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 - 위기에는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
조코 윌링크 지음, 최지희 옮김 / 경향BP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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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씰(Navy SEAL)은 미국 해군의 엘리트 특수부대로, 1962년 조직됐다. 고도로 정교하고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다. 네이비씰이 되기 위한 훈련은 지원자의 80% 정도가 탈락할 정도로 혹독하다고 알려졌다. 약 30개월에 걸친 훈련을 통과해야 정규 요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네이비씰의 'Seal'은 바다, 공중, 지상(sea, air and land) 등 어디서나 전투가 가능한 전천후 부대를 일컫는다. 8주간의 기초훈련을 비롯해 24주간의 수중파괴훈련, 28주간의 적성훈련(SQT·SEAL Qualification Training)을 포함해 폭파ㆍ정찰ㆍ전력전술 훈련 등 총 30개월에 걸친 훈련을 최종 통과해야 정규요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네이비실이 임무에 투입될 때는 일반적으로 16~20명이 한 팀을 이룬다. 현재 미국은 2400~2500여 명의 네이비실 대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씰의 표기는 사전적으로 '실'이 맞지만 출판사 측이 제목에서 '씰'로 표기함에 따라 이 글에서는 '씰'로 통일한다.)

현장에 투입돼 임무를 완수한 미군 대테러작전의 대부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독자는 개인적으로 네이비씰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알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어서 더 이상 알지 못했다. 이 책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도 저자 조코 윌링크가 20년간 네이비씰에서 복무하면서 작전과 교육을 담당했다고 해서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은 지난해 저자가 공동저자 레이프 바빈과 함께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우며 얻은 승리의 기술을 열두 가지 원칙으로 정리한 책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에 이어 리더십에 관한 부분을 따로 첨가하고 정리해 새로 출판했다. 승리의 기술도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이 책은 좀더 세부적으로 서술돼 있다. 조코 윌링크가 본인이 네이비씰에서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어드바이스 형태로 구성했다. 저자는 베트남에서 큰 활약을 펼친 네이비씰에 매력을 느끼고 자원입대를 한다. 약 30여개월의 혹독한 훈련을 거친 뒤, 부대에 배치되고 이라크 전쟁에 파병된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며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20여년간의 군생활을 마친 뒤, 2015년 팟캐스트를 시작해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에셜론 프런트'를 설립해 컨설턴트와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술보다는 보다 넓은 범위인 전략적인 판단을 기초로 해야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일종의 원칙적인 기준을 세워 전술적 기술, 의사소통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부하 직원들을 이끌어 나가햐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리더십 원칙을 바탕으로 그 기반과 핵심 규칙을 잘 사용한다면 다양한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툴을 만들 수 있다.


위 사진은 독자가 임의로 네이버백과사전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총 1,2부와 각 부는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통해 어떤 내용이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1부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 전략, 2부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 전술로 나뉘어 있다. 즉 네이비씰의 리더십 '전략'과 '전술'로 기술되어 있다.

1부에서는 '반드시 이기는 승리의 리더십 기초', '반드시 이기는 승리의 리더십 핵심 교리', '반드시 이기는 승리의 리더십 원칙'을 다루고 있다. 나중에 승진해서 지휘관이 되었을 때 거리 두기는 내 리더십 스타일의 기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거리 두기는 전술 상황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거리를 두고 들으면 그들의 감정이나 반응을 더 잘 읽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기 자신과도 거리를 둘 수만 있다면 자신의 감정과 반응 역시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 '문제가 생기면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p. 30)

저자는 문제가 생기면 '거리를 두고 바라보라'고 제안한다. '의식적인 거리 두기'는 전술 상황, 인간관계, 자기 관리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방법이다.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안절부절못하고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저자는 이때 문제를 의식하고 억지로라도 주변을 둘러볼 것을 제안한다. 거리 두기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문제와 나 자신을 떨어뜨리는 연습은 쉽지 않다. 문제 상황 속에 자꾸 빠져들어 똑같은 생각만 반복적으로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에 반응하는 첫 감정은 불안과 초조함일 때가 많다.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벗어나 냉정한 타인으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 훈련이 필요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어서 독자의 개인 경험과 맞아떨어지며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제다.



"당신 주변에 예스맨을 두지 마라. 그들은 당신이나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원이 반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언짢다면 당신의 자존심 문제인지 고려해보라."

- '주변에 예스맨을 두지 않는다'(p. 172)

리더가 하는 말에 무조건 'Yes!'를 외치는 사람만 있다면 성공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 팀원이 불만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고칠 점이 있어도 그럭저럭 넘어간다면 문제가 언젠가 꼭 생기게 마련이다.

리더는 따르는 사람이 자신의 뜻과 어긋나는 의견을 낼 때 조금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문제인데, 반기를 드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때 그 의견이 단순한 반발이나 이의인지,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 때문인지 잘 구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2부에서는 '능력 있는 리더 되기', '효과적인 리더십 기술', '리더십 활용 전략', '리더의 의사소통 기법' 등을 이야기한다.

"리더의 관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당신이 보는 것을 팀원은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략) 팀원들이 당신에게 질문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어쩌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들이 어떤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 '팀원들과 정보를 공유한다'(p. 296)


앞장서서 일을 처리하는 리더는 팀원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당면한 과제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 쓰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이때 팀원들이 내 마음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리더와 팀원 간의 생각 차이는 극명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팀원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것도 알아서 못해'라는 생각과 발언은 삼가야 한다.



"만약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면 일단 들어주어라. 말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밖으로 끄집어내 놓도록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치료법이 없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라.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이제 당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게 된다. "

-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게 한 뒤 내 생각을 말한다'(p. 331)


인간관계를 잘 맺는 기본 중의 하나는 '경청'이다. 경청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내가 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많이 경청하는 사람은 유리한 점이 많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후 내 생각을 덧붙이거나 보완해서 더욱 영향력 있는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말을 많이 하는 리더는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꼭 필요한 말 이외의 말을 하다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말을 아껴두었다가 반응할 때는 임팩트 있게 하는 것이 더 진중한 리더처럼 보인다.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은 저자가 네이비씰 전술에서 깨달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군대의 전술이나 전투 경험은 늘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의 직장 생활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며 생사를 다투는 전투 경험은 사회의 무한 경쟁에서 그대로 들어맞는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냉철한 상황 판단과 엄격한 원칙에 의한 작전 수행, 생과 사를 오가는 실전 전투 현장에서 대원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강한 리더십과 때로는 전투원들의 단결과 화합을 끌어내는 부드러운 감성의 리더십까지 모두 새로운 세계인 듯하지만 군대 갔다온 남성 독자들은 대부분 들어본 말을 리마인드시켜 기억에 저장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군대에서 지휘관 생활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휘관이 어떻게 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휘관들은 대개 매뉴얼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을 소환해보면 독자들이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훨씬 쉬울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누구나 즉시 사용가능한 리더십 현장 매뉴얼이다. 당신이 이전의 동료들을 이끄는 위치로 승진한다면? , 당신이 리더로 뽑힐 수 있는 방법은?, 상사가 모든 공을 가져가길 원한다면?, 부하직원의 행동에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등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전략 뿐 아니라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일 믿음을 얻는 법, 결단력을 키우기, 감정 통제, 진실 전달하기, 균형 전략과 전술, 리드하는 법 까지 상황에 맞게 실용적인 해법을 알려준다.



저자 : 조코 윌링크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해군 네이비씰에서 복무했다. 초기 8년간 하사관으로 씰팀 1과 씰팀 2에서 복무했고, 이후 장교로 임관하여 아시아, 중동, 유럽 등지에서 복무했다. 복무 기간 중인 2003년 샌디에이고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씰팀 3 예하 브루저 기동대 지휘관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가장 위험한 지역인 라마디에서 수많은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어 은성 훈장을 받았다. 그가 이끈 브루저 기동대는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부대 중 하나다.

적이 던진 수류탄 위로 몸을 던져 동료들을 구하고 사망하여 미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인 명예 훈장을 받은 마이크 몬수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실제 주인공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저격수로 손꼽히는 크리스 카일, 2017년 1만 8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주 비행사로 선발돼 화제를 모은 한국계 미국인 조니 킴 등 수많은 영웅이 그의 지휘 아래 탄생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으로 복귀한 후에는 서부 지역 네이비씰 교육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했다.

2015년 팟캐스트를 시작해 경제·경영 팟캐스트 중 가장 많은 누적 청취수를 기록하고 있고, 애플이 선정한 ‘베스트 팟캐스트’에 뽑히기도 했다. 수백 명의 톱클래스 인재를 만나고 인터뷰한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가 ‘내가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강인한 사람’이라고 평했을 만큼 엄격하고 꾸준한 자기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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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아갑니다 - 나다운 집을 만드는 홈스타일링 노하우
김혜송 지음 / 북스토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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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 인테리어나 소품을 활용한 방 꾸미기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집은 퇴근 후 일찍이든 늦게든 돌아와 잠 자고, 아침에 나가는 일상에 맞춰 집안 일은 일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눈에 거슬리거나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어서 으레 습관처럼 집안 꾸미기는 아내에게 맡겼다. 집을 기본적인 생활공간일 뿐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독자 입장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간혹 새로운 가구나 인테리어를 다시 했을 때도 무난해서 별 다른 지적 사항이 없으니 아내도 하던 대로 했을 것이다. 대부분 큰 공사나 가구를 바꾸는 일은 전문업자들에게 맡겨서 했다고 하니 눈에 거슬리게 할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로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히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갔다. 심지어는 TV 드라마에 나온 장면에서도 인테리어가 눈에 띄기도 했다. 역시 '관심을 가져야 보인다'는 말이 맞나싶다.





아내가 이렇게 바꿔보자 해서 한 번도 '안 돼'라고 말한 기억이 없다. 그만큼 무관심했다는 반성도 생긴다. 휴일에도 취미 생활을 위해 주로 밖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집안 분위기나 용도에 맞는 소품 등으로 집안 꾸미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의 주부들의 남편들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독자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가끔 친구들 집에 초대 받아 가는 기회가 있어도 방 구조나 가구 등만 봤지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눈여겨 본 일이 없다.

책에 따르면 언택트 시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업무와 휴식, 취미생활의 물리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을 넘어, 사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더불어 폭주하는 주택 시장의 현실 앞에서 집은 부동산이 아니라, 조용한 휴식처이자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집과 라이프 스타일이 닮아가고,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금, 보다 행복하게 머물고 싶은 집을 만드는 홈스타일링 노하우를 담은 책 『나를 닮아갑니다』가 독자의 손에 들어왔다.



집은 예전에는 말 그대로 재테크를 위한 공간이고 수단이었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꾸미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가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특수한 상황이라서 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에 TV 화면에서 나오는 부잣집 구조나 인테리어가 눈에 띌 때 '으리으리하게' 잘 사는 집의 표준이 됐다. 가꾸도 비싼 외제품 일색이고, 인테리어도 전문가에게 돈을 많이 주고 꾸미니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보통 서민들로서는 그냥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렇게 큰 집을 살 수도 없고, 유지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우의 신 포도'쯤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러나 상황은 변해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주택 사정은 악화되어도 작은 평수지만 내 집을 갖게 되면 인테리어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해보려면 적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입(임금)이 올라간 만큼 인테리어 전문업자들의 임금도 당연히 올라간다는 명백한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비싸요?'란 말도 그때 나온다. '직접 사다가 내가 하겠다' 해도 쉬운 일은 없다. 돈은 부족하고 인테리어 능력은 없으면 '그냥 살던 대로 살지' 하는 말도 나오기 마련.




이 책 『나를 닮아갑니다』는 이럴 때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적은 비용을 들이고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하는 법. 귀가 솔깃하다.

저자 김혜송은 디자인 전문이면서 인테리어 전문회사에서 10년, 자신의 인테리어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인테리어 실무 전문가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책의 내용도 최근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크지 않은 집(굳이 아파트 평수로 얘기하자면 20~30평형 소형)을 대상으로 주로 했다. 우리 서민들이 대상으로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 '아침이 설레는 집' '거실이라는 공간' '패브릭으로 집 안에 옷 입히기' 등으로 조금 화려한 글자로 수식했지만사진과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 서민층이 가장 많이 사는 20~30평형의 아파트다. 또 아이도 있고, 주말을 즐기고, 손님도 오가고 등 평범한 소시민 대상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고 고맙다. 가장 어려운 비용 문제를 많이 줄여주는 것 같다. 그 방법도 경험담을 통해 책에 썼다.

"처음에는 실수투성이었어요. 처음으로 해본 셀프 페인팅도, 실리콘 쏘기도 익숙하지 않아서 여기저기 뛰고 난리도 아니었죠. 호기롭게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쿠션과 카펫은 사이즈가 안 맞거나, 막상 받아보니 우리 집과 어울리지 않아서 오랫동안 창고에 묵혀두기도 했고요. 그렇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조금씩 마음에 드는 저의 집의 모습을 만들 수 있었어요."(p. 41)



저자는 집을 '나의 모든 것이 담아 꾸민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야 '홈(Home)이라는 생각. 자신이 하나 하나 애정과 자신만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 꾸민 집이 아닌 넓고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남이 해준 것' '비싼 것'만 있는 집은 홈이 아니라 하우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저자의 생각이 그렇다면 공감이 크게 간다. 꽤 긴 시간 집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가족, 집, 가정, 식구 등에 생각해보면서 독자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

"집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집은 내 모든 생활의 중심에 있는 곳이니까. 내가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취미, 취향, 스타일 등 나의 모든 것을 담아서 꾸민 집, 그런 집이야말로 가장 좋은 집이 아닐까?"(p. 43)



이밖에도 이 책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집을 고르는 방법, 침실 스타일링, 슬기로운 주방생활, 가구, 마감재, 리빙소품, 아이들의 생각까지 모두 담겨 있다. 이외에도 훨씬 많은 내용이 있지만 각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관심을 두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일일이 다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집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해서 자신만의, 자신을 위한, 자신에 의한 집을 원한다면 이 책에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말은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 서민들의 집을 주 대상으로 삼았기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소품은 각 개인의 취향대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작지만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나다운 집을 만드는 홈 스타일링' 책을 보니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저자에 따르면 10년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저자는 6년 전 전셋집살이를 시작하며 비로소 집이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삶을 담는 공간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새집이 아니어도, 비싼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살면서 집과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천천히 가꾸어나간 집이 이제는 그 어느 곳보다 행복한 공간이 되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집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점부터 최소의 비용으로 도배 및 장판 시공을 진행하는 팁을 실어 신혼부부나 이사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저자가 살면서 진행한 침실과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의 공간별 인테리어 및 홈스타일링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어, 관심은 있지만 인테리어에 부담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또 홈스타일링 과정에 꼭 필요하지만 많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컬러와 마감재 선택의 팁도 함께 실었다. 마지막으로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요소인 가구와 소품 고르는 법도 담고 있어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가꾸어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닌, 오로지 내 삶에 집중하기 위한 곳으로서의 집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 : 김혜송


스타일앳홈(Style At Home) 대표. 홈스타일링을 넘어 삶을 스타일링하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10년 넘게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며 공간에 콘셉트를 정하고,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그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최대한 만족을 주는 공간기획자를 꿈꿔왔다. 그러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꿈과 멀어지는 듯했다. “왜 꼭 일과 육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지?” 제3의 길인 창업을 선택하며 꿈을 향해 한 발 내딛었다. 홈 스타일링 및 리빙 브랜드를 표방한 스타일앳홈을 열어 제품에 나만의 스타일링을 완성해 판매하고 있다.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저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거창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정성을 들인 집에 산다는 것, 자신을 공간에 담아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고 잘 정돈된 집에 사는 일상이 삶에서 얼마나 큰 가치인지를 깨달았다. 이 책에는 비싼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집을 가꾸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기에게 맞는 공간을 찾고 꾸미면서 더욱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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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 -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가 밝혀낸 악의 근원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신혜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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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산이 불안에 떨고 있다. 안산뿐 아니다. 코로나 방역의 피로감을 하소연하는 데도 지치고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 그리고 분노의 감정까지 폭발적으로 일고 있다. 단 한 사람, 아동 성폭행 혐의로 12년을 복역한 한 범죄자의 출소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늘(12월 11일) 중앙 일간지 기사를 독자가 조금 바꾸어 쓴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범죄자가 출소한다는 소식에 이어 그의 부인까지 이사왔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동네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시와 경찰은 이 출소자 거주 예정지 주변에 설치된 순찰초소 2곳을 중심으로 무도실무관급 청원경찰 6명 등 12명을 투입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출소 직후 24시간 체계로 3명씩 4교대 근무에 들어가기로 방침을 세우고 준비하고 있다. 거주 예정지 방범초소들은 11일부터 24시간 운영된다.

안산시는 인근 8곳에 15대 이상의 폐쇄회로TV를 새로 설치했고, 연말까지 20여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소자 본인도 출소 후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전담 보호 관찰관으로부터 24시간 1대1 밀착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출소자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아래 사진 참조>



특히 출소자 예상 거주지 반경 100m 이내에는 어린이집 1곳, 500m 안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각 1곳씩 있다. 그러나 출소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설령 저지른다고 해도 폭행 등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경계는 몰라도 물리적인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 제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선량한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법은 모르지만 범죄 피해의 대상이면서도 자구 행위를 선제적으로 해서도 안 된다니 시민들은 그저 불안한 채로 살아가야 하는가. 순찰이나 전자발찌 등으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시민들에게 정부 당국이나 경찰 역시 법에 정해진 행위 이외에는 할 수 없으니 시민들 불안을 담보로 그냥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면 맞는 것 같다. 흉악범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 안전장치가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이라는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선량한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는 국가와 경찰이 한 범죄자의 출소를 앞두고 법에 의존하는 대책 이외에는 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은 것이 비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무시무시한 폭력이나 살인 사건은 나와 관련이 없는, 그저 뉴스와 신문 등을 통해서나 보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런 뉴스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촉각이 곤두서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독자가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의심일까.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경악스럽고 충격적이며 엽기적인 사건을 저지른 대부분의 범인이 놀랍게도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책의 『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의 저자인 라인하르트 할러 박사는 300명이 넘는 살인 범죄자를 분석하여 악의 근원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로 인해 악의 근원은 병적인 기질과 힘겨운 생활 환경의 영향 속에, 악몽이 된 어린 시절의 경험과 사회적인 비극 속에, 나쁜 본보기와 잘못된 친구로 인한 정신적 각인 속에, 과열된 감정과 범죄 집단의 강압 속에, 전체주의적인 체계의 지배권과 나치들의 자기우월주의 속에, 알코올 중독과 마약으로 인한 혼돈 속에, 무엇보다도 상처 받은 경험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책에는 또 다른 실례로 미국에서의 실험 결과를 언급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짐바르도는 한 공간을 감옥처럼 꾸며 놓고 24명의 지원자에게 임의적으로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분배하였다. 놀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교도관들은 공격적이고 거칠게 변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디즘적인 학대에 이를 정도로 무분별하게 악용하였다. 그들은 수감자들을 위험할 정도로 함부로 다루었다. 그로 인해 2주로 예정되었던 실험이 6일 만에 중단되었다. 수감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극도의 적대감과 공격성을 보였고 절망감, 자기 비하 그리고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이 실험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인간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악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책은 여러 범죄 연구와 생생한 범죄 보고서를 통해 인간을 지배하는 악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로 접하게 되는 범죄 사건들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이 많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살인이나 성폭행, 영아와 유아에게 행해지는 끔찍한 폭력 등이 자주 신문에 등장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범죄가 많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참담함과 공포, 그리고 범죄의 흉악성에 몸서리치면서도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 즉, 범죄를 저지르는 일반인이나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이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비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살인, 가정 비극, 인터넷 포르노 사진, 대규모 사기뿐만 아니라 '냉혹함, 거부, 냉대, 멸시, 모략, 억압, 이해심 결여와 순수한 이기심'으로 악의 모습을 확대한다면 과연 '나는 악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저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이제는 더 이상 대량 학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이러한 대량 학살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전쟁에서의 대량 학살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전시 상황에서는 윤리적, 정치적 동기로 인해 시민 등에 대해 군사적 필요성 없이 원래의 전쟁 행위 이외에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량 학살 (massacre)은 보복이나 증오, 혹은 혐오의 심리를 기반으로 저질러진 학살이나 만행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전쟁 범죄자 (특히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상당 부분이 밝혀졌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대량 학살을 저지른 범죄자는 ‘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며 대부분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론 비교적 낮은 지능, 야만적인 정서, 사이코 패스 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대량 학살도 있지만 이러한 개인적 성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규칙적으로 악의적이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각, 위계적인 명령 구조, 상호적으로 악의를 강화시키는 집단 등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 안에 숨어 있는 악의 다양한 면모를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그 악을 발현시키는 각종 동기와 원인을 설명하는 책이다.

또한 이미 세상에 나타난 악의 동기와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파악함으로써 세상에서 발현될 수 있는 잠재적 악에 대한 예측을 통해 에방을 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악’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며 많은 범죄가 생각보다 평범하고 정상적이라 생각되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이다. 악은 절대 멈추는 법이 없고 언제나 다양하게 얼굴을 바꾸며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타인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에 대한 ‘감정이입’과 ‘화해’이다.

저자의 악에 대한 연구는 놀랄 만하고 치밀하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에 대한 희망과, 인간임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 : 라인하르트 할러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한 대학교수이자 의학박사, 정신과 의사, 심리 치료사이다. 1983년부터 정신의학 전문가로서 여러 나라의 법정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뇌 안에 들어 있는 악의 자리, 병적인 발달과 장애, 감정과 정서의 원초적 힘, 교육의 의미와 집단 영향 등을 연구하였다. 또한 악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인성을 분석하고, 악의 파괴적 잠재력에 불을 붙이는 사회적 갈등을 연구하였으며, 모든 시대와 문화에 걸쳐 비난받을 만한 행동으로 간주되는 요소들을 표현함으로써 악의 암호를 알아내고자 노력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범죄학자들의 단체인 범죄학협회 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역자 : 신혜원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독어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상식 밖 문명의 창조자들》, 《12가지 심리 법칙》, 《수족관 속의 아인슈타인》, 《세상을 삼킨 책》, 《템포 템포》, 《활력》,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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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다른 나라을 얘기할 때 나라 이름과 수도 이름을 함께 기억한다. 국가의 성격을 가장 잘 담고 있고, 통치 행정 도시이자 경제적, 문화적으로 한 국가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서울' 역시 수도이자 심장부로서 이곳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역사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부터 가장 먼저 지어진 궁궐 '경복궁'을 비롯하여 자주독립을 위해 세운 문 '독립문'이 있고, K-POP으로도 유명세를 지닌 '강남' 등 우리의 역사와 함께해온 곳이다. 부산, 경주, 전주 등 조선 시대 이전의 수도로서 기능해온 곳 역시 그때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들이다. 눈을 세계로 돌려도 도시와 국가, 인류의 관계는 불가분의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렇게 도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발전해오고 인류 역사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또한 멈출 줄 모르고 달려온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는 경계가 없이 확장하며, 인생 주기가 있는 생명체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생을 마치는 흥망성쇠를 거친다. 도시에는 인간의 역사와 삶이 집약되어 있다. 그 안에는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고 많은 사람의 삶이 덧대어져 끊임없이 새롭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서서히 완성되며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는 아주 길고 긴 이야기와 같다.





한 나라의 도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의 역사나 살아온 발자취,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인 환경이나 체계화된 시스템으로만 돌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 혹은 부모님의 부모님 대(代)의 시간이 계속 중첩되며 만들어진 시간의 무늬 위에 다시 새로운 무늬가 더해지며 생기는 그림과도 같다. 오래 살고 있다고 해서 도시의 전모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많은 이미지가 파편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고, 파편 위로 빛들이 난반사되어 일정한 형상을 인식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라는 책을 천천히 읽으며 그 모습을 이어 붙여야 한다.

건축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노은주·임형남은 도시를 둘러싼 역사·예술·미래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산책을 하듯 인문학 여행을 한다. 이 책 『도시 인문학』은 전 세계 13개 국가의 21개 도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건축으로 채워져 있다. 건축을 구성하는 복잡한 구조와 설비,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내부의 움직임을 계획하는 일은 도시를 이용하는 적정한 용도의 배분과 자동차와 사람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도로 계획과 균형 잡히고 유기적인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건물은 하나의 도시와 같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장기적인 도시계획 측면에서 고려하고, 교통량과 도시 경관 등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면밀히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도시에는 많은 시간과 이야기가 깔려야 그 도시만의 풍경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이유다.



첵에 따르면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또한 멈출 줄 모르고 달려온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는 경계가 없이 확장하며, 인생 주기가 있는 생명체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생을 마치는 흥망성쇠를 거친다.

도시에는 인간의 역사와 삶이 집약되어 있다. 그 안에는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고 많은 사람의 삶이 덧대어져 끊임없이 새롭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서서히 완성되며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는 아주 길고 긴 이야기와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인 환경이나 체계화된 시스템으로만 돌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 혹은 부모님의 부모님 대(代)의 시간이 계속 중첩되며 만들어진 시간의 무늬 위에 다시 새로운 무늬가 더해지며 생기는 그림과도 같다. 오래 살고 있다고 해서 도시의 전모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많은 이미지가 파편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고, 파편 위로 빛들이 난반사되어 일정한 형상을 인식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라는 책을 천천히 읽으며 그 모습을 이어 붙여야 한다. 이 책은 도시가 담고 있는 역사, 문화, 미래, 예술 등으로 구분해 썼다.



제1장은 역사가 만든 도시들을 찾아가본다. 로마의 마지막 영광인 하기아 소피아 성당이 있는 터키 이스탄불, 미궁처럼 하나의 집으로 이루어진 장구잉촌이 있는 중국 후난성 웨양현, 모더니즘의 몸과 전통 건축의 영혼이 담긴 아라냐 저비용 주거 단지가 있는 인도 인도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지혜의 집이 있는 이라크 바그다드, 문화와 문명을 연결한 카라반사라이가 있는 터키 코니아, 슬픔과 불안이 새겨진 홍콩 상하이 은행이 있는 중국 홍콩,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기억하는 유대인박물관이 있는 독일 베를린을 여행한다.

제2장은 예술이 만든 도시들을 찾아가본다. 모더니즘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아파트가 있는 미국 시카고, 건축가의 은유적 감성이 드러난 벨뷰 아트 뮤지엄이 있는 미국 벨뷰, 건축도 식물처럼 성장한다는 로그너 바트블루마우 호텔이 있는 오스트리아 바트블루마우, 전통 농장을 재현해놓은 글라스 팜이 있는 네덜란드 스헤인덜, 자연과 예술을 존중한 지추 미술관이 있는 일본 나오시마, 예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산 마르코 성당이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 무릉도원을 품은 미호 뮤지엄이 있는 일본 고카를 여행한다.


그런 느낌은 터키의 대표적인 도시인 이스탄불에 가면 더욱 확연하게 느껴진다. 이슬람에 의해 정복되면서 이름이 바뀐 이 도시가 바로 예전의 콘스탄티노플이다. 현대적인 도시이면서도, 시간을 멀리 뒤로 돌려서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 같은 뒷골목이 공존하는 곳이며, 많은 관광객과 일상이 섞여 있는 곳이다. 지구의 다양한 공간과 시간을 모아서 압축해 넣은 수정구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스탄불에 가면 가장 먼저 가게 되는 하기아 소피아 성당이 있는 언덕은 그 핵심이 되는 지역이다.

- p.24 「동서양의 역사를 품다 : 터키 이스탄불 - 하기아 소피아 성당」 중에서



제3장은 미래가 만든 도시들을 찾아가본다.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종이로 만든 집’이 있는 일본 고베, 공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시애틀 공공 도서관이 있는 미국 시애틀, 자연의 형상을 닮은 성 가족성당이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연한 사고가 만들어낸 하이테크 건축 퐁피두센터가 있는 프랑스 파리, ‘사악하지 않은 도시’를 꿈꾸는 공동체 친화적인 구글 사옥이 있는 미국 서니베일, 21세기 문명의 상징이자 정보의 왕국 페이스북 사옥이 있는 미국 멘로파크, 인간의 욕망이 담긴 부르즈 칼리파가 있는 아랍에미리트연방 두바이를 여행한다.

이 책에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시가현 고카시의 미호 뮤지엄을 설계한 이오밍페이(1983년 수상), 미국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사옥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1989년 수상), 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의 지추 미술관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1995년 수상),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렌초 피아노(1998년 수상)와 리처드 로저스(2007년 수상), 중국 홍콩의 홍콩 상하이 은행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1999년 수상), 미국 시애틀의 시애틀 공공 도서관을 설계한 렘 콜하스(2000년 수상), 일본 효고현 고베의 종이로 만든 집을 설계한 반 시게루(2014년 수상), 인도 인도르의 아란야 저비용 주거 단지를 설계한 발크리슈나 도시(2018년 수상) 등이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비아르케 잉겔스는 “실리콘밸리는 기술 진화와 세계 경제를 이끄는 혁신의 원동력이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방대한 지적·경제적 자원의 대부분은 디지털 영역에만 국한되어왔다. 우리는 향후 구글러의 작업 환경이 구글의 활동 영역만큼 적응력 있고 유연하며 지능적일 것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자전거도로와 상업 공간이 마을 주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올빼미 서식지와 개울 같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활기찬 도시를 위해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는 계획안이었다.

- p. 273~274, 「일하면서 거주하는 공동체를 위한 공간 : 미국 서니베일 - 구글 사옥」 중에서



도시는 아픔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독일 베를린에 있는 유대인박물관은 인류의 참담한 역사의 기억을 기록한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많은 도시에는 유대인박물관이 세워졌다. 그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박물관은 독일 베를린에 있는 유대인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오래된 도시 베를린에 생경하게 끼워져 있다. 이는 낡은 고가구 위에 놓인 첨단 전자제품처럼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연과 티타늄으로 둘러싸인 유대인박물관의 표면에는 사선으로 그어진 선들이 손톱에 할퀴어진 상처처럼 도드라지게 보인다. 유대인박물관에는 납작한 철로 제작된 가면 1만 개가 깔린 메나셰 카디슈만의 설치 작품 ‘공백의 기억’이 있는데, 이는 홀로코스트로 인해 희생된 유대인들을 상징한다.

또한 기울어진 49개의 콘크리트 기둥으로 구성된 ‘추방의 정원’은 유대인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삶을 표현하고 있다.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난감하게 만드는 유대인박물관은 생각 없이 남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배려하지 않았던, 과거에 인류가 저질렀던 죄악에 대한 강력한 건축적인 기록이다.


홍콩은 양면성을 가진 묘한 도시다. 중국과 영국이 겹쳐져 있는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구는 과밀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부자 도시이기도 하다. 몇 군데를 둘러보고 홍콩을 알았다고 하기는 힘들다. 극도로 상업화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한 도시적 면모와 그 이면에 있는 낙후되고 디스토피아적인 슬럼 지역 등이 공존하는 모습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성찰을 담은 여러 공상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블레이드 러너〉가 그랬고 〈공각기동대〉가 그랬다.

- p.92 「슬픔과 불안을 새기다 : 중국 홍콩 - 홍콩 상하이 은행」 중에서



도시에는 슬픔과 불안이 새겨져 있다.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홍콩 상하이 은행은 영국이 홍콩의 몸 위에 새겨놓은 생생한 문신과 같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의 시점이던 20세기 말은 온 세상이 세기말에 대한 공포와 기대가 반씩 섞인 채 휘청거리고 있었다. 특히 자본주의의 최첨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홍콩인들이 겪을 사회주의 국가 체제 안으로 들어갈 때의 불안과 공포는 상당했을 것이다. 당시 홍콩은 시대에 대한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든지 성지순례하듯 들르고 싶었던 곳일 것이다. 홍콩 상하이 은행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시대를 초월한 건축미를 자랑하며, 영원히 늙지 않는 절대자 같은 자태로 당당히 서 있다.

인간은 질서를 만들고 지성을 만든다. 그러나 그 지성과 과학은 때로 중심으로 들어가기만 할 뿐 나올 수 없는 미궁처럼 우리를 가두기도 한다. 중국 후난성 웨양현에 있는 장구잉촌은 미궁처럼 하나의 집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이곳은 씨족 공동체의 마을이며, 미궁처럼 복잡해 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오랜 세월 몸에 익은 삶의 터전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변형이 되었지만, 기본 얼개를 유지하며 지금 26대, 27대 후손이 굳건히 잘 살고 있다. 2003년 ‘중국역사문화명촌’으로 지정될 당시 660여 가구에 2,100여 명이 살고 있었다. 규모는 칸수로 따지면 1,700여 칸이 되고, 마을 안의 복도와 갈랫길 60여 개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다. 그래서 방대한 규모와 짜임새 있게 군락을 이룬 장구잉촌은 천하제일촌(天下第一村)이라고도 불린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감각의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이자 건축의 도시다. 120여 개의 섬을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해놓은 물 위의 도시인 베니스는 촘촘하게 붙어 있는 작은 섬들이 정교하게 꿰매놓은 천 조각 같다. 미술품 수집가이자 후원자로 명성을 떨치며 20세기 미술계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인 페기 구겐하임은 베니스에서 그 인물이 남긴 의미가 크다. 유복한 유대인 집안 출신인 페기 구겐하임은 수많은 전위 작가를 후원하고 그들의 전시회를 열어주었다. 그는 수집한 미술 작품들을 모두 구겐하임 미술관에 기증했다. 베니스의 중심에 있는 산 마르코 성당은 11세기에 재건되면서부터 동방을 침략할 때 가져온 그리스 시대의 조각 등 여러 가지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예술이란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 혹은 호사가의 과시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다. 베니스는 그런 자산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도시다.

오스트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는 인간은 자연에 잠시 들른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 함부로 남의 집에 해를 끼치지 않듯 인간도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찌감치 생태 건축을 채택하고 자연의 식물로서 건축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방법을 강조했다. 그는 형태적으로는 직선을 쓰지 않고 곡선, 특히 나선 형태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표현한다. 그는 자연과 예술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가지고 건축을 하고 환경운동을 한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소각한 쓰레기들에서 나오는 열로 다시 난방을 하는 친환경적인 건축이다. 또한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오스트리아 바트블루마우에 있는 로그너 바트블루마우 호텔은 온통 곡선으로 이어지는 건물과 다양한 색채, 2,4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창문 등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종합된 건축이다.



저자 : 임형남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주)간삼건축, (주)삼우설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다루다가 (주)SF도시건축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이곤 한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SALUBIA Time capsule’, ‘외침과 속삭임’(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환원된 집’(이루 갤러리) 등의 전시회를 열었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공간디자인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했다. 2012년 에 멘토 건축가로 출연했으며, 그 외 <명사들의 책읽기>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집주인과 건축가의 행복한 만남》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등이 있고, <세계일보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자 : 노은주


1969년 원주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월간 플러스, 공간사에서 건축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수목건축에서는 건축기획을, 서울포럼에서 웹진기획을 했다. 리빙TV의 「살고 싶은 집」, 교보웹진 「Pencil」 등을 통해 비평 활동을 했으며,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이곤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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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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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문학이 왜 추리소설에 강한가. 독자는 늘 그것이 의문이었다. 지금도 의문이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일본의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좀 불편한' 진실을 또 마주 대했다는 느낌을 이 소설 『폭염』에서도 지울 수 없다. 불편하다는 것은 일본의 추리소설이 막장 드라마처럼 배경이나 시대성의 성역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일본 독서계는 굉장한 인기 속에 추리소설의 몸집도 불리고, 작가들의 내공도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표현해 한국의 추리소설은 아직 일본의 저력에 조금 못 미친다고 독자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족성 때문일까라고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잔인한 행위나 범죄를 싫어하는 반면 일본은 그것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킬 정도로 즐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누구 하나 독자의 이 같은 의문엔 시원하게 답변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추리소설은 일본 것이 가장 재밌다'고 고정관념까지 생길 정도니까 독자만의 잘못된 판단일까. 그렇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문단에서 추리소설을 너무 도외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버릴 수 없다.

이 소설 『작열』의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는 스스로의 작품을 이렇게 표현했다. '일본 미스터리가 한국식 막장을 만났을 때'. 썩 유쾌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그렇게 표현한 작가의 자유니까 말꼬리를 붙잡을 이유는 없다. 다만 한국의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로 표현되는 부분이 한국의 일부 드라마를 본 느낌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일본의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즐거움과 몰입에 따른 쾌감도 있지만 스토리의 다양성에도 푹 빠져들곤 한다.

이 소설도 독자에게는 사망한 남편의 복수를 위해 가해자와 결혼해 그의 아내가 된다는 설정에서부터 오는 '잔인한 복수'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 단정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버릇이지만 독자는 추리소설을 읽을 때만은 좋지 않은 이 습관이 발동되는 것 같다.

도입부 발단은 굉장히 평온한 일상의 가정의 부부가 등장한다. 여주인공 사키코는 야간 고등학교에서 만난 다다토키와 결혼 후 수년 동안 행복한 부부생활을 해온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로부터 비보를 듣는다. 출근한 남편 다다토키가 근교 아파트에서 추락사했다는 것. 도저히 믿을 수 없던 사키코는 남편의 시신을 보고서야 남편이 죽었음을 납득한다. 그러나 남편의 죽음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어지는 경찰의 말은 더욱 사키코를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남편이 사기로 사람들의 돈을 취득했으며 남편의 사고 현장에 사기 피해자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복수를 위해 사랑을 위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독자로서는 처음이다.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설정과 비슷하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복수를 계획한 사키코가 과연 어떤 일이 생길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는 과정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가 진부함을 그냥 놔둘 리 없다. 독자는 그 정도의 인내심을갖고 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특히...


텔레비전 장식장에 놓인 액자에서 턱시도를 차려입은 다다토키가 미소 짓고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는 대신에 사진관에서 촬영한 것이다. 다다토키의 옆에는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내가 있었다. 우리 둘 다 무척이나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앞으로 지킬게. 이 세상에 서로 의지할 사람은 우리 둘뿐이니까.”

그는 나에게 이렇게 프러포즈했다. 그리고 그 약속대로 그는 쭉 나를 지켜주었다. 내가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도록 부지런히 일해 돈을 벌어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해주었다. 세상에 단 둘뿐이라는 말은 로맨틱한 비유도 과장도 아니었다. 우리는 둘 다 실제로 가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돼. 사키코.”

다다토키의 말이 귓가에 되살아났다. 사키코. 그게 내 본명이었다.(p. 53)




복수를 위해 아내가 되었지만 일단 아내가 된 이상 사키코는 '아내'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이 충실하다. 그리고 히데오 역시 그녀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여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의 성실함과 높은 직업정신을 눈 앞에서 지속적으로 보는 그녀의 마음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그녀의 내면 심리의 묘사가 사실 이 소설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닌가 싶다. 복수의 대상임을 숨길 수 없어 방심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증오, 때때로 밀려오는 전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차오르는 눈물, 원치 않는 히데오와의 결혼 생활을 통해 조금씩 흔들리는

마음. 이야기가 조금씩 정말 막장처럼 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커져만 간다.




소설 『작열』은 앞서 언급한 대로 남편 다다토키를 잃고 살인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성형수술로 얼굴을 고친 후, 살인자에게 접근해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가는 사키코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상대를 남편으로 맞이해 전 남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그녀의 집념은 대단하다. 매일 죽도록 싫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해야 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극심한 고통과 분노 속에서도 사키코는 인내하며 진실을 밝히고, 전 남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증거를 계속 찾아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키코는 작열하듯 타오르는 복수심으로 자신의 삶을 불태워도 좋다고 각오한 것이다. 소설 제목이 여기서 나온 듯하다. 배경도 여름이고...




여름은 저물지 않은 채 첫 페이지를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타는 듯한 날씨와 꺼지지 않는 복수심은 이렇게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고 형상화된다. ‘작열’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더 와 닿는다. 또한 작가가 선사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 역시 탁월한 문학적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독자는 읽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생생한 긴장감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사키코의 심정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면서 점차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결말에 숨죽이게 될 것이다. 엄청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과연 사키코의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운명의 신은 그녀에게 어떤 답을 선사할 것인가?




『작열』은 독자의 취향이 작가와 잘 맞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캐릭터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드라마성이 좋았던 작품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작열하는 태양처럼 부글부글 타오르는 한 여성의 비극적 복수. 눈 내리고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는 초겨울 추위를 잊게 만들 정도로 독자들을 달궈주기에 충분하다.


저자 : 아키요시 리카코


일본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원에서 영화·TV 제작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눈의 꽃」으로 제3회 ‘Yahoo! JAPAN 문학상’을 수상, 2009년 수상작을 포함한 단편집 『눈의 꽃』이 출간됐다. 첫 번째 장편 『암흑소녀』는 한 여고생의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 여섯 동급생 이야기를 다룬 구성과 충격적인 결말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2015년에 출간된 세 번째 장편 『성모』는 ‘반전이 어마어마하다’, ‘오랜만에 나온 최고의 미스터리 작품’, ‘반드시 두 번 읽을 수밖에 없다’ 등등 독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외 작품으로 『자살예정일』 『침묵』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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