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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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업가와 상인을 구분해서 쓴다. 사업가는 영어의 'businessman'의 번역으로 생각하고, 상인은 소규모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인식한다. 규모로 본다면 무역 등 큰 사업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사업가이고, 시장 등 소규모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상인으로 생각하는 것일 터다. 독자는 이런 구분은 과거 우리의 상인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본다. 조선시대까지도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장 '천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냉대했다. 깊은 유교 의식이 상거래를 하는 사람은 돈을 만지는 사람이라고 해 천한 일을 하는 천민과 같다고 생각한 것일까? 18세기 들어 큰 상인들은 부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들은 부를 쌓아 벼슬도 사고, 양반처럼 큰 집도 짓고 양반 행세를 하며 지낼 수 있게 되면서 상인에 대한 의식이 조금씩 변해 왔을 것은 누구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엄격한 신분 제도가 유지되는 곳에서는 서양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귀족 계급은 돈에 대한 개념은 동양에 비해 다소 앞섰다고 할 수 있지만 돈을 직접 만지는 일은 귀족들이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돈과 돈을 다루는 일을 중시하게 된 것은 그들이 쌓는 부가 나라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다. 무역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기 시작할 무렵부터라고 보면 동서양 모두 비슷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독자가 경제를 애써 회피한 것은 옛날 의식을 그대로 가진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란 막연한 불평도 해본다. 돈이 귀중한 것이라는 개념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가르치거나 앞세우지 않았다. 당연히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서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을 공부한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때문인지 대학에서 '경영학'을 왜 배우고 가르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되었다. 경영학이란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돈을 벌고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 가는 공부라고 인식했었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가 함께하기 어려웠던 것은 서로에 대한 비하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본주의라는 말도 사실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공산주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했을 뿐 교과서에서는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공산주의는 소련과 중공, 북한 등이 채택한 공산주의 독재를 의미하는 말로, 자본주의는 시장의 원칙에 따라 경제 행위가 이루어지는 극히 자연스러운 자유주의 및 민주주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로만 배우고 알았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실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사회 진출해 두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자 인생관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공산주의도 불합리한 사회·경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세워진 이론이라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공산주의 체제보다 더 나쁜 것은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의 '독재'였다. 이 때문에 정권과 정부에 반대 입장을 하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이유도 이해하게 됐다. 그러나 이 사실을 채 깨닫기도 전에 공산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구 소련 체제가 무너졌다. 칼 마르크스가 세운 이론에 의해 레닌이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일으켜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공산주의 연방으로 확대시킨 것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상을 다시 나누는 갈등의 시작점이 된 것도 스탈린의 엄혹한 공산주의 정책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을 읽기 전부터 독자의 경제 관념이 무지함을 미리 고백하느라 말이 길어졌지만 돈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 독자의 가치관은 변함이 없다. 돈이 세상을 바꿨다는 말도 아직은 인정하지 않는다. 옛날에 '돈'을 설명할 때 선생님들도 돈을 중시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돈으로 세상 모든 일을 할 수도 있고, 또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돈이라는 생각에 반론을 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돼 계산되니 돈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 것은 사실이다. 예전 상인들이 나라를 부흥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등장하는 상인은 유대인과 중국 상인이었다. 유대인들이 거부들이 많고 중국인들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물건을 팔 수 있는 상술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을 본보기로 삼은 것으로 안다. 사실 네덜란드도 해상 무역으로 나라를 부국으로 일으켰다고 들었다. 그들의 상술도 대단했다고만 말로만 들었을 뿐이다.

 


 

이 책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은 한중일 비즈니스 전략부터 상인들의 가치관과 상술 방식 등 치열한 무역 경쟁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이 담겼다. 중국과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사업가들이 갖는 질문에 대한 이해 즉, 비즈니스 방법보다 삼국 상인들이 이익을 위해 어떤 속임수 전략을 쓰는지, 어떻게 착한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렇다고 한중일 상인들의 상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역이나 사업을 중국이나 일본과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그들의 상술을 쓴 책이다. 마치 전쟁에 나간 장군이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의미에서다. 한중일 비즈니스를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삼국 간의 장사술을 비교하고 실제 비지니스에 이용하라는 조언을 하기 위해서다. 저자 이영호는 패션 CEO, 패션디자이너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20여 개국에 의류와 패션잡화를 수출해 왔으며 이 때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비즈니스 현장을 바탕으로 한중일 비즈니스 노하우를 집약했다.

또 예전 이야기지만 독자는 중국인의 상술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들었다. '중국인은 장사를 잘한다'는 평범한 말부터 '그들만의 노하우'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또 상인으로서의 태도가 확고하다든지, 그들은 아프리카에 가서 난방시스템을, 북극에 가서 냉장고를 팔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한 사람도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꽌시'와 '만만디'였다. 꽌시란 관계(關係)'를 중국 발음으로 읽은 것이고, 만만디(慢慢地)는 느긋하게,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라는 뜻으로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이 말은 옛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인에게 “○○○가능한가?”라고 물어보지 말라. 상대 회사에 대해 알아보려면 중국의 관공서 등 공식적인 통로로 확인하라. 때로는 그 중국회사에서 건네는 서류도 믿지 말고 반드시 공신력 있는 경로를 통해 확인하자. 중국인에게 ‘가능한가?’ 물어보면 99%는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체면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안 할 가능성이 있고, 돈을 버는 것이라 무조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p.269)

 

 

필요한 것을 얻으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돈과 이익 앞에서는 만만디(慢慢地)가 사라지는 중국 상인의 이야기를 이 책에 실었다. 목적을 위해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다가가는 일본 기업, 상인에게 안심을 준 후 거래 방식을 바꾸는 그들의 전술까지, 한국 상인을 위협하는 속임수 전략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중국, 일본과의 거래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전략을 써야하는지, 그들의 말에 가려진 이면을 보고, 보다 치밀하게 그들의 상술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같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역사적으로도 오랜시간 교류를 해오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외모에 같은 한자문화권이라고 해도 한중일 삼국은 문화, 역사, 환경, 가치관이 확연히 다르다. 중국과 일본과의 거래에서 성공하고 싶다면서 한국인처럼 대한 다면 당신은 하수다.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은 중국과 일본, 한국상인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상인을 다루는 기술과 각국 기업들의 속임수 전략등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에 맨땅에 헤딩하여 성공을 이룬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과 비즈니스를 할 때 필요한 노하우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중국, 일본에서 거래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 조건으로 ‘절대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마음을 여는 기간’이면서 ‘신용을 쌓는 기간’이다. 중국인과는 최소 8년, 일본인과는 최소 3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기간만큼은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했던 사안이라면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들과의 신용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선 만나서 상담하고 저녁에 식사하며 술이라도 곁들이면 금세 나이 차에 따라 형·동생 관계가 되고 단 하룻밤 사이에 가족이 되는데 외국에서는 첫 만남에서 나이를 묻고 학교나 고향 등의 출신을 물으며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대시간으로 서로간의 신용을 쌓았으면 친구처럼, 가족처럼 배려하고 챙겨주며 마음을 공유하는 전략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바이어와 당신이 한 팀이고 한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당신만큼 바이어를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며 가족처럼 일을 해주는 곳이 없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비즈니스로 만나면 다툼이 생길 경우 쉽게 헤어지지만 가족이 되면 다투더라도 절대 헤어지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저자는 상술의 기본은 새로운 거래처를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인연을 이어가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들을 대할 때 주의할 점을 추가 조언한다. 바이어는 천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이익이 목표다. 이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투자자를 이길 수 있을 때 투자자를 만나라고 말한다. 투자자는 투자를 미끼로 경영을 흔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회사가 통째로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어가거나 망하는 것도 순식간이 된다고 한다. 일본기업의 경우, 경쟁기업을 공격할 때는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는데, 상대 기업이 일본계 기업에 반감을 가진 기업이라면 구태여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는다고 한다. 별도 법인을 만드는데, 상대기업과 같은 나라에 기업을 세우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 기업을 세워서 목표 기업에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 제안을 하는 방법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기업에게 한국의 중소기업이 특허권을 빼기는 과정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중국과 일본과의 거래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절대 어김없이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상술의 기본은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거나, 물건을 파는 기술이 아닌 인연을 이어가는 전략 즉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같은 동양인으로 외모가 비슷해도 자라온 문화, 환경, 가치관이 달라서 그들을 한국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한국인의 사고로 생기는 오해와 실패 사례들에서 중국, 일본 바이어와 인연을 쌓는 방법과 이들을 대하는 자세 등 현실적인 조언을 집약했다. 한국인이 잘못 알고 있는 중국?일본에 대한 속설과 상인이 갖춰야 할 기본자세, 지식 등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이들 나라로 진출을 준비하는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수록했다.

 


 

‘상술’을 알려면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 그 안에 허점이 보일 수 있다. 불확실한 이론은 3번만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흔들린다. 계획이 섰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 상대방에게 질문하자. 아는 건 말하는 게 아니다. 모르는 걸 질문해야 한다. 당신이 말할 때는 오로지 그 상대방이 질문했을 때여야 한다.(p.218)

 

한국회사와 일본회사 두 회사가 일하는데 그 사이에 에이전시가 끼는 경우가 있다. 가령, 일본 한 패션숍에 의류를 공급하려는데 그 사이에 에이전시가 있으면 한국회사는 그 에이전시를 통해서 일본 패션숍에 공급을 해야 한다. 두 회사가 직접 거래한다면 이익도 더 크고 업무도 단순할 것 같은데 왜일까?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바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특성’에 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고, 면전에서 싫다 좋다 감정 표현하는 걸 되도록 삼가게 되는 일본인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p.310~311)

 

저자 : 이영호(Victor Lee,빅터 리)

 

패션CEO,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20여 개국에 의류·패션잡화를 수출해 온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시장에 발을 디뎠고 웨이하이, 베이징, 상하이, 이우, 칭다오 등 중국 주요 도시와 일본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을 발로 직접 뛰며 중국·일본상인과 거래하는 기술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비즈니스 전략을 터득했다. 그의 이런 경험들은 대한상공회의소 〈월간 대한상공회의소 ‘도전과 성공’〉,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BS, 중국TVS 등 국내외 미디어와 언론에 소개되었다. 한중일 미래를 만들어나갈 비즈니스맨들에게 삼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교류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전략을 전하기 위해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을 집필했다. 현재는 패션디자이너 겸 작가로 Style with Story 콘셉트로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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