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
채도운 지음 / 삶의직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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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이나 무관심이 아닌 공감과 따뜻한 위로라고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공감과 위로는 물론 자신의 삶도 다시 되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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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
채도운 지음 / 삶의직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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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에는 세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드림래더」, 「도마 위의 생」, 「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 등이다. 각 단편마다 주인공의 나이와 인물이 다르지만 책을 손에서 놓을 때면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나 산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그렇다고 페미니즘의 소설은 아니다. 여자이기에, 인간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대략 ① 태어나 결혼하기 전까지, ① 결혼 생활, ③ 중년 이후의 삶 등이 실제 저자 채도운의 경험담인 듯 생생하게 담겨 여성으로서의 삶의 애환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 작품들은 도움과 돌봄, 살림과 살생, 공동체와 개인이 한 덩어리로 뒤엉키는 이야기를 저자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시선의 온기를 담아 담담하게 풀어간다. 

첫 작품 「드림래더」는 주인공 시은의 초등학교 시절 때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바보'라고 소문난 남자아이 옆자리 짝꿍으로 시은을 앉히며 담임 선생님은 평소 시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책임감 있고 착한 어린이라는 치사까지 곁들여 남자아이의 친구 겸 보호자 역할을 해줄 것을 맡긴다. 초등학생 시은은 다른 친구들이 '바보의 짝꿍' '코흘리개의 신부', '코닦개'라고 놀리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시은은 울먹이며 바꿔 달라고 선생님께 말한다. 그러자 선생님은 시은의 어깨를 붙잡고 한마디를 할 뿐이다. "우리 시은이,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이다." 이 말은 시은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콤플렉스가 된다.

시은은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실망'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진 말인지. 선생님이 자신에게 나눠준 애정과 신뢰를 한순간에 거둬 버린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이다. 시은은 순식간에 자신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엉망진창의, 되바라진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며칠이 지나고 시은은 몇 번의 각오 끝에, 남자아이의 누런 코를 자신의 소매로 닦아 주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시은은 변하지 않았다. 남이 싫어하는 뒷치다꺼리를 온통 도맡아 했다. 극단의 평가가 뒤따랐다. 위선과 성심, 그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 있으면서도 시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다녔다.



이런 시은을 눈여겨본 건 대학교 대외정책실의 교직원이었다. 몇 번이고 마주칠 때마다 무겁고 더러운 일을 마치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라는 듯 당연하게 했다. "요즘 세상에 이런 학생이 있다니···" 대외정책실은 매년 지역 활동가, 사업가, 정치가를 초청해 콘퍼런스를 개최하곤 했는데, 행사 뒤풀이 겸 진행된 식사 자리에서 시은을 지켜본 일화를 이야기했다. 당시 지방대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도 신성을 갖춘 인재를 자랑하고 싶어서였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때 그의 앞에 앉아 있던 병원장은 자신의 명함을 그에게 내밀며,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지역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그 학생을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은이 찾아간 병원의 프로그램 이름이 이 단편의 제목인 '드림래더', 즉 '꿈(의) 사다리'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드림래더 첫 공식 모임 날이에 열 명 남짓의 학생들이 앉아 있다. 키 170cm 남짓의 50대 초반의 남성과 뒤따라 들어온 남자는 정수리가 벗겨진, 회색 재킷에 검은 등산바지 차림이다. 그는 마이크를 켜더니 "안녕하세요, 저는 드림래더를 이끌어 갈 지역기념사업회 사무처장 김인호라고 합니다." 이후 김인호와 시은, 시은의 대학 친구 희주 등 3인의 인물들이 스토리를 끌어 간다.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희주였건만, 그녀는 언제부터 웃고 있었을까. 시은은 그런 희주를 바라보며 자신의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고, 그다음 왼쪽 입꼬리를 바짝 끌어올렸다. 친구인 승재의 말이 옳았다. 결국 자신을 붙잡는 건 현실이 아니라, 스스로가 걸어 둔 기대일지도 모른다."(p.20)

"기대는 마음의 빚이야. 마음에 달아 두지마." 식당으로 위장된 정치 행사에서 청년들의 손ㅡ그중에서도 여성의 손ㅡ이 밥을 차리고, 침을 닦고, 사진을 찍고, 피켓을 든다. 돌봄과 봉사, 무급 감정노동이 '착함'이라는 미덕으로 호출될 때, 여성은 더 빨리 앞줄에 서게 된다. 약속했던 취업 연계는 돌아오지 않고, 되돌아온 건 첫 장면의 말이 반복될 뿐이다. "시은아··· 실망이다."

이 작품은 길들이는 말로 시작해, 기대-실망-재기대의 고리에 청년을 묶어 두는 한국식 돌봄·정치의 장치를 파헤친다. 박수와 사진 뒤에 숨은 ‘공짜 노동’의 역설을 드러내며, “누굴 위해, 누가 무엇을 닦고 있나”라는 질문을 남긴다.


「도마 위의 생」은 일상의 부엌에서 시작한다. 물고기·생선, 치킨·헨, 쉽·램·고트···. 아이의 질문이 분류를 흔든다. 모든 것이 '식재료' 하나로 정의된다면, 사람을 부르는 방식도 그 꼴을 닮는다. '여자'는 주부·엄마·아내를 거쳐 결국 '살림하는 손'으로 축소된다. 이름을 줄이면 역할이 줄고, 역할이 줄면 권리도 줄어든다. 이 작품은 이 위험한 등식을 조용히 조명한다. 곧 드러나는 건, 그 분류마저도 결국 먹기 위해 생명을 가르는 인간의 이름 짓기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에는 고교 시절 폭력을 회고하는 일인칭 독백이 나온다. 가해의 흔적이 오래 남는다. 저자는 '손의 기억'을 불러내, 타인의 온기를 빼앗는 폭력의 촉각과 주부가 처음 부엌에서 생물을 죽여 상에 올릴 때의 촉각이 어떻게 닮아 있는지 보여준다. 즉, 식(食)을 위해 생(生)을 가르는 이름 붙이기의 폭력이 어떻게 일상으로 스며드는지, 그리고 타인의 온기를 빼앗던 폭력의 촉각이 ‘살림하는 손’의 첫 살생과 닮아 있음을 저자는 포착해 낸다. “살림은 어디까지가 살생과 분리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독자들의 손을 멈추게 한다. 다른 두 편의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이가 매우 짧지만 전하는 메시지를 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이 소설은 살림과 육아, 끝없는 노동과 희생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점점 지워져가는 중년 여성의 삶을 추적한다. 그녀의 일상은 마치 도마 위의 생선 같다. 자르고 다듬고 버려지는 삶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비유다. 저자는 도마 위에서도 여전히 꿈틀거리는 ‘생’을 보여준다. 완전히 죽지 않은 존재의 온기, 그 미세한 움직임이야말로 인간이 끝까지 놓지 않는 삶의 본능이다.

표제어로 쓰인 「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는 쉰일곱 살 '이진'의 작은 반지에서 출발한다. 이진은 시장-죽가게-집을 오가며 흥정으로 버텨 온 사람이다.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인데 누가 뭐라고 해!"라는 말은 생활 습관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다. 어느 날, 서점 행사에서 본 한 줄기 은빛이 그녀의 세계로 들어온다. 반지는 겉으로는 사치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도 값어치가 있다”는 자기 인정 욕구의 발로이다. 그러나 정년 없는 가게, 집으로 되돌아온 노동, 장갑 한 켤레가 덧씌우는 의무 속에서 중장년 여성의 욕망은 쉽게 ‘소모품’으로 사용될 뿐이다.



은퇴 날, 남편 고환은 반지를 선물한다. 하지만 그 반지를 주고받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장면을 들여다보면 이진의 삶이 이지(easy)하지 않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정년 없는 죽가게는 다음 날도 문을 열고, 퇴직한 남편의 쇠진한 노동은 집안으로 되돌아오며, 아들의 선물인 고무장갑은 결국 이진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진이 자신을 소진해 얻은 그 반지는, 누군가에게는 취향 따라 쉽게 갈아 끼우는 소모품일 뿐이다. 다음 날도 그녀의 손은 새벽시장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 것이다. 값(price)은 지불하지만, 값어치(value)를 지키는 일은 여전히 그녀 몫이다. 간극, 그리고 “노년의 욕망은 죄인가”라는 사회의 물음에 맞서는 한 사람의 체온을 섬세하게 지켜낸다.

반면 이진은 어느 날 비슷한 연배의 자신과는 너무 다른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작가 하이안의 삶을 목격하고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녀의 손에서 반짝이는 은반지에 집착한다. 그녀는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보 같은 짓이라고 속으로 뇌이면서도, 이진에게 공감이 간다. 비록 외견상 고상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진의 삶도 충분히 반짝이는데, 아무도 그걸 알려고 하지 않고 이진 자신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시들어 간다.


“나는 나라고 생각했어. 오롯하고도 개별적인 존재로서 ‘미아’ 말이야. 하지만 이제 알겠더라고. 나는 과거로부터 건너온 무수히 많은 존재의 집합체에 불과하다고 말이야. 아무리 세대가 달라져도, 부여된 여성의 의무에서는 독립할 수 없는 거야. 아무리 교육받고 지식을 쌓아도 닮기 싫었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나를 봐. 엄마도 이런 나를 바라지 않았겠지. 자신의 미래를 희생해서 투자한 결과물인데. 그런데 나를 봐, 나도 그저 과거에 있던 그런 여자 중 한 명이었을 뿐이야.”(p.109)


여기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잔잔하게 읽히며 내용 또한 요란스럽지 않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언뜻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깊은 절망에 빠져들기도 한다.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는 책의 뒷 부분에서 에세이 「진상(眞相)」으로 〈작가의 말〉을 대신한다. 이 에세이에는 '엄마의 진상을 이해하는 순간은 내가 진상이 될 때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무 먼 이야기이고, 설령 엄마가 된다 해도 '우리 엄마'와는 다른 모습을 상상할 뿐이다. 가격을 흥정하는 엄마, 갓길에 아무렇게나 차를 세워두는 엄마, 카페에서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엄마,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주섬주섬 싸오는 엄마. 그 모든 모습을 닮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엄마 모습을 닮기 싫었다고 에세이에서 털어놓는다. "복숭아를 깎으며 씨앗에 붙은 과육을 먹으려, 손에 과즙을 줄줄 흘리며 먹는 엄마의 습관이 싫었다"고 말한다. 또 "락스물로 얼룩진 티셔츠를 버리지 않고 계속 입는 것도, 불편하다며 브래지어를 벗고 티셔츠만 걸치는 그 적나라함도, 어느 날 시장에서 짝퉁 지갑을 사오던 일도 정말이지 싫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흔히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극장이든 이른바 '진상'을 자주 목격한다. 저자는 "진상(眞相)의 본래 뜻은 사물의 참된 모습을 말하는 단어였다"며, "그러다가 억지를 부리거나 무례한 사람들 두고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났다'라는 의미에서 '진상이 드러났다'라고 쓰이기 시작해, 이젠 진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을 지칭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겨울이 되면 조금이라도 일찍 보일러를 끄려고 애썼고, 여름에는 특별한 날에만 에어컨을 켜려고 리모컨을 숨겨 두곤 했다. 마트에서 환불을 요구하던 엄마의 목소리는 진상의 소동이 아니라, 오만 원과 오백 원이 뒤엉킨 생의 산수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미워하던 수많은 장면 속에도 엄마의 맥락이 담겨 있었다."(p.137)고 저자는 사유한다.


저자 : 애매한 인간(채도운)


1992년생. 자격증, 이력, 경력, 전문성, 돈, 재능 등 모든 게 애매한 인간. 무난하게라도 살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다 마침내 공공기관 입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힘겹게 4년을 버티고 퇴사, 나고 자란 진주에서 무작정 카페를 열었다. 그게 온통 애매하기만 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주인을 닮아서일까? 카페도 애매하다. 카페인가, 서점인가, 마을회관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매함이 주는 힘을 믿기에, 이 공간을 방문해주는 손님, 친구들, 가족과 함께 하루하루를 충실히 잘 살아내고 있다. 애매한 인간의 카페 창업기를 브런치에 연재하다가 밀리의 서재에서 『엄마가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전자책을 출간했다. 오늘도 진주에서 카페&서점 ‘보틀북스’를 애매하게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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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문장, 내일이 달라지는 마음습관 선물 세트 - 도서 1권 + 기록 노트 1권 + 전용 펜 1자루
최규운 지음 / 서로(敍路)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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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하루 한 문장, 내일이 달라지는 마음습관』은 우리 일상 속 이야기와 깊은 성찰을 통해 행복, 관계, 자기 성장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생활 에세이집이다. 독자들은 짧지만 깊이 있는 문장들을 통해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다르게 시작할 수 있는 사유의 단초를 얻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 최규운은 오랜 시간 매일 아침 글을 쓰며, 독자들과 나누었던 '마음의 편지'를 바탕으로 이 책을 엮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당신의 하루를 위한 한 문장」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 그간의 과정을 말한다. "쉼표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여는 한 줄의 글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되었습니다. 특별한 목적도, 거창한 포부도 없이 그저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맞이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p.12)

막상 책으로 엮으려 할 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강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여전히 부족한 문장들과 미완의 생각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글"이라 말하는 분들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다시 펜을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 글을 정리할 때도 저자는 다시 한 번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쉼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 글은 이 한 권으로 잠시 멈추지만, 삶은 여전히 오늘도, 내일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p.13)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인문학 강연자이자 출판 기획자인 설혜는 책 속의 구절을 인용해 책의 성격과 가치를 부여한다. "이름 없는 들풀일지라도, 햇살을 향해 곧게 서 있고, 그 자리를 환하게 밝힌다면 잡초가 아니라,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낸 ‘편지의 감성’을 다시 불러낸다. 한때는 손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던 시대가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빠른 속도와 디지털 메시지에 익숙해졌다. 이 같은 시대 속에서도 ‘짧은 한 문장’이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명사들의 언어와 고사성어, 일상의 깨달음이 조화롭게 담긴 문장들은 마치 아침마다 건네받는 손편지처럼, 하루의 시작에 작은 울림을 전한다. 예를 들어, “이름 없는 들풀일지라도 햇살을 향해 곧게 서 있다면 잡초가 아니라 존재의 빛이 됩니다.”(「잡초, 혹은 산삼」)와 같은 문장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사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마음가짐〉, 2장 〈자기성찰〉, 3장 〈성장과 변화〉, 4장 〈관계와 소통〉, 5장 〈행복과 감사〉, 6장 〈삶의 지혜와 리더십〉 등이다. 각 장에는 11~22항목의 제목과 106개의 짧은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낸 ‘편지의 감성’을 다시 불러낸다. 한때는 손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던 시대가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빠른 속도와 디지털 메시지에 익숙해졌다. 이 같은 시대 속에서도 ‘짧은 한 문장’이 마음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명사들의 언어와 고사성어, 일상의 깨달음이 조화롭게 담긴 문장들은 마치 아침마다 건네받는 손편지처럼, 하루의 시작에 작은 울림을 전한다. 예를 들어, “이름 없는 들풀일지라도 햇살을 향해 곧게 서 있다면 잡초가 아니라 존재의 빛이 됩니다.”(「잡초, 혹은 산삼」)와 같은 문장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사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자기계발에 열심인 사람들은 대부분 짧은 한 문장이 하루를 바꾸고, 작은 습관이 삶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이 책 『하루 한 문장, 내일이 달라지는 마음습관』도 지난 10년 동안 매일 아침 지인들에게 전해온 따뜻한 아침편지를 한 권에 담아낸 산문집이다. 이번 '특별 세트'에는 독자가 직접 기록하며 성찰할 수 있는 〈마음습관 기록 노트〉와, 편안한 필사를 돕는 전용 펜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노트에 기록하며 나만의 성찰 일기를 남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물용으로도 적합해, 단체·기관·기업 행사에 활용하기에도 적절해 보인다.

특히 최고급 하드커버 양장본으로 제작됐으며, 따뜻한 수채화풍의 삽화와 함께 구성돼 읽는 즐거움과 소장 가치를 더했다고 출판사 〈서로〉는 밝히고 있다. 또 책의 앞표지와 띠지에 그려진 자작나무숲과 푸른 여름 숲의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에 평온함을 준다. 빛을 머금은 수채화의 나무들은 마치 '당신의 하루가 다시 빛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하다. 책장을 열기 전부터 이미 독자는 자연의 위로를 받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의 숲길에 들어서게 되는 느낌이다.

〈서로〉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 『하루 한 문장, 내일이 달라지는 마음습관』은 마음의 회로를 다시 연결하는 책이 될 것”이라며, “짧은 한 문장이 독자들의 하루를 바꾸고,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찬기 경영공학 박사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AI 시대에 왜 우리가 ‘마음을 돌보는 문장’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준다”며, “매일의 한 문장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마음의 습관을 재구성하는 알고리즘이자, 삶을 설계하는 코드와 같다”고 평가했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의 특징을 다음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① 10년 이상 매일 써온 ‘아침편지’의 진심을 담은 기록 ② 짧지만 울림 있는 한 문장으로 하루를 여는 사색 습관 제안 ③ 명언, 고사성어, 자연 이미지 등과 연결된 감성적 문체 ④ 디지털 시대의 마음 회복을 위한 ‘비움의 책’ ⑤ 세대와 관계없이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일상 철학 에세이 등이다. 사실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가 디지털 홍수에 휩쓸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현대인들은 아침 눈 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엄청난 양의 정보에 휩쓸리면 살아간다. 많은 정보는 자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개인의 뇌를 지배한다. 세계는 이미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 받으며 궁금한 것을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네트워크를 잘 갖춘 디지털 현대인은 원하는 정보를 즉각 즉각 흡수 처리할 수도 있다. 반면 아직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식은 물론 앞으로 쏟아지는 정보 역시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정보는 미처 판단하기조차 힘들다. 현대인들은 이미 디지털, 스마트폰에 정복당한 일상을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그리고 하루종일 각종 정보와 힘겨루기를 하는 게 일상이 된다. 속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다. 결국 디지털에 매몰돼 자기 자신을 차츰 잃어버린다. 짧은 문장의 임팩트 있는 글은 기억하지만 길거나 복잡한 문장은 아예 입력부터 거부된다. 물론 아날로그 시대에도 짧은 문장을 선호했다. 인간의 두뇌가 긴 문장을 소화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지 않는데도 짧은 문장이 확실히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선천적이어서일까. 

현대인들이 긴 글보다 짧은 문장에 더 빨리 반응하는 것은 디지털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한 줄의 시, 짧은 명언을 선호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이 짧은 문장, 짧은 글로 전하는 메시지는 예전 아날로그 감성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독자는 이해한다.



시대가 아무리 정보 홍수 속에서 헤매고 있어도 독자들은 정확히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가려낸다. 그리고 기억하기 좋게 다시 재구성해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가 비슷하게 작동하는 원리가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문장들은 감정적, 감성적 내용을 절제적인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미 감성적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를 쓴다는 일은 어쩌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필사를 매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시간을 아껴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실 필사하는 순간은 모든 신경이 집중되고, 그 시간에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있으니까 '시간 절약'이란 말도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더욱이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하더라도 꼭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원한다면 결코 생략할 성질의 일이 아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오늘부터라도 필사에 정성을 들여 시작해 볼 일이다. 


저자 : 최규운


세진메디칼 대표, 자유기고가. 2010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세진 아침편지’를 써오고 있다. 매일 아침 삶의 조각을 글로 엮으며,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왔다. 짧지만 깊이 있는 문장 속에는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길 위를 걷는 삶의 여정에서 길어 올린 감정과 통찰이 시처럼 스며 있다. Medical Device 기업의 대표로서 쌓아온 풍부한 현장 경험, 그리고 수십 년에 걸친 독서와 성찰은 그의 글에 단단한 현실감과 따뜻한 감수성을 함께 담아낸다. 그는 단지 혼자 글을 쓰는 사람을 넘어, 좋은 글과 책을 나누는 삶의 전도사로 살아가고 있다. 편지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 사유하고, 함께 웃으며, 함께 성장하는 길을 걷고 있다. 그의 글을 읽는 이들은 어느새 자신만의 아침을 열고, 스스로를 돌보며,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지속적인 글쓰기로 일상을 밝히고, 글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 작가는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의 첫 문장을 꺼내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빛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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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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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춘추 시대 제나라 출신의 천재 병법가이자 전략가인 손무(孫武)가 지은 대표적인 병법서다. 1편 「시계(始計)」, 2편 「작전(作戰)」, 3편 「모공(謀攻)」, 4편 「군형(軍形)」, 5편 「병세(兵勢)」, 6편 「허실(虛實)」, 7편 「군쟁(軍爭)」, 8편 「구변(九變)」, 9편 「행군(行軍)」, 10편 「지형(地形)」, 11편 「구지(九地)」, 12편 「화공(火攻)」, 13편 「용간(用間)」 등 모두 13편의 구성을 통해 군사 운용의 기본적인 원칙으로부터 실전에 응용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전술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내용들을 심도 있게 다루어 오늘날까지도 중국 병가 사상의 진수를 담은 책으로 널리 애독되고 있다.(열국지사전, 2001)

    『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서로, 병법가인 춘추시대(B.C. 8~6세기)의 손무(孫武)와 전국시대(B.C. 5~3세기)의 손빈(孫臏)이 쓴 책 이름이다. 현재의 『손자병법』 13편은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것인지 예전에는 밝혀지지 않았다. 손빈은 전국시대의 전략가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는 손무의 손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빈도 병법을 저술했다는 기록이 있어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손자병법』에 대해 그 저자가 손무가 아닌 손빈일지도 모른다는 설이 과거에는 있었다. 그러나 이 설은 1972년 산동성에서 『손빈병법』이 따로 발굴된 이후 그 근거를 잃게 되었다.(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 『손자병법』은 춘추·전국시대의 풍부한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에서부터 전쟁의 법칙까지 검토하고 있고, 유물론적·변증법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것은 조조(曹操)가 다시 정리하여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손자병법은 우선 전쟁에 이기기 위한 5개의 조건으로 ① '도'(道 : 지배자와 인민의 의지의 일치) ② '천'(天 : 유리한 하늘의 시기) ③ '지'(地 : 유리한 지리) ④ '장'(將 : 좋은 지휘자) ⑤ '법'(法 : 좋은 조직, 기율 紀律)을 들고 있다. 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하여 피아 쌍방의 전면적 인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욱이 평소에 아군의 유리한 조건(수량상의 우세)을 만들어 내고 “많은 수를 가지고 부족한 수를 공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은 후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모택동의 군사이론에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자병법』은 왜, 어떻게 2,500년 동안 고전의 자리를 지켜왔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 책이 말하는 승리의 본질은 단순히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위태롭지 않게 살 것인가”이기 때문이라고 역자 소준섭은 「이겨놓고 싸우라」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싸워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지더라도 위태로워지지 않는 상태, 다시 탈탈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수천 년의 검증을 견뎌낸 지혜를 전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현대지성〉은 이 단단한 병법서를 오늘날 독자에게 맞게 재해석해 '클래식' 시리즈의 69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고전의 깊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직접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97가지 역사적 사례와 47컷의 이미지로 풀어냈다. 항우의 몰락에서 배우는 감정 관리, 유방의 성공에서 터득하는 인재 활용, 제갈량의 지혜로 익히는 상황 판단, 링컨의 리더십으로 배우는 조직 운영까지··· 이야기마다 ‘삶의 전략’이 녹아 있다.

    특히 이번 판본은 각 편마다 상세한 해설과 원문 대조, 현대적 적용을 곁들여 독자들이 손자의 사상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 지침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노자의 사상, 병법으로 읽는 비즈니스 전략, 삼십육계 해설을 담은 부록은 『손자병법』을 한층 넓고 깊게 확장시킨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손정의가 이 책에서 삶과 경영의 지혜를 길어 올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손자병법』은 고대의 전쟁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최고의 전략 교과서다. 오늘 이 책을 집어든다면, 당신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서문〉에 따르면 2,500년 전, 기원전 5세기에 세계는 새로운 변혁의 진통을 겪고 있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백 개가 넘는 제후국이 난립하여 패권을 다투었고, 고대 그리스는 밖으로는 페르시아의 침략을 막아내는 한편, 안으로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동맹으로 갈라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여야 했다.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던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인류의 모습을 영원히 뒤바꾼 위대한 사상들이 탄생했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 바로 세계 최초의 체계적 병법서 『손자병법』이다. 손자가 등장하기 이전의 병법이란 그저 기존 전쟁 경험의 파편적 축적에 불과했다. 그러나 손자는 대규모 군사를 다루는 용병(用兵) 전쟁의 원리를 지형과 형세, 전략과 심리, 경제와 시간 요소까지 아울러 체계적으로 집대성했다.

    수많은 나라와 사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총 13편 6,000여 자로 이루어진 『손자병법』은 전 세계에서 찾아 읽는 불멸의 고전으로 살아남았다. 춘추오패 오나라의 병법가 손무는 제나라에서 태어나 오나라로 망명했고, 거기서 합려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병법 13편을 선보였고, 이후 상장군 자리까지 오르며 오나라가 대국 초나라를 점령하고 위세를 떨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세계적인 외교가이자 국제정치학자인 미국의 헨리 키신저(1923~2023)는 『손자병법』을 두고 "중국의 직관과 통찰을 집약한 텍스트"라고 극찬하며, 이 책이 손자를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전략 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평가했다. 특히 그는 손자가 말한 '세'(勢)의 개념, 즉 정세와 흐름을 읽고 유리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통찰에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중국 전문가인 역자는 학자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경영, 정치, 법, 역사, 인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저서가 있으며, 다수의 한·중 매체에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글들을 기고한 바 있다. 이 경험은 이번 〈현대지성〉의 『손자병법』 번역에 있어 현대적 해석을 꾀하는 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의 이런 생각은 〈서문〉에서 현대인의 경제 활동, 특히 비즈니스 전략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문장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무엇보다 인생에 대한 뿌리 깊은 지혜, 삶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실천적 태도가 담긴 지침서이기도 하다. 수천 년 세월에 걸쳐 살아남은 이 고전은 직장 생활을 비롯하여 개인 사업과 스포츠, 각종 시험과 면접 그리고 연애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경쟁 속에서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에게 믿고 따를 만한 지침을 제시해준다. 특히 오늘날 많은 이가 마주하는 난제인 "인간 관계를 어떻게 하면 잘 맺을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 대해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손자병법』은 '슬기로운 인간생활'을 위한 지혜의 보고이자 삶의 길을 밝혀주는 지침서인 셈이다.(p.12)

    책에 따르면 동양 사상의 정수를 담은 탁월한 고전, 유가(儒家)의 『논어』, 도가의 『도덕경』과 병가의 『손자병법』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참으로 뜻깊은 일이다. 유가로부터는 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성실한 삶의 철학을 배우고, 도가로부터는 번잡한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삶을 총제척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병가로부터는 현실 세계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실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사고방식과 실천적 지혜를 익힐 수 있다. 이처럼 3가의 철학과 가르침을 두루 익히고, 이상과 현실, 정의와 효율, 유연함과 결단력이라는 서로 다른 덕목을 조화롭게 키워나간다면,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보탬이 될 오래도록 빛을 발할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손자는 전쟁을 지휘하는 전략가였으나, 무엇보다 싸움을 피하는 길을 우선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바로 그때 손자의 진정한 가르침이 빛을 발한다. 그는 말한다. 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이겨놓고 싸워야 한다고. 인생이라는 전쟁터를 온전히 건너가기 위해서는, 필승이 아닌 불패의 전략을 이야기하는 손자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깊은 사유가 느껴진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이기는 방법'과도 잘 연결된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이 책 『손자병법』은 모두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자병법』의 13편이 각 장마다 한 편씩 배치됐다. 각 장에서 핵심이 되는 말을 현대적 해석으로 편역자가 재구성했다. 이를 테면 〈제1편 계(計)〉가 1장이다. 이 장의 제목은 편역자가 「승리를 계획하라」라고 붙였다. 이 장을 두 부분으로 나눠 설명한다. 한 부분은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이고 다른 한 부분은 「치밀한 계산이 승리를 부른다」이다. 역자는 「승리를 계획하라」는 1장의 제목 아래 첫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손자병법』의 첫 장을 여는 〈계(計)〉 편이다." 이어 풀어쓰면서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여기서 '계(計)'는 기기묘묘한 간계의 개념이 아니라 전쟁의 승산을 헤아리는 '계산'을 뜻한다. 손자는 첫 구절에서 전쟁이란 백성과 국가의 생사존망이 걸린 중대사이기에 반드시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이어서 손자는 전쟁을 결정하기에 앞서 적군과 아군의 전력을 면밀히 비교하고, 승패를 결정하기에 앞서 적군과 아군의 전력을 면밀히 비교하고, 승패를 좌우하는 조건을 철저히 계산한 후에야 비로소 전쟁에 임해야 한다고 설파한다."(p.23)

    역자는 해석과 사유의 변을 함께 다음의 문장을 연결한다. 『손자병법』의 핵심 사상은 "먼저 필승의 형세를 갖춘 뒤에야 싸움을 시작한다(先勝而後來戰)라는 구절에 압축되어 있다. 즉, 싸운 후 승리를 바라지 말고 '이겨놓고 싸우라'는 것이다. 손자는 〈계(計)〉를 비롯한 전편에 걸쳐 일관적으로 승산 없는 전쟁을 시작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유리한 형세를 조성한 뒤에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제시한다. 손자가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패배하지 않을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책이라도 실패하지 않을 기반이 조성된 연후에야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순서가 뒤바뀌어 승산을 따져보지 않고 전쟁에 뛰어들어 뒤늦게 수습하려 든다면,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라도 결국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불멸의 병법서 『손자병법』이 첫 장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일성(一聲)은 바로 전쟁의 엄중함이다. 실로 전쟁처럼 인간을 깊숙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일은 없다. 따라서 전쟁을 함부로 일으켜서는 안 되며, 불가피한 경우에도 신중하고 또 신중히 임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손자는 단순히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순간의 성취가 아닌, 오래 지속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에 따라 손자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아닌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백전불태’(百戰不殆)의 원리를 말한다. 싸움에 뛰어들고 나서 이기려 하지 말고, 상대를 파악하고 나의 약점을 보완해 승리의 조건을 먼저 갖춘 뒤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2,50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손자의 통찰은 정치·경제·비즈니스·인간관계까지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손자병법』에서 단 13편, A4 용지 5장 분량의 6,000 자 속에서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묻고, 전쟁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그 주제는 승패 예측, 지형 파악과 주도권 장악, 지휘 체계와 병사들의 사기 관리, 첩자와 심리전 운용까지 총망라한다. 그 본질은 오늘날의 인간 행동과 심리 분석, 조직 경영과 다르지 않다.


    저자 : 손자(孫子, BC 545년~BC 470년)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의 병법가로, 동서양을 아울러 고대 최고의 전략가로 꼽힌다. 본명은 손무(孫武)이며, ‘손자’는 그를 높여 부르는 이름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병법에 뛰어났으며, ‘손’(孫)이라는 성씨 또한 조부가 공을 세워 하사받은 것이다. 본래 제나라에서 태어났으나 정치적 혼란을 피해 오나라로 망명해 은거하며 불후의 저서 『손자병법』을 집필했다. 오나라 재상 오자서의 천거로 합려 왕의 부름을 받아 군사(軍師)로 등용되었다. 손자는 자신의 병법을 실전에 펼쳐 보이며 대국 초나라를 무너뜨리고, 오나라를 춘추시대의 패자로 끌어올렸다. 이후 합려가 월나라에 패망하고 세상을 떠나자, 후계자 부차를 도와 월나라를 제압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물러난 뒤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손자는 단순한 책략가가 아니라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지닌 사상가이자 혁신가였다. 단 6,000 자 남짓의 글 속에 그는 전쟁의 기술을 넘어 “이겨놓고 싸우라”는 역설적이면서 분명한 원칙을 설계했다. 『손자병법』은 불패의 조건, 기만과 기회의 활용, 지형과 군심(軍心)을 다스리는 방법 등 전장의 모든 국면을 관통하는 원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리더십, 협상, 경영, 인간관계까지 오늘날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승리의 사고법을 제시한다. 2,50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손자의 지혜는 낡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병법이 아니라 삶의 원리를 꿰뚫은 통찰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을 읽는다는 것은 곧,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인생의 전략 지도를 손에 쥐는 것과 같다. 손자는 우리에게 지금도 냉정하게 속삭인다. “최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역자 : 소준섭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상하이 푸단復旦대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대우교수로 강의하였고, 국회도서관 중국 담당 조사관으로 일했다. 한국 최고 수준의 중국 전문가인 저자는 학자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경영, 정치, 법, 역사, 인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저서가 있으며, 다수의 한·중 매체에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글들을 기고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중국을 말한다』(2011 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왕의 서재』(2012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사마천 경제학』(2012 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청소년을 위한 사기』(행복한아침독서 청소년 추천도서), 『십팔사략』, 『사마천 사기 56』, 『중국사 인물 열전』, 『논어』, 『도덕경』,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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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이는 미디어, 분별하는 사고력 - AI와 딥페이크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감수성
    오승용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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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의 부제 「AI와 딥페이크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감수성」을 읽으면 책의 내용이나 주제가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저자 오승용은 생성형 AI, 알고리즘, 딥페이크 같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반인, 특히 청소년들이 조작된 정보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책으로 펴냈다고 밝힌다. 디지털 문화의 폐해에 청소년들이 쉽게 빠져들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인공지능은 놀라운 능력과 속도로 인간에게 혜택보다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오는 것도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딥러닝을 통한 특별한 인공지능(AI)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 것도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몰론 컴퓨터나 이쪽 계통의 전문가들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다. 당시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는 예측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이고 수읽기가 천재적이라는 이세돌은 이 경기(?)에서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바둑 팬이나 대한민국 국민들만 충격을 받은 게 아니다. '알파고'의 능력 때문이다. 당시 알파고는 바둑을 위한 '딥러닝'이 가능한 새로운 인공지능 시스템이라고 알파고 측에서는 설명했다. 이세돌이 5번의 대국 중 한 판을 이긴 것도 얼마나 큰 성과인지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후로 인공지능과 딥러닝, 머신러닝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인들도 관련 전문가가 아니면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벅차다. 더욱이 인공지능에 대해 들어본 사람들도 깊이 있게 공부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차분하게 공부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초보자들은 기초 지식 소양이 부족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소양 부족과 기초가 부실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따라서 저자는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프로그래밍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인공지능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전공은 아니지만 궁금했던 인공지능의 역사부터 인공 신경망, 머신러닝, 딥러닝 등 인공지능과 관련 기술의 개념, 기계 번역에 활용되는 언어 모델, 이미지 처리의 원리 등을 다양한 사례를 사용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쉽게 말해 디지털 기초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고, 기초가 있더라도 디지털 문자 이해력이 부족한 이에게 필수적이다. 이 책을 읽고 이해한다면 책을 덮는 순간부터 ‘아, 인공지능이요? 존 매카시가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언급했죠.’라고 여유 있게 아는 척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사실과 거짓, 의도와 편견이 뒤섞여 있다. AI와 딥페이크, 무수한 알고리즘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또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이 책은 ‘속이는 미디어’를 꿰뚫어 보고, ‘분별하는 사고력’을 기르는 여정을 안내한다. 빠른 정보 소비에 휘둘리지 않고 멈춰서 다시 생각하는 힘, 의도와 맥락을 읽어내는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들려준다. 또한 복잡한 환경 속에서 통찰하는 힘과 미디어 감수성을 길러준다. 즉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문해력(리터러시)'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책이다.

    저자는 방송국 현장에서 그리고 청소년, 교사들과의 수많은 강연과 수업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천해 온 전문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나를 알자, 미디어에 기대지 말자, 의도를 파악하자’라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속이는 미디어를 분별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영상의 자극적 제목, 가짜뉴스, 알고리즘과 AI 생성물, 딥페이크 범죄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실질적인 예시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청소년은 물론 성인 독자도 매우 유익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단순히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라 생각하고 질문하는 시민, 그리고 책임 있는 디지털 사용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이 책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의적절한 안내서이다. 안전하고 주체적인 미디어 생활을 위한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짜뉴스 판별, 딥페이크 윤리, AI와 창작물의 경계 등 복잡한 주제를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독자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몇 개의 단어를 여기에 적고 주석을 달아본다. 우선 '리터러시(literacy)'는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일반 대중이 아닌 특권 계층에서만 리터러시 능력을 취득할 수 있었다.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리터러시가 단지 언어를 읽고, 쓰는 피상적인 의미만을 내포하는 개념은 아니다. 리터러시는 일차적으로 시대적으로 혹은 그 사회 혹은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 코드인 ‘언어’에 의해서 규정되어진다. 리터러시는 복잡한 사회적 환경과 상황 속에서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개념이다. 이제 리터러시는 단지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에서 더 나아가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적응 및 대처하는 능력으로 그 개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현대에선 미디어에서 나오는 문장이나 각종 신조어 등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속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디지털 문화와 AI 기술을 악용함으로써 각종 범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선 딥페이크(Deepfake)에 대해서도 잘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가짜 동영상 또는 제작 프로세스 자체를 말한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다. 적대관계생성신경망(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라는 기계학습(ML) 기술을 사용하여, 기존 사진이나 영상을 원본에 겹쳐서 만들어 낸다. 『ICT 시사상식』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합성 포르노 영상을 딥페이크 시초로 본다. ‘Deepfakes’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텐서플로(TensorFlow)를 활용해서 유명 연예인과 포르노를 합성한 영상을 올렸다. 이후 ‘FakeApp’이라는 무료 SW가 배포되면서 초보자도 쉽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점차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딥페이크 기술은 또 많은 윤리 논쟁을 촉발했다. 위조 포르노로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를 사고 있다. 갤 가돗, 엠마 왓슨 등 미국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이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세계적 붐을 탄 한국 케이팝 가수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연구회사 딥트레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유통되고 있는 딥페이크 영상 1만4,698점 가운데 96%는 포르노로 소비됐다. 얼굴 합성 피해자는 미국·영국 여배우가 46%, 한국 케이팝 가수가 25%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딥페이크 가짜뉴스로 인한 위험성도 제기된다. 유명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연설 영상은 텍스트로 된 가짜 뉴스와 비교하면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조던 필 영화감독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는 천하에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는데 이것은 딥페이크 기술이 내포한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1부 〈1 더하기 1은 정말 2가 맞을까?〉, 2부 〈희한하네, 근데 나도 경험해 봤어!〉, 3부 〈만약에 말이야, 혹시...〉, 4부 〈AI와 감수성〉, 5부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행동이 중요해〉 등이다. 1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내리는 수많은 선택이 사실은 ‘자동 선택 모드’에 의존하고 있음을 짚어낸다. 첫인상의 강력한 힘, ‘빨리빨리 문화’의 위험, 멈춤의 필요성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보여주며, 익숙한 정보에도 ‘타임 아웃’을 외치고 다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다. 또 2부에서는 감정과 욕구가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광고, SNS, 뉴스가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자극하는지, 왜 우리는 자극적 콘텐츠에 끌리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하기’라는 습관이 비판적 사고의 핵심임을 알려준다. 이어 3부는 “만약에(What if~)”라는 질문을 던지며 가짜뉴스와 조작된 미디어의 사례를 탐구한다. 뉴스의 헤드라인, 숏폼 영상, SNS 밈까지, 보이는 것의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딥페이크 영상이나 자극적 이미지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은 또 4부에서 AI와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와 위험을 다룬다. AI 결과물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짚으며, ‘AI는 틀릴 수 있다’, ‘AI의 결과물은 창작물이 아니라 데이터의 변주’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인간의 감수성이야말로 여전히 창작과 사고의 중심에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비판적 사고는 단순한 지식 습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독자가 ‘미디어 도슨트’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미디어를 올바르게 보는 법을 나눌 수 있기를 권한다. 행동하는 시민, 책임 있는 디지털 사용자가 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궁극적 목표다.


    저자 : 오승용


    현재 KBS 강릉방송국 디지털콘텐츠 PD, 제작기술 감독,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사.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 박사과정 수료. 제36회 정보문화의 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소외지역 교육 격차 해소). [글로컬 콘텐츠 ‘오! 강릉’] YouTube 제작. 2021년~2024년 현재 강원 전역 초중고등학생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진행(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주관). 강원특별자치도 18개 전 시군에서 100여 회 강연, 2024년 강남대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영상 강의, 2021년~2023년 ‘미디어 리터러시 캠프’ 기획 및 운영, 2023년~2024년 가톨릭관동대학교 특강(문화와 콘텐츠), 2023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화천교육지원청 교사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 2022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교사 연수 강의, 2019년 올해의 공로상 수상(찾아가는 미디어 교육/KBS강릉 시청자위원회).

    논문 「미디어에서의 전쟁 표현과 인식 왜곡: 영화 〈덩케르크〉 의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지역성과 콘텐츠IP를 활용한 지역방송국 활성화 방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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