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 시대를 앞서간 SF가 만든 과학 이야기
조엘 레비 지음, 엄성수 옮김 / 행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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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구촌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른 이슈가 모두 묻혔다. 늘 세계의 10대 뉴스에 들어가는 미국 대통령 선거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 치러져 큰 이슈화되지 못한 채 국내 정치화되었고, 전쟁중이었던 시리아의 난민 얘기도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지구촌 뉴스에서 실종됐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렇게 강력하고 인류에 위협적이라는 반증이다. 오히려 100년 전 '스페인 독감'으로 1억명의 희생자를 냈다는 팬데믹 상황이 자주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 나라도 정부나 국민 모두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느라 가장 현실적인 대북 문제나 대 중국 무역 뉴스도 묻힌 느낌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 경제도 침체되는 바람에 희망적인 뉴스는 사라졌지만 비대면 산업이 크게 부상됐다. 4차 산업 시대를 앞당기는 비대면 산업이다보니 택배 산업이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과 함께 크게 부상된 것 같다. 문학 분야에서는 예년과 달리 SF 분야가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아마 바이러스 해결을 위한 의학 때문이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의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4차 산업 시대에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과 의학은 직접 관련 분야 아닌가.



지금까지 누군가에게는 취향의 하나로 또는 여가의 일부로 비칠 수 있는 SF가 사실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새로운 기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과학은 정확한 것이 생명인데 상상력의 소산인 SF와는 어울리지 않은 조합 같지만 인간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과학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는 비과학계도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리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술 중에는 SF에서 먼저 예견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그것이 실현되는 데 도움까지 준 기술이 셀 수 없이 많다.

이에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From science fiction to science fact』의 저자 조엘 레비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상상에서 시작된 과학기술이 어떻게 현실이 되고 우리의 삶에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니콜라 테슬라, 베르너 폰 브라운 같은 혁신적인 발명가는 물론 쥘 베른, 올더스 헉슬리,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SF계에 한 획을 그은 작가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스타트렉〉이나 〈6백만 달러의 사나이〉 같은 영화, TV 시리즈 등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신용카드, 휴대용 단말기 등 일상생활에 친숙한 기술부터 생명연장을 가능케 한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탱크, 원자폭탄 등 군사·무기기술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 우주과학 기술까지 혁신적이고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견과 발명이 있기까지 뛰어난 선견지명으로 미래를 예측한 SF 작가들과 천재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영화〈태양의 제국Empire of the Sun〉의 원작자이자 SF 역사가인 J. G. 발라드는 “모든 것은 SF로 통한다. 거의 보이지 않는 문학의 가장자리에서 20세기의 온전한 현실이 생겨났다. 현대의 SF 작가들이 오늘 발명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는 내일 실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지력이 뛰어난 누군가의 상상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상상이 모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상상하지 않았다면 인류가 오늘과 같은 과학기술을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SF와 과학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저자는 과학 분야를 우주와 교통, 군사와 무기, 생활 방식과 소비자, 의학과 생체공학, 커뮤니케이션 등 5개 분야로 나눠 SF와의 연계성을 분석한다.

군사와 무기의 경우 저자에 따르면 나치 독일에서 V-2로켓을 개발하고 미국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이끈 천재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은 1951년『프로젝트 화성』라는 SF소설을 발표한다. ‘일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성의 지배자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인류의 화성 탐사 계획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유인 화성 이주 계획과 상당히 유사하다. 일론 머스크가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화성 이주 계획이 폰 브라운의 SF소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혁신적인 기술들 대부분은 SF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자동차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1980년대에 방영된 TV 시리즈 〈전격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 1세기 앞선 1894년에 존 제이콥 애스터 4세가 쓴 소설 『다른 세계에서의 여행』에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고 설명한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패드 등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는데, 이런 휴대용 단말기는 1890년에 이그나티우스 도널리가 쓴 소설 『시저의 칼럼 : 20세기의 이야기』에서 ‘스크린 신문’의 형태로 이미 등장했고, TV 시리즈물〈스타트렉〉이나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그 디자인과 사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인류 의료기술 중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상용화된 뢴트겐의 X선은 그보다 3년 앞서 필랜더가 쓴 동화 「일렉트라: 20세기의 신체 진단 이야기」에서 예견된 바 있다. 모든 것은 SF로, 모든 SF는 과학으로 통한다는 의견이다.

이 책은 이런 SF 소설, 영화, TV 시리즈에 등장한 기술과 현실 속 기술 사이에 얼마나 밀접하면서도 놀라운 관계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각 기술의 역사와 그 발전상을 더듬어보며, 선견지명이 있는 SF적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되었는지 그 과정을 깊이 탐구한다.



책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 왕립위원회에서 처칠은 영국 군사 기술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탱크의 출현에 큰 영감을 준 것은 H. G. 웰스의 소설 「육상 철갑함」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1949년 베르너 폰 브라운이 화성으로의 여행을 주제로 쓴 소설 『프로젝트 화성 : 기술적인 이야기』에는 ‘일론’이라는 이름의 화성 지배자가 등장한다. 실제로 유인 화성 탐사 계획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프로젝트 화성』을 읽었는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야심만만한 그의 화성 로켓 발사 프로그램이 베르너 폰 브라운의 비전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쥘 베른, H. G. 웰스, 올더스 헉슬리,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위대한 SF 작가들의 비전은 현대 기술의 발전에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니콜라 테슬라와 베르너 폰 브라운,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과학 분야의 천재와 산업 분야의 선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또 원자폭탄(H. G. 웰스), 원격조종 드론(에드워드 벨러미), 현금 없는 사회(윌리엄 깁슨), 3D 프린터(〈스타 트렉〉), 무인 자동차(아이작 아시모프), 달 로켓(에르제), 인조인간(메리 셸리), 휴대용 단말기(스탠리 큐브릭과 아서 C. 클라크) 등 많은 SF 및 현실 속의 기술들도 접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책과 잡지의 표지, 역사적인 그림과 문서, 영화와 인기 TV 시리즈의 장면, 오늘날 현실로 재현된 기술과 관련된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시대를 앞서간 현실’이라 일컬어지는 SF와 현실 과학의 연관성을 통해 SF 작가들과 과학자들이 어떻게 세상에 없던 미래를 창조해가는지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애스터의 선견지명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초기 자동차 디자인 중 상당수는 전기 자동차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이 다음 세기에 지배적인 자동차 모델이 되리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p. 16)


1870년에 출간한 소설 『해저 2만 리』에서 쥘 베른은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꿈’이라면서 어떤 배에 대해 설명했다. 아주 꼼꼼하면서도 자세한 설명을 통해 그는 자신이 말하는 배가 모든 면에서 당대의 해양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배인 것은 사실이나, 그러면서 동시에 당시의 기술로도 얼마든지 제작 가능한 배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뛰어난 예지력과 지혜와 의지 그리고 동원 가능한 자원을 가진 대담한 사람이 한 사람만 있다면 이런 배는 현재의 과학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다.” (p. 27)


SF 소설에서 화폐의 미래에 대한 예견은 그 역사가 아주 깊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 에드워드 벨러미Edward Bellamy는 자신의 1888년 소설 『뒤를 돌아보며Looking backward』에서 ‘신용카드credit card’에 대해 예견했는데, 심지어 그 이름까지 오늘날과 똑같았다'(p. 147)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리', '신비의 섬' 등의 공상과학 소설을 쓴 '쥘 베른'은 당시엔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를 소설로 쓴 작가이다. 그런데 쥘 베른의 소설을 읽으면 놀라운 것이 있다. 쥘 베른의 상상속에서 생겨난 것이 있는데 그건 작가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잠수함'이다. 잠수함 '노틸러스 호'는 사실 완전히 쥘 베른이 발명한 것은 아니다. 당시엔 잠수함이 만들어지는 시기였고 이후에 잠수함 디자이너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추게 된 것이다. 쥘 베른의 소설은 실제 잠수함이 출현에 일조하고 잠수함은 그 다음 전쟁에 참여해 거의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게 된다. 쥘 베른은 바다나 땅속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달을 향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소설에서 로켓을 타고 달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쥘 베른은 아마도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물리적으로 제대로 간파한 것을 소설로 만들었다. SF 소설들이 달 로켓 발사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관광지에서는 하늘에 드론이 날고 있는 경우들이 많아 가끔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드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드론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자율형 무기 또는 드론형 무기로 만들어졌다. 휴고 건스백은 잡지 편집자이자 SF 작가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게 된다. 휴고 건스백이 드론형 무기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는데 1918년에 소개되었다. 온갖 폭탄들로부터 안전하고 화염이나 가장 치명적인 가스도 개의치 않을 강력한 병사가 필요하다고 건스백은 설명했다. 또 우리 주변에서 없으면 서운할 정도로 많은 CCTV는 소설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빅브라더라는 말로 예견했다. 소설 '1984'는 억압적인 국가 감시, 감시 국가의 출현에 대해 다룬 소설로 알려져 있다. 소설 '1984' 주인공의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텔레스크린이 묘사되었는데 이 기계의 가시권 안에 있는 한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이나 생활이 보여지는 현대의 CCTV와 같았다.



공상과학이라는 용어는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지만, 영화에서도 먼 미래를 가정하여 상상한 과학적인 요소에도 적용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과학기술이나 처음부터 상상으로 만들어진 과학적 창의력으로 탄생한 기술들이 많이 있다.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일부는 실제로 현실화된 것들도 있고, 일부는 아직도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과학기술이기도 하다. 50년 전에 토끼들이 살던 달나라에 지금은 인간이 여행 갈 정도로 과학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신기했던 것이 이제는 대부분 당연한 기술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가 더 궁금해지기도 하다.


저자 : 조엘 레비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과학과 역사 전문 작가 겸 저널리스트.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후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턴의 노트(Newton's Notebook)』 『침대 맡에 두고 보는 화학(The Bedside Book of Chemistry)』 『성당 안의 한 마리 벌(A Bee in a Cathedral)』 등 과학과 역사에 관한 책 10여 권을 썼다. 특히 『성당 안의 한 마리 벌』은 비유와 인포그래픽으로 과학의 세계를 설명해 크게 주목받았다. 『브리티시 내셔널 프레스(British National Press)』 등의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면서 TV와 라디오 등에도 출연해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그 외에도 『Poison 독의 세계사』(세경북스)를 비롯해 『숫자로 끝내는 화학 100』, 『숫자로 끝내는 역사 100』, 『BIG QUESTIONS 수학』 (이상 지브레인), 『익사이팅 사이언스』(엑스오북스), 『사과는 왜 떨어졌을까?』(써네스트), 『과학자들의 대결』(바이북스) 등 다양한 책을 집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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