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 - 개정판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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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모든 알이 성체로 자란다면 우리는 발을 적시지 않고도 대구의 등을 밟으며 대서양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père, 1802-1870)의 말이다. 물론 이 책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의 저자 오치 도시유키가 물고기가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단 말을 하기 위해 인용했지만, 뒤마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저자 오치 도시유키는 또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유럽사와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고?」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영어의 '스톡피시(stockfish)'란 단어도 언급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작품 『템페스트』의 한 문장을 인용해서다. "I'll turn my mercy out o'doors and make a stockfish of thee."("너를 절여 만든 대구로 만들어버리겠다.") 스톡피시란 북유럽 말린 대구의 일종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톡피시는 수분이 없고 딱딱하다. 한랭한 기후에서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오랫동안 건조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나무막대기로 수십 번 두드려 하룻밤 내내 물에 불려야 겨우 요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말린 대구로 만들어버리겠다'라는 표현은 흠씬 두들겨 패서 패디기치겠다고 으름장 놓는 말이다.

서양 음식문화의 중심에 '고기'가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농업혁명 이후다. 그 무렵부터 일 년 내내 육류를 사시 공급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육류 소비량보다 생선 소비량이 훨씬 많았다. 실제로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는 일 년의 절반 정도 기간에 생선을 먹고 살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왜 그랬을까? 당시 가톨릭교화가 한 해의 반 가까이 되는 기간을 단식일로 지정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식사를 하지 않는 날인 단식일 기간조차 생선 먹는 일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선 먹기를 허용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생선 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이렇게 단식일이 '피시 데이(Fish Day)'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중세 기독교가 만든 '피시 데이' 관습은 막대한 생선 수요를 창출했고 확대된 시장 형성으로 이어졌다. 책에 따르면 거대한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어업이 발달했으며 어업 장려 운동도 일어났다. 또 복합적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그 시스템을 장악한 상인연합세력(한자동맹, Hanseatic League)과 헤게모니 국가(네덜란드)가 등장했다.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 '청어'와 '대구'가 있었다. 13~17세기에 청어와 대구는 유럽 국가들의 부의 원천이자 중요한 전략 자원이었으며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금 생뚱맞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성욕을 억제하기 위한 물고기 ‘청어’와 ‘피시데이’가 더 큰 경제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사와 세계사를 바꾼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이 책은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먼저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보자고 운을 뗀다. ‘만일 물고기가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만약 그랬다면 인류가 번성하고 번영하기는커녕 생존 자체도 녹록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으로 읽힌다. 만일 그랬다면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이룩해낸 찬란한 문명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의미와 원인을 확장시킨다.

‘몸길이 30센티미터 정도의 흔하디흔한 생선 청어의 산란 장소와 회유 경로 변화가 어떻게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유럽의 세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이 책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핵심 논지 중 하나다. 책을 찬찬히 읽으며 위의 질문에 관한 저자의 논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의 주제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압축되어 나온다. “성욕을 억제하기 위한 식량이자 도구로 중세 기독교가 사용한 물고기 청어가 오히려 더 큰 경제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사와 세계사를 송두리째 바꾼 흥미롭고도 아이러니한 이야기.”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바이킹이 청어의 이동 경로에 발맞추어 유럽의 많은 국가를 침략하고 거대 제국을 건설한 이야기, 15세기 말 황금 섬 '지팡구'를 찾아 항해하던 존 캐벗이 실수로 도달한 섬에서 해수면이 불룩 솟아오를 정도로 거대한 대구 떼를 발견해 신항로 개척 시대를 촉발한 이야기, 평범한 생선 대구가 미국 독립전쟁 자유정신의 상징이자 원동력이 된 이야기 등 흥미롭고도 통찰력 넘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유럽의 세력 판도를 바꾼 작지만 위대한 물고기, 청어 이야기〉, 2장 〈청어,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운명을 바꾸다〉, 3장 〈신항로 개척시대를 열어준 주인공, ‘스톡피시’와 ‘소금에 절인 대구’〉, 4장 〈식민지 미국이 잉글랜드에서 독립하고 강대국이 된 원동력, 대구〉, 5장 〈청어와 대구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 사회를 어떻게 지배했나〉, 6장 〈물고기는 어떻게 기독교에 스며들고 강력한 영향을 미쳤을까〉 등이다. 각 장에는 4~10개의 작은 제목에 따른 글들이 아름답고 생생한 감으로 사진보다 더 멋진 삽화와 함께 뒤따르고 있다. 

먼저 '청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유럽의 세력 판도를 바꾸고 세계사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세 유럽의 기독교는 육류를 ‘뜨거운 고기’라 하여 엄격히 금지했다. 인간의 마음속에 성욕이 불같이 일어나 죄를 짓게 만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연장선에서 기독교는 사람들이 육류를 섭취하지 못하도록 일 년 중 거의 절반을 ‘단식일’로 정해 엄격히 시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일 년의 절반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 단식일에도 적은 양이나마 먹을거리는 필요했다. 그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생선’이었다. 생선은 ‘차가운 고기’로 분류되어 성욕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단식일에도 생선만은 먹는 것이 허용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식일은 단순히 ‘먹는 것이 허용된 날’에서 ‘적극적으로 생선을 먹는 날’로 바뀌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결국 ‘단식일’은 ‘피시 데이(Fish Day)’로 자리 잡으며 엄격히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일 년의 절반 가까이 거의 모든 기독교 신자가 하루 세 끼를 생선으로 해결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종교적 관습에서 비롯된 이 생선 위주의 식문화가 당시 유럽 사회 전반을 어떻게 바꿔놓았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기독교가 만든 ‘피시 데이’ 관습은 거대한 생선 수요를 창출했고, 이는 거대한 시장 형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막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어업이 발달했고, 각지에서 어업 장려 운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복합적인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며, 그 시스템을 장악한 상인 연합 세력인 한자동맹(Hanseatic League)과 신흥 패권국 네덜란드가 등장했다.



이처럼 상업동맹이 등장하고 신생 강대국이 출현하는,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청어’와 ‘대구’가 있었다는 점을 저자가 분석해 냈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이 두 물고기는 유럽 국가들의 부의 원천이자 중요한 전략 자원이었으며,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회유어(回遊魚)인 청어는 오늘날에도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회유 경로를 바꾸는 때가 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그 경로가 바뀔 때마다 도시와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 것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바로 바이킹이 고향을 떠나 브리튼섬을 침략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예기치 못한 청어의 이동 경로 변화는 13~17세기 유럽의 세력 판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13세기 초, 발트해 연안의 도시 뤼베크(Lubeck) 근해에서 어부들이 거대한 청어 떼를 발견했다. 곧 인근 도시 어부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청어잡이에 나섰고, 청어 무역이 활발해졌다.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자 발트해 연안의 상인들은 더 큰 이익을 위해 동맹을 결성했다.

1241년 뤼베크와 함부르크(Hamburg) 간 동맹이 그 시초였으며, 이는 훗날 유럽을 지배한 상업 동맹체 한자동맹의 원류가 되었다. 한자동맹은 눈덩이처럼 성장해 수십 개 도시가 참여하는 거대 조직으로 발전했다. 마침내 한자동맹은 유럽의 경제 패권을 장악했고, 그 영향력은 200년 가까이 지속되었다고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서 영원할 것만 같던 한자동맹의 경제적 패권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결정적 원인은 청어 떼가 갑작스레 산란지와 회유 경로를 발트해에서 북해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작지만 거대한 변화로 한자동맹은 급격히 쇠퇴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곳은 북해 연안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였다. 그전까지 강대국 스페인의 지배 아래 존재감이 미미했던 네덜란드는 족쇄를 벗고 신흥 강국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가 청어를 중심으로 유럽 최대의 어업 강국이자 17세기 세계 패권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부 빌럼 벤켈소어(Willem Beukelszoon)가 개발한 ‘소금에 절인 청어(pickled herring)’가 있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 해양을 지배하는 최초의 헤게모니 국가(hegemony state)로 자리매김했다.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는, 몸길이 30센티미터 남짓한 흔한 생선 청어가 있었다.



3장에는 '말린 대구' 스톡피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네치아 출신의 항해가 존 캐벗(John Cabot)은 헨리 7세로부터 특허를 받아 1496년 3월, 브리스틀에서 서쪽을 향해 출항했다. 그가 다른 항구가 아닌 브리스틀을 출발지로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브리스틀에는 ‘하이브라질(Hy-Brasil)’이라는 대륙이 존재하며, 브리스틀 선원들이 그곳에 도달했다는 전설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벗은 그 전설을 믿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리하게 이용했다. 저자는 그의 진짜 목적지는 하이브라질이 아닌 서쪽으로 도는 아시아 항로, 좀 더 정확히는 황금의 섬 ‘지팡구(日本, 일본)’로 가는 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지팡구’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황금과 보석, 그리고 향신료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는 것. 이 책이 일본의 학자가 쓴 것이고, 그때 유럽에서 일본의 존재에 대해 그렇게 잘 알았는지는 의문이고, 또 일본이 어떻게 황금의 도시로 알려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는지 언급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캐벗의 첫 항해는 실패로 끝났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는 곧바로 두 번째 항해를 감행했고, 귀환 후 밀라노 공국의 외교관 라이몬도 디 손치노(Raimondo di Soncino)에게 자신의 항해담을 전했다. 손치노가 밀라노 대공에게 보낸 보고서의 일부에는 “존 캐벗은 원대한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상륙한 지점에서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항해해서 가다 보면 ‘지팡구’라는 섬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존 캐벗에 따르면 그 섬은 적도 지역에 있고 금?은 보석이 넘쳐나며 다양한 향신료의 원산지라고 합니다.”고 적혀 있었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책에 따르면 존 캐벗은 그러나 ‘지팡구’에 도달하지 못했다. 대신 그의 배는 북아메리카 대륙 인근의 어느 섬, 어느 항구에 닿았다. 항해 중 항로가 잘못 잡힌 탓이었다. 정확한 상륙 지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수의 학자는 뉴펀들랜드섬(Newfoundland)의 보나비스타(Bonavista) 항으로 추정한다. 결국 그는 그토록 찾아 헤맨 금과 보석, 향신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해수면이 불룩 솟아오른 것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한 대구 떼(cod shoal)였다는 것. 손치노가 밀라노 대공에게 보낸 편지의 또 다른 구절에 이 말이 적여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 바다에 물고기가 차고 넘친다고 말합니다. 물고기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그걸 잡기 위해 그물을 칠 필요도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물에 가라앉도록 돌을 매달아 내린 바구니로도 양껏 물고기를 건져 올릴 수 있을 정도니까요··· 캐벗의 동료인 잉글랜드인들은 그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잉글랜드에 아이슬란드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대신 아이슬란드에서는 스톡피시라고 부르는 생선을 대량으로 들여올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말하는 물고기는 다름 아닌 대구(cod)였다고 단언한다. 캐벗이 이끄는 선박이 원래의 항로를 벗어나 우연히 다다른 뉴펀들랜드 연안에서 발견한 이 거대한 대구 떼는, 훗날 신항로 개척 시대의 물줄기를 돌려놓으며 세계사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현재 매사추세츠주 의회당에는 ‘대구상’이 걸려 있으며,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그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본다고 한다. 이 대구상은 1895년 의회당을 이전할 때 예전에 걸려 있던 것을 정중히 국기로 감싼 뒤 함대에 실어 수많은 사람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으며 새로 지은 의회당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후 이 대구상은 지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에 ‘성스러운 대구(Sacred Cod)’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 ‘성스러운 대구’는 세 번째로 만들어진 ‘3대 대구상’이라고 한다. ‘1대 대구상’은 1747년 화재로 소실되었고, ‘2대 대구상’은 1775~1776년 독립전쟁 당시 잉글랜드군이 의회당을 파괴할 때 함께 사라졌다. ‘2대 대구상’은 당시 상인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이며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에 연루된 인물로 알려진 존 로(John Rowe)의 제안에 따라 설치되었다.


저자 : 오치 도시유키


1962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대학원 문학 연구과 영문학 전공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지바공업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며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전공은 셰익스피어와 미국 사회다. 저서에 『미국 최신 히트 상품&트렌드』『영어로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등이 있고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역자 : 서수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회사 생활에서 접한 일본어에 빠져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출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를 삶의 모토로, 더 많은 책을 읽고 알리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책을 읽고 옮긴다. 옮긴 책으로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 세계사』『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인물 세계사』『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일반과학편』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인체편』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우주편』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 뇌과학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1가지 심리실험 - 인간관계편』『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 자기계발편』『소수는 어떻게 사람을 매혹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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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알아야 평화를 이룬다 - 클라우제비츠에게 배우는 국가안보전략
류제승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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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의 책임자들이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모든 지성인이 전쟁의 본질을 파악하고 평화를 지키는 지혜를 얻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시대의 전략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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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알아야 평화를 이룬다 - 클라우제비츠에게 배우는 국가안보전략
류제승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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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인 AI(인공지능)는 이미 전쟁에 등장했다. 3년째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는 AI가 장착된 드론전이 한창이다. 이젠 전쟁의 양상이 드디어 인공지능이 탑재된 무인의 무기들이 속속 등장하는 전쟁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기계의 진보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시대, 이 책 『전쟁을 알아야 평화를 이룬다』는 국가와 군사 차원의 안보 정책을 설계하고, 야전 작전 부대를 직접 지휘한 저자 류제승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전략으로서의 전쟁에 대해 기술했다. 『전쟁론』은 프로이센의 전쟁 이론가인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책으로 1832~1834년에 세 권으로 출판되었다. 서양의 정치사상, 국제정치, 전쟁철학, 군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가 살아있을 당시에 유행한 이른바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을 물리적·기하학적인 요소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그래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고려한 전쟁 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저서라고 평가받았다. 현대의 전쟁에 나타나는 공격과 방어, 전술과 전략의 형태는 200년 전과 크게 달라졌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은 여전히 중요하며 앞으로도 결정적인 요소로 남을 것이란 평가 속에서 저자 류제승의 이 책은 군사전략가로서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전쟁 수행에 대한 텍스트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의 진보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인간의 도덕과 책임의 퇴화를 지적한다. AI가 전쟁의 판단을 대신하게 될 때, 인간은 더 이상 주체가 아니라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인간이 AI의 운용자로서 지속 가능한 권위를 유지하려면 이성·감성·사회·운동 지능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문장은 기술의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철학적 태도를 압축한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저자는 평생의 군사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적 소명’이라는 개념을 군의 윤리로 확장한다.



장교의 삶은 직업적 소명 의식을 체화하고 군사 전문 직업주의 문화를 창달하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가파른 격랑의 시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군사 전문 직업주의’로 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비록 출간된 지 200년이 다 된 '군사 고전'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전쟁에 관한 진리를 깨닫고 ‘군사 전문 직업주의’의 철학적 명제를 파악하도록 이끌어주고 자극해 주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저자는 믿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론』은 현재적 의미를 지닌 전쟁 이론서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클라우제비츠가 정립한 본래적 명제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핵무기 시대의 복잡한 성격을 띤 전쟁의 구조와 전쟁술에 관한 논리를 나누며 해법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전쟁론』은 전쟁의 물리적 현상뿐만 아니라 그 안에 내재한 정신적 원인과 결과를 철학적 사유의 논리로 통찰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가르쳐 주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시대의 유명한 군사이론가였던 조미니(Antoine-Henri Jomini)가 저술한 『전쟁술』이 이론적 간결성과 명확성 면에서 평가를 받는 것과는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왜냐하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당대 철학·역사학·정치학·물리학·군사학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전쟁의 구조와 본질을 밝혀낸 최초의 전쟁 이론서이기 때문이다.

이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어떤 명제들이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우리의 시선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어떤 명제들이 현재는 물론 미래 전쟁에서 적용해야 하는 국가정책·군사전략·작전술·전술의 원형적 원리인가? 그리고 현재적 가치를 지닌 일련의 명제와 원리를 어떻게 미래 전쟁 억제와 전쟁 수행 과정에서 응용할 것인가? 그 해답을 구하는 과정이 우리 군대와 사회에 ‘군사 전문 직업주의’를 정착시키는 노력의 근간을 형성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군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윤리적 주체다." 저자는 막스 베버의 정치 윤리를 인용하며, 신념과 책임의 균형을 리더의 덕목으로 제시한다.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를 변증법적으로 조화시켜야 한다”는 베버의 주장은, 오늘의 국방 리더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독자가 군인도 아니고, 군사학이나 무기체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반 사람으로서 전쟁에 대해 논한 책을 읽고 소화하기에는 벅차지만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는 한반도의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마친 한 사람으로서 관심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이 책을 읽는다. 책에 따르면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의 유작으로서, 1832년에 처음으로 햇빛을 보았다. 클라우제비츠는 국가 안위를 지키는 책무를 다하면서 전쟁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전쟁론』은 그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전쟁론』은 전체적으로 8개 편 12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클라우제비츠가 유일하게 완성했다고 간주한 ‘제1편 전쟁의 본성 1장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제외한 다른 편(篇)과 장(章)들은 개작을 통해 논리와 표현을 더 보강하고자 했던 미완성 유작이다. 클라우제비츠가 자신의 삶 전체를 바친 역작 『전쟁론』을 통해 그가 직면했던 국가 경영의 현실과 전쟁 현장 감각이 깃든 문장들의 의미를 음미하다 보면 그의 군사적 천재성을 확인하고도 남는다. 또한 우리는 클라우제비츠에게서 미래 전쟁에서 관찰하고 체험하게 될 일련의 현상들과, 그 속에 내재한 인과의 본질을 추론할 수 있는 혜안(꾸데이, coup d’oeil)*를 배우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전쟁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재해석이다. 전쟁을 알아야 평화가 보이고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사병 출신인 독자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정훈 시간이나 교육을 통해 자주 듣던 말이기 때문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장교들은 "전쟁에 이길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저자 류제승은 전쟁을 단순한 폭력이 아닌, 인간 의지와 정치의 연속으로 본다. “전쟁의 본성을 알고 대비해야 전쟁을 억제하여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며 평화는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전쟁을 통제할 이성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ㅈ자는 “평화만을 추구하며 전쟁 전략적 사고를 경시하는 풍조는 위험하다”라고 경고한다. 오늘날 현실 외교와 국방 담론에 던지는 일침이다.

*혜안(꾸데이, coup d’oeil): 군사적 천재가 갖추는 자질로 '꾸데이'는 우리말로 '혜안'이라는 뜻이다.(독자 주)



이 책은 이와 함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대가 지켜야 할 정신을 제시한다. 국가다운 국가, 군대다운 군대에는 군사 전문 직업주의 문화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군의 윤리를 헌법적 가치와 결합시켜, 문민통제와 인권 존중이 군의 전문성과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상은 전쟁과 평화를 잇는 다리이자, 군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진가는 고전 『전쟁론』의 현대적 해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론』(클라우제비츠)은 전쟁의 물리적 현상뿐 아니라 그 안에 내재한 정신적 원인과 결과를 철학적 사유의 논리로 통찰한다.” 저자는 이 『전쟁론』이 여전히 “전쟁의 진리를 깨닫고 군사 전문 직업주의의 철학적 명제를 파악하도록 이끌어주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말한다. 결국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전쟁은 피해야 하지만, 피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전쟁을 연구하는 것은 폭력을 준비하기 위함이 아니라, 폭력을 제어하기 위한 이성의 훈련이다. 그는 이렇게 쓴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역설적인 이 표현은 저자의 군사 전략 지휘관으로서의 전쟁에 대한 오랜 사유와 연구로 압축된 말이라고 독자는 이해한다. 이 역설은 인간의 조건이자, 문명의 윤리적 차원에서 "참"이다. 그러나 이 책 『전쟁을 알아야 평화를 이룬다』는 단순한 군사학 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책임, 정치의 도덕, 그리고 평화를 지탱하는 이성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내재해 있다. “진리의 본질은 자유”라는 마지막 문장은 저자의 평생의 결론이자, 우리 시대가 다시 새겨야 할 문명적 신조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이 책은 이밖에도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안보 딜레마에 명쾌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특히 “전쟁은 단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문민통제의 원칙과 한미동맹의 외교·군사적 운용을 조명하고, ‘경이로운 삼위일체(국민-군대-정부)’ 개념으로 국가적 위기 대응 역량을 진단한다.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모든 논의가 최종적으로 ‘군사 전문 직업주의’와 ‘임무형 지휘’라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강한 국가가 되려면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하고, 강한 군대의 비결은 장교단의 판단력에 있다”는 클라우제비츠의 통찰을 인용하며, 장교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과 상급자의 의도 안에서 자율성을 발휘하는 ‘임무형 지휘’ 철학의 정착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일은 가장 중요한 국가의 책무이며, 그 책무 완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집단이 군대이고 그 중심에 장교단의 역할이 있다. 만일 이렇듯 중요한 조직을 솔선수범하며 이끌 우수한 장교들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부실하다면 군인 스스로는 물론 국민은 우리 국방을 신뢰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군사 전문 직업주의’와 임무형 지휘는 클라우제비츠의 군사적 천재론과 무덕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 철학과 가치를 구현하고 체화하도록 장교단의 교육체계와 인사관리 체계를 최적화한다면, 투철한 국가 의식, 전장에 대한 뛰어난 상상력, 진정한 용기로 충만한 군사적 천재들이 중심을 이룬 장교단을 육성하여 ‘군사 전문 직업주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 가장 절실한 지적 처방전으로 불리워도 될 듯하다. 저자는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의 독일어 원전 최초 번역가이자 전 국방정책실장, UAE 대사 등 군사, 정책, 외교를 아우른 문무겸전(文武兼全)의 경험이 이 한 권에 응축되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저자는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 진리를 기반으로, 냉철한 전략적 현실주의를 추구하는 예리한 통찰력도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은 결국 현대의 전쟁에서 핵무기, AI, 인지 전쟁 시대의 전략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군사전략과 외교전략은 2인용 자전거”이며, 승리가 수단, 평화가 목적이라는 배합의 지혜를 강조한다. 특히 “전쟁술은 억제술”이라는 명제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한 정교한 억제력 관리와 ‘최초 사용’과 같은 첨예한 전략 개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은, 국가안보의 책임자들이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모든 지성인이 전쟁의 본질을 파악하고 평화를 지키는 지혜를 얻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시대의 전략필독서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류제승(柳濟昇)


군인 류제승은 전략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대한민국 최고의 군사전략가이다.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Korea Research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의 원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쟁의 본질을 탐구하는 뛰어난 이론가이자, 국가와 군사 차원의 안보 정책을 설계하고 야전 작전 부대를 직접 지휘한 실천가로서 경륜이 깊은 장군이다. 저자의 전문성은 육군사관학교에서 우수 사관생도에게 주어진 독일 유학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클라우제비츠를 낳은 독일의 전략적 사고와 군사 문화를 현장에서 체득했으며, 이것이 훗날 그의 학문과 경력 형성에 밑거름이 되었다. 독일 육군청 교환교관 재직하던 시기, 그는 보쿰Bochum 소재 루르Ruhr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학문적 여정을 한 단계 넓혀 갔다. 그 과정에서 6·25 전쟁을 둘러싼 치열한 분석과 성찰이 이루어졌고, 그러한 연구는 그의 또 다른 저서 『6·25,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에 집약되어 있다.

그의 빛나는 업적 중 하나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독일어 원전을 처음 번역 소개해 군과 학계의 전략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 번역서는 출간된 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9쇄에 이르는 증쇄를 거듭하며, 장기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저자는 단순히 이론적 논의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국가·국방·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그는 합동참모본부 군사전략과장과 전략기획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기획참모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등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분야의 핵심 직위를 두루 거쳤다. 전역 후에는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으로 보임되어 군사와 정치를 조율하며 국가안보의 중대한 과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이론과 현실을 실용적으로 접목하는 탁월한 역량을 입증했다. 육군교육사령관으로서 육군의 교육훈련, 교리 발전, 전력 개발을 이끌었으며, 전역 후에는 국방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초빙교수로서 후학들에게 『전쟁론』을 직접 강의하며 자신의 지식과 통찰을 아낌없이 나누었다. 주아랍에미리트UAE 한국 대사로서 봉직하는 동안, 양국의 정상회담 개최,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 체결, 군사·방산과 에너지산업의 전략적 협력 등을 증진하고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를 신뢰의 단계에서 신념의 단계로 격상시키는 데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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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 코드블루의 여명
박세정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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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거버넌스: 코드블루의 여명』은 실화(實話) 소설 작품이다. 이 소설이 쓰여진 모티프이자 작품 속 주인공은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다. 그가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인 대한민국 최초의 〈지역 특화형 응급·외상체계 범정부 TF〉 23인 중 박사급 연구원으로 거버넌스* 설계에 참여했다. 범정부 TF 23인 중 또다른 한 사람인 저자 박세정이 당시 상황과 고 윤한덕의 노력, 그리고 대한민국 지역특화형 응급외상체계 구축에 헌신한 내용을 실화 소설로 기록했다. 고 윤한덕은 중앙의료센터장으로 재직시 이국종 아주대학교의료원 외상연구소장과 함께 닥터헬기를 도입하는 등 응급의료이송정보망 및 중증외상환자 이송망 체계 구축 사업에 착수하고, 전국 76개 중증응급질환 특성화센터를 구축했다. 또한 전국에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설치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응급의료종사자 전문화 교육에 앞장섰다.

인물사전에 따르면 윤한덕이 초창기 의사 수련할 때까지만 해도 현재 한국의 통념적 '응급실'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 각 과 인턴 레지던트 등이 당직 서면서 돌아가며 내려가보는 의료 사각지대에 가까웠고 KTAS 같은 공식 환자 분류 체계도 없어서 대형 재난이 터지면 병원 복도에 매트리스 깔고 누워 있다 죽기도 하는 곳이 응급실이었다.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었지만 2020년 한국 병원 응급실의 틀을 구상한 건 윤한덕 중심의 일련의 그룹의 공헌이 맞다. 윤한덕은 전남대 의예과 2학년 재학 중이던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했다. 1991년 4월 29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故 강경대 열사 추모 및 노태우 정권 퇴진 결의대회' 중 분신한 식품영양학과 박승희 열사가 5월 19일 세상을 떠나자 이를 추모하는 집회에도 참여했다. 

2014년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응급의료 지원을 계속 진행했다. 2018년 보건의 날에 대통령표창을 수여받았으며, 같은 해 연말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2019년 2월 4일 설 연휴 중 사무실에서 과로로 인한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 같은 해 4월 7일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되었고, 8월 13일 정부는 응급의료정책 발전에 힘써온 그의 공로를 인정해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거버넌스(governance):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주체적인 행위자로 투명하게 협의하고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시스템.



이 소설 작품은 어느 날, 동아일보 기사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낡은 의자 위에서 생을 마감한 고(故) 윤한덕 센터장 맞은편의 화이트보드가 계기라고 저자는 밝힌다. 거기에는 저자가 보고하고 윤 센터장님께서 타계 전 정리한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는, 서랍장 깊숙한 곳의 명함철에서 고인의 피가 묻어 있는 명함을 꺼내 들었다. 저자는 그때부터 2018년 시작된 기록들과 함께 고독한 7년간의 글쓰기에 들어서게 된다.

이 소설은 〈서문〉과 〈일러두기〉, 16장(章)으로 이루어졌지만, 책 뒷 부분에 〈작가의 단상〉과 〈부록〉「박세정 칼럼-고(故) 윤한덕 센터장을 기억하십니까」에 특별한 글들이 추가되었다. 미처 작품에서 녹여내지 못한 일, 말들을 적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소설이 불편한 이유? 당신이 그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이탤릭 고딕체 글자로 제목처럼 써놓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윤한덕TF’에 참여한 기관의 인사들과 교감을 나눴다. 그들은 책의 홍보를 생각해서 윤 센터장 순직 후 개관한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윤한덕홀(Hall)’에서 출판기념회와 기자간담회를 하라는 배려와 제언을 주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해볼까 했다. 하지만 탈고에 이르면서 고민이 되었다. 감사한 얘기이긴 하지만 기록의 무게감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실화 기반의 ‘르포소설’이라는 점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정치적 부담과 리스크를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은 어느 한편에 서서는 안 된다."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 『거버넌스: 코드블루의 여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가 응급·외상체계 거버넌스 설계자로서 현장의 시스템과 제도의 모순을 체감한 사실을 바탕으로 쓰였다. 관료, 의료, 소방, 학자… 서로가 미워하던 그들이 이뤄낸 하나의 팀 명칭이 〈지역 특화형 응급·외상체계 범정부 TF〉이다. 뒤에 붙은 '23'은 23명으로 구성됐다는 의미다.

저자는 등장인물과 상황은 소설적 창작이 가미되었지만, 주요 인물들의 결정과 기관 간의 갈등, 현장의 혼란은 실제라고 밝힌다. 대한민국의 응급·외상체계 구축을 위해 모인 윤한덕TF 23인. 그들이 어눌한 시스템과 싸우며 마주한 건, 책임보다 무거운 조직 이기주의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구조’였다고 한다. 있어야 할 책임은 무너져 있었고, 구축되었어야 할 시스템은 아예 없었다.



"위에서 결정한 거니까 따라야지"는 연구가 난항을 겪을 때마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그 누구도 ‘위’가 누구인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위’는 늘 추상적이고, ‘아래’는 늘 구체적이었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라고 해서 그 자리에 있었지만, 결정은 보도자료의 문장 길이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일정에 따라 움직였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언제부터였던가? 그날 이후,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회의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고개를 들면 책임이 되고, 입을 열면 조직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침묵이 익숙하게 반복되더니, 어느새 침묵은 TF의 공식 언어가 되어 버렸다. ‘우리가 입을 다물면, 환자는 숨을 멈추게 된다.’ 내 머릿속을 시끄럽게 뒤흔들었던 건 정작 닥터헬기 프로펠러가 아닌 책임지지 않는 침묵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뺑뺑이? 시스템이 없던 게 아니라, 사람이 없던 거다. 결국, 한 명이 시작했다. 윤한덕이란 이름으로." 이 책은 2019년 윤한덕 센터장의 과로사 이후 우리 사회의 응답이자 아직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과 남겨진 책임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한 명의 리더가 사라진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어떻게 조직을 되살리고, 어떻게 ‘죽음을 줄이는 체계’를 현실화시켰는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저자는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 작품은 소설이지만 실화이고, 픽션이지만 너무도 사실적이다. 저자는 〈일러두기〉를 통해 ①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로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실·가명이 혼용됐다는 내용과 ⑤ 항에서 발표 자료 및 공문, 계획서 내용은 해당 자료를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특별히 추가하고 있다. 이야기 속 이름은 가명이지만, 그들이 만든 변화는 실제였다는 점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시스템 붕괴와 책임 공백의 이면을 조명하며, 응급의료 체계 속 내부자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공공의료의 민낯과 희망을 이 책에 담았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헬기 소음보다 시끄러웠던 싸움들.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끝내 해냈다. 흩날리는 죽음 앞에서 ‘네 탓’은 사치일 뿐이니까." 이 책은 윤한덕TF 내외의 인물, 조직 간 갈등 속에서 리더의 죽음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스템을 구축해 내는 감동적 스토리다. 단순한 의료 현장 고발이 아닌 문학적 장치를 통해 저자가 마주한 시스템적 무기력, 리더십 붕괴, 사일로(부처 장벽), 조직 간 책임 전가, 정치 장난질 속에서 생명을 살리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고독한 전쟁’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윤한덕이라는 이름, 그리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저자는 윤한덕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상징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재했던 리더였고, 그가 꿈꿨던 체계는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하다고 책 속의 문장들을 통해 외친다. 「거버넌스」는 그를 기리려고 시작되었지만, 그의 뜻을 살아 있게 하기 위해 계속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윤 센터장께서 생전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저자에게 했던 말도 책에 적었다. “박 박사, 우리가 서 있는 여기 시스템엔 중심이 없어. 누가 무너져도 아무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가 무너졌을 때 우리는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책상 위 서류를 뒤적이며, 회의실에서는 여전히 ‘협업’, ‘연계’, ‘통합’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 단어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계에서 쓰이는 너무나도 편리한 표현이란 걸. 의술 및 의료 체계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일반인들도 모두 알 수 있도록 소설의 형식을 빌어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독자는 이해한다. 

이 책이 이처럼 "누구의 책임을 묻기보단 누구도 책임지지 않던 시스템을 기록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저자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이국종 교수(현 국군대전병원장)의 『골든아워』 이후 다시 한번, 독자로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자문(自問)과 함께,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학자로서 『거버넌스: 코드블루의 여명』이 문학을 넘어 정책적 논의와 사회적 토론을 촉진하는 매개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이 당신에게 누군가의 무너짐을 감지할 수 있는 작은 중심이 되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쓰는 내내 저자를 지탱해 준 수많은 이들을 기억한다.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응급의료 연구자들, 환자를 들것에 싣고도 “환자분 괜찮으십니까?”를 수십 번 되뇌는 구급대원들, ‘죽음을 유예하기 위해 죽도록 싸우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같은 저자의 집필 의도는 책 뒷 부분에 있는 〈작가의 단상〉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이 글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는 구호를 외치며 지역 이기주의와 구시대적 '사다리 걷어차기'를 초월한 신념으로, 전국 확산 모델로 쓰이기까지 지역 특화형 응급·외상체계 구축에 혼신의 힘을 다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유지를 받든 원팀(One team)의 이야기입니다. (중략) '응급의료'를 경제와 정치 논리가 아닌 '생명권'이란 인간 본연의 권리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 인식해야 힘을 글에 담으려 했고, 아울러 지금도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응급의료를 위해 여전히 자신들이 속한 자리에서 묵묵히 길을 걷고 있는 제2, 제3의 책임을 다하는 또 다른 TF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p.440~441)

이재명 새 정부 들어 지난 2022년 일어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의 상황을 재조사하고 있다. 새 정부는 이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 피해자 구제 및 지원 방안 등을 규정한 내용의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 이는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 후속조치 등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 권리 보장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2024년 5월 2일 여야가 합의해 수정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2024년 5월 1일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2024년 1월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일부 핵심 쟁점을 고친 수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환자의 119 신고 접수부터 병원 이송까지 평균 2시간 34분 44초가 소요됐고,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1시간 38분 19초가 걸렸다고 저자는 책의 뒷 부분의 「고(故) 윤한덕 센터장을 기억하십니까」란 제목으로 2022년 11월 8일 〈박세정 칼럼〉 전문을 「부록」에 실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사상자 중 80명이 외상성 질식으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고, 40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로 이송됐다. 사고 현장에서 이태원 소방서까지의 거리는 약 100m로 성인이 걸어서 50초 안에 갈 수 있다. 참사 사망자는 156명으로 대다수가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협소한 도로와 몰린 인파, 불법 주정차와 구급차 부족이라고는 하지만 참담할 정도로 너무나도 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군대 다녀 오신 분! 간호사님, 간호조무사님, 의사 선생님들 도움이 필요합니다!"

"···구십 팔! 구십 구! 백! 백 하나, 백 둘···!!"

아비규환인 이태원에 울려 퍼진 절규이다. 압사 사고가 일어나면 주요 사인은 심정지로, 골든타임은 4분이다. 이때 CPR(심폐소생술), AED(자동심장충격기) 같은 응급조치가 생사를 좌우한다. 패닉 속 인류애의 발현이 있었다. 구급차 주변 길바닥 위의 희생자들과 부상자들 바로 앞까지 밀려온 인파와 그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시민들은 손에 손을 잡아 팔을 뻗어 인간 폴리스라인을 형성해 연쇄 사고를 발휘했다.(p.444)



이 소설 작품은 1장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제목은 〈대부(代父)〉다. 장소는 #운동장. "보슬비가 운동장에 차곡히 내리고 있는 청담제일중학교 교내 방송에서 긴급한 목소리가 들린다.(p.17) 교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학교 건너편 상가 건물에 응급환자 발생으로 우리 학교 운동장에 닥터헬기가 착륙할 테니, 운동장에 아무도 나가지 않도록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 지도를 단단히 북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학교 부근의 무너져 내린 건물에서 중증외상환자 두 명이 발생해···"

이어 학교 쪽으로 다가오는 닥터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수업 중이던 학생들이 창문 쪽으로 몰려 동영상을 찍어 카톡으로 엄마들에게 알린다.

「엄마! 와~ 대박이에요. 강남에서 헬리콥터가 이런 굉음을 내며 제 공부를 방해하고 있어서 오늘 공부는 다 했네요.」

"우리 샘들 이제 곧 똥줄 좀 타시겠네. 크크."

(······)

학교 건너편 〈청담SSG〉 1층 재패니즈 레스토랑 〈호무란〉에서 런치에 수다를 떨던 청담제일중 2학년 학부모외 엄마들. 이어 학부모들이 청담중 교장에게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 왜 학생들 공부도 못하게 중학교 운동장에 헬리콥터가 날아와 앉느냐는 항의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들을···" 엄마들의 입에 욕설까지 섞어가며 교장을 훈계한다. "응급은 과학고등학교 가야 하는 우리 애 상태가 응급이지. 무슨 놈의 학교가 병원도 아니고 응급환자 어쩌고저쩌고해? 새파랗게 어린 선생년이 꼬박꼬박 말대꾸나 해대고."(p.20)

이어 학부모들은 교장선생님이 교육청에서 징계라도 받아봐야 정신 차릴 거라고 주장하는 등 남편에게 말해 고자질하는 바람에 교육청, 구청, 심지어 국회의원실에서까지 민원이 빗발친다. 


저자 : 박세정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인 대한민국 최초의 지역 특화형 응급·외상체계 범정부 TF 23인 중 박사급 연구원으로 거버넌스 설계에 참여하였다. 와세다대학 정보과학과 졸업. 동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에서 MBA 취득 후 MIT공과대학 대학원 수료. 한국에 들어와 연세대 일반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글로벌IT스타트업위원회 입법분과위원장, KAIST 국가미래교육전략 편집위원,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성신여자대학교 외부전문가 입학사정관, 경찰대학 협업강사로, MBC 시선집중 도쿄통신원과 국방일보, AI타임스, 테크M 등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였다.

교보문고, 인터파크,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선정 작가로 한국추리소설상, 청년문학상, 테크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하였고, 장편추리소설 『비앙또 단편선(문학과평론사)』을 펴냈다. 그 외에 베스트셀러 『미친 꿈은 없다(쌤앤파커스)』, 『스타트업 노트(광문각)』와 『블록체인 제너레이션(매경출판)』, 『XaaS의 충격(북스타)』, 『원소란 무엇인가(사이언스주니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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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56가지 문답
최준식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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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은 엄청나게 많은데(어쩌면 모든 학문이 인류 삶에 관한 것일 수도) 왜 죽음에 관한 학문은 없을까? 독자의 이 의문은 꽤 오래됐지만 생각 끝에 삶에 관한 학문도 끝없는데 죽음을 따로 연구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독자가 죽음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죽음'을 생각해본 적은 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은 삶이 버거울 때 해본 적이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독자는 무언가를 집중해서 노력할 때 가끔 해본다. '잘 죽기 위해서'라는 핑계 겸 목적을 합리화시킨다. 다시 말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는 말이다. 

사실 독자는 〈죽음학(thanatology)〉이란 학문이 있다는 것을 이 책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자 했을 때 처음 알게 됐다. 사회학사전에 이미 등재된 단어였다. 죽음학이란 죽음의 원인, 조건, 이론 등에 관한 연구를 말한다고 풀이돼 있다. 사전에 따르면 이 용어는 타나토스(Thanatos)로부터 나온 것으로, 타나토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죽음의 구현을 말한다. 신체의 일부나 기관의 죽음을 말하는 의학용어 'thanatos'에서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이러한 고대의 용어는 문학의 소재에서 흔히 발견된다. 브리안트(William Cullen Bryant)의 잘 알려진 작품인 Thanatosis를 포함하여 죽음에 대한 예언과 묵상을 다루고 있는 많은 시들이 있다. 브로운 경(Sir Thomas Browne), 몽테뉴(Montaigne), 프로이트(Freud) 등은 죽음에 대한 몰두, 즉 통상적인 공포보다 더 큰 'thanatophobia'를 주장했다.

이 책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는 우리나라의 죽음학자 최준식 교수가 평소 삶이 버겁고, 매사 일상에 대한 후회를 거듭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삶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자살, 인생의 허무와 인간관계, 마음공부 등의 주제를 최준식 교수의 오랜 연구와 사유를 통해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풀어낸 대화록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죽음학자’라는 타이틀을 지닌 저자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고유 종교를 연구하며 종교학의 저변을 넓혔고, 죽음학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한국죽음학회를 설립해 많은 연구 성과를 남겼다. 주로 인간의 죽음, 무의식, 초의식, 전생, 사후세계 등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고 알려진다. 오랜 시간 삶과 죽음을 탐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평소 삶이 버거워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현대인들이 ‘죽음’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살아가야 하는 진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왜 일상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할까요?」란 제목의 〈서문〉에서 "모든 사람은 삶의 과제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그 과제를 풀고 떠나는 것이 삶의 목적인 것이다."고 전제한 뒤 "삶이 먼저냐, 죽음이 먼저냐는 질문은 사실 대답하기 어렵다. 삶과 죽음은 늘 공존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힌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죽음을 불경하게 여기기 때문에 염장이 남성과 악수 등 손을 잡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린다."고도 말한다. 이런 감정은 두려움과 공포에 가깝고, 우리의 일상에서 죽음이란 마주하기가 힘들고 두려운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법칙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며 살아간다며 저자는 죽음에 대한 기피 태도는 소중한 사람이 사라진 이후의 삶을 상상하기를 회피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내'가 사라진다는 생각 때문에 죽음을 더욱 기피한다는 저자는 시신, 시체에 대한 무서움과 공포도 죽음에 대한 감정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든다고 단언한다. 영화 등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전우, 죽음의 공포에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상 조명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직접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인간은 이런 간접적인 경험으로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것' 정도로만 인식할 뿐 아니라 막연한 무의식에 '죽음'을 묻어두고 꺼내려 하지 않는 것도 죽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말이다.



저자는 직업상 죽음과 직접 마주해야 하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자주 있었는데, 이들도 시체를 처음 보던 무섭고 두려운 감정에서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놓더란 이야기를 덧붙인다. 술을 마시며 그 장면을 잊으려 노력하거나, 혹은 그저 기도를 하며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끊임없이 빌었다고도 고백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그동안 죽음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삶과 죽음의 공존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부터 먼저 훌훌 벗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는 56개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살, 인간관계, 종교, 유교문화, 마음공부 등 ‘죽음의 그림자 아래 놓인 다양한 주제’를 저자와 독자들이 대화하듯 풀어낸다. “죽음을 묻는 일은 곧 삶을 묻는 일”이라는 저자는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건넨다 ‘나는 왜 불행한가’, ‘무엇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살아야 하는가’, ‘죽음 이후에도 의식은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들이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단 한 번이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당신에게-자살 권하는 사회〉, 2장 〈인생은 결코 한 방이 아닙니다-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하여〉, 3장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타인이라는 지옥에서 해방되는 법〉, 4장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당장 내일 세상을 떠나도 후회되지 않을 마음공부에 대하여〉 등이다. 4장에는 각 장마다 11~18개의 항목과 각 항의 제목 아래 문답식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인생은 한 방이다", 혹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피상적인 죽음관은 깊은 실존적 불안과 고통을 야기해 끝나지 않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죽음에 대해 분노와 절망, 또 사회적 차원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이 격렬한 경쟁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고, 더 넓게 문명적인 차원으로 접근하면 전쟁까지도 초발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서 삶에 대한 경시가 만연하고 자살률이 높은 것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형성된 삶과 죽음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장에서는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왜 자주 불행할까요」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누군가 사는 것이 힘들다며 찾아오면, 저는 그저 술이나 한잔 하자며 말을 묵묵히 들어준다"며 "절대 조언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상대방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조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고, 힘든 이유는 주로 사람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이별을 했다거나, 또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거나, 회사나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받아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졌다든가, 하는 인간관계에서 겪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이런 고통의 이유는 대부분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니, 스스로를 사랑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자존심이 평소에도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라면, 주로 가족이 근본적인 이유가 많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가족에게 받았던 사랑으로부터 형성이 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를 자주 미워하거나 염세적인 세상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모에게서 그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사랑을 받기보다 비난을 자주 당한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가 보잘것없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런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자신의 상담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강조한다.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는 학문적 이론서가 아니라, 인간 최준식의 목소리로 쓴 ‘삶의 인문학’이다. 오랜 연구자의 언어 대신, 삶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동안 죽음을 금기시해온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생의 의미를 되묻는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삶을 가장 깊이 공부하는 유일한 길이다.”



저자는 마지막 4장에서 '내일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마음공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산에 가서 흙을 딛는 순간, 발끝부터 전해지는 부드럽고 단단한 감촉이 다르다.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마음이 놓이고, 몸이 풀린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자연과 가까워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녹색이라는 것은 참 신비롭다. 녹색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로한다. 초록에서 안정감을 얻은 나무들이 마지막에는 붉고 노랗게 물들었다가 사라지듯, 우리 삶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한다. 산에 가면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옛날에 당했던 모욕,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참선할 때도 그렇다. 그러나 그건 나쁜 게 아니다. 억눌렸던 감정이 자연 속에서 드러나며 치유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등산과 녹색, 참선 등을 이야기한 저자는 명상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해 이 책에 명기하고 있다. 

마음이 산란하고 어지러울 때는 

명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은 명상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그 방법에 대해서는 책이나 영상으로 접하기 쉽지요.

명상은 호흡에 집중하는 호흡 명상도 좋고,

주문 암송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p.154~166) 



죽음을 맞이하면 육체는 사라지고, 영적 삶으로 옮겨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사람에서 영으로 가는 그 경계를 죽음이라고 부르지만, 반대로 영적인 차원에서 이 세계로 들어올 때는 탄생이라고 부르지요. 결국 이 모든 건 다 삶입니다. 형태가 다를 뿐이지, 죽음이 곧 삶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난 잘 살고 싶어”와 “난 잘 죽고 싶어”는 사실 같은 말입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영적으로 그렇습니다. 영적인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한 사람은 죽음을 맞이할 때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영적인 삶을 닦으며 산 사람은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p.206)


저자 : 최준식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며, 국내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이자 종교학자이다.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템플 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1992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폭넓은 공부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 ‘국제한국학회’를 만들어 김봉렬 교수, 고 오주석 선생 등의 동학들과 더불어 한국 문화를 다각도로 연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단법인 ‘한국문화표현단’을 만들어 우리 예술 문화를 공연 형태로 소개하는 운동을 해오고 있다. 2013년에는 한국 문화가 중심이 된 복합문화공간인 ‘한국문화중심(K-Culture Center)’을 만들어 한국 문화 전반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고유 종교들을 연구해 종교학의 저변을 넓혔고, 죽음학의 불모지였던 국내에 한국죽음학회를 발족하여 많은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죽음과 무의식, 초의식, 전생, 사후세계 등과 같은 주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주요 저서로 『한국 문화 교과서』,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다시, 한국인』,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 『한국 문화 오리엔테이션』, 『한 권으로 읽는 우리 예술 문화』, 『종묘대제』, 『경복궁 이야기』,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한국 종교사 바로 보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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