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
미리내공방 엮음 / 정민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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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韓)민족은 '오천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세운 고조선부터다. 이 시점을 단기(단군 기원)로 표현해 왔다. 서기(서력 기원) 이전부터 썼다. 1960년대 들어서서 비로소 공문서 등 모든 연도 표기를 서기로 바꿨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나라말(국어)을 배우고 역사를 배운다. 나라를 잃었을 때는 나라의 말과 글도 잃었다. 일제 강점기 때의 일이다. 물론 강제 조치이지만 하루 아침에 바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배우면서 수천 년 농업 국가로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배웠다.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었다는 게 증거라고 했다. 약간의 의문점을 가졌지만 6·25 한국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가 가르친 사실이어서 그대로 믿었지만. 

우리 역사 교과서에는 이처럼 자랑스러워 할 일이 많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약소국으로 오천년 세월을 살아온 저력의 민족이라는 데 더 큰 방점이 찍히는 우리 역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세부적인 사실을 추가로 배우면서 몰랐던 많은 사실을 배웠지만 우리 역사의 큰 줄기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운 바 그대로다. 독자가 초등학교 때는 한국 역사 수업 시간이 따로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처음 배웠다.(지금도 그럴 것 같다) 중학교 첫 역사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하셨던 말은 아직도 잊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말씀은 "자기 나라의 말이나 글을 모르는 것과 역사를 모르는 것은 '무식한' 사람들이고, 이들에게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말씀이었다. 이 책 『읽고 바로 써먹는 쓸모 있는 한국사』는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처럼 연대순으로 역사를 써 내려갔다. 역사 시간에 배운 역사서술 방법으로 편년체와 기전체가 기억에 남는다. 전자는 시간 순서로 기록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인물 중심의 서술 방식이다. 이에 따라 구별한다면 이 책은 기전체 서술이다. 책 한 권에 한반도 역사를 모두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나 이 책을 교과서 읽는 느낌으로 천천히 훑어본다면 매우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사의 소개글에 따르면 한반도의 유구한 반만년 역사는 한민족이라는 DNA가 축적된 우리의 진화 히스토리다. 이 책은 고조선, 신라·고구려·백제의 삼국,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와 조선, 일제 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를 모두 9개 파트로 나눠 일목요연하게 기술했다. 이 책 한 권으로 우리 역사의 명암을 통시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역사 인식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 나은 현재와 미래 실현을 꾀하자는 의미에서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만주 대륙을 호령하는 동아시아 최강국으로서 긍지의 역사를 펼치기도 했고(고구려), 일제 등 열강의 침탈에 무너져 치욕의 역사를 감내하기도 했고, 같은 민족 간 자중지란으로 혼돈의 역사를 토해내기도 했다(한국전쟁). 그리고 지금 더욱 더 불확실한 세계 안에서 여전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1세기, 우리의 한반도는 여전히 열강 사이에 낀 채 안정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며 국익을 도모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걸어온 역사를 이정표로 내세운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대부분 흥미 위주의 책이다. 심지어는 소설도 많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정확한 사실 기록은 정부에 의한 사관의 공식 기록일 터다. 우리가 조선시대를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 때문이다. 왕도 실록을 들여다볼 수 없게 한 조선의 역사 의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지난날의 역사를 바로 알고 되새길 때 긍정적인 미래가 열린다고도 배웠다. 과거를 읽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우리의 빅 히스토리,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가슴과 머리속에 담아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이 책은 시험을 앞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딱딱한 국사책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정리하여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각각의 내용마다 관련 이미지를 덧붙여 시각화했고, 시대별 핵심 사건을 스토리화하여 좀 더 재미있게 각인하도록 유도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우리 역사의 명암을 통시적으로 들여다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한 걸음 내딛기가 시작된다.

편저자 미리내공방은 「찬란한 반만년 역사, 위대한 민족의 긍지를 키우자!」란 제목의 〈머리말〉에서 "우리 역사는 아득한 옛날 기원전 2333년 아사달에 도읍을 정한 단군조선이 뿌리다. 원시시대인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최초의 고대국가인 고조선을 시작으로, 위만 조선, 낙랑·진번·임둔·현도의 한사군·대방군, 부여와 마한·진한·변한의 삼한, 신라·고구려·백제의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와 조선, 그리고 근세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왔다."고 설명한다.

또 우리나라는 고구려와 발해 시대에는 만주 대륙을 영토로 동아시아의 최대 강국으로 위력을 떨쳤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으로 분단된 채로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왔던 남북 통일방안도 여러 가지지만 평화, 민주, 자유주의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원칙엔 변함없다고 편저자는 밝힌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통일된 자유 민주국가를 이룩해야 하는 과업이 역사 앞에 가로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9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한국사 줄거리〉, 2장 〈우리 민족의 기원〉, 3장 〈삼국의 발전〉, 4장 〈후삼국과 발해〉, 5장 〈고려〉, 6장 〈조선〉, 7장 〈대한제국〉, 8장 〈일제 강점기〉, 9장 〈대한민국 탄생〉 등이다. 각 장에는 사건 위주로 소항목을 따로 마련해 구분하고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이를 테면 2장 〈우리 민족의 기원〉에서는 「상고시대」와 「고조선」으로 소항목을 나누어 구별한다. 상고시대는 고조선의 건국 이전의 시기를 말하며 구석기, 신석기, 유물 등을 주로 소개한다. 「상고시대」에서는 한반도의 나이를 짚어본다. 지질학자들은 대략 6억 년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과 한라산은 처음에 무시무시한 폭발을 하는 화산이었다. 백두산의 천지나 한라산의 백록담은 화산의 불구멍이었다. 그 불구명에서 용암이 솟아나와 땅을 덮었다고 설명한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70만 년 전쯤으로 보고 있다. 이때는 국가가 형성되기 전 원시사회를 거쳐 구석기-신석기-청동기 시대 등의 단계를 거쳤다. 이는 다른 세계의 어느 곳이나 마찬지다. 

이에 따라 우리 민족의 기원도 신석기 시대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대는 농경을 시작하고 혈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씨족사회다. 그 뒤 청동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권력과 재산을 가진 군장(君長)들이 나타나고 이들이 주변을 관장하면서 부족사회를 이끌었다. 여기서 지배계급과 권력이 형성되고 경쟁 사회로 바뀌면서 씨족이 모이고 부족을 이루면서 집단생활을 한다. 이때 우세한 군장, 리더십이 강한 군장이 다른 부족국가를 병합하여 초기 국가를 이루었다. 우리 최초의 국가인 단군조선은 기원전 2333년 단군왕검에 의해 세워졌다. 이때는 문자가 없었고, 따라서 구두로 전하는 신화를 근거로 한다. 우리가 중국의 한자를 쓰게 된 이후 신화를 후세 사가들이 글로 옮긴 것이다. 고조선을 최초의 국가로 정확한 연도를 표기한 것은 신화를 문자로 옮길 때부터다.

독자는 다른 내용도 다시 공부하는 차원에서 재학습한다는 의미가 컸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또 있었다. 한국 현대사 중 우리의 '대한민국' 국호에 대한 문제이다. 왜 똑 같은 하늘 아래에서 똑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 대한민국 국호 사용 시기에 차이를 보이느냐는 점이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국호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가? 왜 지금까지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시각이 다른가? 더욱이 이 문제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현실이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의 역사적 견해에 맞춘 '식민사관'이 있었는데, 식민사관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그것도 정부 내에서 고위직에서 활동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안타깝고, '정치 불신'마저 가중되게 한다. 국민들에게는 혼란뿐만 아니라 격렬한 대립과 갈등을 되살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갈등이라는 희귀한 현상이 생겨서 사라질 만하니까 또다시 대한민국 국호 제정 시점을 가지고 국민들을 혼란케 하는지, 역사가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마지막 장 〈대한민국 탄생〉 중 「대한민국의 성장」에서 이를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大韓民國: Republic of Korea)은 동아시아의 한반도 남부에 자리한 공화국이다. 서쪽으로는 황해를 사이에 두고 중화인민공화국이, 동쪽으로는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이, 북쪽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이다. 수도는 서울특별시이다. 6·25 전쟁 이래 일명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높은 경제 발전을 이룩하여 199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발전하였다.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DP)은 3만 2,775달러로 세계 11위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되고, 2018년 국제연합(UN)의 인간개발지수(HDI) 조사에서 세계 22로 상위권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대한민국을 선진 경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18년 10월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조 6,556억 달러로 세계 11위 규모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란 국호의 대한(大韓)은 고대 한반도 남부 일대에 존재했던 나라의 이름인 한(韓)에서 유래한다. 마한, 진한, 변한을 합쳐 삼한이라고 불렀으며, 고구려, 백제, 신라를 합쳐 삼국 또는 삼한이라 부르기도 했다.

한(韓)이라는 의미는 종교상 의미와 정치상 의미가 복합으로 이루어진 고대부터 내려오던 말이다. 이후 근대국가의 국호로서 대한은 1897년 조선왕조의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다시 선택한 것으로, 그때 고종은 새 국호를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라는 옛 나라의 천명을 새로 받았으니 이제 이름을 새로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삼대((三代)이래로 황제의 나라에서 이전의 나라 이름을 쓴 적이 없다. 조선은 기자가 봉해졌을 때의 이름이니 당당한 제국의 이름으로 합당하지 않다. 대한이란 이름을 살펴보면 황제의 정통을 이은 나라에서 이런 이름을 쓴 적이 없다. 한이란 이름은 우리의 고유한 나라 이름이며, 우리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원래의 삼한을 아우른 것이니 '큰 한'이라는 이름이 적합하다."(p.355~356)

여기에 민국을 더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19년 3·1 독립운동 직후에 만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정한 것이다. 1919년 4월 10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자 중국 상하이에서 소집된 임시 의정원에서 신석우가 먼저 '대한'을 제시하였다. 그러자 여운형은 "대한은 조선왕조 말기에 잠깐 쓰다 망한 이름이니 부활할 필요가 없다."라고 반대하였다. 이에 신석우가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며 대한제국의 제국을 공화국을 뜻하는 '민국'으로 바꾸어 대한민국을 국호로 다시 제안하였다. 이를 다수가 공감하면서 받아들임에 따라 '대한민국'이 독립 국가의 국호로 정해졌다. 광복 후 1948년 제헌국회에서 대한민국 국호를 계승하여 헌법에 명시하였고, 다시 1950년 1월 16일 국무원고시 제7호 '국호 및 일부 지방명과 지도에 관한 건'에 의해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나라 공식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고 이를 줄여서 '한국', '대한' 등으로 부르며, 우리나라를 호칭할 때는 흔히 '우리나라'라고 한다. 이렇듯 대한민국 국호에 관해 깔끔한 설명을 달아 두었다. 왜 이제 또 이것을 문제 삼으려 하는 것은 저의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 가지 더 알아 보고자 한 것은 고려시대 거란족 침입 때 양규 장군의 분투다. 양규 장군은 독자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우리 역사를 배울 때 없었다. 얼마 전 KBS의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양규 장군이 크게 부각됐다. 독자도 유심히 흥미롭게 지켜본 기억이 있다. 양규의 투혼은 놀라웠다. 왜 강감찬은 영웅으로 부각됐는데 양규는 그렇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을 막연하게나마 갖게 되었다. 이 책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펼쳐보았다. 5장 〈고려〉 「거란과 대결」에서 거란의 세 차례에 걸친 침입이 기술된다. 고려는 거란을 세 차례 모두 물리쳤다. 드라마에서 거란의 멸망까지 다루진 않았으나 독자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몇 가지 책을 통해 살펴본 바 거란의 멸망은 고려의 세 차례 침입 후 국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결국 수십 년 후 멸망했다.

거란의 침입을 받은 고려는 세 차례 모두 물리침으로써 드디어 고려는 원(元-몽골 칭기스칸의 후대에 세운 나라) 세조 이전에는 외적의 침입이 없었다. 왕권 강화와 군사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이야기다. 993년 1차 거란 침입은 옛 고구려의 땅이었던 강동 6주를 오히려 되찾은 외교관 서희의 활약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고려 장군 강조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러 왕을 갈아치우자 이를 명목으로 거란 성종은 1010년 40만 대군을 이끌고 3차 침입했으나 통주에서 강조가 대패하면서 개경이 일시 함락되고 현종이 나주 등으로 피난을 가는 등 난관을 겪었다. 그러나 양규가 이끄는 고려군이 거란군을 곳곳에서 크게 무찔렀다고 이 책은 기록하고 있다. 거란은 퇴로가 차단될 위기에 몰리자 고려와 강화를 자청하고 겨우 물러갔다. 

이 3차 침입에서 강감찬의 활약은 크게 부각되지만 양규는 최후의 순간까지 거란에 맞서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잘 부각되지 않았다. 드라마 내용과는 조금 달라 독자가 개인적으로 좀 더 찾아봤지만 대부분의 역사 책은 강감찬의 치적을 훨씬 크게 적어놓았다. 정사인 〈고려사〉나 〈고려사절요〉에 별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강감찬 장군이 노구를 이끌고 귀주대첩을 해냈다는 사실은 부각되어 마땅하다. 더욱이 고려군 최고 사령관 자격으로 참전했고, 양규는 부하 장수였으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도 해본다. 다만 당시는 고려는 문관 우대 사회였고 무관은 멸시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런 점이 반영된 역사 기록이었나? 하는 의문은 버릴 수 없다.


편저 : 미리내공방


미리내공방은 인생을 변화시키는 책의 힘을 믿으며 늘 새롭고 유용한 지식을 추구한다. 그리하여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양질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 및 집대성하고 가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양서 발간을 꾀하며 지식정보화사회에 걸맞은 패러다임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주요 편저로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목민심서》,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손자병법》,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고사성어》,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사서삼경》,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삼강오륜》,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채근담》,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명심보감》,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삼국유사》, 《데일 카네기 여자를 위한 자기관리론》, 《데일 카네기 여자를 위한 인간관계론》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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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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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들은 신화, 동화에 나오는 존재들, 특히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희생자 혹은 피해자로 나오는 여성들의 존재에 새로운 가치와 서사를 부여한 엔솔로지 단편 묶음이다. 이 작품들에서 인물은 창의적으로 재창조되고, 페미니즘은 진화한다.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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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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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복수의 여신』은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란 부제를 갖고 있다. 여전사들의 이야기인 듯 부제가 다소 거칠다. 그러나 전사들의 이야기란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책엔 영어권 세계 여성 문학인 15명의 앤솔러지 단편 소설집이다. 1973년에 설립된 영국 ‘비라고 출판사’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작품집이라고 한다. 이례적으로 출판사 이름이 앞 부분에 등장하는 이유는 '비라고'라는 출판사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더 많은 독자에게 닿기 바라는 마음으로 설립된 출판사다. ‘비라고(virago)’는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일컫지만, ‘말참견 잘하고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키는 드센 여자’를 뜻하는 멸칭으로 주로 쓰인다고 한다. 멸칭(蔑稱)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경멸하여 일컬음', 또는 그렇게 부르는 말로 정의되지만 '비어', '속어' 등으로 쓰는 말이다. 이 책에도 「진짜 사나이」란 제목의 단편 소설이 '‘비라고’를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또 ‘비라고’라는 사명(社名) 자체가 “현 상태에 대한 도전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라는 사명(使命)을 함의하고 있다고 책의 〈서문〉을 쓴 작가 산디 토츠비그(Sabdi Toksvig)는 설명하고 있다.

산디 토츠비그는 〈서문〉에서 지금은 작고한 위인 카르멘 칼릴이 세상에 페미니스트 출판사가 있어야겠다고 결정하고 '비라고'를 창립했다고 한다. 1973년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두 번째 물결'이 세계 무대를 강타하고 있을 무렵이다. 여자들이 정치·사회적 변화를 요구했고 그에 따라 자신들의 삶을 보고자 했다. 그 삶이 여자들이 읽는 글 속에 반영되고 수호되고 기념되기를 원했다고 밝힌다. 토츠비그는 엄밀히 말해 비라고가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일컫지만 칭찬의 의미가 아닌 유사어를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수다쟁이(biddy), 개년(bitch), 무서운 아줌마(dragon), 입이 험한 여자(fishwife), 한을 품은 여자(fury), 잔혹녀(harpy), 할망구(harridan), 화냥년(hussy), 가십녀(muckraker), 잔소리꾼(scold), 악녀(she-devil), 요부(siren), 성질이 불 같은 여자(spitfire), 싸움닭(termagant), 사나운 여자(tygress), 독설가(vituperator), 구미호(vixen), 촌년(wench)······. 대단하다. 독자는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을 처음 알았다. 이 가운데 '화냥년'이란 단어에 주목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던 여성비하어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전쟁에 져 청나라로 끌려간 사람이 50만 명에 이르렀다는 충격적인 말과 함께 나중에 돈을 주고 다시 데려온 여자들을 '화냥년(還鄕女)'으로 손가락질 받았다는 말이다.

사실 한자어에서도 '여자(女)'가 들어간 한자가 좋게 보인 것은 '좋을 호(好)' 하나뿐이다. 독자가 아는 한자가 별로 없어서 제대로 판단한 것이라 할 수 없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열거해도 몇 개는 된다. '간음할 간(姦)' '간사할 간(奸)' '미워할 질(嫉)' '샘낼 투(妬)' '싫어할 혐(嫌)' 등 계집 녀(女)자가 붙으면 부정적이고 비도덕적 일을 표현하는 데 쓰인다. 좋을 호(好)도 사실은 자식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로 여자의 할 일을 집안에서 아이 돌보는 역할로 국한시키는 듯하다. 이렇듯 여성은 수천 년, 어쩌면 수백만 년 동안 힘이 약하다(남성에 비해)는 이유로 바깥 생활은 금지해왔다. 구석기 시대나 그 이전부터 수렵 생활을 할 때는 공동 협력으로 먹이를 잡을 때 도움이 안 되어서 아이틀과 집을 지키라는 의미로 집에서 생활을 강요했을지 모를 일이다. 자연스럽게 외부 생활은 남자들이 도맡을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시장으로 장 보는 것도 남자들이 대신한 경우가 아직도 중국의 일부 지역이나 튀르키예 등 여러 곳에서 풍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에는 현대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를 비롯해 앨리 스미스, 엠마 도노휴, 카밀라 샴지, 키분두 오누조, 헬렌 오이예미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 성적 정체성과 문화를 가진 여성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그들은 ‘비라고’와 같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고 정의해온 멸칭들을 하나씩 선정해 자신들만의 언어로 전유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멸시와 편견의 언어를 비틀고 파괴하고 전복하는 열다섯 여성 작가의 릴레이 속에서 여성의 언어는 “세계의 절반이 아닌 그 세계 자체가 되고, 때로는 세계의 전부를 넘어서는 세계”가 되어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성해방운동, 페미니즘 차원에서 이 작품들은 기능하고 있다. 여성이 우선적으로 배려받는 줄 알았던 서구와 미국 등에서 여성 비하나 차별의 역사는 동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깨닫게 해준다. 여성 비하나 차별이 왜 이루어졌는지, 왜 차별받아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야 했는지는 여성해방운동 차원이 아닌 인류학이나 인류사에서 다뤄져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한 지역뿐 아니라 인간이 사는 거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2000년에 출간된 한 사회학사전에서는 미국에서 여성운동을 다룬 항목이 있다. 이에 따르면 1840년대 이후 1920년 여성참정권이 인정될 때까지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 것이었지만, 여성해방운동은 1960년대 중반에는 대중적인 관심에서는 크게 후퇴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서구 페미니즘에 의해 부활된 여성운동은 여성해방운동을 들고 나왔다. 미국에서의 시민권운동의 경험은 여성의 종속적 위치에 대해 투쟁할 필요성을 촉진시켰다. 초기 여성운동과 달리 여성해방운동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각성된 여성의식을 모든 이론과 실천의 기초로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억압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을 선언하는 구체적인 정치활동에 강조를 두게 되었다. 이 운동은 다양하고 비위계적이며 조직이 허술하고 엄격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도 없고 여성해방에 대한 관심은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는데, 그것은 모든 여성들이 한결같이 억압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것을 모든 남성들은 가지고 있지 않고 그것으로 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보수적인 페미니스트, 개혁주의자들은 법을 수단으로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존의 정치체계를 통해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보다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은 〈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과 같은 조직들이 현재 남성지배적인 지위체계의 모방에 불과하다고 주장함으로써 개혁주의적 집단을 비판하고 있다. 몇몇 급진주의자들이 사회주의적인 해결방식을 믿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사회의 기본적인 불평등이 계급보다는 성에 기초한 차별에 기인하며 주요한 변화들이 정치영역에서 이러한 차별을 수정하기 위하여 나타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오늘날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페미니즘은 성별 고정관념을 해체할 방법을 모색하고 실현하기 위해 성별 관계의 구성을 분석한다고 한다. 여성해방운동이라고 표현될 때보다 진일보한 느낌이다. 이는 여성과 남성 같은 범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유하고, 이 사유를 바탕으로 가부장적 위계에 맞서 싸우기 위함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통해 성별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생물학이 사회적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들의 주장처럼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이 우연한 개인적 불행이 아니라 고유한 사회 문제의 배열 속에서 발생하는 체계적 억압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스트의 활동은 가부장제와 여성억압 현상을 이해하는 지식을 생산해왔으며 여성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키고 성차별을 해소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꾸준히 진화되어 왔다는 말로 이해된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각각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 여성·평등·정의·변화 등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범주화된다. 대체로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급진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정신분석 페미니즘, 흑인 페미니즘, 레즈비언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퀴어 페미니즘 등이 주요한 페미니즘의 조류로 이야기된다는 말은 여전히 페미니즘은 사회의 중요 문제 중 하나인 채 진화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은 첫 머리가 강렬하다. 무심코 읽었다간 된통 한 대 엊어맞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뭐지? 소설집이나 사회풍자 혹은 범죄 스릴러 같은 제목이지만 부제가 책의 성격에 조금 다가선다면 〈서문〉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에 모인 탁월한 작가들의 합창이 이런 존재들의 진실을 말하고 분노를 풀어놓는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들이 그저 “잡음과 분노로 가득해 아무것도 의미하지 못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여기 이야기들은 유머와 휴머니즘으로 숙성되었다.”고 토츠비그가 한 말은 책을 다 읽고도 다시 떠오르는 강한 충격을 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모두 15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이색적이라면 웹툰(만화)가 한편 실렸다는 점이다. 독자의 저급한 독서로서는 처음 본 형태이다. 산디 토츠비그의 지적처럼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고 정의해온 멸칭이 하나씩 들어 있다. 「뜨개질하는 요물들-사이렌」 「진짜 사나이-비라고」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추라일」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테머건트」 「촌년-웬치」 「포르노 배우의 우월함-허시」 「약물대응팀-버튜피레이터」 「할망구의 정원-해러던」 「예지몽의 전사-워리어」 「의자 속 악령-쉬-데블」 「홀아비 염탐꾼-머크레이커」 「공군 지원 부대-스핏파이어」 「피압제자의 격분-퓨리」 「호랑이 엄마-타이그레스」 「용 부인의 비늘-드래건」 등이다. 

책의 역자 이수영은 "여성 혐오적 멸칭들이 다양한 구성과 문체를 통해 여성의 삶과 성적 정체성의 변화무쌍한 면모를 포괄하며 소수자의 힘을 드러낸다. 이 소설집은 온갖 주의 주장들의 경연장이 되어 인종 차별, 성청치, 계급 투쟁, 세대 갈등, 영웅주의, 테러리즘이 페미니즘의 감독하에 전개된다."(p.366~367)고 정리했다.

책의 첫 번째 작품은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뜨개질하는 요물들」이다. 여성의 유혹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siren)’이 화자로 등장해 “경계에 선 존재들”끼리 모여 뜨개질 모임을 결성하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어류의 몸을 한 세이렌, 오리 부리에 물갈퀴가 있고 알을 낳아 부화한 새끼를 젖으로 기르는 오리너구리, 그리고 삶과 죽음의 중간자적 존재 뱀파이어 등 그 어떤 표준이나 분류, 범주, 정의, 집단에 들지 못하는 이들이 모임의 일원으로 호명된다. 모임의 가입 자격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 이들은 각종 신화, 동화, 우화에 나오는 존재들, 특히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희생자 혹은 피해자로 나오는 존재들을 소환하며 그들의 존재에 새로운 가치와 서사를 부여한다. 이 짧은 이야기 한 편이 하나의 비유이자 우화로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시엔 레스터의 「진짜 사나이」는 여성으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온 한 남장 여자의 수난기를 다뤘다. 19세기의 실존 인물 ‘샨도르 베이(Sandor Vay)’를 모티브로 삼았는데, 동성 간의 사랑과 그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비라고’가 남자같이 호전적인 여자를 지칭하는 동시에 과거 남성 중심 병리학의 관점에서 성도착자를 정의하는 용어임이 드러나는데, 이 글을 통해 과거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이해되고 다뤄졌는지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카밀라 샴지의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에서는 파키스탄의 여자 귀신 ‘추라일(churail)’이 등장한다. ‘추라일’은 남아시아 일대의 설화적 존재로,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여자,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학대당하다 죽은 여자, 한 번도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하고 죽은 여자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은 여성의 넋을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은 추라일이 된 어머니의 혼령을 피해 아버지와 함께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이민 간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토대로 가부장제의 억압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불안 등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이민 사회에 대한 이슈나 기후위기 문제도 짚고 넘어간다.

이 밖에도 책은 정신없는 속도로 독자를 빨아들여, 우리는 레이첼 시퍼트의 「피압제자의 격분」에서 1942년 폴란드 여성들의 용맹한 항거에 직접 참여한 듯 전율하게 될 것이고, 클레어 코다의 「호랑이 엄마」에서 자녀 교육에 열성이었던 ‘타이거 맘’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게 될 것이며, 여성의 갱년기를 소재로 한 스텔라 더피의 「용 부인의 비늘」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이해’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저자 : 산디 토츠비그(Sandi Toksvig)

덴마크에서 태어나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서 자라다가 열네 살에 영국으로 왔다.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40년간 연극과 방송 활동을 하며 20권이 넘는 책을 썼다. 영국작가협회장을 역임하고 여성평등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불독 버턴 부인의 이야기』가 번역·출간되었다


저자 : 시엔 레스터(CN Lester)

음악가이자 작가, 트랜스/퀴어/페미니스트 교육가로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펼치며 예술 기획자 및 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작곡가 바르바라 스트로치에 대한 학제 간 연구와 공연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음악과 젠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역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도 관심을 두며 산문집 『트랜스 라이크 미: 우리 모두를 위한 대화Trans Like Me: Conversations for All of Us』로 비평적 찬사를 받았다.


저자 : 카밀라 샴지(Kamila Shamsie)

파키스탄 출신 영국 소설가. 1973년 카라치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에게 누군가의 아내 혹은 어머니로서의 역할만 기대했으나 샴지는 부유한 가정환경 속에서 작가인 어머니와 고모할머니의 지지를 받으며 소설가로서의 길을 밟을 수 있었다. 해밀튼 칼리지에서 문예창작과 학사,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의 시인 및 작가를 위한 MFA 프로그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 시절 카슈미르 출신 시인 아가 샤히드 알리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1998년 출간된 첫 소설 『바닷가 옆 도시에서In The City by the Sea』는 영국 ‘존 루엘린 라이스 상’의 최종후보작 명단에 올랐다. 이듬해 샴지는 이 작품으로 파키스탄 총리가 수여하는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에는 ‘21세기 오렌지 작가 21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발표한 『카르토그래피Kartography』(2002)는 세간의 폭넓은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영국 ‘존 루엘린 라이스 상’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되었고, 『카르토그래피』와 더불어 『단절된 구절들Broken Verses』(2005)은 파키스탄 문학 아카데미로부터 ‘파트라스 보카리 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타버린 그림자Burnt Shadows』(2009)는 인종차별을 다룬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블랙 퓰리처상’이라고도 불리는 ‘애니스필드 울프 도서상’을 수상하였으며 ‘여성문학상’ 최종후보작에 올랐고, 『모든 돌에 깃든 신A God in Every Stone』(2014)은 2015년 ‘월터 스콧 상’과 ‘베일리스 여성문학상’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최근작 『홈 파이어』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종교 및 정치 간의 관계 그리고 이것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소설로, 2017년 ‘맨부커상’ 후보작에 올랐으며 2018년 ‘여성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역자 : 이수영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 비교문학과를 졸업했다. 편집자, 기자, 전시 기획자로 일하며 『밴디트: 의적의 역사』 등 인문서로 번역을 시작했다. 지금은 문학 번역에 전념하고 있으며 소설 『클로리스』, 『XX』, 『비하인드 도어』, 에세이 『국경 너머의 키스』, 『마이 코리안 델리』, 여행기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너의 시베리아』 등을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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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국 괜찮아진다
김유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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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당신은 결국 괜찮아진다』는 삶이 어렵고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다. 저자 김유영은 살아오는 동안 많은 시간을 '불행'을 겪었고, 그래서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염세적이었다. 염세적이란 말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과 비관적이란 말과 같은 의미다. 스스로를 염세주의자라고 생각했던 이유다. 반대로 세상의 모든 일을 밝은 면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은 낙관주의자라고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이를 바탕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다.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늘 불행하거나 늘 행복한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같은 상황 아래서도 어떤 사람은 행복하다고, 어떤 사람은 불행하다고 느낀다. 실제 우리 삶 전체를 살펴봐도 늘 불행하거나 언제나 행복한 사람은 없다. 상황은 수시로 변하고,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삶이 무상(無常)하다고 느낀 것은 우리 모두다. 책의 저자는 철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삶을 깊이 연구하는 인문학자도 아니다.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비관만 하다가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와 용기만으로 지금은 가난이 '부자'로 바뀌었고, 남에게 불쾌감만 주던 사람이 약자와 소외자들을 늘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행복 전도사'로서 변했다. 심리 상담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 김유영은 「당신은 무엇을 해도 될 사람이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자신의 과거부터 털어놓는다. "나도 한때는 지독한 염세주의자였다. 원치 않은 세상에 태어나 불편부당함에 싸움질만 했다. 이기적이었고 옹졸했으며, 치졸했고 시샘도 많았다. 인내심과 끈기도 없어 잘 참지도 못하고 신경질과 화만 냈다. 외부의 시선에 위선을 떨었고 가식적이었다. 타인의 말을 듣기 전에 내 말이 앞섰고, 내 생각대로 해 버리는 못된 고집쟁이였다."(p.5~6)

어느 날 그는 스스로를 탄식하고 자책하다 결국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신을 기만하며 살고 싶지 않았기에,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에···. 동기는 다소 약하지만 절실했다는 말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여전히 가진 것 없고 부족하지만 이젠 나누고 베풀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자신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돕는다니 '마음 부자'란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의 일상은 책을 읽고 매일 글을 쓰며 심리적 안정과 치유와 더불어 성장과 성찰을 경험한 것을 지금은 작가와 심리상담사로 모두의 마음에 긍정 마법사의 기운을 전하며 사는 저자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은 '마음 부자'고 '사람 부자'란 말이 잘 어울린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책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고 꿈꾸는 인생을 만들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말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의 지속이 성공적인 삶과 인생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저자는 우리 삶에 대한 시선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단어들을 떠올려 풀이하며 책의 말머리를 잡는다. '낙관주의자'는 사전적 의미로, 삶과 인생의 밝은 면을 보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무작정 긍정만 하는 것이 아닌, 어려운 환경이나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을 '긍정주의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긍정은 버겁고 힘든 상황에서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지만, 아쉽게도 가장 빨리 사라지는 마음의 자원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생각을 엉키게 하고 지친 몸은 생각을 멈추게 한다.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화하고 싶다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주문한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어떤가? 세상을 희망차게 보려고 잠시 성찰하라고 말한다. 혹시나 극단적 비관주의나 부정적 편향에 빠져 있다면, 차분하게 차 한 잔 마시며 자신의 관점을 바꿔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누구나 훈련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지만 매일 꾸준히 지속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매일 저녁 하루를 돌아보고 좋았던 일과 그 이유를 떠올려 볼 것을 권유한다. 바둑의 복기처럼 하루를 돌아보는 것도 좋고,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어려운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되, 미래에는 괜찮아질 것이고 결국에는 이겨내리라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낙관주의가 자칫 자만심과 낭만으로 지나칠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엔 의도적으로라도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힘들어 지쳐 포기하는 마음보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밝은 미래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늦은 밤 문득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내일은 잘 해낼 수 있을지, 앞으로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들어 잠을 설친다. 때로는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버거움에 나를 자책하기도 한다. 그런 당신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힘이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마음인 ‘긍정’을 처방한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도 저자의 집필 취지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책 『당신은 결국 괜찮아진다』에는 삶이 버거운 독자들을 토닥이는 긍정의 문장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한 장에 하나, 긍정의 힘을 나눠주는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주변을 더 나아가 자신의 미래까지 사랑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준다. 저자는 미래를 준비 중인 독자들에게 용기를, 바쁜 현실에 지쳐가는 독자들에게 쉼을, 이별에 슬퍼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건네는 글을 써 이 책에 담았다. 세상을 밝고 희망차게 바라보는 저자 김유영의 글은 한 자, 한 자에 독자들 모두가 삶을 사랑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 7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는 나의 행복을 바라니까〉, 2부 〈사랑할 수 있는 용기〉, 3부 〈천천히 조금씩 꾸준하게〉, 4부 〈오늘을 열심히 살고자 하는 당신에게〉 등이다. 1부에는 오늘 하루를 밝게 볼 수 있는 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힘을 담았다. 2부는 주변을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을 담았고, 3부에서는 남들보다 느린 삶을 사는 독자들에게 묵묵히 걸어가는 속도의 값짐을 알려 준다. 4부에서는 매일을 잘 살고자 하는 당신에게 용기와 응원을 건넨다. 긍정주의자인 저자는 전한다.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가 보자. 당신은 무엇을 해도 될 사람이다.”

1부 2장 「넘어지는 법」에는 유도의 낙법에 대해 비유적 표현으로 독자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유도에서는 나가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때를 대비해 아무런 부상 없이 자기 몸을 안전하게 유지하며 넘어지는 낙법을 제일 먼저 배운다. 왜 낙법을 제일 먼저 배울까? 넘어지는 것을 몸에 충분히 익혀야(인생의 쓴맛을 먼저 알아야) 후리기, 업어치기, 메치기, 되치기(삶의 고난, 고행, 고통)를 당하는 그 자체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려움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에 집중할 수(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잘 살아갈 수) 있다.

유도에서처럼 잘 넘어지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지만, 어리석게도 넘어지지 않으려고만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넘어지는데 말이다. 넘어짐은 실패가 아닌데 말이다. 넘어지면 그냥 다시 얼어서면 되는데 말이다. 이제 넘어짐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자. 넘어지는 법을 배운 사람은 다음에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안다.(p.18~19)

1부 11장 「시선」도 좋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처한 상황이나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천양지차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이 불행해지기도 행복해지기도 한다. 불운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희망차게 받아들여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탓을 하고 푸념하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이도 있다. 이러한 받아들임을 '인생관'이라 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험이 쌓여 세상의 다양한 이치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길어질수록 나만의 편견을 버리고 상황을 좀 더 명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중략) 세상 그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서 성장하고 깨달아야 한다. 그러면 편견에서 멀어질 수 있다. 멀어진 이후에는 세상의 진짜 참모습을 허심탄회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다.(p.47~48)

4부 9장 「느슨함」에도 깨달음이 있다. 

마음의 여유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하루를 보냈다면 누군가 사고를 쳐도 웃으면서 넘어가지만, 지칠 정도로 아주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에는 화를 내고 엄격하게 대하며, 요구하는 것을 차갑게 거절한다. 코너에 몰릴수록, 마음의 체력이 약할수록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도 증가하고 실패한다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도 보지 못하고 가능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소모 당한다고 느끼면서 지낸다. 급기야 스스로 삶을 통제하거나 예측하지 못하고, 주도적으로 선택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태도는 마음 에저지를 급속히 방전시킨다.

마음의 체력 저하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현실에 대한 불안과 앞날에 대한 부정적 전망 그로 인해 마음의 가난함에서 오는 후유증이다.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믿음이 마음 체력을 곧바로 충전시켜 줄 것이다.(p.187~188)


저자 : 김유영


작가 겸 심리상담사인 그는 한때 염세주의자로 방황하다 삶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알려 주는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깨달으며 긍정주의자로 탈바꿈하였다.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긍정의 희망을 전파하려 노력하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다.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아쉬움으로 8년간 서점에 몸담았고, 그저 책이 좋아 서점을 창업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세상을 읽고,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보고, 생각하며 17여 년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훗날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심리상담과 강연을 하며 지금까지 해 온 선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며 살고자 한다. 또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단 설립에 노력하고 있다. 직장 생활과 강연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매칭 서비스 플랫폼 ‘숨고’에서 심리상담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해 주기 위해 《쉼, 하세요》, 《마음이 향하는 시선을 쓰다》, 《나만의 쉼을 찾기로 했 나만습니다》, 《오늘만큼의 행복》, 《나라서 될 수 있는 하루》, 《나의 아름다운 내일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줄게》를 지었다.

- 인스타그램 @la_bella_tu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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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 필독서 시리즈 24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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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처음 지적되기 시작했다. 이 말이 처음 나돌 때만 하더라도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달려온 '가난'이란 단어는 일제의 수탈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한국전쟁(6·25 전쟁)을 거치면서 라는 가난은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 간신히 미국이 보내준 원조물자에 의해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식량으로는 밀가루였다. 밀가루에 의지해 수제비를 쑤어 먹었고, 이후 일본을 통해 들어온 '라면'이 대용식이 되었다. 그나마 라면은 60년대 들어 제조법을 들여와 우리 기업이 만들어 판매해서 국가 살림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은 먹을 것이 해소된다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정책이 수립되면서 60년대 처음으로 경제 발전을 나라가 주도한다. 아무것도 없는 전쟁의 폐허 위에 시작해 경제 부흥을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우리 민족의 근면성에 크게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 기업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칠 것을 호소했다. 다행히 가난에 지친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 되는 일에 뛰어들었다. 부작용도 많았지만 경제 발전은 서서히 이루어졌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변모돼 갔다.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강력한 정부 정책은 민주화와 노동 환경 개선은 후순위로 밀렸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부흥을 위한 '잘 살기 운동'에 국민이 한뜻으로 매진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민주화 요구와 환경 보존, 노동자 권익 옹호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많은 인재들이 민주화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가고 일부는 극형을 받기도 했다. 소득 재분배나 환경 보호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은 문제였다. 환경부와 노동부는 아예 정부 조직에서 빠졌다. 대신 차관급의 환경청, 노동청으로 대신했다. 이렇게 국민들은 기업주와 노동자,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국제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환경론은 개발론에 밀려 발붙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산업화는 예상 외로 호재까지 겹쳐 순조롭게 진행됐다. 마침내 세기말에 들어 해외여행 자유화와 민주 정부도 들어섰다. 경제 수준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80년대 마이카 시대를 거쳐 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는 마치 선진국에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나친 잔치였을까? 외화 낭비가 심해졌다. 무역하고 대금 결제해야 할 외환보유고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경제 발전의 허상이 드러난 듯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IMF라는 생소한 자금 지원은 가혹한 자본주의 논리의 경제 수탈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고스란히 몫은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다행히 다시 한 번 허리때를 졸라매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민주 정부 지도자의 말을 믿고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바 '금 모으기 운동'도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마치 일제 강점기 때 '국채보상운동' 같은 캠페인이 벌어진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불과 3년도 안 돼 IMF도 '졸업'했다. 이미 유치 확정된 월드컵은 국민의 힘을 한데 모으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다. 월드컵 4강 신화로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때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본다. 일부 뜻있는 학자들의 주장이었지만 쉽게 받아들여졌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워낙 가난해 배고픔을 벗어나야 했고, 식량난 해소와 함께 주거난도 해결 문제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은 다른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의식은 옳았다. 부모 세대들은 사회에서 박사보다 기술자를 원했고 대학 졸업자보다 기능공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때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과생이다. '대부분'이란 말이 다소 과장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 정책으로 사회에서 당장 도움이 될 공대와 이과 과목 이수자들이 절실했기에 모집 정원부터가 터무니없이 차이 났다. 때문에 힘들었던 과정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정책이지만 인문학 문제가 불거지자 '터질 게 터진다'는 느낌으로 다소 덜 당황했던 듯 싶다.

이 책 『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돌파구를 뚫는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지로 집필됐다. 책의 저자 여르미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집필했다는 집필 취지를 밝힘에 따라 이 책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저자 여르미는 〈프롤로그〉를 통해 "모든 사람이 꼭 인문학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전제를 달지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나름의 이유로 답변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어느 시기, 힘든 때가 오면 반드시 인문학 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비슷한 방향을 향해 달리던 20대, 무엇이든 해내고 싶은 의욕과 용기가 넘치던 30대를 지나 마흔을 맞이할 무렵이 바로 인문학을 읽을 때라는 주장이다. 40대가 되면 오늘은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불쑥 찾아오고, 번아웃을 호소하기도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저자는 보건복지부의 조사를 인용하며 "공황장애와 조울증 진료를 받은 환자 중에 4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 책의 표제어에 '마흔'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유이다.

저자는 자칭 ‘뼛속까지 이과 머리’라는 16년 차 치과의사로 3년째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블로그 ‘여르미 도서관’의 운영자다. 치대 공부를 모두 마치고서 한창 마음이 분주하던 무렵 ‘이게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인가? 대체 왜 나는 불행한 걸까?’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뚜벅뚜벅 잘 따라왔으나 어느 순간 삶의 방향성을 잃은 것 같고 삶의 의미를 찾고자 방황하던 그때, 자신보다 먼저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해답을 훔쳐 보고 싶어 저자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비로소 모든 책이 인문학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문학의 미덕은 무엇보다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세상에 당연한 길, 당연한 삶, 당연한 현실은 없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열어젖힐 수 있도록 인문학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인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해질 자유를 얻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정말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지’ 되묻고 싶고, ‘이 삶의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 인문학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이 책에 언급한 50권의 필독서는 저자가 임의로 선정한 책이다. 그러나 쉬운 책과 어려운 책, 오래 전 고전부터 최근 베스트셀러까지, 어렵고 두껍다고 소문이 나서 아무도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 책도 일부러 제시했다고 말한다. 막상 읽어보면 어렵지 않고, 읽을 만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이 책에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부터 알랭 드 보통의 『불안』까지 인생이 던진 막막한 숙제 앞에 해답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엄선한 인문학 책 50권이 실렸다. 물론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합치면 200여 권에 달한다. 필독서 50권은 7개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를 발견하는 책 읽기」, 2장 「무력감을 느낄 때 책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3장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4장 「역사와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5장 「냉혹한 현실을 마주할 때 힘이 되는 책 읽기」, 6장 「불안하고 흔들릴 때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 읽기」, 7장 「나와 타인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등이다. 

저자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를 발견하고 진정한 행복의 길을 다시 찾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책으로 『행복의 정복』, 『자기 결정』, 『에밀』, 『몰입의 즐거움』 등을 권한다. 고된 일상에 지쳐 마음이 흔들릴 때는 인문학 고전 『명상록』, 『도덕경』, 『논어』, 『다산 산문선』 등에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마음을 다독여주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지금 무력감에 빠져 있다면 『두 번째 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가야할 길』, 『자기 신뢰』 등의 책을 읽기를 권유한다. 이 책들은 현대인의 고질병인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성찰하게 만든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꼭 나의 내부에만 있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불안의 원인을 이해하게 해주는 책들을 슬며시 제시한다. 『피로사회』, 『소유냐 존재냐』, 『평균의 종말』. 『액체 현대』 등은 현대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나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총 균 쇠』, 『사피엔스』, 『축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역사와 종교에 대한 통찰을 돕는 책들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 문명과 역사의 긴 흐름 안에서 겸손하게 우리 자신을 고찰할 수 있게 한다. 냉혹하고 폭력적이며 때로 혐오가 만연한 현실에 염증을 느낄 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이유를 일러 주는 책들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타인에 대한 연민』, 『바른 마음』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인간 본성의 법칙』, 『사람을 얻는 지혜』, 『군주론』, 『생각의 지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은 나 자신과 타인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갈 지혜를 전해 준다.

나이 마흔이면 열심히 일하던 시기를 갓 넘긴 사회의 중추 세력이고, 집안에서는 확실한 가정의 책임자로 있을 나이다. 공자는 '불혹'의 나이라고 했고, 링컨은 '자기 얼굴에 책임 질 나이'라고 했다. '100세 시대'라고 해서 아직 인생의 전반전이 계속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환기'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 구조가 100세 시대에 맞는 시스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이든 후반이든 가리는 기준이 나이에 따라서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삶의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전환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마흔'은 행복한 삶을 위해 나를 다시 발견하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냉혹한 현실 앞에 마주할 힘을 얻고, 타인과 더불어 성장하고자 할 때다. 

마흔을 앞두고 막연하게 불안하거나 혹은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것도 돈 벌고, 가정을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넓은 의미의 삶에서의 현재 위치,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한 대비, 그리고 노년기 삶의 계획 등을 깊게 고민할 나이라는 생각에서다. 마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실용적인 삶의 기술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 시대 대한민국 40살은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이제 ‘왜’ 살아야 하는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때라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독자도 공감하고 동의한다. 저자는 인문학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진 않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학문이 인문학이고, 여기에 적힌 50권의 책은 그 기준이 되는 책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하고 있다. 독자들이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필독서 50권은 삶의 방향을 옳은 방향으로 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미리 제공되는 자료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이해된다. 이를 테면 1장의 두 번째 책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 대해 시스템적 접근을 한다. 우선 저자 러셀에 대해 키워드를 제공한다. #행복의조건 #노벨문학상 #수학자 #철학자 등이다. 저자 안내를 통해 20세기 대표 지성인 러셀은 분석철학자의 기초를 세운 철학자이자 195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적고 있다. 다음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간단하게 기술했다. 20세기를 빛낸 사상가는 많지만 철학과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역사·요육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상가는 드물다고 쓴다. 이 책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인 에세이라는 사실도 미리 알려준다.

『행복의 정복』의 표제어에서 내포하고 있듯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의문문으로 저자는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표제어에 들어간 '정복'이란 단어에 강제적으로 행복을 쟁취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전체 아웃라인을 제시한다. "『행복의 정복』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부분은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한다. 뒷 부분은 '행복으로 가는 길'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이 100년 전에 쓰였지만 삶의 조건이 달라졌음에도 행복의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저자의 소감이 이어진다. 이 책이 고전이 된 이유와 행복의 조건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중간 중간에 인용문을 함께 적어 독자들이 단숨에 내리 읽도록 도움을 준다.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자답게 다양한 분석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제시한다. 그는 '취미', '다양한 관심', '관계', '열정', '중용', '사랑', '일' 등을 통해 외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 보았다. (중략) 『행복의 정복』에서 러셀이 말하는 근원적인 행복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온다. 이는 사랑의 일종이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개개인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라이다. 만나는 사라들을 지배하려거나 이들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이들은 칭찬 받길 원하기보다 칭찬하길 원한다. 이들은 먼저 관심을 건네고 그 결과 타인의 친절을 되받는다. 그리고 결국 행복해진다."(p.27~28)

저자는 마지막으로 러셀의 말처럼 행복은 사실 쉽지 않다고 공감을 표시한다. 헬스장에서 땀 흘리며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행복 또한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특히 단기간에 소비하고 마는 행복이 아닌 꾸준한 행복을 원한다면 『행복의 정복』을 읽기를 추천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대린 맥마흔의 『행복의 역사』(살림출판사, 2008)과,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21세기북스, 2014), 조너선 하이트의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부키, 2022)를 추천했다.


저자 : 여르미


바닷가 옆 시골 마을에서 매일 읽고 쓰며 살아가는 책 탐닉자, 책벌레, 그리고 치과의사. 네이버에서 누적 조회수 600만, 3년째 도서 인플루언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여르미 도서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추천한 책이 좋았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책으로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결국 책이 삶을 구원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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