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모험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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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셜록 홈스의 모험』은 아서 코난 도일의 첫 번째 소설 모음집이다. 단편 열두 편이 실려 있다. 영국의 월간지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1891년 7월부터 1892년 6월까지 1년 동안 매달 한 편씩 수록된 것을 책으로 묶었다. 이 단편들은 각각의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되기 때문에 주인공인 탐정 홈스와 왓슨 외에 작품 간 연결성은 없다. 단 모든 단편들은 홈스의 조수 왓슨이 관찰자이자 서술자이다. 이 소설집은 그 자체로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등재됐다. 저자 아서 코난 도일은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까지 내릴 정도로 독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코난 도일의 명성이 널리 퍼진 작품집이기도 하다. 이후 저자는 '셜록 홈스 시리즈'는 주인공인 셜록 홈스나 작품 자체에 열광하는 팬들이 형성돼 오늘날 이른바 '팬덤' 층이 생겼다고 한다. 이 팬들을 셜로키언(Sherlockian)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할 정도로 작품성과 스토리 면에서도 탁월한 솜씨로 고전문학으로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읽히고 있다.

이 책의 홈스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위해 1893년 〈스트랜드 매거진〉에 셜록 홈스의 사망을 다룬 「마지막 사건」을 발표했을 때도 팬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며 살려내라고 요구했고, 결국 저자 도일은 홈스의 생존을 확인해주는 「빈집의 모험」을 발표했다니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아도 유명 인사가 됐다는 확실한 증거다. 이 소설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과학 수사'의 원조가 된다는 수사 기법이다. 당시는 과학 수사란 말이 없을 정도로 범죄 수사에 형사들의 단순 추리나 범죄 심리를 잘 아는 형사들이 있을 정도로 수사 분야에 과학 수사가 도입되기 전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도일이 이처럼 과학 수사의 영역으로 이끄는 데에는 저자 자신이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인 듯하다. 

코난 도일은 17세에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는데, 여기서 스승이자 셜록 홈스의 모델이 된 조지프 벨을 만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조지프 베일은 처음 보는 환자의 고향이나 출신 학교, 어제 먹은 음식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추리해내고는 어떻게 그러한 추리가 가능했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도일은 스승이자 멘토인 벨 박사의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이 훗날 그의 작품 속에서 홈스의 기발한 추리를 지켜보며 이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전하는 왓슨의 모습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 위대한 소설집의 번역자 민지현은 도일이 왓슨의 말을 빌려 "사실 내가 홈스의 작업 체계를 연구하고 지켜보면서 큰 기쁨을 느꼈던 이유는, 그가 손댄 사건들의 성격과는 별개로, 상황을 파악하는 그의 신통한 능력과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신속하고도 절묘한 그의 사고력 때문이었다"고 평가하는 데서 드러난다. 역자는 또 셜록 홈스가 독자들의 정신세계에 거의 실존 인물로 굳건히 자리 잡는 데는 왓슨의 공험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고 〈옮긴이의 말〉을 통해 밝힌다.(p.401) 

이 소설집의 두 번째 작품인 「빨강머리연맹」에서 왓슨은 친구인 홈스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특이한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홈스는 특이하게도 서로 상반되는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그 두 가지가 번갈아 나타났다. 나는 종종 그가 극도의 정확함과 치밀함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때때로 시적이고 사색적인 감성에 휩싸이는 자신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극심한 정서의 변화는 그를 지독한 무기력 상태와,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상태를 오가게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정말 그를 두려워해야 할 때는 며칠 동안 안락의자에 앉아 자신이 작곡한 즉흥곡과 고서에 파묻혀 있을 때였다. 그때야말로 그의 내면에서 범인을 추적하려는 욕망이 솟아오르고, 빛나는 추리력이 직관의 경지로 상승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의 방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초인간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을 보듯 놀라기도 한다. 그날 오후 세인트 제임스 홀에서 음악에 심취해 있는 그를 보았을 때, 나는 그 무서운 시간이 홈스가 추적하기로 작정한 대상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다."(p.65)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는 셜록 홈스란 작중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이 찾아올까? 런던 베이커 가의 하숙집 벨이 울리면 한 남자의 내면에서 본능과도 같은 욕망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의혹과 의문에 휩싸인 미스터리한 사건에 엄청난 역량과 열정을 끌어모을 시간이 된 것이다. 그는 의뢰인의 이야기와 실제 사건 현장에서 핵심 단서를 찾고,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넘겨버리는 흔적을 꿰뚫어보며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자신의 직감과 축적된 경험과 다방면의 지식을 토대로 다양한 추론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추리 전문가다. 누가 진짜 범인일까?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검붉게 달아오르는 얼굴, 쇠구슬처럼 차갑게 변하는 눈빛, 사냥감을 쫓는 듯 확장되는 콧구멍, 그리고 끊임없이 연기를 뿜어대는 파이프…… 머릿속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으면 몇 날 며칠이 걸려도 결론이 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그의 이름은 바로 ‘셜록 홈스’다.

이 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은 「보헤미아 스캔들」이다. "셜록 홈스에게 그녀는 언제나 ‘그 여성’이다”로 시작하는 「보헤미아 스캔들」에서 아이린 애들러가 '그 여성'인 이유는 그녀가 홈스와의 두뇌대결에서 승리한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헤미아 국왕은 그의 옛 연인이었던 애들러가 과거의 사진과 연애편지를 들먹여 그를 협박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 사진을 보관하겠다며 한 방 먹인다. 두 번째 작품으로 괴이한 「빨강머리 연맹」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범죄자들이 빨강머리 남자에게 일감을 주겠다고 속인 뒤 은행 옆에 있는 그의 집 지하실에 터널을 뚫는다. 「입술이 뒤틀린 사내」에서 홈즈는 네빌 세인트클레어라는 남자의 실종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의 아내가 수상한 거리의 창문에서 그를 보았음에도 경찰은 거지 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다. 마침내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기까지 몇몇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더 일어난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2007년 간)에서도 이 소설집을 꼭 읽어야 할 책에 등재했다. 『죽기 전에~』에는 "1887년 셜록 홈스의 등장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도시의 급속한 팽창으로 주민들 중 누가 누구인지 거의 파악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셜록 홈스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런던은 도시가 고상하고, 일개 개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웅장하다는 관념을 깨뜨린다. 홈스와 왓슨은 끔찍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19세기 도시화와 산업화에 대한 코난 도일의 부르주아적 치료법인 셈이라는 평가다.

추리소설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주변의 여러 정황과 목격담, 흔적 등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베일에 싸인 범인을 쫓는 묘미가 짜릿하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열독률 최고의 소설 분야다. 추리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짐작조차 못하는 논리와 사고력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반전까지 더해진다면 그 이야기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와 과도한 욕망, 상식적이지 않은 불합리, 예측 불가한 현상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는 다툼, 폭행, 살인, 실종과 같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거짓말과 불분명한 정보가 넘쳐난다. 특히나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고한 사람이 범죄 혐의를 뒤집어쓰거나 범죄자가 당당하게 얼굴을 내민다. 그렇게 진실은 너무나 쉽게 왜곡되고 감춰진다. 이러한 현실을 보더라도 ‘셜록 홈스 이야기’는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우리 내면에 잠재된 호기심과 해결 본능을 자극하고 흥미진진한 수사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1892년에 처음 출간된 단편 추리소설집 『셜록 홈스의 모험』은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로 인정하고 있다. 이미 고전 작품으로 지칭되고, 많은 독자들이 100여년 동안 읽은 원동력이다. 이 책은 초판 출간 이래로 수많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로 각색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판본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또한 셜록 홈스의 논리적 추론과 사건 해결 방식은 여전히 오늘날의 과학수사 기법과 현대 추리소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홈스의 사건 해결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기록하는 왓슨 박사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셜록 홈스는 추리 과정에서 관찰을 통한 단서 찾기, 그리고 논리적 사고를 통한 추론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한다. 이는 범죄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조금만 더 깊이 관찰하고 생각하면 이전에 알지 못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또한 『셜록 홈스의 모험』에는 집필 당시의 사회상, 즉 신분의 차이, 빈부 격차, 부정부패 등도 그 저변에 깔려 있다. 셜록 홈스는 자신의 친구인 왓슨 박사와 함께 여러 사건을 통찰하면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때론 따듯하게 감싸 안으면서 기괴한 사건들을 빈틈없이 해결해낸다. 보헤미아 왕국에 엄청난 스캔들이 일어날 뻔한 상황에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비롯해 '빨강머리연맹이'라는 조직으로 위장한 은행털이범, 결혼식 날 사라져버린 신랑의 정체, 과거의 인연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비극적 사건, 아무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귀중한 보석을 훔친 도둑,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젊은 엔지니어의 황당한 사연, 아들을 신고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오해 등등이 이 책에 나온다.

이 책은 홈스가 왜 ‘과학 탐정’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현재까지 많은 프로파일링에 쓰이는 수사 기법이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크게 기여한 작품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홈스의 수사 기법이 시대를 고려한 셜록 홈스의 과학과 시간의 진전에 따른 수사 기법, 그리고 기술의 발전을 다루고 있다. 현대 기술은 진화를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고, 과학의 기술 역시 날로 발전해가는 요즘, 사건·사고와 같은 범죄 역시 끊이지 않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수사 역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과학수사하면, 셜록 홈스가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그와 법과학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셜록 홈스’는 출연 이후 21세기에도 여전히 책,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등장하며, 새로운 팬과 일명 셜록 홈스 추종자들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셜록 홈스는 시대를 초월한 묘한 매력의 소유자이자, 상상력과 정직함으로 무장한 일류 법과학자이다. 그의 과학수사 방법, 프로파일링 사례는 그만큼이나 사랑받고 지금까지도 범죄 수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할 만하다.

이 책 『셜록 홈스의 모험』은 예리한 관찰과 뛰어난 판단력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셜록 홈스의 추론 과정이 잘 드러나 있어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명작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독자에 따라 조금은 고루하고 딱딱하게 읽힐 수도 있다. 이에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아 마르티네크의 흡인력 짙은 삽화는 명탐정 셜록 홈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데 더할 나위가 없다고 한국어판 출판사 〈소소의책〉은 자신하고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에 이은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원문 그대로의 고전소설을 다시 상상하기 위한 컬렉터용 에디션이다. 각각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범인을 쫓는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의 모습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행위와 표정, 사건 현장, 단서가 되는 물품 등을 개성 넘치는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누구나 편안하게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어가는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또한 이전에 텍스트로 『셜록 홈스의 모험』을 읽은 독자들도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자 :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인물 ‘셜록 홈스’를 창조해 전 세계 독자를 열광시킨 영국의 소설가이다. 1859년 5월 22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찰스 얼터먼트 도일은 아일랜드계 잉글랜드인이었고, 어머니 메리 폴리는 아일랜드인이었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후 선박에서의 서부 아프리카 해안을 항해하는 등 의사 경험을 거쳐 포츠머스에서 개업하나 환자가 없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경험은 그의 소설에 폭넓은 소재와 주제를 제공했다.

그는 「사사싸 계곡의 미스터리」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했으며, 그러던 중 1887년에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첫 작품 『주홍색 연구』를 발표했고, 1890년 두 번째 장편 『네 사람의 서명』을 발표하면서 점차 인기가 높아졌다. 1891년 런던에서 다시 개업하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기에 작품에 전념하기로 결심하고 1892년에 『셜록 홈즈의 모험』과 『셜록 홈즈의 회상』(1894) 등 홈즈 시리즈 단편을 차례차례로 발표하여 추리소설의 장르를 확립했다. ‘셜록 홈즈’ 시리즈만으로 두 편의 장편과 네 권의 단편집을 발표하였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홈즈와 온후한 왓슨이 여러 사건에 도전하는 이 시리즈는 60여 편에 이른다. 셜록 홈스 이야기는 처음 발표되자마자 세상에 돌풍을 일으켰고 세계 각국에 소개되었다. 독자들은 괴팍한 성격과 탁원한 재능으로 카리스마를 풍기는 홈스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그 결과 홈스는 명탐정의 대명사가 되었고, 심지어 많은 독자가 그를 실제 인물이라고 믿기까지 했다. 『용감한 제랄의 모험담』, 『잃어버린 세계』 등의 과학소설도 썼다. 1902년, 보어 전쟁에서 의사로 활약, 영국의 참전을 정당화하는 등의 업적으로 기사 작위에 서임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아들을 잃은 후 심령현상에 관심을 보였다.

홈즈 시리즈가 준 영향은 탐정소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셜로키언이라 불리는 팬이 전 세계에 존재한다. 40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홈스 시리즈를 발표하며 미스터리의 보급에 기여했다. 이후 애거서 크리스티, 도러시 세이어스, 앤서니 버클리, S.S.밴 다인 등의 작가들이 등장하는 데 발판이 되어 주었다. 이후에도 아서 코난 도일은 꾸준히 미스터리 장르 작품 활동에 매진하였으나 1930년 7월 7일,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그림 : 소피아 마르티네크(Sophia Martineck)

1981년생. 베를린, 뉴욕, 리버풀 등지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뒤 독일과 여러 나라의 출판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 [뉴욕 타임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르몽드], [가디언] 등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카슨 매컬러스, 캐서린 맨스필드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에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또한 다양한 작품과 전시를 통해 ‘젊은 작가상’, ‘아메리칸 일러스트레이션상’ 등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독특한 흡인력을 가진 만큼 명탐정 셜록 홈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역자 : 민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군주론』, 『블루&그린: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나사의 회전』,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불법자들:한 난민 소년의 희망 대장정』, 『메이슨 버틀이 말하는 진실』, 『놀면서 떠나는 세계 문화 여행』, 『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 『공감』, 『감정의 역사』, 『선을 긋는 연습』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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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
김욱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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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의 저자 김욱은 소년시절 소설가를 꿈꿨다. 그러나 소설가가 되기 전에 호구지책으로 신문사에 입사했다. 소설은 아니지만 글 쓰고 싶은 욕심은 기사를 쓰면서 조금은 상쇄되었을 것이다. 신문사 기자 생활을 오래 하고, 어느덧 정년도 맞이해 퇴직한 후의 생활도 어느 정도 보장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투자 실패로 평생 일해 받은 노후 생활 자금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한다. 채워지지 않던 욕심의 글쓰기가 단 한 번의 투자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더욱 왕성하게 살아났다는 것은 그나마 좋은 대안이었다고 독자는 이해된다. 자신의 희망대로 소설은 아니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쓸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자신의 실패로 얻은 삶에 대한 의지는 글쓰기에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내심 자신감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남들처럼 즐겨야 할 70 노년에 들어서야 제대로 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다. 

「오래된 육신의 낡은 생각들을 정리하며」란 제목의 〈서문〉에 따르면 날로 비루해지는 육신에서 후회와 절망이 싹트는 경험은 늙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 최대의 공포다. 지금 거울 속 내 모습은 나의 기억 속 그 어떤 얼굴과도 닮지 않았다. 내가 이런 얼굴과 이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원하던 삶의 근처를 배회하며 상처받았고, 그에 대한 보상처럼 기대하지 못했던 삶과 사람들을 선물 받았다. 인생은 극단의 좌표들만 골라 나를 인도했다. 새로운 시대는 늘 낯설었고, 나는 끝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지지 못했다. 삶의 모든 순간에 '계획'이라든지, '순리'라는 자연발생적 법칙 같은 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찰나의 순간에 생존과 종말이 교차하는 치열한 긴장, 그 압박감을 이겨내고 다음 단계로 한발 나아갈 때면 어김없이 나의 얼굴은 타고난 표정 하나를 잃었다.
저자는 20년 간의 글쓰기를 계속하면서 어느새 아흔의 노인이 되었다. 그사이 남들처럼 직장에서 일도 해봤고, 집도 가져봤고, 전 재산을 잃어도 봤다.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 자식도 낳지 않으려 했는데 어디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가. 나이 쉰에 아들도 얻었다. 이 노 작가가 담담하게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글을 읽고 있으면 과연 그가 백 살에 가까운 ‘노인’이 맞는가 싶다. 그의 고민과 생각이 요즘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톨스토이, 쇼펜하우어, 디자이 오사무의 글들은 지금도 많이 읽히는 책이다. 아흔 노인의 글이 지금에도 낡지 않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와 같으리란 짐작을 해본다.

독자는 김욱 저자의 글을 처음 읽는 것은 아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니체의 말』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저자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임이 확실하다. 남들은 손에서 일을 놓는 일흔에 번역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잘나가는 중앙지 기자에서 한 번의 투자 실패로 남의 집 제사를 지내주는 묘지기로 추락했을 때, 저자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사람들은 이제 ‘끝’이라고 그를 ‘실패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저자는 하늘을 날지는 못해도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자신의 새로운 하늘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스스로 출판사 문을 두드려 번역일을 찾고,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약간의 거리를 둔다』 등 지금까지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하는 동시에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등의 책을 썼다고 한다. 일흔에 맞이한 시련을 그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글을 쓰겠다’는 꿈을 찾는 기회로 삼았다. 과연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실패 경험이 글쓰기의 원동력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70살이 되기까지 살아오면서 누구나 '실패'의 경험을 갖기 때문이다. 원동력은 글쓰기에 대한 어렸을 적의 욕망이 전부를 잃어버리는 실패를 겪었을 때 기어이 살아내겠다는 의지와 투지가 생긴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남다른 행보를 보인 저자의 곁에는 언제나 문학과 철학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가 ‘인생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는 쇼펜하우어의 글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제대로 살아남고 싶다는 한 인간의 갈망이 내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한 말에는 세상사에 흔들릴지언정 한 사람의 주체로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했던 삶의 자세가 담겨 있다. ‘남들 눈치 보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 ‘인생은 원래 외로운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길밖에 없다’와 같은 메시지는 굳이 철학에서 찾지 않더라도 저자의 삶 그 자체였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글쓰기 의지가 일단 되살아나면서 그가 펴낸 책이 200여 권이라니 입이 쩌억 벌어진다. 마치 몸속의 신기(神氣)가 분출되었을까? 200여 권의 책을 전부 읽은 사람도 평가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한 권 읽은 독자가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용히 저자가 성찰을 통해 내놓은 말에 귀 기울여본다. 

다행히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망한 이야기를 써달라고 하면 기고만장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는다고. 실패가 결국 실패가 아니었고,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삶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는 5장(章)의 제목이기도 하다. 5장에는 소제목이 달린 7개의 글이 등장하는데 그 중 「망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으면 나는 아주 기고만장한 얼굴이 된다」라는 긴 제목의 글에 70세에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가 잘 나와 있다. 

"실패는 즐겁다. 실패와 절망이 미래를 결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만 기억한다면 몇 번이든 감수할 수 있다. 쓰러짐은 대수롭지 않다. 쓰러진 후에 다시 일어서고 싶은 마음이,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쓰러지는 것이 무섭지 않다는 용기가 중요하다. 넘어졌다 일어나 보면 쓰러지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을 알게 된다. 넘어졌더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만 있다면, 두 번이든 세 번이든 넘어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서 있는 자신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p.251)

우리는 늘 실패를 두려워하고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한탄한다. 그래서 그것밖에 실패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분하고 억울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투정을 부리는 저자의 진심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책에 따르면 실패를 기억하는 것처럼 멍청한 짓은 없다. 지나간 실패를 기억하며 새로운 도전을 의심하는 것처럼 나약한 생각은 없다. 에디슨은 필라멘트 전구를 만들 때 육천 번이나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육천 번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필라멘트 전구를 만들 수 없는 육천 가지 방법을 알아냈다며 능청을 떨었다. 좌절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나만의 노하우다. 어째서 실패했고, 그 실패가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증언해 주기 때문이다. 실패는 역사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는다. 그 지긋지긋한 경험이 나만의 역사가 되어준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랬고, 혹은 지금도 그렇게 도망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쳐도 결국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차라리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한 번 더 실패하고 말겠다는 자포자기가 큰 능력이다.

저자가 앞에서 언급한 5장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를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제목은 「망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으면 나는 아주 기고만장한 얼굴이 된다」고 남의 실패를 글로 옮기며 즐겁다는 뜻으로 잘못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의 속뜻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보상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만큼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보상이 될 때가 있다."란 문장이다. 이 장에는 따로 떼어 아포리즘으로 만들 만한 문장이 많이 나온다. 

"지구상에 등장한 생물 중 미루는 것을 발견한 종은 오직 인간뿐이다." "인생을 '승부'로 바라보면 삶은 경기가 된다." "인생에 '정상'이 있다고 믿는다면 삶은 내내 오르막이다." "산다는 것은 결국 반복되는 시간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시기를 나누고 각각의 시기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고 믿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백세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긴 시간 이어져온 많은 관습과 관념들을 바꾸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저자는 아들, 남편, 직장인, 아버지가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노년의 모습을 제시했다. 또, 저자는 ‘죽음’마저도 달라지지 않으리라 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톨스톨이의 죽음에서 해답을 찾았지만, 그것이 모두의 해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저절로 삶과 자신을 사랑하는 자세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아흔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잘 살았다’는 평가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4장 〈쇼펜하우어처럼 살다가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가운데 소제목 「나는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란 글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죽음에서 얻어낸 노 작가의 통찰력이 나타난다. 저자는 이 글의 첫 머리를 "삶이라는 단어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의 오늘이다."라고 썼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자신의 목표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짓게 될 표정, 마지막 말들과 흘릴 미소, 영원한 안식에의 도달을 스스로 계획하여 실천할 수 있겠는가, 라는 가능성의 증대로 집약된다고 문장을 완성하고 있다. 저자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전국 각지에서 운영되는 현실을 보며 '죽음이 사육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즉음의 대기소라고도 덧붙인다. 저자는 자신의 오늘은 그간 경험했던 수많은 '오늘'과 바꾸지 못할 단 하루라고 표현한다. 이어 어제보다 못하고 내일보다 덜 소중한 오늘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감히 입에 담지 못한다는 거짓말로 살아온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톨스토이의 죽음 이야기가 뒤따른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학대받는 사람들, 가난한 농노들의 해방과 자유를 그려낸 작품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가 쓴 소설이 세상에 전해질수록 자신의 재산은 증식되지만 주인공인 고통받는 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말을 전한다. 톨스토이는 고민 끝에 그 괴리에 책임감을 느끼고 저작물에서 얻어지는 인세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환원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가족들이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가족들은 톨스토이의 재산이 유실될까에 눈을 켜고 감시한다. 톨스토이는 결국 1910년 10월 27일 톨스토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아내와 아이들, 출판업자가 톨스토이의 서재를 뒤졌다고 한다. 혹시나 유언장에 엉뚱한 말을 쓰지는 않았는지, 그들이 모르는 재산상의 다른 서류가 있는 건 아닌지 뒤져본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잠에서 깨어나 서재에 들른 톨스토이는 이 장면을 목격했다. 늙은 소설가는 격노했다고 한다. 새벽까지 가족들과 심하게 다툰 톨스토이는 마음을 정리했다. 그는 주치의를 데리고 집을 나간다. 노구를 이끌고 새벽녘에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간 늙은 작가는 살아서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미 러시아의 가난한 백성들을 돌아보고 위로하다 길에서 죽으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같은 해 11월 7일 기차여행의 피로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급성 폐렴에 걸려 사망하고 만다.


저자 : 김욱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서울신문,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 언론계 최일선에서 일했다. 안정된 노후가 보장된 그였지만, 퇴직 후 잘못된 투자로 전 재산을 잃었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번역 일을 시작했고, 이참에 평생 한으로 남았던 꿈까지 이뤄보자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다 끝난 것 같은 그때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남들은 손에서 일을 놓는 나이 일흔에 시작한 번역본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 『약간의 거리를 둔다』, 『황홀한 사람』, 『지적 생활의 즐거움』, 『지식생산의 기술』 등 200여 권이 넘는다. 늘 문학과 철학을 가까이했던 그는 일생에 큰 영향을 준 철학자를 깊이 있게 공부했다. 그 결과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를 집필했다. 번역의 영역을 넘어서 기획하고, 전문 영역을 넘어서 폭넓게 글을 썼기에, 아흔의 나이에도 현역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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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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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과학과 의학의 도움으로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즐긴다. 지금껏 인류 출현 이후 가장 풍요의 시대라고 명명될 만큼 평균 수명도 2~3배로 늘어난 상태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대략 30만년 전이라고 한다. 두 발로 걷는 조상부터 따지자면 그 연대는 무려 2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지구 환경의 변화로부터 살아남지 못했고,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이 현재 인류의 조상이라고 인류학에서는 본다고 독자는 알고 있다. 이때의 인간은 다른 어떤 종(種)보다 우월한 지능을 바탕으로 지구상 최상위층에 위치했다.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고, 조직을 이루어 집단적으로 무리를 짓기 시작한 이래의 인류의 역사는 불과 몇 만년 전으로 현재에 바짝 다가선다. 고대 인류 문명으로 대표되는 4대 문명이 태동한 것을 인류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면 모두 1만 년이 채 안 된다. 불과 수천 년 동안이 지금의 인류 문명이 있게 된 기간이다. 고대 시대는 식량이나 신체 안전을 위한 주거 환경의 발전부터 옷과 건축의 발전이 눈부신 속도로 진보해 왔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문자를 가지면서 '역사 인류'가 된다. 문자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6,000~7,000년 전이다. 불과 수천 년간 우주 행성을 완전히 지배한 곳이 어디 있을까? 

이후 인류는 쉼 없이 삶에 힘을 쏟았다. 먹고 사는 삶에는 먹을 것과 옷, 주거지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습의 변형이나 기본 재료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의 일이다. 현대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의 발전을 이루어낸 결과를 누리지만 노동의 필요는 변함없다. 더욱이 과학이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 살지만 일은 더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쉼도 고대 종교로부터 내려온 관습에 의해 일주일에 하루는 하늘의 말씀으로 휴일로 정하지만 남에게 뒤떨어지면 인류가 이룬 문명의 혜택에서 쉼없이 일하는 '노동기계화'된 인간은 쉬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의식은 이제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버렸다. 

이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의 저자 마릴린 폴은 「당신은 제대로 쉬고 있는가」란 제목의 〈서문〉에서 "현대 사회는 인간을 쉬게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일하게 만든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 쉴 때조차 광고료를 발생시키는 존재로 만들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유대인이지만 저자는 학교 다닐 때까지도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의 이유야 어떻든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는 유대인은 책으로 접해 본 적이 없어서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쉼'에 대한 그의 말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당연히 이 책을 선택하고 몰입하게 됐다. 이 책은 다행스럽게 종교적 색채를 띄지 않은 채 이야기를 끌고 나가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유대인의 관행을 좋아하지 않던 저자가 대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금요일 저녁을 함께 먹는 모임인 '하부라'에 초대했고, 그곳에서 일주일에 하루를 완전히 쉬는 안식일을 처음으로 경험했다고 털어놓는다. 안식일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나왔으며 '중단' 혹은 '멈춤'을 뜻한다고도 한다. 저자의 삶은 이 안식일을 만난 이전과 이후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To-do 리스트’와 ‘Check 리스트’로 가득한 일상은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휴식을 빼앗긴 인간은 생산성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울증과 번아웃은 그 결과라는 주장이다. 모든 것을 다 해내려다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된 것으로 저자는 지적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쉬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책은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리던 저자가 면역결핍증 등으로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후,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다. 예일대 의대 강연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일과 일상의 균형을 선물했다. 5,0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유대인들의 쉼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접목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제대로 된 휴식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휴식의 설계-연습-적용의 3단계로 구성된 내용은 우리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쉽다. 이 책이 독자들의 삶에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1부 〈우리는 도대체 왜 제대로 쉬지 못하는가〉, 2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설계하는 연습〉, 3부 〈멈추고, 쉬고, 나를 찾는 법〉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진정한 휴식을 3단계로 구성했다.

저자는 지나친 일 때문에 면역결핍 질환을 얻어 비로소 안식일에 대해 알고,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던 듯하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일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달게 된다. 이로써 그는 휴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에 매진한다. 그 결과, 유대인들의 오래된 쉼의 기술인 ‘안식일’ 전통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 이후 건강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의 연구를 체계화한 뒤 예일대 의대, 히브리대 등 전 세계 유명 대학에서 이를 강의한다. 그의 강의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미국 비즈니스 전문 사이트 INC닷컴에서는 그를 100대 강연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저자가 그동안 강연했던 내용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은 휴식을 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한 쪽에서 일과 함께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당신을 병들게 하는 것이 당신의 열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을 먼저 던진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과 각종 책과 주위 사람들의 연구 부분을 섭렵한다. 왜 사람들은 일에 빠져드는가?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려 하고, 가정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무리하기 쉽다.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점이다. 그러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신이 기대한 이상의 결과를 얻어야 만족하는데,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만족의 좌절’을 겪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결과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지속 가능한 휴식이라는 결론을 낸다. 이 책에는 휴식을 위한 마인드셋 방법과 일상에 적용하는 법, 그리고 인간관계 또는 조직 내에서 활용하는 법 등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신경과학과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근거도 가득하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으로 손색이 없다.

종교 이야기는 자제하려는 저자는 유대교의 교리에 속한 내용을 먼저 꺼낸다. '일곱째 날에는 멈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휴식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우리가 하는 일을 멈추고 진정한 목적에 따르는 삶을 찾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과 우리 자신을 경건하게 섬기는 시간은 단지 계속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이때 안식일은 신성한 삶 자체의 정수가 된다. 

유대교 안식일의 또 다른 주제는 자유다. 유대인은 안식일 만찬 기도에서 이집트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준 신께 감사드린다. 그들은 "안식일은 우리의 성스러운 날 중 으뜸으로서 이집트에서 탈출한 일을 기념한다"라고 말한다. 안식일에 관한 성경적 관점은 우리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동안 일을 멈출 자유가 있다는 것은 노예가 아니라는 뜻이다. 매주 하루를 쉬는 것은 우리가 고개를 숙이는 이집트의 파라오나 왕이(오늘날에는 상사나 프로젝트 마감일이) 하루 동안은 눈을 감는다는 뜻이다. 지배자의 자리에는 압제가 사라지고 자유로운 하루가 들어선다. 얼마나 많은 것에 중독되었든, 얼마나 많은 것에 의존하든 안식일에는 하루를 쉴 수 있다. 저자는 이 안식일이 지니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안식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우리를 쉴 수 없게 하는 독재자들 중 하나는 '결핍'이라고 지적한다. 이 독재자를 셜명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일에 길들여졌는지 살펴보자는 의미다.

생산과 소비에 대한 충동이 우리를 계속 달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과 가진 것을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업무나 프로젝트 혹은 직무를 말한다. 안식일은 일주일에 하루 동안 쳇바퀴에서 내려와 자아를 더 깊이 깨닫도록 가르친다. 이 인식은 또 다른 일주일 내내 지속된다. 우리 시대의 멈추지 않는 열망과 요구는 억압과도 같다. 이처럼 우리를 계속 행진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우리를 탈진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무엇일까?(p.58) 

저자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지독한 독재자로 결핍을 지목한다. 건강, 외모, 옷, 친구 등 그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결핍을 느끼며 자란다. 필립 슬레이터의 『고독에 대한 추구』에서 인용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한다. "소유는 사실 결핍을 낳는다. 소유물에 감정을 많이 이입할수록 진정한 만족을 누릴 기회가 사라진다. 소유물에 집착할수록 박탈감이 심해진다." 또 환경운동가 빌 맥키번의 문장도 덧붙인다. "소비사회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피상적이고, 달콤하고, 화려하고, 섹시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약점 말이다."

독자는 앞서 저자가 유대인으로서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고 밝힌 부분에서, 저자의 책이 종교적 색채를 벗어나 있어 읽기 부담스럽지 않다고 표현했다. 그것은 종교적 교리에 의한 내요이 중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에서였다. 유대교적 관점을 부각시키면 다른 어느 종교의 관련된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대교는 유일신이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내용을 끌어가는 데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책의 다른 부분에서 불교도 인용된다. "불교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과 감정이 드나들도록 놔두라고 가르친다. 그러면 감정적 반응의 패턴을 서서히 인식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압박감이나 두려움 혹은 슬픔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고요는 이런 감정들을 두려워하기보다 경험하고 해소하도록 해준다. 이때 우리는 더는 감정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대신 감정은 생동하는 활기, 우리를 위한 자원이 된다."(p.326)

저자는 정신없이 바쁜 생활에 휩쓸리다 보면 충만하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생산성을 올리려면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뛰어다니면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는 데 매달린다. 성취는 유혹적이기는 하지만 삶 속에서 현존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가릴 수 있다. 우리는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황량한 내면을 발견하고 쓸쓸함을 지니게 된다고 역설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불교 명상가 타라 브랙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우리 자신의 소중한 일부이자 풍요로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억지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기보다 폭넓은 경험을 허용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항상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우리를 불안하고 조심스럽게 만든다. 대신 내면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불안과 두려움, 복잡함, 고민, 바쁘게 사느라 옆으로 제쳐둔 꿈들이 뜻하지 않게 마음으로 떠밀려오는 삶의 부유물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p.329)


저자 : 마릴린 폴(MARILYN PAUL)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만 명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전설적인 컨설턴트이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과 이스라엘 최고 명문대인 히브리대학교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과대학원 등 세계 명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면역결핍 질환으로 죽음과 마주한 후,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사고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유대인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성찰을 더해 진정한 휴식법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컨설턴트로 이름을 알렸으며,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사이트 ‘Inc.com’이 선정한 100대 강연자로도 뽑혔다.

저서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열쇠도 못 찾을 정도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It’s Hard to Make a Difference When You Can’t Find Your Keys)》가 있다.


역자 : 김태훈


전문 번역가로서 인문/교양,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번역한다. 옮긴 책으로 《가난한 찰리의 연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최선의 고통》, 《사고의 본질》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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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 - 크리스마스 명반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즐기는 크리스마스 파티 가이드
안드레 달링턴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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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는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는 데 좋은 가이드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우선 크리스찬이 아니기도 하고, 또 모임이나 친구들끼리 회식 자리를 가지긴 했지만, 이른바 '서양식 파티'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때도 음식을 주문하거나 별도로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칵테일과 음악이 있는 저녁을 보낸 적도 없다. 또 아파트에 살기에 이 책에 어울리는 파티는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에 전원주택에 산다면 이 책은 더 없이 좋은 파티 안내서가 되리리고 생각된다. 미국이나 넓은 집을 가진, 저택에서나 어울릴 듯한 파티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소품들이 많아서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눈으로만 즐기고 머릿속에 각인했다가 책을 보관해 전원주택 생활을 할 때 이용하면 매우 탁월한 파티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물론 음반 소개는 지금 당장 유용하지만.

출판사 측에서도 이 점을 부각시켜 소개한다. 우선 1949년부터 2020년대까지 발매된 45장의 크리스마스 명반에 눈이 간다. 또 파티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소개한다. 음반을 〈록〉, 〈웜 앤 퍼지(Warm & Fuzzy)〉, 〈재즈 & 클래식〉 등 세 개 장(章)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앨범마다 음반 해설과 함께 A면과 B면을 상징하는 두 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수록하였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한 아이디어와 간식 레시피도 소개하며,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들으며 트리를 장식하거나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과 함께하는 신나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칵테일에서부터 창의적인 레시피까지 다양한 칵테일을 집에서 쉽게 만들고 마실 수 있도록 필요한 기법과 팁을 알려 준다. 장소가 허락되는 집이라면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앨범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당장 만끽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잘 아다시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이를 해제하는 국회 의결이 통과되고 비상계엄은 6시간의 짧은 단막극이 되었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아직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폭동 등이 일어났을 경우 선포해야 할 비상계엄은 반대당의 횡포로 국정을 펼 수 없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니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주일 전 벌어졌다. 몇 번의 비상계엄령을 겪은 대한민국은그야말로 비상계엄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 비상계엄이란 어른 세대들의 잔유물로만 생각했는데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걸 처음 겪는 20~30대의 젊은이들은 결연히 거리로 나섰다. 

이 한밤의 비상계엄은 '실패한 내란'으로 기억되겠지만 앞으로 겪어야 할 후유증은 상상 이외로 클 듯하다. 경제적 압박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 자체도 크게 실추되고 말았다. 어쩌면 나라가 10년, 20년 전으로 후퇴할 듯 싶다. 그러나 일단 수습의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진행되는 가운데 내란에 관련된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수사 당국도 분주히 움직이지만 '수괴'에 대한 탄핵마저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국회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야당 의원들의 힘겨운 호칭에도 표결 자체를 거부한 여당 의원들의 몰염치가 국민들에게 오히려 수치심을 준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탄핵을 가결시켜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주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크리스마스 파티 안내서에 대한 서평을 쓰려니 불시에 일격을 맞은 느낌이다. 현 우리 정치 상황에 대해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씨의 변화는 이어지고 크리스마스는 다가온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쌀쌀해지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커지기 시작한다.

연중 더없이 멋진 이 시기는 우리가 즐겨 듣는 노래가 라디오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크리스마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따뜻함과 아늑함, 행복감 같은 온갖 감정이 떠오르고, 매년 꺼내 듣는 캐럴 앨범은 가까운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쌓아 온 크리스마스의 추억과 함께 우리 곁에 머무른다. 이 책은 음악과 칵테일의 페어링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저자 안드레 달링턴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거나 연말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고 싶을 때는 상큼한 시트러스 펀치를 손에 들고 제임스 브라운의 펑크 클래식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 볼 것을 권유한다. 크리스마스 여왕 머라이어 캐리의 땡그랑거리는 메가 히트곡을 떼지어 노래하며 틈틈이 ‘트윙클링 라이츠’로 목을 축여도 좋다. 스케이트를 타느라,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느라, 눈밭에서 눈싸움하느라 하루를 보내고 나면,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바늘을 올리고 〈크리스마스 카드〉 칵테일을 저어 아늑하게 자리를 잡을 시간이다. 이때 유명한 캐럴의 가사에도 등장하는 달콤한 ‘피기 푸딩’을 곁들인다면 더욱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보다 우아하고 풍성하게 보내고 싶다면 재즈와 클래식 음반을 꺼내어 보면 분위기를 매우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저자는 페기 리의 관능적인 음색에는 재즈 풍미로 가득한 사워 칵테일 「덱 더 홀스」가,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크리스마스를 환하게 밝히는 힘찬 음악에는 그에 맞춰 춤추는 「넛크래커」 칵테일이 제격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에서 '바'를 꾸미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자들이 초보 바텐더라면 또는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면, 이 책에 소개된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를 참고하기를 권유한다.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칵테일에서부터 창의적인 레시피까지 90가지 칵테일을 집에서 직접 만들고 마실 수 있도록 흔들기, 젓기, 짓이기기 등의 기본적인 기법과 유용한 팁을 모두 소개하였다. 칵테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는 물론 바닐라 시럽, 피칸 시럽 등 칵테일용 수제 시럽 레시피도 안내해 홈 바에서도 수준 높은 홀리데이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시대를 초월한 명반과 칵테일의 환상적인 조합, 사진과 그래픽의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칵테일과 레코드』의 크리스마스 컬렉션인 이 책은 선물하기에도 훌륭한 소장 가치가 있는 파티북이다. 크리스마스를 해마다 찾아오는 휴일로 무심하게 보내거나 매년 비슷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지루한 적이 있다면, 올겨울 이 책 『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와 함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의 1~3장은 음악 종류에 따른 구분이고, 4장은 〈선물 포장 코너〉로서 1.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 2.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바 만들기 : 재료와 도구 3. 간단하게 만드는 칵테일용 시럽 레시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이 책을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미국의 크리스마스 대중 음악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급부상했고,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같은 노래들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독자들이 벙어리장갑을 낀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1949년 빙 크로스비가 발표한 기념비적인 엘피 음반(LP는 1948년에 처음 등장했다)부터 2021년까지의 음반을 망라한다.

LP가 지금도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앨범을 모두 이 책에 실을 수 있다는 (다시금 대량으로 LP로 찍어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즐겨 듣던 페기 리나 비치 보이스를 젊은 청취자들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앨범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뿐 아니라 엘피라는 매체 자체의 매력을 입증한다. LP 음반과 크래프트 칵테일은 서로 어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그 매력의 많은 부분은 둘 다 감촉에 의한 경험이라는 데에서 온다. 음반 재킷의 느낌, 엘피 특유의 잡음,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바늘을 올리고, 젓고, 흔들고, 뒤집는 동작, 첫 모금을 마시는 느낌, 지직거리고 타닥거리는 소리. 물론 이것은 칵테일과 엘피 음반이라면 당연히 나는 소리와 맛이지만, 그보다 더 큰 근본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엘피로 듣는 음악을 따뜻함과 존재감이라는 말로 즐겨 표현하며, 엘피 음악은 더 생동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생각해 보자. 음반과 거기 어울리는 칵테일이 연중 어느 때라도 우리에게 따뜻한 취기를 안겨 준다면,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면 같은 경험이라도 얼마나 더 깊이 다가올까? 

이런 책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가정을 중심으로 집에서 이뤄지는 문화가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출판사 측에서는 「이 책을 활용하는 법」을 따로 두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1949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최고의 크리스마스 앨범 45장을 소개한다. 음반은 앞서 언급한 대로 〈록〉, 〈웜 앤 퍼지(Warm & Fuzzy)〉, 〈재즈 & 클래식〉 등 3개 장을 분류 게재했다. 순서는 각 장마다 연대순이다. 앨범마다 A면과 B면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제시하여 청각과 미각을 위한 완벽한 경험을 안겨 준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음악 감상이 되도록, 앨범마다 「언제 틀까?」라는 항목으로 음반을 틀기 좋은 때를 제안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장식하는 파티를 원한다면? 그웬 스테파니의 앨범 〈You Make It Feel Like Christmas(2017)〉를 보고 참고하면 된다.(p.38) 홀리데이 브런치? 저스틴 비버의 앨범을 튼다. Under the Mistletoe (2011)(p.32) 그 밖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기기 좋은 간식거리 레시피도 책 여기저기에 배치해 두었다. 이것 역시 찾아보는 즐거움을 준다. 독자들은 칵테일 기술을 더 갈고닦고 싶다면 「최고의 크리스마스 칵테일 만들기」(p.116)를 참고하면 된다.


저자 : 안드레 달링턴(Andre Darlington)


술과 음식,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쓴다. 레스토랑 평론과 와인, 칵테일 칼럼으로 상을 받은 작가이며 그 이전에는 베이스 연주자이자 디제이로 활동했다. 『새로운 칵테일의 시간』, 『영화의 밤 메뉴 ? 터너 클래식 영화』를 펴냈다.


역자 : 권루시안


편집자이자 번역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책을 독자에게 아름답고 정확한 번역으로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서 L. 겁틸의 『펜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연필 스케치 마스터 컬렉션』, 아가트 아베르만스의 『식물 관찰 스케치』, 『자연 관찰 스케치』, 존 그리빈의 『진화의 오리진』, 『과학을 만든 사람들』(진선출판사)과 에릭 해블록의 『뮤즈, 글쓰기를 배우다』(문학동네),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언어의 죽음』(이론과실천)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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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쉬운 글의 힘
손소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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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들은 학교 문법상의 언어보다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는 비문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독자는 중년 세대로서 젊은 세대의 글쓰기를 접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인터넷 상에서 글쓰기를 읽고 난 느낌이다. 오프라인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것들은 한글로 써도 무슨 뜻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마구 쓰이고 있다. 독자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타인이 써놓은 글을 한 번씩 읽다가 아연실색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게시물의 덧글에 쓴 글들을 읽어보면 몇 개 안 읽었는데도 수많은 오탈자, 외래어 남용, 비문 등이 너무 많이 쓰여서 황당하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한다. "이러다 한글 없어지는 것 아냐?" 하는 걱정도 여러 차례 했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 등장한 '인터넷 언어'에 대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욕이나 무지막지한 막말도 큰 문제지만 비문이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그것이 통용된다는 것이 더 문제다. 그들에게 펜을 쥐어주고 자기 소개글을 써보라 하면 어떻게 쓸까? 소름 끼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독자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정화되겠지"라고 독자를 타이른다. 독자는 인터넷에서 서평 카페 이외에는 댓글을 달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꼰대' '쉰세대'로 매도될 것 같아서다. 운동선수들에 덕담이나 응원 격려 감사를 쉽게 전하는 것도 할 수 없다. 이것도 세대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언어가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하나의 빌미가 되겠다 싶다. 

인터넷 상이라도 학교 문법에 맞춰 글쓰기를 하는 곳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이트에선 맞춤법이나 사전에 등재된 학교 문법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수가, 비율이 점점 늘어난 것으로 느끼게 한다. 독자는 인터넷 상에선 덕담은 해도 비방은 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에서도 이 같은 글쓰기가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기성 세대의 걱정이 많아졌다고 쓴 일본의 글쓰기 책을 읽은 적도 있다. 인터넷 상의 글쓰기는 바로바로 생각나느 대로 쓰고 검토 한 번 없이 즉각 글을 올린다. 맞춤법이나 비문 등에 대한 인식이 훨씬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일본 역시 인터넷 글쓰기가 난관에 부딪친 느낌이다. 특히 요즘 문해력이 화두라고 한다. 우리 역시 비슷한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한글 맞춤법이나 제대로 된 문장을 써야 한다는 글쓰기 책이 많이 쏟아져 그나마 앞날에 위안이 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논술·서술형 문제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고, 당장 입시와 대학교육에서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에 주목한다고 한다. 또 사회에서는 갖가지 글쓰기를 통해 개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요구한다니 한글 글쓰기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서 다시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어는 습관이다. 잘못된 습관은 사회에서 여간 고치기 힘든 게 아니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 맞춤법이 서투르다든지, 문장이 이해하기 어렵게 길게 쓴다면 지적받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글쓰기를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지만 어디서나 요구한다. 학교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야 평생 올바른 언어 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책 『짧고 쉬운 글의 힘』은 방송작가 손소영이 들려주는 임팩트 있는 글쓰기 비법을 담았다. SBS, KBS, EBS 등 여러 방송사에서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한 저자가 독자들을 위해 작심하고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한겨레 교육의 글쓰기 강의, 방송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글쓰기 지도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글쓰기 노하우를 전해준다. 「글의 설계와 구성」, 「백지와 싸우는 법」, 「단숨에 쉽게 읽히는 글」, 「살아 움직이는 글」, 「효과적인 필사법」, 「화룡점정, 제목 붙이기」, 「전략적 글, 자기소개서」, 「인공지능AI 시대의 글쓰기」 등 효과적인 글쓰기 비법이 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글쓰기 강의와 첨삭지도를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점은 글처럼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 것도 없다는 겁니다. 꾸준히 열심히 계속 쓰다 보면 분명히 좋아지고 달라집니다.”라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저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글쓰기 원칙과 테크닉을 전하고자 집필했다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이 글쓰기를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느끼게 되길 바란다는 취지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글쓰기의 기쁨과 글로 인한 치유의 경험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이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에 두려움이 생기고, 글쓰기를 시작하기 힘든 이유가 처음부터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쓰려는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도 처음부터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써내는 일은 드물다는 것.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고 쉽게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비법은 바로 이 중압감과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끄적거리는 것부터 시작해 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저자는 마음속에 있는 단어들이 흘러나오게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첫 단계라고 말한다. 나중에 제대로 다시 고쳐 나가면서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평온한 상태로 글을 우선 써볼 것을 주문한다. "글은 짧고 쉽게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은 세계 어느 언어를 사용하든 마찬가지다. 또 어떤 글이든 이 원칙은 글쓰기의 제1원칙이다. 누구나 독자로서 글을 읽을 때는 짧고 쉬운 글을 좋아한다. 모든 글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 즉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란다. 글쓰기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독자로서 읽었을 때 짧고 쉽게 써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간혹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들을 읽다보면 짧게 쉬운 글을 쓰라고 설명하는 저자들이 자신이 오히려 긴 글을 쓸 때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신도 그럴 경우가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 부분을 만나면 오히려 자신의 글쓰기에 자신감과 위안을 얻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소비하는 모든 콘텐츠의 근간은 '글'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짧지만 강렬하고 울림이 있는 글이 바탕이 된다면 어떤 분야에도 자신있게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2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글쓰기 비법'을 담았지만, 사실 글쓰기는 비법이나 왕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많이 읽고(多讀), 많이 생각하고(多思), 많이 쓰는(多作)이 최선이다.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이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 3가지는 지금도 계속한다. 이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정도(正道)다. 저자는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짧은 글, 쉬운 글, 일관성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책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27개 장의 모든 부분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비법이다. 이것이 비법이자 기본 요건이기도 하다. 1장부터 5장까지는 '짧은 글'에 대한 설명이다. 

2장 「왜 짧은 글인가?」란 제목에서 저자는 알베르 카뮈의 말은 인용한다.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만 몰려들 뿐이다."(p.23) 저자는 이 글을 통해 지금은 짧고 쉬운 글이 주목받는 시대라고 말한다. 꼭 거창한 글이 아니더라도 짧은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상대방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소통)에도 짧은 글이 효과적이고, 나 자신을 알릴 때도 유리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대표적이다. 왜 짧은 글일까? 일단 읽는 사람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기억하기도 쉽다. 또 가끔은 궁금하게 만들고 여운을 남긴다. 짧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고, 더 오래 각인된다는 주장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짧은 글이 가진 장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주술 호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학교 글쓰기, 학교 문법에서는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정확한 글쓰기의 기본임을 배우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주어와 술어가 호응이 안 되더라도 말을 뜻이 전달되는 것이 많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할 때는 문제 없이 소통된다. 대화의 내용을 글로 쓰면 주술 관계가 호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비문이다. 비문은 글을 쓸 때 문장이 뒤죽박죽된 문장을 일컫는 단어다. 대화를 그대로 글로 옮길 때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디지털 문화로 빠르고 복잡해졌다. 시간은 다른 어떤 시대에 비해 가치가 크다. 이런 시대에 장황하게 구구절절 늘어지게 쓴 글이나 주술 호응이 안 되면 읽어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천천히 읽지 않고, 마음의 여유마저 쫒기듯 거의 없다. 짧고 쉬운 글이 필요한 이유다.

7장 「단숨에 쉽게 읽히는 글」을 어떤 글일까? 책에 따르면 쉽게 잘 읽히는 글을 위해서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써주는 게 좋다. 웬만하면 지시대명사도 자제한다. 너무 포괄적이거나 광범위한 표현 역시 명확하지 않아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확성과 진실성을 갖춘 글, 신뢰할 만한 표현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얻는다. 그런 면에서 요즘 많은 사람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같다'는 표현은 자체하는 편이 좋다. 독자들은 확신이 없는 말투보다는 정확하게 확인해본 다음에 나오는 확실한 표현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또 매끄럽게 잘 읽히는 글은 '간결체, 건조체, 우유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간결체라는 건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한 문장의 길이가 짧은 글이다. 간결체의 반대인 만연체는 문장의 길이가 장황하게 늘어진 긴 글을 말한다. 건조체는 화려한 수식어들을 최대한 줄이는 문체이다. 미사여구를 마구 나열하고 싶은 욕심을 벌이고 너무 주관적이거나 감상적인 어휘를 자제하는 게 비결이다. 화려체가 아닌 건조체가 짧은 글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우유체는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대화체로, 부드러운 말을 뜻한다. 군인 말투라고 하는 '다, 나, 까' 어투가 딱딱한 강건체의 가장 쉬운 예다. 기자들이 뉴스에서 사용하는 리포팅도 강건체이다. "~하는 것이다. ~한 것이다. ~라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문장을 계속 마무리하는 것도 우유체가 아닌 강건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또 문장을 마치는 종결어미를 다양하게 번갈아가면서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번 똑같은 종결어미로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종결어미를 사용하는 게 읽기에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고 밝힌다. 신문 기자들이 어떤 중요한 담화를 발표할 때 "○○는 ~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밝혔다. 강조했다. 역설했다. 풀이했다 등으로 어미를 다양하게 사용하라는 주문이다.

8장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문장이 전달력을 높인다」의 제목도 짧은 글을 강조하는 말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 중에는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서 문장 호응이 안 되고 문맥이 어색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고 이상한 건지 몰라서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쓸 때 맞춤법에 부담을 덜 느끼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맞춤법에 대한 두려움으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쉽고 편하게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한다. 하지만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고 바른 문장이 전달력을 높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짧기 때문에 더더욱 그 안에 모든 걸 정확하게 담아서 한 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짧은 문장은 장황한 문장에 비해 주어와 술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주술 호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읽는 사람에게도 눈에 더 잘 띄니까 맞춤법에 어긋난 것들이 금방 티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일단 맞춤법이 틀리거나 주술 호응이 안 되는 문장은 잘 읽히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읽는 사람의 집중력을 흩어놓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맞춤법을 통해서 글쓴이의 글을 대하는 태도가 느껴져 신뢰가 떨어지면서 읽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맞춤법에 맞지 않거나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 문장,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 등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글쓰기는 전문 작가이든 일반인이든 사회 생활을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글쓰기는 능력의 유무를 막론하고 소통의 기본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다음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과는 직접 대화로 말하고, 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는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시간의 제약을 피할 수 없다. 시공간의 거리로 말미암아 말로써 제대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자가 생겨났다. 문자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할 수도 있고, 뒷 세대 혹은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말과 글을 통해 지식을 배운다. 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에 대해서도 교육 받는다. 거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자이고 글이다.


저자 : 손소영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 학사, 동 대학원 언론학 석사. sbs, kbs, ebs, kmtv, m.net, cbs, mbn 등 여러 방송사에서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예능부터 다큐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그 다양한 경력 덕분에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서 방송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치게 됐고, 방송을 만들면서 느꼈던 짜릿함과는 또 다른 보람을 느끼며 후배이자 제자를 양성해내는 기쁨을 알게 됐다. 한겨레교육의 글쓰기 강의를 시작으로, 외교부 국립외교원 직무연수,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실무자 대상 글쓰기 교육을 진행했다. 방송작가로 보는 이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글쓰기를 하다, 지금은 읽는 이에게 직접 전달되는 글쓰기를 한다. 두 가지 다른 글쓰기의 경험으로부터 짧고 쉬운 글의 힘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강의와 신문 연재를 통해 짧고 쉬운 글로 충분한 글쓰기의 즐거움과 치유력을 알리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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