음전〉이나 〈지장전〉, 대중 수행처인 〈대방〉에 이르기까지 전각의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내용의 주련을 배치했다. 각 주련에 대해 해설할 때도 해당 건물의 상징성과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짚어내며, 우리가 주련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어 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 속 주련 글귀는 우리가 각자의 일상에서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에 지침으로 삼을 만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준다.간단하고 핵심만을 담은 주련을 아침에 읽으며 하루의 마음가짐을 다잡거나, 자기 전 필사를 하며 뜻을 마음에 새기는 습관은 스스로와 마주하며 내면을 다듬는 시간을 제공한다. 마음이 가는 문장을 가족이나 지인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눈다면, 소란스러운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지금껏 잊고 있었던 제대로 된 말하기와 듣기를 실천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책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은 말이 가벼워진 오늘날, 내면을 정돈하는 언어를 되새기고 자기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싶은 이들을 위한 굳건한 기둥이 되어 줄 것으로 도자는 믿는다.해탈문은 산사의 마지막 문으로, 불이문不二門이라고도 한다. ‘불이’는 모든 분별이 사라진 자리, 망상으로 인한 온갖 시시비비가 사라진 자리이자 깨달음의 경지다. 모든 번뇌 망상에서 벗어났기에 해탈이라 한다. 이 문을 들어서면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 부처님 나라, 불국 정토이다.(p.46)


우리가 걷는 불교 신행의 길은 처음에는 나를 위한 신행이지만 자연스럽게 너와 나를 위한 신행으로 변화한다. 바로 보살의 길을 걷는 신행이다. 보살은 보리살타菩提薩埵(Bodhisattva)의 준말이다. 보리는 ‘깨달음’이고, 살타는 ‘유정有情’, ‘중생’이다. 따라서 보살은 ‘깨달음을 가진 유정’, ‘깨달음을 구하는 중생’이면서 ‘깨달음을 구하고(自利) 중생을 구제하고자(利他) 노력하는 자’다.(p.69)


해인사 장경각에는 독특한 연꽃이 핀다. 수다라장 중앙 통로로 들어가는 문턱은 약간 둥근 형태인데, 이러한 둥근 형태의 문턱과 지붕 기와가 햇빛과 어우러져 중앙 통로 바닥에는 빛과 그림자로 된 한 송이 연꽃이 핀다. 참배자는 자연스럽게 연꽃을 밟으며 부처님 나라에 들어선다. 이때 연꽃은 부처님 나라를 상징한다. 연꽃을 통해 극락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연꽃을 통해 부처님 나라로 들어간다. 바로 여기가 부처님 나라, 극락이라는 가르침이다.(p.236~237)


저자 : 목경찬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식철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동국역경원 한글대장경 번역 사업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리 및 불교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불교문화 대중화를 위해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사찰기행’ 강좌를 열었고, 인터넷 카페 ‘저 절로 가는 사람(cafe.daum.net/templegoman)’에서 사찰 문화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성유식론에서 식의 상호관계 연구」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정토, 이야기로 보다』, 『연기법으로 읽는 불교』, 『유식불교의 이해』, 『대승기신론 입문』,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 다가가는 방법』,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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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매일 긍정 생각 -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명사들의 문장 필사
루이스 헤이 지음, 김문주 옮김 / 니들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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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루이스 헤이는 독서량이 적은 독자도 알고 있을 정도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다. ‘뉴에이지의 여왕’, ‘자기 치유의 아이콘’, ‘미러 워크의 선구자’, ‘세계적 영적 지도자’ 등 다양한 수식어로 칭송받는다. 루이스 헤이는 많은 베스트셀러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해주었다. 헤이하우스(Hay House)를 설립한 그녀는 웨인 다이어를 비롯해 디팩 초프라, 돈 미겔 루이스, 맥스 루카도, 스티븐 코비 등 여러 유명 인사의 책을 출간하면서 영적 치유와 마음챙김, 자기 관리의 중요성과 실천 방법 등을 독자들에게 제시했다. 

루이스 헤이를 비롯해 26명의 명사들의 명언을 한데 모은 이 책 『인생을 바꾸는 매일 긍정 생각』은 '탄핵', '대선' 등 숨막히는 2025년을 견뎌온 우리들에게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루이 헤이스는 책의 뒷 부분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가진 「긍정 메시지 카드」 중에서 고른 말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설립한 헤이하우스에 아주 특별한 작가들이 가족으로 맞이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며 이들이 남긴 저서나 특별한 강연에서 뽑은 '긍정 메시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던져버릴 책이 아니란 점에서 필사하며 음미하며 꼭꼭 씹어 되새길 것을 강조한다.


When it comes to every financial decision you'll make for

the rest of your life, you'll choose correctly if you go with 

your first instinctual response. that answer will always be 

the right one for you, theone that will empower you to make

money for yourself.

여생 동안 내릴 모든 금전적인 결정에서 처음 떠오르는

본능적인 대답을 따른다면 똑바로 선택할 수 있다. 그 답은 언제나 

올바르며, 혼자 힘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줄 것이다.(p.448) -수지 오먼



이 책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도록 돕고자 했던 루이스 헤이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때로 슬픔과 고통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웃음과 용기, 희망을 끄집어내야 한다. 매일 아침, 루이스 헤이와 명사들이 전하는 ‘긍정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해 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어느새 전보다 훨씬 더 밝아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전 세계 사람들의 인생 멘토이자 심리 치료 전문가인 루이스 헤이는 함께 활동해온 여러 유명 인사의 말과 문장을 한데 모아 이 책을 펴냈다. 루이스 헤이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날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의지를 키우도록 격려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Release the need to blame anyone, including yourself. 

We’re all doing the best we can with the understanding, 

knowledge, and awareness we have.

남 탓, 내 탓,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내려놓자. 

누구나 자기가 이해하고, 알고,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p.10) -루이스 헤이



특히 이번에는 이 책을 번역 출간하면서 명사들의 ‘긍정 생각’ 문장을 별도의 테마를 두어 구분하고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또한 명언에 실린 메시지를 독자들이 더 확고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별도의 필사 공간을 마련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명언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지침이 될 만한 깨달음과 지혜를 담고 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심리학자이자 자기계발서 작가인 ‘웨인 다이어’, 전 세계 2,0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인사들의 정신적 멘토인 ‘디팩 초프라’, 전 세계에서 영적 스승으로 꼽히며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작가 ‘돈 미겔 루이스’,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작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맥스 루카도’, 〈타임〉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한 인물이자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리더십 분야의 권위자인 ‘스티븐 코비’ 등의 유명 인사들의 명언은 우리가 인생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No one can depress you. No one can make you anxious. 

No one can hurt your feelings. No one can make you 

anything other than what you allow inside.

그 누구도 당신이 우울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 누구도 당신이 불안하게 만들 수 없다. 

그 누구도 당신을 내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다른 것으로 만들 수 없다.(p.298) -웨인 다이어



실패만이 가득한 인생은 없으며, 생각의 전환으로도 현재의 삶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발현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긍정 생각을 떠올리고,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평소에 떠올리는 모든 생각이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한 루이스 헤이는 오랫동안 쌓아온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실려 있는 긍정 생각을 독자 스스로 매일 읽고 마음에 새기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통해 인생 멘토들이 전하는 긍정 생각을 매일 읽고 씀으로써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내고 삶의 긍정적인 가치관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현재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설계하는 한 단계를 시작할 수 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읽고 쓰고 마음에 새기는 하루 10분의 습관이면 충분하다. 이제부터 자기 삶의 기적을 일으킬 준비를 시작해보기를 권유한다.


Taking the initiative doesn’t mean being pushy, obnoxious, 

or aggressive. It means creating an atmosphere where 

others can seize opportunities and solve problems in 

an increasingly reliant way.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불쾌하거나, 

공격적으로 군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기회를 포착하고 더욱 의존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p.442) -스티븐 코비



이 책에는 루이스헤이와 함께 쓴 작가들, 인생 멘토 26명이 함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담겨 있다.(책 뒤에 명단 별도 수록) 영어 문장과 한글 번역 문장이 왼쪽 페이지로 되어 있고, 옆 페이지엔 필사를 할 수 있도록 줄만 친 노트 형식이다. 페이지마다 적혀 있는 따뜻한 위로의 문장을, 다른 페이지엔 한 문장씩 천천히 써 내려가면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문장은 어렵지 않고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하루에 2문장 정도 읽고 쓰면 된다. 나지막하게 읊조리듯 소리 내어서 천천히 읽으면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혹시 혼란스러울까 우려돼 글자 이외의 것은 전혀 없는 것이 오히려 더 좋게 보인다. 필사뿐 아니라 자신이 느낀 점이나 마음 상태를 적어두면 뒷날 훌륭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작가의 말〉, 〈참고 문헌〉, 〈작가 명단〉을 제외하면 모두 5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긍정적인 생각이 원하는 미래를 창조한다」, 2장 「오늘의 행동이 나의 행복을 결정한다」, 3장 「나를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자」, 4장 「자기 자신을 믿고 타인을 사랑하자」, 5장 「몸과 마음과 영혼을 하나로 연결하자」 등이다.


You are beautiful no matter what your mind tells you. 

That is a fact. If you are aware of your own beauty and 

accept your own beauty,

 the opinion of others doesn’t affect you at all.

당신의 마음이 뭐라고 하든 간에 당신은 아름답다. 그것은 사실이다. 당신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p.264) -돈 미겔 루이스



Don't start tackling tomorrow's problems until tomorrow.

You don't have tomorrow's strength yet.

You simply have enough for today. We don't need to know

what will happen tomorrow.

내일의 골칫거리는 내일로 미뤄두자. 내일 필요한 능력을 미리 갖출 

필요가 없다. 당신은 그저 오늘을 위해 충분히 갖추고 있으니,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필요는 없다.(p.380) -맥스 루카도


저자 : 루이스 L. 헤이(Louise L. Hay)

심리적, 영적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대표적인 형이상학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출판회사 헤이하우스 설립자이자 발행인. 심리 치료 전문가로서 30년 이상 수천 명의 상담 고객에게 인간이 지닌 창조성과 잠재력을 일깨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줌으로써 개인적인 성장과 자기 치유를 도왔다.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와 ‘필 도나휴 쇼’는 물론 세계의 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인 『You Can Heal Your Life(번역서명 : 치유-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35개국 이상에서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5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저자는 『미러』에서 하루 5분 동안 거울을 보고 말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으로 인해 당신의 삶이 바뀐다고 말한다. 이것이 거울이 가진 힘_미러 워크mirror work_이다. 저자 자신이 미러 워크를 30년 이상 실천해왔고, 수많은 독자가 미러 워크를 경험하고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미러 워크는 ‘오프라 윈프리 쇼’와 ‘필 도너휴 쇼’는 물론 전 세계의 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나를 치유하는 생각』 『삶에 기적이 필요할 때』 『나는 할 수 있어』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루이스 헤이 ‘헤이하우스 출판사’는 책, 오디오, 비디오를 출간하여 지구의 의식을 치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헤이 하우스 출신의 영적 교사들이 지구의 영혼 치유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루이스 헤이는 1926년에 10월 8일에 태어나 2017년 8월 30일에 긍정 확언한 대로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게 잠에 든 상태에서 이 세상을 떠났다.


역자 : 김문주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를 수료하였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민주주의의 정원》, 《디스럽터》,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이슬람은 서구의 적이 되었는가》, 《설득은 마술사처럼》, 《올 더 빌딩스 인 파리》, 《불안에 지지 않는 연습》, 《캣치》, 《삶의 진정성》, 《방탄소년단 BTS: Test Your Super-Fan Status》,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설득은 마술사처럼》, 《담대한 목소리》,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셰이프 오브 워터》, 《나는 남자를 잠시 쉬기로 했다》, 《굿바이 불안장애》, 《인생이 빛나는 마법》, 《펭귄을 부탁해》, 《마음챙김과 비폭력대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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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인의 사랑 소담 클래식 5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안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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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담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856년 출간된 이 책 『독일인의 사랑』은 동양학, 비교언어학의 세계적 학자인 막스 뮐러가 전 생애 동안 남긴 유일한 소설 작품이다. 평생 성실한 학자였던 뮐러는 『고대 산스크리트 문학가』, 『신비주의학』, 『종교의 기원과 생성』 등의 저서를 남겼다. 아버지 빌헬름 뮐러가 예술적 기질이었다면 막스 뮐러 자신은 연구하는 학자 기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버지 빌헬름 뮐러는 유명한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 「겨울 나그네」의 노랫말을 쓴 독일의 낭만적 서정시인이다. 『독일인의 사랑』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었으나, 소담출판사의 이번 번역본은 저자 막스 뮐러의 탁월한 언어 사용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막스 뮐러가 언어학자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언어의 사용과 문학적 감수성의 어우러짐에 초점을 맞춘, 출판사의 재출간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독일인의 사랑』은 '순수한 사랑'의 대표격인 작품이다. 뚜렷한 기교나 독창적인 서술 방식 없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언어학에 뛰어난 재능과 세련된 감성을 가진 그의 어휘 구사 능력이 독자들에게 어필된 점이 평론가들에 의해 호평을 받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소설이 크게 주목받은 것은 우리나라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같은 '순수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일인의 사랑』은 비교언어 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동양학자인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 작품이다. 1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에 어떤 내용을 담았기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인지 궁금하다. "풍부한 감수성과 시적인 문체로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가 하면 독일 신학과 철학, 동양학으로 이성을 일깨우기 때문"인 듯하다. 단순한 스토리에 담긴 짧은 내용이 때로는 로맨틱하게, 때로는 심오하게 ‘사랑’을 그리고 이야기하면서 독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독일인의 사랑』이란 표제어가 독자에게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면도 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고 말하는 그들(유럽인)이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독일인'을 내세울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순수한 사랑'이 주제인데···. 그러나 소설가 이근미가 이 작품에 대한 평(評) 가운데 "1850년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 강의 교수로 초빙돼 문학사와 비교독문학을 강의하게 됐다. 3년 뒤인 30세 때 당시 열아홉 살이던 영국 소녀 애들레이드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대단한 귀족 딸인 애들레이드와의 만남은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나이, 신분, 국적, 종교의 벽을 넘어 결혼했다."는 점에서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서전적 사랑의 결실을 보여주는 것이리란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독일인의 사랑』에서 평범한 ‘나’가 좋아하는 마리아도 영주의 딸이라는 높은 신분에 속한다. 소설 속의 ‘나’(주인공)는 갈등을 느끼고 주변의 반대로 인한 아픔을 겪는다. 막스 뮐러는 애들레이드를 사랑하면서 ‘사랑의 조건’에는 무엇이 있으며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상념의 결실을 『독일인의 사랑』에 고스란히 담았을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작자 미상'으로 출간했고,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고 알려져 추측이 사실로 더욱 확고해진다. 이 작품 『독일인의 사랑』은 1877년 아내 애들레이드에 의해 영어로 번역 출간됐다고 한다.

    역자 안영란은 소설이 "시와 같이 아름답고 순수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들이 두 남녀의 사랑을 더욱 애달프고 아름답게 이끌어낸다."며 전제한 뒤 "소설 속 등장인물은 모두 각자의 사랑을 품고 있으며, 이들의 사랑은 이윽고 개인적인 사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장되어 인류애로까지 확장된다."고 밝힌다. 또 세련되고 아름다운 언어로 이야기하다 다시금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하는 막스 뮐러의 세련된 문장은 독자에게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고 설명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기에 더없이 신실하고 순수한 마리아와, 그런 그녀의 마음뿐 아니라 전체를 갈구하게 되며 그녀를 향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는 주인공의 사랑은 독자들의 감성을 일깨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순수한 두 영혼의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깨끗한 물로 가슴을 적시듯 맑아진 듯한 기분을 준다. 순수하고 깨끗한, 감성적인 언어가 독자를 단순히 이야기가 아닌 명상의 세계로 이끄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은 속세를 초월한 탁월하고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다. 

    소설은 여덟 개의 회상으로 구성돼 있다. 유년 시절 얘기를 담은 세 번째 회상까지는 동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6세경 '나'는 마을 영주인 후작의 집에 초대받는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교회보다 더 크고 첨탑도 여럿인 거대한 저택’에 방문해 후작부인을 만난다. 어머니께 하듯 아름다운 후작부인에게 목을 안고 볼에 입을 맞춘 나는 집에 와서 아버지께 ‘그분은 '남'이고 신분이 높은 분이니 조심해야 한다’며 야단맞는다. 그 이후에도 성에 갔는데 후작의 딸인 마리아가 있었다. 나이가 몇 살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녀는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영혼의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마리아는 몸이 매우 안 좋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리아는 심장병으로 항상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 했다. 

    마리아는 견진성사를 받을 때 다섯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동생들에게 나눠 주었다. 마지막 하나는 자신이 끼고 있었다. 나에겐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리아는 그 반지를 주면서 말했다. '원래는 내가 가지고 있으려고 했는데 너에게 주는 것이 좋겠다. 살아있는 동안 나를 기억해주렴' 대충 이런 의미의 말을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너의 것은 모두 나의 것이라는 말과 함께 반지를 돌려준다.


    주인공인 '나'는 나중에 대학생 성인이 되어 고향에 돌아온다. 오랫동안 성에는 가지 않지만 늘 마리아를 생각하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친구로서 한번 만나자고 주인공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리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주인공은 마리아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기독교의 사랑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둘은 매일 같이 만난다. 

    하지만 마리아를 돌보던 의사가 마리아의 건강을 위해서 나에게 떠나달라고 요청하고 나는 갑작스런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해도 마리아를 잊지 못한 나는 마리아가 요양하고 있다는 시골 성에 찾아가 마리아를 만난다. 자신이 마리아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결국 마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마리아는 두 사람 간에 놓인 장벽이 많다며 거절한다. 먼저 마리아가 높은 계급이라서 주인공이 감히 사랑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고, 또 마리아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어려웠다. 그래도 나는 사랑 사이에는 장벽이 없다고 설득하고 서로 키스를 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안타깝게 마리아는 그 다음날 죽고 만다.

    마지막에 마리아를 돌보던 의사의 비밀도 밝혀진다. 마리아는 의사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자의 딸이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후작이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의사는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포기한다. 결국 그녀는 후작의 아내가 되었고 딸 마리아가 태어나는데 안타깝게도 마리아를 낳으며 그녀는 죽고 만다. 마리아의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했던 의사는 마리아를 살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마리아를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그 덕에 마리아는 예상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아하는데 마음을 드러내면 안 되는 그 ‘남’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데서 나의 성장이 시작된다. 마리아를 보면서 ‘저 소녀도 역시 남일까?’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이 운명적인 말로 두 사람의 마음은 연결되고, 성인이 돼 재회한다. 마리아가 ‘친애하는 친구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내 성으로 초대한 것이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의 마음과 그간 쌓은 지성을 폭넓은 대화로 풀어낸다.


    마리아는 숨김없이 자기 생각과 느낌을 얘기하건만 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열어 보이지 못한다. 끊임없이 속마음을 숨기라고 요구하는 사회에 익숙해진 스스로가 못마땅한 나는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여러 편의 ‘시’를 마리아에게 들려준다. 나와 마리아가 인용하는 시를 읽기만 해도 독서의 보람을 느낄 것이다. 병약한 마리아와의 재회는 나에게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해주지만 둘은 아버지의 반대로 이별한다. 결국 나는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뒤 반지와 ‘네 것은 모두 내 것이야. 너의 마리아로부터’라는 편지를 받는다. 짧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단순하지만 심오한 상념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 『독일인의 사랑』이다. 이 책이 ‘조건이 우선 되는 만남, 이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세태’에 깊은 경종이 되길 바란다.

    고결하고 깨끗한 사랑에 대한 찬미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진정한 사랑이란, 어린 아이의 마음 속에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인간 세상의 질서를 초월하며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미치는 사랑이다. 세상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마음에 드러나는 진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자연의 질서에 귀의하고 세계와 합일을 이룰 수 있으며 존재의 충만함에 이를 수 있다. 그렇게 정화된 내 마음에 열리는 사랑이야 말로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이며, 스스로의 사랑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사랑을 알 수 있고 모든 이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 막스 뮐러의 종교적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진실로 가장 고귀하고 가장 선한 영혼을 가진 여인과의 더 없이 맑고 순순한 사랑의 감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기독교적 진리에 대한 긴 대화와 긴 독백 같은 부분은 기독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다면 인내심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결하고 진심이 우러나는 담담한 이야기는 어떤 독자의 마음도 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맑고도 맑은 마음의 울림이 투명한 여운을 오래도록 남겨줄 것이다.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나요?"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냐고요?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들판에 핀 꽃들에게 왜 피었느냐고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반으로 대답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지금 여기 놓은 책,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이 책이 나를 대신애서 말해 줄 것입니다."(p.161)


    저자 :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동양학, 비교언어학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막스 뮐러는 유명한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 '겨울 나그네'의 노랫말을 쓴 독일의 낭만적 서정시인 빌헬름 뮐러의 아들이기도 하다. 베를린 대학에서 F.보프.F.셸링, 파리에서 E.뷔르노프 등을 사사한 그는 1950년에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인도-게르만어의 비교언어학, 비교종교학 및 비교신화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확립하였다. 막스 뮐러는 전 생애 동안 오직 한 편의 소설을 남겼는데, 그 작품이 바로 『독일인의 사랑』이다. 이기적 격정은 이미 사랑이 아님을 나직이 역설하는 이 철학적 사랑이야기 외에도 막스 뮐러는 『고대 산스크리트 문학가』, 『신비주의학』, 『종교의 기원과 생성』 등의 저서를 남겼다.


    역자 : 안영란


    전문 번역가, 이화여대 독문학과와 한국외대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뮌스터 대학 독문과를 수료하고 92, 93년 독일 마이츠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주요 역서러는 『한밤의 모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법사 모야와 보낸 이틀』 『아직 한번도 이야기되지 않은 동화』 『밤』 『수학악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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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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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 애틀랜타, 아바나��� 명작의 배경 도시에서 다시 써내려간 작가의 이야기. “실재하는 책 속 세계를 만난다는 건 문학이 말하는 인간의 위대함, 선의, 낭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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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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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나와 그녀들의 도시』는 외국의 책(소설)에서 만났던 여주인공의 발자취를 찾아 다니는 한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저자 곽아람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기억 속의 여주인공이 살던 곳으로 찾아가 소설 속 장면을 그리고 직접 봄으로써 당시 상상했던 기억 속의 장소와 주인공들을 현재 시점으로 불러내 업데이트하는 셈이다. "유년 시절 머리맡을 지켜주던 책 속 친구들이 있었다. 나와 다른 머리색을 한 그들은 부푼 소매의 드레스를 입고 ‘초록색 지붕의 집’으로 향하는 마차를 타고 가면서 끊임없이 재잘대거나, 요정과 함께 네버랜드로 모험을 떠나 해적과 한판 승부를 펼쳤다. 때로는 전쟁과 굶주림을 이겨내고 삶을 쟁취했으며, 살인 사건 현장에서 냉철한 판단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했다. ‘책 속 친구들이 사는 곳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이 있는 그곳에 가볼 수 있다면!"

      이 책은 소설과 현실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독서 여행자 곽아람이 안식년으로 주어진 1년간 심상으로만 존재하던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다. 뿐만 아니라 소설을 썼던 작가의 내면 세계도 들여다볼 절호의 기회로 생각한다. 열세 편의 소설이 태어난 곳을 직접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뉴욕을 근거지로 하면서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시작으로『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속 도시들을 찾아가는 미국 남부 여행, 『작은 아씨들』이 쓰인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톰 소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미시시피강을 탐험했다. 또 ‘디즈니 그림 명작’의 추억을 떠올리며 올랜도 디즈니월드를 누비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카리브해의 미스터리』를 환기하며 서인도제도의 세인트마틴을 찾기까지.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문학작품의 배경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그 땅을 직접 밟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2D로 그려왔던 그 세계가 3D로 실존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내게 소중했다.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건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 문학이 말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선의, 그리고 낭만이 실재한다는 것과 동의어여서 그간 내가 책에서 받은 위안이 한 꺼풀짜리 당의정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p.9)



      이 책은 「여행을 시작하며」란 제목의 〈프롤로그〉와 「끝나지 않은 문학 여행, 『빙점』」이란 제목의 〈에필로그〉를 제외한 3부 13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부 〈문자로 지은 집〉, 2부 〈바람과 함께, 스칼렛〉, 3부 〈태양 가득히〉와 13장 「그곳,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_『빨강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태고의 자연, 아카디아 국립공원_『에반젤린』.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마녀 도시, 세일럼_『영 굿맨 브라운』 『주홍 글씨』, 너새니얼 호손」「네 자매 이야기, 콩코드_『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개츠비의 고장, 뉴헤이븐, 샌즈포인트, 그레이트넥, 킹스포인트_『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고단한 예술가들의 도시, 뉴욕_『마지막 잎새』, 오 헨리」「강인한 여성을 키운 남쪽 땅, 애틀랜타, 찰스턴, 존즈버러_『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우아한 어머니의 고향, 서배너_『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꿈과 희망의 세계, 디즈니월드_‘디즈니 그림 명작’, 월트 디즈니」「에밀리에게 장미를, 뉴올리언스에 승리를_『에밀리를 위한 장미』, 윌리엄 포크너」「대문호의 노스탤지어, 해니벌_『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헤밍웨이의 영감, 쿠바 아바나, 키웨스트_『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니스트 헤밍웨이」「먼 북소리, 세인트마틴_『카리브해의 미스터리』, 애거사 크리스티」 등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룬 명작은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빙점』까지 열네 편인 셈이다. 그러나 읽다보면 저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들까지 합친다면 수십 편의 책이 이 한 권에 들어 있는 셈이다. 저자의 독서량을 보면 보통 사람들이라면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파리 센 강변의 영문 서적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컴퍼니(Shakespeare & Company)〉 앞에 붙은 칠판의 글귀를 읽다가 울었다고 고백한다. 사라질 뻔한 이 서점을 인수해 키워내 딸에게 물려준 조지 휘트먼의 말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라탱 지구의 돈키호테라 부른다···.” 저자는 이웃보다 책 속 인물들을 훨씬 친숙하게 여겼던 휘트먼과 책벌레로 살아온 자신이 무척 닮아 있음을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웃보다 책 속 인물들을 더 친구처럼 느끼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읽고 주인공 나스타시야를 현실에서 찾아 헤맸다는 휘트먼에게서 나는 책벌레로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p.10)



      성인이 되어서도 한쪽 발은 여전히 이야기의 세상에 걸치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문학작품의 배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수없이 여행했다고 밝힌다. 이번이 문학 속에서 보여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을 여러 번 찾았다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책 속 주인공들이 어딘가에 실제로 살고 있을 것만 같았던 그 마음, 그 믿음을 품고, 이번에도 독서 여행자가 되어 미국과 캐나다, 쿠바 등 문학의 무대, 작가의 생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향한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걸은 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문학이 만든 ‘실재하는 풍경’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책과 함께 떠난 "그 시절 그녀들"의 도시 말이다. 저자는 뉴욕, 콩코드, 보스턴 등 어린 시절 마음속에 그려온 장면들이 살아 움직이는 도시를 찾아가 문학의 향취를 느끼며 작품과 깊이 공명한다.

      첫 장(章)는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이 된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서사시 「에반젤린」의 태곳적 자연이 떠오르는 아카디아 국립공원(2장), 너새니얼 호손의 어두운 상상력이 깃든 세일럼(3장), 루이자 메이 올컷이 네 자매의 우정을 길어 올린 콩코드(4장),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의 화려함과 허망함이 교차하는 뉴욕 근교의 부촌들까지(5장), 한 시대와 한 작가를 규정한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며 작품 속 문장이 어떻게 현실의 풍경과 겹치는지를 탐험한다. 또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탄생한 애틀랜타와 서배너(7~8장), 헤밍웨이가 생애와 작품을 쌓아 올린 쿠바와 키웨스트(12장), 그리고 마크 트웨인(11장)과 오 헨리(6장)가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문학의 요람까지. 저자는 아메리카 문학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길 위에서 되살려낸다.



      이 책은 2018년에 출간한 『바람과 함께, 스칼렛』의 원고를 현재의 시점으로 다시 쓰다시피 개정증보했다. 이렇게 이 책 『나와 그녀들의 도시』는 이전의 여정에 새로운 이야기와 한층 깊어진 시선을 더해 다듬어 펴낸 것이다. 책에는 월트 디즈니의 세계와 미스 마플의 미스터리한 현장,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빙점』 속 눈 내리는 설원을 여행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책에는 여행의 시점에 어울리는 문장을 작품의 원문과 함께 저자가 직접 번역해 실었다. 원문을 음미하는 것 또한 문학작품을 읽어가는 또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 저자의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단지 ‘책 속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기가 아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해온 문학작품들이 현실의 장소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또 그곳이 작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과 삶을 잇는 하나의 ‘지도’다. 또한 이 책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책 속 인물들과 이별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지금, 여기’에서 다시 살아 숨 쉬는 문학과 마주할 수 있는 장소로 이끄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빨강 머리 앤』에 대한 추억을 이렇게 회고한다. "1953년 봄 휴전 직전 서울. 틈만 나면 인사동 헌책방에 들러 지적 허기를 채우던 스물네 살 이화여고 국어 교사 신지식(申智植, 1930~2020)을 손바닥만한 문고판 일본어 책이 사로잡았다. 『빨강 머리 앤』, 『초록 지붕 집의 앤』을 일본어로 옮긴 책이었다. 홀린 듯 읽던 신지식은 호주머니를 털어 그 책을 샀다. 그는 1960년대 초 이화여고 주보 〈거울〉에 이 책을 번역해 연재했고, 1963년 정식 출간했다. 『빨강 머리 앤』은 그렇게 처음 한국에 소개되어 '소녀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p.20)

      저자가 신 교사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이화여고 주보에 소개한 이유에 대해 "저는 책을 번역하면서 완전히 앤이 되었다 나왔어요. 앤을 통해, 그 상상력을 통해 저는 전쟁의 우울함을 극복하고 소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때 저자의 머릿속에는 직접 책 속에 나오는 배경지를 찾아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번 여행에서 들렀던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인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는 저자가 가장 오래도록 마음속에 그려온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가 독서 여행을 가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주 어린 시절 책을 읽은 후부터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이야기 속 장소가 실재한다 믿는 사람, 이야기란 허구니 배경 또한 허구라 생각하는 사람. 나는 전자(前者)였고, 이야기 속 트로이가 실재한다 믿었던 슐리만처럼 언제나 소설 속 장소들을 갈망했으며 그중 어떤 곳에는 반드시 가보리라 결심하곤 했다."

      저자에 따르면 작가 몽고메리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빨강 머리 앤』은 서른네 살 때인 1908년에 쓴 책이다. 그는 캐번디시의 외가에서 이 작품을 썼는데, 현재 집은 사라지고 주춧돌만 남았지만 그가 사랑했던 사과나무만은 아직도 남아 있다. 저자는 사진과 함께 책에 실었다. 사과나무 주위에서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몽고메리가 걸었던 오솔길을 산책하고 다시 차를 달려 몽고메리의 생가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 『빨강 머리 앤』을 사랑하는 일본인이 열었다는 식당 〈블루 윈즈 티룸(Blue Winds Tea Room)〉이 근처에 있다기에 찾았다. 저자는 앤이 다이애나를 초대해 취하게 만드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바로 그 라즈베리 코디얼(과일청을 물에 타 만든 음료)을 곁들여 비프 커리를 먹었다.

      읽을 때는 차례대로 읽었지만 '서평'은 그대로 따를 수 없기에 독자가 청소년기에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 『노인과 바다』의 작가 헤밍웨이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쿠바의 아바나로 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 묵었다는 '암보스 문도스 호텔'이다. 옥상 야외 바에서 다이키리를 마시며 이 글을 썼다. 이날 석 잔째의 술, 점심 먹은 식당에서 반주로 모히토 한 잔, 헤밍웨이가 사랑했다는 바 '엘 플로리디타'에서 오후에 딸기 다이키리 한 잔,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잔, 럼과 보드카를 좋아하는 내게 쿠바는 술 궁합이 최고인 나라다. 낮에는 시내버스를 타고 50여 분 걸려서 산프란시스코 데 파울라의 헤밍웨이 박물관, '핀카 비히아에' 다녀왔다. '전망 좋은 농장'이라는 뜻의 이곳은 헤밍웨이가 20여 년간 살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 곳, 그러니까 헤밍웨이의 집이었다. 택시를 타면 편도 20쿡(약 2만 5,000원) 정도 내야 한다는데 가이드북의 충고대로 0.5모네다(약 25원)짜리 버스를 탔다. 관광용 버스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버스여서인지 동양인은 나밖에 없어서 당연히 시선이 집중되었다."



      여행기보다 더 세밀하게 적어놓아서 처음 가보는 독자들은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또 현지에 가보니 달라진 풍경, 변함 없는 곳, 그리고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까지 모두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저자의 문학여행은 매우 귀중한 소설 읽기의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최소한 여기에 등장하는 수십 권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뒤늦은 독서열도 자극된다. 작품 해설은 물론, 저자가 느낀 독후감 형식의 깨알 지식, 현재 주민들의 삶의 모습 등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는 문학 배경지의 모습은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호기심까지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에필로그〉에 나오는 홋가이도 아사히카와를 찾아 여행한 저자의 기록이 유독 눈길을 붙잡았다. 물론 독자가 읽어본 소설이기도 하고, 저자가 아는 지식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지적 호기심도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빙점』은 광복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일본 소설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드라마·영화 등으로 제작되었는데, 줄거리는 다소 자극적이다. 저자는 다소 선정적인 내용이라지만 독자로서는 성인이 되어서 읽어서인지 별로 거리낌이 없었다. 다만 설원의 홋가이도는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의 『빙점』이 일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노벨 문학상 수상작)보다 더 강렬한 느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윽고 숲이 보였다. 화창했던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흐리고 눈 내리는 날,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직전의 어둠, 그리고 눈밭에 휩싸인 숲은 신사의 입구처럼 신령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문학관은 이미 문을 닫았다. 다시 스트로부스소나무숲을 지나 제방까지 걸어갔다. 전날 아이가 타고 놀던 분홍색 눈썰매가 나무 아래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곧 캄캄해질 것 같아 이번에는 제방에 오르지 않고 그냥 돌아나오기로 했다.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나오는데 저멀리 숲 어귀에서 문학관의 불빛이 환하게 반짝였다."(p.353) 


      저자 : 곽아람


      문학을 사랑하는 독서 여행자. 주중에는 기사를, 주말에는 책을 쓴다. 책 속 세계에 매료되고, 그림 속 풍경에 고요히 나를 맡길 때 평온하다. 2003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현재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에서 미술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미술경영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뉴욕대학교 IFA(The Institute of Fine Arts) 방문 연구원으로 있었다. 뉴욕에 있는 동안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뉴욕의 아트 비즈니스 서티피컷 과정을 마쳤다. 지은 책으로 『나의 뉴욕 수업』 『구내식당: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고』 『쓰는 직업』 『공부의 위로』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미술 출장』 『어릴 적 그 책』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그림이 그녀에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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