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독자 봉호 씨
이봉호 지음 / 왼쪽주머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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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화가 파울 쿨레(Paul Klee)가 한 말이다. 예술의 본질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책 『문화중독자 봉호 씨』는 존재하되 눈에 보이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되 현실에 존재하는 다면의 문화를 담담한 시선과 필치로 짚어낸 에세이다. 저자 이봉호의 실명을 그대로 제목에 썼다는 점에서 '문화중독자'인이 자신의 문화관(文化觀)이 당당한 것임을 내비친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문화중독자’라 불리는 그는 경계와 경계 사이를 넘나든다.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의 풍랑을 요요히 가로지른다. 익숙한 것의 새 얼굴을 드러낸다. 익숙지 않은 것의 살가운 내음을 속삭인다. 현재와 레트로를 상징하는 LP와 유튜브를 넘나들며, 가깝고도 먼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호흡하며, 추상적으로만 미술과 상징을 삶에 접목하며, 문화중독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문학과 작가, 영화와 연극, 동양과 서양, 현대사의 밝은 그늘을 비롯한 어제와 오늘의 다채로운 문화가 독자를 유혹한다. 봉호 씨가 중독된 문화를 단숨에 들이쉬고, 이채로운 문화의 빛에 함께 중독된다. 문화중독자 저자의 눈에는 우리 인간의 삶 속에 드러난 모든 것이 문화의 대상이고, 문화이다.





칼럼니스트이자 대중문화평론가이며 강사이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 누가 보아도 문화인이라 칭해도 모자랄 것 없는 타이틀이다. 다방면의 문화계 인사와 교류하며 명실공히 문화중독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기나긴 타이틀의 맨 뒤에야 자그마한 목소리로 ‘문화중독자’라 덧붙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째서 그를 ‘문화중독자’라 일컫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우리 곁의 사회와 세계를 향한 시선, 오늘날의 환경과 과거의 역사, 책과 독서와 문학과 작가를 아우르는 목소리, 음악과 미술과 영화, 다양한 인물을 비롯한 드넓은 관심사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렇게 홀리듯, 놀라운 순간을 만난다. 총천연색 문화가 한데 모인 이곳에서. 문화는 이렇게 우리 삶의 이야기이며, 우리 삶은 '문화'라는 이름을 가지고 우리 앞에 드러난다. 문화의 정체성은 정치에도 있고, 경제에도 있다. 사회에도 있고 자연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다. 잘못된 정치를 '예술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는 맞는 얘기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움을 찾아내 우리 앞에 보여주는 인간 활동의 하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드러내는 표현에 걸림돌이 정치가 있었기에 정치에 관여하는 것일 뿐 예술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다. 잘못된 정치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을 방해하기 때문에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도, 경제 정책에서도 그렇다.





"봉호 씨를 알게 된 것이 커다란 행운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에는 그리운 이름과 생소한 이름이 하늘의 별처럼 등장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쭉 이어지는 이름만 보고도 행복감을 느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별이 없어진 것은 아닌데, 우리는 때때로 그 존재를 잊고 산다." 출간에 앞서 인터뷰를 가진 지승호 씨는 이렿게 이 책을 이렇게 평하며 추천사를 썼다.

"그 별들의 존재를 잠시 잊고 살던 내게 봉호 씨의 글은 그야말로 나침반과 같았다. 원고를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소설, 영화, 음악, 그림, 사람이 하나로 모이는 놀라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문화라는 통로를 이용해서 더 나아질 사회와 세상을 그려내 보인다.

그의 글에는 그리운 이름과 생소한 이름이 하늘의 별처럼 등장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쭉 이어지는 이름만 보고도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운 이름을 보면서는 '아, 예전에 좋아했는데'라 생각하기도 했고, 생소한 이름을 보면서는 '나중에 찾아서 감상해봐야지'라 마음먹기도 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별이 없어진 것은 아닌데, 우리는 때때로 그 존재를 잊고 산다. 그 별들의 존재를 잠시 잊고 살던 내게 봉호 씨의 글은 그야말로 나침반과 같았다. 동양과 서양,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거침없이 횡단하고 종단한다. 예술을 포함한 문화는 삶을 흥미롭게 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하게 도와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부디, 문화중독자 봉호 씨를 통해 '예술과 삶이 하나가 되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의 입구를 발견하길 바란다."





저자는 말한다. ‘예술의 생명은 누가 뭐라 해도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말한다. ‘모든 예술 작품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담을 필요는 없다’라고. 시대와 문화를 관조하는 저자의 자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유와 방종의 상징으로 포장된 밥 말리의 이상. 죽음까지 불명예를 안고 가야 했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이면. ‘금서’라는 치명적 단어 속에 묻힌 도전. 단골이 사라진 오늘날. 스스로 피부색을 선택한 사람들. 무능력한 능력자들. 아날로그와 디지털, 어제와 오늘, 그리고 우리의 열린 내일. 그렇게 켜켜이 쌓인 시간 속의 문화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릿하게 글 걸음을 재촉한다.

‘예술과 삶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공간, 그곳을 우리는 천국이라 부른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책 속에서 다채로운 문화와 하나가 된다.

바빠지는 글 걸음만큼 그곳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 달콤한 맛이 내 안에 축적되어 문화의 풍미를 돋운다.

저자인 문화중독자 봉호 씨는 그렇게 문화를 사랑하고 문화에 빠지고 문화를 옹호한다. 여기서 '옹호'라는 표현은 조금은 표현임을 독자는 시인한다. 잘못된 문화, 예를 들어 폭력 지상주의, 선정적 표현 일방주의 등도 '문화'인가라는 질문이 있을 것 같아서다. 물론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폭력이나 선정적 표현 난무 등은 사회의 일시적 현상이지 결코 문화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답변에 독자 임의로 안심하고 '옹호'라고 표현했음을 밝힌다.




문화전쟁의 주인공은 뉴욕에서 태어난 안드레 세라노(Andress Serrano)라는 사진작가이다. (중략) <오줌 속의 예수(Piss Christ)>는 작가의 오줌, 정액, 피가 섞인 통에 빠진 십자가를 표현한 사진 작품이다. 이를 기독교에 대한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하는 종교인의 일갈은 미국제일주의를 주장하는 공화당원의 좋은 요릿감이 된다. (중략)

모든 예술 작품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담을 필요는 없다. 이 또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역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일그러진 세상을 바로잡으로려는 예술혼을 탄압하는 사회는 후진국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략) 예술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그곳은 뇌사 상태에 빠진 권력자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와 다를 바 없다. 천국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예술과 삶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공간. 그곳을 우리는 천국이라 부른다.

<그저, 아름답기를> 중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책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서 전쟁광의 활약상을 집요하게 나열한다. 대표적인 예가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이다.

로마라는 국가의 관점에서 카이사르는 위인으로 추앙받을 만한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로마 군단에게 패배한 피지배 민족에게 카이사르란 위인이 아닌 광폭한 지배자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위인에게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어떤 위인은 인종주의자였고, 다른 위인은 성차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간은 모두 위인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인간은 모두 위인답지 않은 행위를 범하는 양가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머리털부터 발끝까지 위인다운 인물이란 없다. 단지 위인다운 행위만이 존재할 뿐이다.

<무엇보다 강하고, 무엇보다 약한> 중에서


소설 『망원동 브랏더스』를 마포아트센터에서 연극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이었다. 소설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무대에 등장하는 배역은 마지막까지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소설처럼 누구에게도 미안해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자신의 생활 여건이 비록 누추할지라도 세상을 향해 비수를 던질 줄도 모르는 심약한 인문이었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기회보다 건넬 기회가 많았는가, 미안한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는가,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어 관계를 차단하지는 않았는가, 자문해본다. 우선은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줘야 할 듯싶다. 자신에 대한 설득을 마쳤다면 흐트러진 마음을 챙겨야겠다.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서.

<개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 중에서





191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사업가 집안에서 출생, 1936년 하버드대학교 문학부 졸업, 소설 창작으로 비트제너레이션의 주역으로 등장, 작가이며 배우이며 미술가인 동시에 음악가로 활동, 1974년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1983년 미국문예아카데미{American Academy and Institute of Arts and Letters) 회원으로 선출, 앤디 워홀과 수전 손태그(Susan Sontag) 그리고 톰 웨이츠와 교류. 마약중독자, 장물과 모르핀 주사기 밀거래, 뉴욕 지하철역 권총 강도, 텍사스에서 마리화나 재배, 마약 소지 혐의로 미국에서 추압, 1950년 총기 오발 사고 살인범으로 구속 수감, 1953년 마약을 소재호 한 자전소설 『정키(Junky』) 발표, 이후 사디즘(Sadism)과 섹스와 퀴어(queer) 그리고 마약과 폭력을 소재로 한 연작소설 출간.

문학의 본령이 추함을 제거한 제한적인 미의 추구라면, 윌리엄 버로스는 저주받은 작가에 해당한다. 그는 소설을 통해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 풍요화 기회의 땅으로 알려진 미국의 두 얼굴을 분해한다. 예상대로 그의 문학세계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다. 1966년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네이키드 런치』의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출간 당시 음란물이라 혹평했던 문학비평가들의 주장을 무색케하는 판결이었다.

<사랑일까요, 연민일까요> 중에서





여기서 죽음의 계급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인간의 죽음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언론은 망자의 국적에 따라 사건의 경중을 조절한다. 언론이 정보권력화라는 철가면을 쓰는 순간이다. 정승 집 개가 짖어야만 마이크를 들이대는 시청률 및 구독률 지상주의의 결과이다. 정당한 침략전쟁이란 없다. 언론에서 진정 다뤄야 하는 기사란 전쟁이 남기는 비극성과 참혹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권력투쟁으로 인한 집단사망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죽음은 언론의 무관심으로 조용하고 쓸쓸하게 자취를 감춘다. 또 다른 죽음은 언론의 관심으로 오래도록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러한 언론의 구별 짓기 현상은 죽음의 차별화를 당연시하는 우매한 대중을 양산한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죽음이란 없다. 전쟁을 둘러싼 세상의 뉴스는 평등하게 다뤄야 한다.

<부디, 늦지 않기를> 중에서


저자 : 이봉호


문명보다 문화를 생각한다.

물질보다 시간을 신뢰한다.

언어보다 사유를 지향한다.

순응보다 변화를 추구한다.

찰나보다 영원을 응시한다.

과거보다 미래를 질문한다.

반복보다 창조를 고민한다.

잡설보다 직설을 선택한다.

권력보다 자유를 열망한다.

채움보다 비움을 수용한다.

작가, 강사, 칼럼니스트, 대중문화평론가, 다음으로 문화중독자이다. 《음악을 읽다》, 《취향의 발견》, 《독서인간의 서재》, 《음란한 인문학》, 《나쁜 생각》, 《광화문역에는 좀비가 산다》, 《나는 독신이다》, 《제9요일》을 출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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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 - 융 심리학에서 발견한 오래된 나로부터의 자유
제임스 홀리스 지음, 이정란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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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 한 해를 온통 코로나 때문에 시달리며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코로나 불루'라는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블루는 일종의 우울증을 말하는 것으로 일상이 정지된 채 인간의 교류가 차단되고, 대화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 데 따른 의학적으로 정신과적 이상 증세다. 이에 과학자들과 감염병 전문 의사들 및 약학 연구자들이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어내기에 골몰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어서 1년이 다 돼가는데도 확실치 않다. 다만 일부 제약회사 연구진들이 빠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 임상실험을 마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건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에 출판계는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증세 회복에 도움이 될 만한 의사들의 연구서나 심리치료 차원의 에세이 등을 집중 발간하고 있는 추세다. 이 책 『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도 분석심리학 창시자 융 연구소에서 정신분석학을 연구한 제임스 홀리스가 집필했다. 불안 공포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해 쓴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정신분석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년생), 그와 함께 일하기도 했지만 의학적,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 의견을 달리한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브 융 (Carl Gustav Jung, 1875년생), 그리고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년생)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갖는 것이 좋다. 알려진 대로 세 사람은 각기 서로 크게 교류하며 지낸 사이는 아니다. 앞의 두 사람은 의사이며 학자이고 카뮈는 소설가이다. 프로이트와 융은 모두 정신과 의사로서 같이 일한 적도 있긴 하지만 카뮈는 알제리 출생으로 소설가여서 두 사람과 일면식도 없다. 다만 이 책의 저자가 책에서 '과거'가 어떻게 '현재'를 얽매이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카뮈의 소설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독자도 코로나 이전에는 프로이트와 융, 카뮈를 고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언급된 '이름만 아는' 정도지만 봇물처럼 쏟아지는 책 속에서 유난히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세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됐다. 그러나 분야는 다르지만 세 사람이 남긴 의학적 이론이나 연구, 문학 작품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공통이다.

카뮈는 '어린 왕자'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지 매우 오래돼 읽고 또 읽은 기억이 있어 친근감은 있지만 그의 소설 이방인 등 '부조리의 문학'이란 점에 들어가면 어렵긴 마찬가지다. 찾아다니면서 그들을 알기 위해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독자의 삶과 독서에 이들의 이름이 끼어들게 만든 것은 역시 문학이고, 예술가들이고 문화 장인들이 끼어 있어서다. 저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심리학, 정신분석학의 큰 줄기를 만들어낸 칼 구스타프 융과 그림자와 무의식, 콤플렉스, 페르소나 등의 이론을 통해 ‘진정한 나’에 관한 성찰을 제시해온 융 심리학이 BTS와 조던 피터슨,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헤르만 헤세 등과 같은 수많은 석학과 예술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 점이 독자에게 이 책을 읽게 한 이유이다.

융 심리학 전문가이자 ‘중간항로’라는 표현을 통해 이제 막 인생 2막을 시작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오래된 나와 이별하고 ‘진정한 나’로 성장하기 위해 지금 던져야 할 21가지 질문을 『나는 이제 나와 이별하기로 했다』에 담았다.

그리고 저널리스트 올리버 버크먼의 다음과 같은 찬사를 받았다. “이 책은 ‘인생 2막’을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엄청난 선물이다.”



이 책에는 일상의 불안과 고독, 혼란을 치유할 21가지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분석심리학의 궁극적인 목표답게 개인인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고 내가 가진 인생의 고통이나 문제점을 개선해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을 안내하는 책이다.

모두 21가지의 스스로 한 질문에 저자가 답을 쓴 형식이다. 독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는 것이 불편하면 목차에서 관심 있는 단어나 제목을 찾아 읽으면 된다. 책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된 논문이나 소설 형식이 아니고 분석심리학에서 주로 다룬 문제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해서다.

1장 선택의 누구의 몫인가

5장 불안은 무엇으로 나를 지배하는가

13장 가장 오래 지속되는 기쁨은 무엇인가

15장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16장 불안의 그림자는 누구의 것인가

17장 영혼은 우리를 어디로 안내하는가

21장 성찰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외딴 마을. 아랍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한 교사에게 두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교사를 찾아온 이들은 살인범과 그를 호송하던 경찰관. 경찰은 교사에게 죄수를 다른 마을의 경찰서로 인도하라고 명령한다.

그날 저녁, 교사는 죄수에게 자유의 사막으로 가는 길과 식민지 감옥으로 가는 길 모두를 알려주며 탈출의 기회를 준다. 하지만 죄수는 감옥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사는 그의 선택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방관한다."

앞서 말한 알베르 카뮈의 단편 『손님』은 모든 책임을 회피해왔던 이방인의 모습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우리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며 익숙한 것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선택이 비참한 결말로 이어질 것이 뻔해도 해보지 않은 일로 불확실성을 느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학대받으며 자란 수많은 피해자들이 배우자로 학대자를 선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을 ‘더’ 안전한 것으로 여기고 비정상적으로 제한된 관계 맺기를 반복한다.

융학파 정신분석가이자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이와 같은 제한적인 균형 상태에서 보이는 경험적이고 무의식적이며 무기력한 ‘일상화된’ 반응을 경계한다. 자유의 사막 대신 감옥을 선택한 죄수, 선택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교사, 그리고 과거의 익숙함을 선택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현실뿐이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과거의 것을 버리고 진정한 내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스스로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를 위협하는 일이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부모나 역할 모델 의해 정의 내려진 모습에 집요하게 집착해왔다. 우리 모두는 동일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성장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일, 즉 성장을 회피하는 동안 우리의 영혼이 혼란에 빠진다고 말한다. 희망적인 것은, ‘고통에 대한 영혼의 호소’로 정의되는 신경증과 우울증 뒤에는 삶의 진정한 의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가 주는 확실성을 떠나 우리를 괴롭히는 불안감을 참아낼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의미와 성장, 그리고 영혼의 회복력을 얻을 수 있다.

존중하는 태도로 내면과의 대화에 나설 때 우리는 과거와 이별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집을 청소하고 낡은 옷들을 정리하듯, 우리는 우리의 축적된 과거와 삶의 태도, 무의식적 행동, 반응을 정리해야 한다. 바울이 고린도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썼듯,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아이의 모습을 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용기와 신중함이 필요한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독자로서는 저자에 공감이 가장 큰 부분이다.



이 책은 우리 삶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문제들을 성장의 발판으로 바꾸기 위한 삶의 태도와 행동, 원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장은 자기반성, 즉 지금껏 변화에 저항해왔던 과거의 나로부터 서서히 탈피해나가는 과정이다.

지금 이곳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어떻게 불려야 하는 존재인가? 삶에서 나는 어떠한 가치나 특성, 능력을 구현해나가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를 사소한 것들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우리의 좌절과 실망을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또한 세상의 기대에 맞추며 안전한 상태로 머물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기보다 더 큰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같은 순간들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에게 에너지를 제공하고 그다음 단계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새로운 미래로 뻗어갈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될 때만 우리는 단지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오랜 시간 영혼의 험난한 바다를 표류했다. 이제 이 책의 21가지 질문들을 통해 우리에게 내려진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해볼 시간이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새로운 항로를 설정하고 바람의 방향에 맞춰 행해를 계속해나가면 된다.

이렇게 이동해나가는 동안,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저자 : 제임스 홀리스


스위스 융연구소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했다. 17권의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 워싱턴DC에서 활동하고 있는 융학파 정신분석가로 워싱턴 융소사이어티 이사를 지냈다. 마흔의 위기를 ‘인생의 중간항로’라고 표현한 그는 그림자와 무의식, 콤플렉스 등 융 심리학의 지혜를 통해 인생의 갈림길에서 영혼의 부름에 귀를 기울이고 불안과 혼돈의 시간을 현명하게 통과하는 21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마흔이 되었다》, 《인생 2막을 위한 심리학》, 《에덴 프로젝트》 등이 있으며, 모두 19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역자 : 이정란


국민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에디터로 근무했으며, 호주 맥쿼리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스파크》,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선물의 힘》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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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말 - 포스트코로나, 공자에게 길을 묻다
최종엽 지음 / 읽고싶은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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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 초 예년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자신들의 삶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것처럼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병이 한 지역에서 발발하자 채 한두 달도 지나지 않아 전 세계에 퍼지면서 지구촌 삶의 일상이 달라졌다. 감염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사망자 또한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는 그야말로 전쟁 후 페허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상이 서서히 정지돼 갔다. 마치 인류의 종말이 시작된 것처럼...

2차 세계대전 참가자들이 아직 생존자가 많아 그 전쟁 때도 도시가 이렇게까지 조용한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최소한 최근 100년 동안에는 이런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하찮은 바이러스에 의해서 이렇게 전 세계가 무너지고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종말이 현실에서 느껴지도록 위협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경험하지 않았던 일이라 누구에게 묻기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 채 새로운 유행어 '집콕'한 채 TV를 통해 치료제와 백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나 의사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와야만 집밖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간은 어떠한 난관에도 헤쳐나갈 지혜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럼 그 지혜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분명 과거에도 같은 일은 아니더라도 이런 비슷한 위기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역사 속에서, 과거의 역사 속 인물에서 배울 수 있다. 과거에도 많은 일들을 겪고 이겨내고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 온 것일 테니. 그래서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공자를 만나고 공자의 지혜를 통해 지금을 극복해 보자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공자의 말 : 포스트코로나, 공자에게 길을 묻다』이다. 지금 감염병 상태를 직접 극복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결국 살아 남을 테니 코로나 이후를 개인 스스로 배워 살아나가야 하는 당위성에 따른 것이다.

이 책에는 "서로를 세워주고 서로에게 성장의 맛을 갖게 하는 것이 리더의 참된 모습이다"처럼 '리더'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의역했지만 원래 표기는 '군자(君子)'이다. 군자는 당시 지도자, 즉 왕이나 사대부를 말한다. 오늘날 '리더'로 표현해도 다름이 없다. 저자는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리더로 표현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책은 1,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나'를 중심을 생각할 수 있는 공자의 말들이다. 나의 성장과 발전, 학습을 통한 성장, 자신의 수양과 수련과 관련한 인문적 소양이 담겨 있다.

2부는 '우리'에 대해 생각한다. 조직의 발전과 성장을 중심으로 조직 속의 우리를 위한 인간관계, 가정에서의 효와 우애, 조직경영전략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자로 된 말이어서 원문을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자와 공자의 말을 전공해온 학자가 주석을 달아 오늘날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써준다. 혼자 읽다보면 한자로 된 원문이 페이지 밑에 조그만 활자로 나와 있다. 원문과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다. 뜻과 의미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배려로 읽힌다. 또 여백이 많은 것은 공자의 말은 워낙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독자의 생각이나 나름의 주석을 달아놓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때 이렇게 이해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조금 다르네"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해 편집진의 배려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목차에 페이지에 담긴 키워드를 주욱 나열해 있으니 다시 읽고 싶은 페이지가 있으면 목차 옆에 표시해 두면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자로 된 고전이기 때문에 어렵다거나 이해하게 쉽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은 버리는 것도 괜찮다. 한 페이지에 공자의 짧은 어록 하나씩을 담고 그에 대해 쉬운 설명을 세심하게 해주어 책을 편안하게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다. 또한 한번에 다 읽 보다 늘 곁에 두고 읽으면 짧은 시간 안에서도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간단한 내용들로 구성이 되고 중간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사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아니지만 극복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배우기에는 좋은 책이다.

누군가로부터 단 여섯 단어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라는 숙제를 받는다면 가장 적절한 단어는 어떤 것일까? 누구에게나 인생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 기회 잡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20년 혹은 30년을 일하고도 아직 미래가 불안하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 평생학습 시대, 전염병의 시대 속에 진정 앎이란 무엇일까? 우리에게 파도처럼 쉼 없이 다가서는 근심 걱정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기로에 서거나 갈림길에서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렇듯 우리가 사는 삶에는 무수한 질문과 궁금함이 있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공자에게 질문했다. 공자에게 길(道)을 묻고 공자에게서 길을 찾았다. 탁월한 기업가의 한 사람이었던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1980년대 중반에 출간된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감명을 받은 책, 혹은 좌우에 두는 책을 들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이 논어이다. 나는 경영에 관한 책에는 흥미를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영의 기술보다는 인간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

성공한 창업가로서 그 누구보다도 경영의 기술을 갈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경영의 기술보다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지혜가 논어에는 수없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머리말> 중에서



중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서양의 예수회 선교사들은 중국에서 기독교를 선교하려면 중국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17세기에 이미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주역' '효경' '소학' 등을 라틴어와 영어로 번역했다. 특히 논어는 1621년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볼테르, 라이프니츠, 루소, 케네, 흄, 애덤 스미스에 이르기까지 18세기 유럽의 최고 지식인들은 공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자 사상은 1688년 영국 명예혁명부터 1789년 프랑스 대혁명까지의 약 100여 년간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의 씨앗이 되었다. 계몽주의의 선도 주자였던 볼테르는 영국의 경험론을 배경으로 공맹 철학을 전면적으로 수용해 합리주의 철학을 버리고 근대화 혁명의 지도 이념으로 삼았다. 그는 공자의 법을 따랐던 시대를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존경할 만한 시대로 평가하기도 했다.



공자의 말은 진행형이다. 다음 부분은 독자의 평생 좌우명이 됐다. 논어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감명 깊은 어구여서 원문화 우리말 모두를 외우고 또 외웠다. 길지 않은 것이고 세상 사는 독자의 기준 원칙이 됐고, 사회생활에도 실천해 큰 덕을 본 것이 많다.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

나도 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사람도 하고 싶지 않을 테니 억지로 시키지 마라. 속는 게 싫으면 속이지 마라. 뺏기는 게 싫으면 빼앗지 마라. 적은 게 싫으면 적게 주지 마라. 거만한 게 싫으면 거만하지 마라. 위선이 싫으면 속이지 마라. 짜증이 싫으면 짜증 내지 말라고 이르는 말이다. 유대교에서는 황금률이라고 해서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고 한다. 요즘처럼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아 폭력도 서슴지 않을 때는 깊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가르침이다.

2500년 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1000년 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지금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1000년 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2500년 후에도 욕 듣는 게 싫으면 제발 욕하지 마세요.



공자는 좋아하는 일을 당장 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라고 말한다. 지금도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좋아할 수 있는 일이 된다는 의미다. 특별한 애정 없이도 지금까지 무난하게 일해 왔다면 특별한 애정이 생기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이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재해석이 가능하다. 환경만 탓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남탓, 환경탓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정복하기보다 내 마음을 이겨내는 것이 먼저이다. 이 책 『공자의 말』은 공자가 했던 말을 여러 가지 주제로 나누었다.

먼저 자신을 갈고 닦아 성장하기 위한 말들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교육도 '인성'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공자도 '사람됨'이 먼저라고 했다.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사람들에게 최대한 배려와 이해로 인간관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가르침을 준 것이다. '절차탁마'라고 옥을 캐내듯이 자르고 갈고 쪼고 문지르는 정신이 필요하다. 자신을 갈고 닦는 의미로 꼭 지식을 채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겸손하고 배움에 있어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지는 것이다. 공자는 자신도 끊임없이 배우려고 했고 수양이 되지 않는 사람은 쉽게 천박해진다고 했다.



저자 : 최종엽(카이로스경영연구소 대표)


한양대학교에서 인재개발교육(석사), 평생학습(박사수료)을 전공했습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인사과장, 경영혁신차장, PA부장으로 20여년 일했습니다. 현재는 카이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강사, 면접전문위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금논어』, 『강사트렌드 코리아2020』(공저), 『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일하는 나에게 논어가 답하다』,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블루타임』, 『사람예찬』(공저), 『서른살 진짜 내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미국특보 105』등 12권의 저서가 있다. 전국 강사경연대회(2016)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명강사(209호)로 MBC ‘TV특강’, KBC ‘화통’, CJB ’스페셜’등 여러 방송 강연을 비롯하여, 연간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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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신(神)은 인간에게 여러가지를 베풀었지만 과연 술도 신이 베푼 선물인가. 아니면 선악과와 같은 것인가. 이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고 에덴 동산에서 쫒겨나듯이 술 역시 그런 시험대에 들게 하는 음식이었을까. 인간은 술 역시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류 역사와 거의 비슷하게 지속돼 온 술은 세상 속 각 지역별로 모습과 색, 향이 바뀌며 다양하게 이어져 내려왔다. 술은 기분을 좋게 하는 '약'으로 대접받기도 했고, 인류 문명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반면 개인 건강에 막대한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독자도 술을 좋아하고 잘 마셨지만 지나친 음주가 낳는 나쁜 결과가 나타나서야 술로부터 해방됐다. 지금은 술과 담을 쌓았지만 술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다. 술 마실 때의 그 좋은 분위기와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기분 좋은 분위기나 대화를 잊을 수 없어서이다. 그렇게 술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필수불가결하게 등장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로 '신의 선물'로 지칭돼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반면 인간 건강에는 지나칠 경우 많은 해악을 가져온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행복도 짓밟을 수 있는 '신의 벌'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다. 아무튼 술의 선한 영향과 해악을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술은 언제 어디서나 인류 삶에 필수적으로 영향을 미친 음식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이다. 술 때문에 인류 역사는 큰 변화를 가져왔을 터 술에 대한 이야기 자체보다 술로 인해 빚어진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저자는 보통 사람과 좀 다른 의미로 술을 대했던 것 같다.

술로 세계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술로 벌어진 일은 세계사를 바꿀 만큼 영향력이 있었나? '애주가'였던 독자로서는 궁금하다. 저자는 스카치, 버번, 캐나디언 클럽, 코냑, 워커, 럼주, 와인 등은 지역을 대표하는 각양각색의 술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각 지역의 문화적 특색이 담긴 술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또 어떻게 세계로 확산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은 인류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주장이다. 경청하고 어떤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알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보드카, 데킬라, 소주 등 전 세계의 모든 증류주는 9세기에 이슬람에서 연금술을 위해 발명된 증류기 알렘빅에서 시작되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액체 빵’ 맥주, 흑사병의 공포가 낳은 위스키와 브랜디, 음료수 대신이었던 대항해 시대의 와인, 겨울의 추위가 낳은 기적의 술 샴페인 등 세계를 둘러싼 다양한 술의 재미있고 생생한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술의 기원으로 거슬러올라가 시작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술을 마셨을까. 인류가 최초로 만든 술은 꿀을 발효시켜 만든 ‘봉밀주’라는 설도 있고, 원숭이가 나무 구멍 속에 모아놓은 과일이 자연 발효되어 술이 되었더라는 ‘원숭이 술’ 이야기도 있다. 독자는 후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저자의 탐구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듯하다. 최초로 만든 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면 기록으로 남는 문자 발명 이전부터 존재해온 술의 기원을 명확하게 기록한 문서는 없을 터이니. 인간은 술의 존재를 수렵 채집 시대부터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초의 술이 기록으로 남아 있을 리 없다. 아마도 알코올 발효를 처음 접한 인간은 좋은 향기를 풍기며 썩어가는 액체를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맛보았을 것이고, 취기라는 흥분된 기분을 알게 되면서 이 오묘한 액체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알코올 세계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생활 속에서 발효라는 신비로운 현상을 깨달은 인류는 시대가 지남에 따라 다양한 술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저자의 판단에 공감한다.

‘봉밀주(Mead)’, 우리 말로 하면 '꿀술'쯤 된다. 사실 꿀은 벌이 꽃에서 채취하였지만 벌의 체내에 있는 효소들이 분해하여 발효되기에 매우 좋은 상태라고 한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도 꿀을 채취하는 그림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인류는 최소 15,000년 전부터 꿀을 식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꿀로 술을 만드는 것은 물을 섞어 희석하는 것 외에는 별도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우 쉽고도 간단하여 아마 꿀을 채취하는 시점에서 인류는 술을 만들어 즐겼을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한다.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의미하는 ‘허니문 (Honeymoon)’이라는 단어 역시 이 봉밀주에서 유래했다고도 하는데...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꿀 채취 그림이 봉밀주의 기원이 될까.



저자는 술의 문명을 탐구하기 위해 인류사도 끌어들인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사는 ① 장기간에 걸친 수렵과 채집 시기, ② 농경의 시작과 도시 출현 시기, ③ 유라시아 여러 문화 간 교류 시기(7~14세기), ④ 대항해 시대, 즉 신구 양 대륙의 교류 시기(15~16세기), ⑤ 산업혁명 이후의 시기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술 문화의 변모 과정도 그대로 겹쳐진다. ①시기에는 포도, 야자, 꿀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소재를 발효시켜 양조주를 만들기 시작했고, ②시기에는 곡물을 발효시켜 대량의 양조주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술이 대중화되었고, ③시기에는 이슬람 세계의 증류기가 동서로 전해지면서 아락, 소주, 보드카, 위스키, 브랜디 등의 증류주가 탄생했다. ④시기에는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교류가 활발해져 향신료, 과일 등이 술 문화와 얽혀 다양한 혼성주가 등장했고, ⑤시기에는 연속 증류기가 발명되어 술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고 칵테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술 문화의 세계화가 이루어졌다. 인류의 행보와 술의 역사를 함께 생각해보면, 술도 인류 문화의 한 부분임이 틀림없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의 무수히 많은 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효모가 당분을 알코올 발효시킨 ‘양조주’, 양조주를 증류시켜 알코올 순도를 높인 ‘증류주’, 증류주에 허브, 향신료 등을 섞은 ‘혼성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쉽게 알코올 발효가 되는 포도, 사과 등의 과실과 야자나 버섯 등의 수액, 꿀이나 가축의 젖을 이용해 양조주를 만들었다. 봉밀주, 와인, 마유주, 야자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발효 기술이 발전하여,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으로 널리 이용되는 곡물을 원료로 삼아 대량의 양조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는 맥주, 황주, 일본주, 치차 등이 있다.

술의 세계가 단숨에 확대된 계기는 이슬람 세계에서 연금술로 금이나 은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증류기가 술 제조에 사용되면서부터이다. 증류기로 양조주를 가열하고 증류하여 알코올 농도를 높인 증류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증류주에는 브랜디, 칼바도스, 키르슈바서, 위스키, 진, 보드카, 아쿠아비트, 럼, 데킬라 등 종류가 매우 많다. 또한 증류주에 허브, 향신료, 과실, 사탕수수, 착색료 등을 첨가하면 혼성주가 된다. 시대에 따라 순차적으로 등장한 술 문화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중첩되고 조합되어, 오늘날 세련되게 발전한 술의 세계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제부터 저자의 말에 집중한다. 궁금했던 부분이다. 인류 역사에서 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왕 제임스 1세는 청교도를 엄하게 탄압했고, 이를 참을 수 없었던 102명의 청교도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넘어 신대륙으로 향했다. 2개월이 넘는 고난의 항해 끝에 미국 연안에 닿았는데, 본래는 좀 더 남하하여 따뜻한 남쪽 땅에 식민지를 세울 예정이었으나 물 대신 마시던 맥주가 떨어져 매사추세츠만에 닻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맥주가 미국을 탄생시켰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맞는 말인가. 독자는 처음 듣는 얘기인 데다 미국의 건국의 발상지가 맥주를 마시기 만들어 마시기 위해서 내린 곳이라고? 또한 프랑스혁명은 파리 시민에 의한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바스티유 습격 3일 전부터 와인 밀수업자가 이끌던 민중에 의해 파리 주변의 관세문 습격이 잇따랐고 그 연장선상에서 바스티유 습격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혁명에서 타도의 대상이 된 부르봉 왕가의 이름을 단 위스키 ‘버번’이 혁명이 발발한 해에 미국에서 탄생해 합중국의 국민 술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놀라운 얘기고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이집트와 그리스 신화 속 와인, 액체 빵이었던 최초의 맥주, 무취와 무색투명한 보드카, 페스트를 치료하는 생명수로 불리던 브랜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위스키, 메디치가에 의해 전파된 리큐어, 용설란으로 만드는 데킬라, 감자를 원료로 만든 자양 강장주 아쿠아비트,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든 해적의 술 럼, 추위가 만들어낸 발포주 샴페인, 네덜란드와 영국, 미국이 공동으로 발전시킨 진,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 고흐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압생트, 미국의 금주법을 기회로 성장한 캐나디안 위스키와 영국의 스카치, 칵테일을 대표하는 맨해트과 마티니 등 세계사 속 흥미롭고 재미있는 술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에 따르면 먼 옛날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벽을 가볍게 넘나들게 하는 술이 주는 특별한 기분을 신의 세계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취기로 인해 쾌감, 환상, 환각, 현기증을 느끼며 비일상적인 세계로 인도되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신과 접했다거나 신이 되었다면서 술을 신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도 술을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하늘이 내려준 선물인 술은 줄곧 인간과 함께해왔다. 술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인류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압생트 상음자 가운데 중독자가 늘자, 노동 의욕 감퇴, 범죄 양산 등의 사회 문제가 빈발했다. 압생트를 애용한 예술가로 모파상, 베를렌, 고갱, 모네, 드가, 피카소, 헤밍웨이 등이 유명한데, 섬세한 시인으로 알려진 베를렌(Verlaine, 1844~1896)과 술집을 좋아하여 무희나 관객의 모습을 즐겨 그린 화가 툴루즈 로트렉(Toulouse-Lautrec, 1864~1901) 등은 압생트 중독으로 비참한 생애를 마감했다.

고흐(Gogh, 1853~1890)도 자화상을 그릴 때 방해가 된다며 왼쪽 귀를 절단하거나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는데, 이런 행동도 압생트를 수시로 마셔 정신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고흐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술 압생트」 중에서


저자 : 미야자키 마사카츠


1942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도립미타고등학교, 구단고등학교, 쓰쿠바대학 부속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를 역임했다. 이후 쓰쿠바대학 강사와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여 년 넘게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NHK 고교 강좌 〈세계사〉의 전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 퇴임 후, 중앙교육심의회 전문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NHK 방송 문화센터, 아사히 컬처센터, 도큐 세미나 BE 등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며 역사서의 저술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등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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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 시대를 앞서간 SF가 만든 과학 이야기
조엘 레비 지음, 엄성수 옮김 / 행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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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구촌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른 이슈가 모두 묻혔다. 늘 세계의 10대 뉴스에 들어가는 미국 대통령 선거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 치러져 큰 이슈화되지 못한 채 국내 정치화되었고, 전쟁중이었던 시리아의 난민 얘기도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지구촌 뉴스에서 실종됐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렇게 강력하고 인류에 위협적이라는 반증이다. 오히려 100년 전 '스페인 독감'으로 1억명의 희생자를 냈다는 팬데믹 상황이 자주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국민 모두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느라 가장 현실적인 대북 문제나 대 중국 무역 뉴스도 묻힌 느낌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 경제도 침체되는 바람에 희망적인 뉴스는 사라졌지만 비대면 산업이 크게 부상됐다. 4차 산업 시대를 앞당기는 비대면 산업이다보니 택배 산업이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과 함께 크게 부상된 것 같다. 문학 분야에서는 예년과 달리 SF 분야가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아마 바이러스 해결을 위한 의학 때문이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의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4차 산업 시대에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과 의학은 직접 관련 분야 아닌가.



지금까지 누군가에게는 취향의 하나로 또는 여가의 일부로 비칠 수 있는 SF가 사실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새로운 기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과학은 정확한 것이 생명인데 상상력의 소산인 SF와는 어울리지 않은 조합 같지만 인간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과학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는 비과학계도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리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술 중에는 SF에서 먼저 예견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그것이 실현되는 데 도움까지 준 기술이 셀 수 없이 많다.

이에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From science fiction to science fact』의 저자 조엘 레비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상상에서 시작된 과학기술이 어떻게 현실이 되고 우리의 삶에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니콜라 테슬라, 베르너 폰 브라운 같은 혁신적인 발명가는 물론 쥘 베른, 올더스 헉슬리,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SF계에 한 획을 그은 작가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스타트렉〉이나 〈6백만 달러의 사나이〉 같은 영화, TV 시리즈 등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신용카드, 휴대용 단말기 등 일상생활에 친숙한 기술부터 생명연장을 가능케 한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탱크, 원자폭탄 등 군사·무기기술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 우주과학 기술까지 혁신적이고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견과 발명이 있기까지 뛰어난 선견지명으로 미래를 예측한 SF 작가들과 천재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영화〈태양의 제국Empire of the Sun〉의 원작자이자 SF 역사가인 J. G. 발라드는 “모든 것은 SF로 통한다. 거의 보이지 않는 문학의 가장자리에서 20세기의 온전한 현실이 생겨났다. 현대의 SF 작가들이 오늘 발명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는 내일 실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지력이 뛰어난 누군가의 상상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상상이 모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상상하지 않았다면 인류가 오늘과 같은 과학기술을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SF와 과학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저자는 과학 분야를 우주와 교통, 군사와 무기, 생활 방식과 소비자, 의학과 생체공학, 커뮤니케이션 등 5개 분야로 나눠 SF와의 연계성을 분석한다.

군사와 무기의 경우 저자에 따르면 나치 독일에서 V-2로켓을 개발하고 미국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이끈 천재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은 1951년『프로젝트 화성』라는 SF소설을 발표한다. ‘일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성의 지배자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인류의 화성 탐사 계획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유인 화성 이주 계획과 상당히 유사하다. 일론 머스크가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화성 이주 계획이 폰 브라운의 SF소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혁신적인 기술들 대부분은 SF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자동차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1980년대에 방영된 TV 시리즈 〈전격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 1세기 앞선 1894년에 존 제이콥 애스터 4세가 쓴 소설 『다른 세계에서의 여행』에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고 설명한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패드 등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는데, 이런 휴대용 단말기는 1890년에 이그나티우스 도널리가 쓴 소설 『시저의 칼럼 : 20세기의 이야기』에서 ‘스크린 신문’의 형태로 이미 등장했고, TV 시리즈물〈스타트렉〉이나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그 디자인과 사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인류 의료기술 중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상용화된 뢴트겐의 X선은 그보다 3년 앞서 필랜더가 쓴 동화 「일렉트라: 20세기의 신체 진단 이야기」에서 예견된 바 있다. 모든 것은 SF로, 모든 SF는 과학으로 통한다는 의견이다.

이 책은 이런 SF 소설, 영화, TV 시리즈에 등장한 기술과 현실 속 기술 사이에 얼마나 밀접하면서도 놀라운 관계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각 기술의 역사와 그 발전상을 더듬어보며, 선견지명이 있는 SF적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되었는지 그 과정을 깊이 탐구한다.



책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 왕립위원회에서 처칠은 영국 군사 기술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탱크의 출현에 큰 영감을 준 것은 H. G. 웰스의 소설 「육상 철갑함」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1949년 베르너 폰 브라운이 화성으로의 여행을 주제로 쓴 소설 『프로젝트 화성 : 기술적인 이야기』에는 ‘일론’이라는 이름의 화성 지배자가 등장한다. 실제로 유인 화성 탐사 계획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프로젝트 화성』을 읽었는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야심만만한 그의 화성 로켓 발사 프로그램이 베르너 폰 브라운의 비전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쥘 베른, H. G. 웰스, 올더스 헉슬리,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위대한 SF 작가들의 비전은 현대 기술의 발전에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니콜라 테슬라와 베르너 폰 브라운,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과학 분야의 천재와 산업 분야의 선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또 원자폭탄(H. G. 웰스), 원격조종 드론(에드워드 벨러미), 현금 없는 사회(윌리엄 깁슨), 3D 프린터(〈스타 트렉〉), 무인 자동차(아이작 아시모프), 달 로켓(에르제), 인조인간(메리 셸리), 휴대용 단말기(스탠리 큐브릭과 아서 C. 클라크) 등 많은 SF 및 현실 속의 기술들도 접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책과 잡지의 표지, 역사적인 그림과 문서, 영화와 인기 TV 시리즈의 장면, 오늘날 현실로 재현된 기술과 관련된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대를 앞서간 현실’이라 일컬어지는 SF와 현실 과학의 연관성을 통해 SF 작가들과 과학자들이 어떻게 세상에 없던 미래를 창조해가는지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애스터의 선견지명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초기 자동차 디자인 중 상당수는 전기 자동차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이 다음 세기에 지배적인 자동차 모델이 되리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p. 16)


1870년에 출간한 소설 『해저 2만 리』에서 쥘 베른은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꿈’이라면서 어떤 배에 대해 설명했다. 아주 꼼꼼하면서도 자세한 설명을 통해 그는 자신이 말하는 배가 모든 면에서 당대의 해양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배인 것은 사실이나, 그러면서 동시에 당시의 기술로도 얼마든지 제작 가능한 배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뛰어난 예지력과 지혜와 의지 그리고 동원 가능한 자원을 가진 대담한 사람이 한 사람만 있다면 이런 배는 현재의 과학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다.” (p. 27)


SF 소설에서 화폐의 미래에 대한 예견은 그 역사가 아주 깊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 에드워드 벨러미Edward Bellamy는 자신의 1888년 소설 『뒤를 돌아보며Looking backward』에서 ‘신용카드credit card’에 대해 예견했는데, 심지어 그 이름까지 오늘날과 똑같았다'(p. 147)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리', '신비의 섬' 등의 공상과학 소설을 쓴 '쥘 베른'은 당시엔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를 소설로 쓴 작가이다. 그런데 쥘 베른의 소설을 읽으면 놀라운 것이 있다. 쥘 베른의 상상속에서 생겨난 것이 있는데 그건 작가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잠수함'이다. 잠수함 '노틸러스 호'는 사실 완전히 쥘 베른이 발명한 것은 아니다. 당시엔 잠수함이 만들어지는 시기였고 이후에 잠수함 디자이너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추게 된 것이다. 쥘 베른의 소설은 실제 잠수함이 출현에 일조하고 잠수함은 그 다음 전쟁에 참여해 거의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게 된다. 쥘 베른은 바다나 땅속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달을 향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소설에서 로켓을 타고 달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쥘 베른은 아마도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물리적으로 제대로 간파한 것을 소설로 만들었다. SF 소설들이 달 로켓 발사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관광지에서는 하늘에 드론이 날고 있는 경우들이 많아 가끔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드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드론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자율형 무기 또는 드론형 무기로 만들어졌다. 휴고 건스백은 잡지 편집자이자 SF 작가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게 된다. 휴고 건스백이 드론형 무기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는데 1918년에 소개되었다. 온갖 폭탄들로부터 안전하고 화염이나 가장 치명적인 가스도 개의치 않을 강력한 병사가 필요하다고 건스백은 설명했다. 또 우리 주변에서 없으면 서운할 정도로 많은 CCTV는 소설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빅브라더라는 말로 예견했다. 소설 '1984'는 억압적인 국가 감시, 감시 국가의 출현에 대해 다룬 소설로 알려져 있다. 소설 '1984' 주인공의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텔레스크린이 묘사되었는데 이 기계의 가시권 안에 있는 한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이나 생활이 보여지는 현대의 CCTV와 같았다.



공상과학이라는 용어는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지만, 영화에서도 먼 미래를 가정하여 상상한 과학적인 요소에도 적용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과학기술이나 처음부터 상상으로 만들어진 과학적 창의력으로 탄생한 기술들이 많이 있다.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일부는 실제로 현실화된 것들도 있고, 일부는 아직도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과학기술이기도 하다. 50년 전에 토끼들이 살던 달나라에 지금은 인간이 여행 갈 정도로 과학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신기했던 것이 이제는 대부분 당연한 기술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가 더 궁금해지기도 하다.


저자 : 조엘 레비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과학과 역사 전문 작가 겸 저널리스트.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후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턴의 노트(Newton's Notebook)』 『침대 맡에 두고 보는 화학(The Bedside Book of Chemistry)』 『성당 안의 한 마리 벌(A Bee in a Cathedral)』 등 과학과 역사에 관한 책 10여 권을 썼다. 특히 『성당 안의 한 마리 벌』은 비유와 인포그래픽으로 과학의 세계를 설명해 크게 주목받았다. 『브리티시 내셔널 프레스(British National Press)』 등의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면서 TV와 라디오 등에도 출연해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그 외에도 『Poison 독의 세계사』(세경북스)를 비롯해 『숫자로 끝내는 화학 100』, 『숫자로 끝내는 역사 100』, 『BIG QUESTIONS 수학』 (이상 지브레인), 『익사이팅 사이언스』(엑스오북스), 『사과는 왜 떨어졌을까?』(써네스트), 『과학자들의 대결』(바이북스) 등 다양한 책을 집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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