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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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한국, 중국, 일본. 삼국 상인들의 생각과 가치관은 전혀 다르다. 그들의 공략법은 지피지기다. 그리고 속설에 의존하지 말고 신뢰 쌓기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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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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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업가와 상인을 구분해서 쓴다. 사업가는 영어의 'businessman'의 번역으로 생각하고, 상인은 소규모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인식한다. 규모로 본다면 무역 등 큰 사업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사업가이고, 시장 등 소규모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상인으로 생각하는 것일 터다. 독자는 이런 구분은 과거 우리의 상인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본다. 조선시대까지도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장 '천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냉대했다. 깊은 유교 의식이 상거래를 하는 사람은 돈을 만지는 사람이라고 해 천한 일을 하는 천민과 같다고 생각한 것일까? 18세기 들어 큰 상인들은 부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들은 부를 쌓아 벼슬도 사고, 양반처럼 큰 집도 짓고 양반 행세를 하며 지낼 수 있게 되면서 상인에 대한 의식이 조금씩 변해 왔을 것은 누구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엄격한 신분 제도가 유지되는 곳에서는 서양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귀족 계급은 돈에 대한 개념은 동양에 비해 다소 앞섰다고 할 수 있지만 돈을 직접 만지는 일은 귀족들이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돈과 돈을 다루는 일을 중시하게 된 것은 그들이 쌓는 부가 나라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다. 무역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기 시작할 무렵부터라고 보면 동서양 모두 비슷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독자가 경제를 애써 회피한 것은 옛날 의식을 그대로 가진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란 막연한 불평도 해본다. 돈이 귀중한 것이라는 개념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가르치거나 앞세우지 않았다. 당연히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서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을 공부한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때문인지 대학에서 '경영학'을 왜 배우고 가르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되었다. 경영학이란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돈을 벌고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 가는 공부라고 인식했었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가 함께하기 어려웠던 것은 서로에 대한 비하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본주의라는 말도 사실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공산주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했을 뿐 교과서에서는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공산주의는 소련과 중공, 북한 등이 채택한 공산주의 독재를 의미하는 말로, 자본주의는 시장의 원칙에 따라 경제 행위가 이루어지는 극히 자연스러운 자유주의 및 민주주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로만 배우고 알았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실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사회 진출해 두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자 인생관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공산주의도 불합리한 사회·경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세워진 이론이라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공산주의 체제보다 더 나쁜 것은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의 '독재'였다. 이 때문에 정권과 정부에 반대 입장을 하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이유도 이해하게 됐다. 그러나 이 사실을 채 깨닫기도 전에 공산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구 소련 체제가 무너졌다. 칼 마르크스가 세운 이론에 의해 레닌이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일으켜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공산주의 연방으로 확대시킨 것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상을 다시 나누는 갈등의 시작점이 된 것도 스탈린의 엄혹한 공산주의 정책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을 읽기 전부터 독자의 경제 관념이 무지함을 미리 고백하느라 말이 길어졌지만 돈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 독자의 가치관은 변함이 없다. 돈이 세상을 바꿨다는 말도 아직은 인정하지 않는다. 옛날에 '돈'을 설명할 때 선생님들도 돈을 중시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돈으로 세상 모든 일을 할 수도 있고, 또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돈이라는 생각에 반론을 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돼 계산되니 돈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 것은 사실이다. 예전 상인들이 나라를 부흥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등장하는 상인은 유대인과 중국 상인이었다. 유대인들이 거부들이 많고 중국인들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물건을 팔 수 있는 상술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을 본보기로 삼은 것으로 안다. 사실 네덜란드도 해상 무역으로 나라를 부국으로 일으켰다고 들었다. 그들의 상술도 대단했다고만 말로만 들었을 뿐이다.

 


 

이 책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은 한중일 비즈니스 전략부터 상인들의 가치관과 상술 방식 등 치열한 무역 경쟁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이 담겼다. 중국과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사업가들이 갖는 질문에 대한 이해 즉, 비즈니스 방법보다 삼국 상인들이 이익을 위해 어떤 속임수 전략을 쓰는지, 어떻게 착한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렇다고 한중일 상인들의 상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역이나 사업을 중국이나 일본과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그들의 상술을 쓴 책이다. 마치 전쟁에 나간 장군이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의미에서다. 한중일 비즈니스를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삼국 간의 장사술을 비교하고 실제 비지니스에 이용하라는 조언을 하기 위해서다. 저자 이영호는 패션 CEO, 패션디자이너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20여 개국에 의류와 패션잡화를 수출해 왔으며 이 때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비즈니스 현장을 바탕으로 한중일 비즈니스 노하우를 집약했다.

또 예전 이야기지만 독자는 중국인의 상술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들었다. '중국인은 장사를 잘한다'는 평범한 말부터 '그들만의 노하우'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또 상인으로서의 태도가 확고하다든지, 그들은 아프리카에 가서 난방시스템을, 북극에 가서 냉장고를 팔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한 사람도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꽌시'와 '만만디'였다. 꽌시란 관계(關係)'를 중국 발음으로 읽은 것이고, 만만디(慢慢地)는 느긋하게,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라는 뜻으로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이 말은 옛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인에게 “○○○가능한가?”라고 물어보지 말라. 상대 회사에 대해 알아보려면 중국의 관공서 등 공식적인 통로로 확인하라. 때로는 그 중국회사에서 건네는 서류도 믿지 말고 반드시 공신력 있는 경로를 통해 확인하자. 중국인에게 ‘가능한가?’ 물어보면 99%는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체면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안 할 가능성이 있고, 돈을 버는 것이라 무조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p.269)

 

 

필요한 것을 얻으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돈과 이익 앞에서는 만만디(慢慢地)가 사라지는 중국 상인의 이야기를 이 책에 실었다. 목적을 위해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다가가는 일본 기업, 상인에게 안심을 준 후 거래 방식을 바꾸는 그들의 전술까지, 한국 상인을 위협하는 속임수 전략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중국, 일본과의 거래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전략을 써야하는지, 그들의 말에 가려진 이면을 보고, 보다 치밀하게 그들의 상술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같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역사적으로도 오랜시간 교류를 해오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외모에 같은 한자문화권이라고 해도 한중일 삼국은 문화, 역사, 환경, 가치관이 확연히 다르다. 중국과 일본과의 거래에서 성공하고 싶다면서 한국인처럼 대한 다면 당신은 하수다.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은 중국과 일본, 한국상인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상인을 다루는 기술과 각국 기업들의 속임수 전략등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에 맨땅에 헤딩하여 성공을 이룬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과 비즈니스를 할 때 필요한 노하우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중국, 일본에서 거래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 조건으로 ‘절대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마음을 여는 기간’이면서 ‘신용을 쌓는 기간’이다. 중국인과는 최소 8년, 일본인과는 최소 3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기간만큼은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했던 사안이라면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들과의 신용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선 만나서 상담하고 저녁에 식사하며 술이라도 곁들이면 금세 나이 차에 따라 형·동생 관계가 되고 단 하룻밤 사이에 가족이 되는데 외국에서는 첫 만남에서 나이를 묻고 학교나 고향 등의 출신을 물으며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대시간으로 서로간의 신용을 쌓았으면 친구처럼, 가족처럼 배려하고 챙겨주며 마음을 공유하는 전략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바이어와 당신이 한 팀이고 한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당신만큼 바이어를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며 가족처럼 일을 해주는 곳이 없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비즈니스로 만나면 다툼이 생길 경우 쉽게 헤어지지만 가족이 되면 다투더라도 절대 헤어지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저자는 상술의 기본은 새로운 거래처를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인연을 이어가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들을 대할 때 주의할 점을 추가 조언한다. 바이어는 천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이익이 목표다. 이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투자자를 이길 수 있을 때 투자자를 만나라고 말한다. 투자자는 투자를 미끼로 경영을 흔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회사가 통째로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어가거나 망하는 것도 순식간이 된다고 한다. 일본기업의 경우, 경쟁기업을 공격할 때는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는데, 상대 기업이 일본계 기업에 반감을 가진 기업이라면 구태여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는다고 한다. 별도 법인을 만드는데, 상대기업과 같은 나라에 기업을 세우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 기업을 세워서 목표 기업에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 제안을 하는 방법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기업에게 한국의 중소기업이 특허권을 빼기는 과정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중국과 일본과의 거래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절대 어김없이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상술의 기본은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거나, 물건을 파는 기술이 아닌 인연을 이어가는 전략 즉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같은 동양인으로 외모가 비슷해도 자라온 문화, 환경, 가치관이 달라서 그들을 한국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한국인의 사고로 생기는 오해와 실패 사례들에서 중국, 일본 바이어와 인연을 쌓는 방법과 이들을 대하는 자세 등 현실적인 조언을 집약했다. 한국인이 잘못 알고 있는 중국?일본에 대한 속설과 상인이 갖춰야 할 기본자세, 지식 등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이들 나라로 진출을 준비하는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수록했다.

 


 

‘상술’을 알려면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 그 안에 허점이 보일 수 있다. 불확실한 이론은 3번만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흔들린다. 계획이 섰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 상대방에게 질문하자. 아는 건 말하는 게 아니다. 모르는 걸 질문해야 한다. 당신이 말할 때는 오로지 그 상대방이 질문했을 때여야 한다.(p.218)

 

한국회사와 일본회사 두 회사가 일하는데 그 사이에 에이전시가 끼는 경우가 있다. 가령, 일본 한 패션숍에 의류를 공급하려는데 그 사이에 에이전시가 있으면 한국회사는 그 에이전시를 통해서 일본 패션숍에 공급을 해야 한다. 두 회사가 직접 거래한다면 이익도 더 크고 업무도 단순할 것 같은데 왜일까?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바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특성’에 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고, 면전에서 싫다 좋다 감정 표현하는 걸 되도록 삼가게 되는 일본인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p.310~311)

 

저자 : 이영호(Victor Lee,빅터 리)

 

패션CEO,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20여 개국에 의류·패션잡화를 수출해 온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시장에 발을 디뎠고 웨이하이, 베이징, 상하이, 이우, 칭다오 등 중국 주요 도시와 일본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을 발로 직접 뛰며 중국·일본상인과 거래하는 기술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비즈니스 전략을 터득했다. 그의 이런 경험들은 대한상공회의소 〈월간 대한상공회의소 ‘도전과 성공’〉,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BS, 중국TVS 등 국내외 미디어와 언론에 소개되었다. 한중일 미래를 만들어나갈 비즈니스맨들에게 삼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교류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전략을 전하기 위해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을 집필했다. 현재는 패션디자이너 겸 작가로 Style with Story 콘셉트로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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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 - 제주 여행지 1500여개를 담은 우리나라 제주 여행 바이블, 2024-2025 개정증보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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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갖고 계획을 세워라. 2,000여 곳의 ‘에너지 충전소‘와 상세 지도가 가장 최근으로 업데이트돼 여행에서의 즐거움과 보람을 함께 갖고 돌아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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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 - 제주 여행지 1500여개를 담은 우리나라 제주 여행 바이블, 2024-2025 개정증보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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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여행을 좋아해서 많은 여행을 다녔다. 거의 30년 가까이 여행이 취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즈음 코로나 팬데믹이 오는 바람에 해외 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도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여행을 누가 막아서가 아니라 만성질환 '천식'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의사에게 가서 진찰과 치료 처방전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지병이 있는 만큼 가급적 외출을 삼갈 것을 요청했다. 2~3년이 지나 다시 찾은 의사는 가벼운 산책 외에는 여행은 가급적 피할 것을 주문했다. 또 최근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의사는 외출시 가급적 마스크를 당분간 착용할 것을 지시했다. 아직 완전히 팬데믹 상황이 종식된 것도 아닌데 마스크 없이 잦은 외출을 하게 되면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독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니 마스크 착용은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의사의 지시로 여행은 멀어졌지만 국내 캠핑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의사의 말로는 경기도 내에서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길지 않은 기간만 다녀오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독자가 좋아하는 여행은 점점 범위가 좁아지고 있었다. 건강 걱정 없이 가고 싶을 때 아무때나 갈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많은 곳을 다녔으니 후회 없을 만큼은 했다는 지인의 지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강 때문에 여행에 규제가 가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많이 다닌 사람이 더 많이 다니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른다고 오히려 지인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토록 여행을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멀어져 가고 있다. 나이도 있는 만큼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보통 사람처럼 여행을 다닐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차츰 멀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 책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은 표제어처럼 '제주' 여행 안내서다. 제주는 독자가 열 차례 이상 다녀온 곳이라서 조금 부풀려서 말하면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길과 유명한 여행지, 특히 바닷가 쪽으로는 속속들이 아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왜 선택했느냐?는 질문에는 "당분간 못 갈 것 같아서 눈으로 다녀오는 셈" 치려고 했다. 특히 '에이든' 여행 안내서는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웬만한 여행자들은 다 안다. 심지어는 '타블라라사'라는 회사 이름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지도 덕을 봤다. 안내서 덕에 헤매지 않았다는 등 칭찬의 말이 자주 오간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필수적으로 에이든 지도를 갖고 있다.

이 책은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 2024~2025』는 〈개정증보판〉이다. 어느 여행책이나 매년 개정증보판을 낸다. 1년 간 바뀐 상황을 꼼꼼하게 업데이트 하지 않을 경우 금세 소문난다. 그거 믿고 갔다가 작년부터 통행도로가 달라졌다, 길대로 갔는데 찾던 집이 없더라, 없어진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지도에는 그대로 나와 있더라 등 제구실을 못하는 지도를 개정증보판이라고 냈다가는 지도 브랜드는 망신살이 뻗치고 출판사는 존폐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타블라라사의 지도는 그런 염려가 없다. 아니 그런 염려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에이든 지도를 구입한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에이든 지도' 출판사 타블라라사는 여행지 지도에 진심이다. 어떤 것은 요즘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보다 정확한 것도 있다. 사실 여행 안내서나 지도를 산다는 것은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을 때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팬데믹 때 국경 폐쇄로 해외 여행이 불가능할 때 문 닫은 여행업체가 많았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못 가는데 굳이 안내서고, 지도를 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이든 지도는 걱정이 크지 않았다. 국내 여행은 가능했고 나름대로 노하우로 대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대형 서점은 한 해 판매한 책 순위를 매기는데 지도에 관한한 타블라라사의 지도가 빠진 적은 없다.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타블라라사 회사는 출판사이기에 앞서, 여행컨텐츠 제작 회사이기에 회사 내부의 여행 전문가들 전체가 1년 이상 연구하고 조사하고 필터링해서 제작한 가이드북을 펴낸다. 콘텐츠 판매 회사라는 말이다. 저자 1명의 주관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했고 그 데이터는 그대로 회사에 남는다. 개정판 내는 데 이보다 편리하고 빠를 수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명확한 일이다. 타블라라사에서 출간한 여행가이드북, 지도는 그래서 보다 객관적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이 책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에도 40개의 다양한 상세지도가 들어가 있다. 타블라라사는 ‘에이든 여행지도’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여행 지도 전문 출판사이다. 지금껏 출시된 제주 가이드북에서 가장 많고 가장 상세한 지도를 책에 끼워 넣을 수 있는 이유이다.

이 개정판에도 구석구석 다양한 여행지와 맛집, 카페, 인스타 핫플레이스 2000여개가 담겨 있다. 또한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아주 상세한 여행지도를 크롭하여 삽입해 두었다. 에이든은 여행지도 전문 회사인 만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지도 퀄리티를 경험할 수 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실제 여행지에 두 번 가보는 셈이다. 계획하면서 이 책을 보고 계획을 짜고 난 다음에 직접 방문해서 가본다면 최소 두 번은 간 경험이라고 말할 만큼 이 지도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가 높다.

책에 따르면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은 여행자들이 에이든 여행지도를 만들면서 수집했던 전국의 수천 개 콘텐츠를 가지고 고르고 골라서 통합본으로 제작했다. 지도와 같이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지는 못하나 그 내용이 제주여행 가이드북안에 모두 담고 있어 소장하거나 집에서 갈만한 곳을 찾기에 좋다. 에이든 여행지도의 다른 지도도 같이 구매하면 실제 여행을 떠날 때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기 저자는 "실용성 있는 여행가이드북이 되려면 명확한 컨셉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행자들에게 실제로 여행지에서 든든한 '사전'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의 니즈에 맞춰 책을 쓰고 제작한다"고 밝혔다. 또 여행 에세이나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어설픈 여행 코스는 여행을 망치게 하는 역작용이나 부작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철저한 여행자 시점으로 책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너무 주관적인 여행지 추천을 지양하고, 객관적 서술을 위해 확인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인다. 자세한 지도는 물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걸러내고 지도만 보고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어야 하는 여행 가이드북의 제작 원칙에 맞춰 꼼꼼한 작업을 거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의 지도를 보면 자연스럽게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기본 콘텐츠들을 제공하며 여행 계획이 ‘요리’라면 요리를 잘 할수 있도록 재료들과 장비들을 잘 갖추어 드린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의 서문 〈들어가며〉를 통해 이 책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어서 억지로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대신 제주 여행 계획을 세우는 독자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담았다고 말한다. 가이드북에서 가지고 있는 콘텐츠만으로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게 타블라라사의 여행 가이드북 제작 방침이라는 것. 독자가 실제 살펴본 이 책에은 카페, 맛집, 액티비티, 꽃/계절 여행지가 담긴 지도와 요약된 정보가 단번에 계획을 세우기 쉽게 정리돼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이와 함께 책 디자인을 잘하는 오래된 대형 출판사보다는 디자인이 단조롭고 예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여행(계획) 실용서는 책이 예쁘다는 데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귀띔한다. 크고 아름다운 사진이나 편집 디자인에 끌려 내용이 별로 없는 책을 사용한다면 '실패한 여행'이 될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다시는 여행 가이드북을 찾지 않는 여행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모든 실행이 이뤄진다면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충분히 즐기며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여행의 기쁨과 보람을 두 배로 높여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여행을 계획하거나 여행 중에 이 책을 활용하며 행복하고 설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 참다운 여행 가이드북이란 사실을 다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제주 여행 가이드북이다. 제주는 우리에게 '에너지 충전소'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항공기에 올라 제주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지난 과거를 다 잊고 새 삶을 시작하듯 여행을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로지 여행에만 집중하며 에너지와 감성을 충전한다. 우리가 바라는 '제주 여행' 방법이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제주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시킬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터넷/모바일 시대의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밝힌다. 이를 위해 편집팀 인력이 10년 이상의 여행 콘텐츠 전문 인력이며 이들의 의견이 종합돼 여행자에게 필수적인 정보만을 엄선한다.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다양한 여행자들의 리서치와 리뷰, 다양한 전문가들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콘텐츠를 정제하고 뽑아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말을 더하는 저자의 여행관과 제주를 보는 시각은 남달라 보인다. "여행은 곧 삶이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평생 해야 할 우리의 과제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제주가 없었다면, 국내 여행이 얼마나 단조로웠을까? '제주'가 있음에 고마워해야 한다. 훼손 없이 잘 지켜 오래오래 '에너지 충전소'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

 

저자 : 이정기

 

타블라라사 대표 이정기는 17년 이상을 여행콘텐츠 및 여행서비스를 기획했던 사람으로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지도 기획자다. 여행콘텐츠 전문가가 만드는 여행지도 및 가이드북은 분명히 다른 지도 및 가이드북과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주)타블라라사는 한국관광공사 예비관광벤처 결과평과 1등(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20년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에 선정되었다.

 

저자 : 타블라라사

 

타블라라사 법인은 자유여행자를 위한 여행지도 및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이다. 또한 타블라라사 대표 이정기는 17년 이상을 여행콘텐츠 및 여행서비스를 기획했던 사람으로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지도 기획자다. 여행콘텐츠 전문가가 만드는 여행지도 및 가이드북은 분명히 다른 지도 및 가이드북과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주)타블라라사는 한국관광공사 예비관광벤처 결과평과 1등(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20년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에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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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연애를 쉬겠어 - 우리가 연애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임윤선 지음 / 시공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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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는 독특한 친구가 한 명 있다. 지방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늘 함께 어울렸던 '동네 친구', 그야말로 죽마고우다. 그 친구는 사법시험에 뜻을 두었지만 막상 대학을 졸업할 무렵 자신의 능력이 못 미친다며 대신 법원 공무원직을 선택했다. 몇 곳의 지방법원을 거쳐 대법원 총무처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근무할 당시는 같이 서울에 있어 자주 만났다. 술도 좋아하는 사이라 더 자주 만나곤 했다. 그런데 좀처럼 직장 이야기를 안 하던 그가 어느 날 사법연수원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하교 후배인데 지금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중이라고 했다. 사실은 독자의 동생과 중매(소개팅)을 하기 위해 독자에게 은근히 떠본 것이다. 동생도 S대 출신이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터이다. 그러나 결국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소개팅 후 서로 원하던 이상형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가 그날 연수원생 이야기 중 몇 가지를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사법고시 합격자가 지금처럼 숫자가 많지 않아 1년에 300명씩 뽑던 시절이다. 연수원을 마치면 바로 판·검사와 변호사로 갈린다. 대부분 판·검사를 희망한다고 했다. 물론 변호사를 지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 숫자가 많지 않을 뿐. 그러나 판·검사는 TO가 많지 않단다. 사전에 충원 계획때부터 미리 정해둔다고 한다. 연수원 성적이 판단이 기준이 된다고 그 친그는 말했다. 사법시험 성적도 포함된다는데 일괄적으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튼 판·검사는 아무리 못해도 순위 80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변호사로 출발한다고 한다. 사실 사법시험은 옛날 조선시대로 비유하면 과거시험이다. 과거 중에서도 대과이다. 앞길이 그야말로 탄탄대로인 사람들이다.

 


 

300명의 연수원생들도 모두 하나같이 모범생들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 집단이나 그렇듯이 모범생이고 머리가 좋은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생활하는 것을 보면 보통의 조직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말을 그 친구를 통해 들었다. 연애하는 사람, 술에 자주 취하는 사람, 방안에서 뭘 하는지 잘 나오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이 거기에서도 나타난다고 했다. 심지어는 술 외상값을 받으러 왔단 사람도 있고, 여성이 찾아와 연수원생들이 당황해 몸을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은 중매장이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사실 웬만한 집안에서는 넘보지도 못할 남자들이니까. 아마 한참 유행하던 신부 지참금이 '열쇠 두 개' '열쇠 세 개' 하던 시절의 이야기니까. 이같은 '강남 뚜쟁이'(그때 그들을 비하하는 은어)들이 설치고 다닌 이유는 '소개비'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연수원생과 의사들이 '0순위'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직도 그때의 풍습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이 책 『올해엔 연애를 쉬겠어』의 저자 임윤선은 변호사 출신 방송인이다. 한때 한두 달 정당에 몸담았지만 두 달을 못 넘기고 완전히 발을 뗐다고 한다. 저자도 사법연수원생을 거쳤으니 그곳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가 책에 중매장이의 존재를 내비쳤기 때문에 읽으면서 옛 생각이 나서 서평에 큰 관계가 없는 말인데 독자가 꺼낸 이야기다. 이 책은 '연애'와 '사랑', '결혼'을 주요 소재로 다뤘기 때문에 사법연수원 시절의 이야기가 들어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룬 연애나 결혼 이야기는 중매장이를 통한 이야기는 아니다. 또 저자가 여성이기에 대상으로 점찍지 않았을 터, 그들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는 들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이 된다.

 

 

S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한다는 것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로서 더 대단한 일 아닌가. 어디서나 주목 받을 위치다. 더욱이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풍부한 시사 상식과 말솜씨도 지니고 있다면 주목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외모에서 풍기는(독자도 방송을 본 적이 여러 번 있었기에) 분위기는 흔히 말하는 '현모양처' 스타일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고, 바쁘다는 방송 프로그램 진행도 했다니 시간이 있었을까? 어떻게 연애하고 그 경험을 책으로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신기함과 호기심이 잔뜩 들어찬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책 전체의 내용이 저자 자신의 경험담은 아니다. 지인, 친구의 경험담도 다수 들어 있지만 독자 입장으로서는 어떻게 연애할 시간을 가졌느냐에 관심이 더 간다. 더욱이 이 책이 처음으로 낸 책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출판사 측도 저자에 대해 "다수의 시사 · 교양·예능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방송인이자 16년 차 변호사" 로 소개했다. 그가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일어난 실제 연애담을 바탕으로 사랑과 연애, 결혼, 남녀 관계에 관한 날카로운 시각과 통찰을 담고 있는 에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살갑고 달콤한 연애 상황은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달달하게 시작하지만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고는 하는 연애의 극한 현실을 솔직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모습을 연출하는 소개팅에서의 첫 만남 이후 서로의 채점에 의해 감점이 누적되다가 결국에는 ‘탈락’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애초 시장에 ‘매물’로 나와서는 안 되는 이들이 작정하고 위장한 채 ‘상품’으로 둔갑해서는 상대의 삶마저 망가뜨리는 연애 사기극의 유형과 험난한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고도 여전히 관계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부부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가? 그렇지는 않다. 일과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연애에서도 실패할 자유와 특권이 차츰 줄어드는 세대에게는 예방주사와 같은 책이다. 관계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지 말고 먼저 단단한 개인으로 홀로 서라는 깨달음을 전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연애와 관계에 상처 입은 이들에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과감한 비약과 반전으로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가는 재미는 덤이다.

책에 따르면 철저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이성과 교제하는 영악한 사람이 아니라면, 20대의 연애는 좋아하는 감정만으로도 충분하다. 실패했을 때는? 사회화라는 포인트를 얻는다. 이런 상황은 30대 초반까지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에 임박했거나 한창때를 훌쩍 지나버린 이들은 이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은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매사에 똑부러지고 사회적 커리어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연애에서만큼은 큰 실수를 하곤 한다. 때로는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에 이어 좋은 배우자로 삶의 이력서를 완성하려는 지나친 계산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결혼이라는 성과를 전제로 하는 이들에게 연애란 이래저래 만만한 일이 아니다.

방송인이자 변호사인 저자 임윤선에게도 연애는 경험이 쌓일수록 익숙해지는 일상의 사건이 아니라 갈수록 난도가 더해지는 장애물 경기였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중년 이후에 겪었던 혹독한 연애의 기억과 주변에서 일어난 갖가지 상황을 되짚으며 연애와 결혼, 남녀 관계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인의 연애 진행과정을 겪으며 내린 저자의 결론은? "연애와 관계를 종용하는 압박과 결혼을 둘러싼 섣부른 조언에 휘둘리지 말아라"이다. 결혼은 안 해도 연애는 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자유로울 것을 조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짓으로 자신을 부풀리고 없는 매력을 꾸며내는 가짜 사랑꾼을 조심하라는 특별 메시지를 던진다.

 


 

독자가 이 책을 보고 놀란 것은 저자의 연애 경험담 때문이 아니다. 저자와 친해지려 했다는 한 사람의 남녀 관계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저자가 변호사인 줄 알면서, 그의 성격도 알면서 '쓰리섬'을 은근히 내비친다는 것은 독자에게는 충격적이다. 저자는 무척 완화해 표현했지만 지능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물론 불쾌했을 것이다. 특히 소개팅도 아니고 성관계를 셋이서 하자고? 대학교수가? 이런 문제는 드라마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분명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 아닌가? 저자로서는 큰 실망과 좌절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그 반백인 50대 남성의 직업은 무려 대학 교수였다. K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됐다. 둘은 몰래 만나는 연인 관계였는데, 이 대학 교수라는 인간은 여성이 둘 있는 쓰리섬이 아니면 도무지 관계가 안 되는 사람이었다."(p.127)

또 저자와 한 남성('분당남')과의 만남은 그 남성의 이상한 성격만 확인하고 끝나고 만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음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를 보면 매우 낙관적 성격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결혼을 앞두고도 단체 소개팅에 나타나서는 버젓이 미혼 행세를 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전처와 자식을 철저하게 숨긴 채 순정남 가면을 쓰고서 상대를 농락하다 급살(?)을 맞는 이도 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 여러 대상(의 조건)을 비교하는 식으로 연애를 소비하는 이도 있으며, 상대에게 끊임없이 보호자와 신하 역할을 강요하는 미성숙한 사람도 있다. 헤어진 옛 연인을 지속적으로 소환해서 무용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결혼식을 치르고 법적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평범한 독자 입장에서도 쉽게 겪지 못한 일을 왜 변호사이며 방송인인 저자는 겪었나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더 씁쓸하다. 특히 고위층, 부유층이 이런 일에 관여한다는 것은 저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부패한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가 이처럼 연애의 흑역사만 골라서 소환한 이유가 뭘까? 아마 치정극의 각본처럼 혹독한 상황이 모두 현실이니 반면교사 삼으라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위안과 위로다. 우리 대부분은 작정하고 속이려 들거나 자기애가 지독해서 타인을 진정 사랑할 줄 모르는 이의 실체를 간파할 심미안을 갖고 있지 않다. 더구나 어떤 상황에 처한 당사자가 나 자신일 때 직관은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왜 그런 사람을 만났냐고 스스로 자책하고 주변 사람으로부터 타박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행위는 잘못이 아니다. 그러한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것도 아니다. 그러니 훌훌 털어버려도 된다는 귀띔이다.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솔직함이다. ‘어디서 들은 얘긴데…’라는 식으로 남 얘기를 하듯 뭉뚱그리지 않는다. 직접 겪고 치른 연애담을 솔직 담백하게 보여준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공인이 이처럼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이다. 그 덕분에 저자의 글 솜씨도 있겠지만, 독자들에게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연애담은 누구나 귀가 솔깃해지는 소재다. 여기에 저자의 예사롭지 않은 글 솜씨와 뛰어난 말 솜씨가 잘 어우러진 듯하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곁들여 잔뜩 수다를 뜬 것처럼 가뿐하다. 『올해엔 연애를 쉬겠어』는 유쾌하지만 한 편으론 슬프기도 한 연애담을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 : 임윤선

 

남한강의 작은 물줄기를 끼고 있는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으며, 삶과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즐겼다. 삶과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을 경험하기 위해 대학에서 연극부 활동을 했고, 시사·예능·교양 TV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패널로 참여하는 등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한때 정당의 대변인 역할을 했으나, 권력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정치와 연을 끊었다.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했고, 4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6년 차 변호사로 살면서 남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내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포기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봐주는 이 없어도 쓰던 그 글을 이제야 공연히 쓰게 되었다. 종국에는 '문화인'으로 불리기를 바라는 그런 사람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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