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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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기억으로는 중고교 때 페르메이르는 몰랐다. 그러나 〈진주 귀고리 소녀〉는 미술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있다.

미술 시간에 미술선생님이 페이메이르를 가르친 적도 없지만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이 교과서에 실렸던 것은 분명하다.

그림에 관심이 많아 국내 많은 전시회에도 다녔지만 페이메이르전(展)은 없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것도 이 그림 때문이다. 많이 봤던 그림이라고 생각했고, 미술 교과서에 실렸던 기억을 되살려냈다.

이 책에서 표현한 바는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리울 정도로 유명한 그림이라고 한다. 페르메이르에게 '거장'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데 한몫을 했을 터다.

페르메이르는 좁은 땅에 1천여 명의 화가들이 활동하던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페이메이르는 고요하고 내밀한 작품 세계와 베일에 싸인 생애 때문에 ‘델프트의 스핑크스’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해서 더욱 흥미를 끈다.





클래식 클라우드 21 『페르메이르』는 수수께끼 같은 페르메이르의 작품들과 그보다 더 수수께끼 같은 그의 삶을 다루며 페르메이르가 빚어내는 평온한 빛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인 전원경 작가는 세심한 눈길로 페르메이르의 작품 전작(全作)을 살펴보고 유려하지만 치밀한 필체로 델프트(사진 위)와 암스테르담, 헤이그에서 빈과 런던까지 거장의 흔적을 따라나선다. 페르메이르의 모든 작품을 수록한 친절하고 깊이 있는 안내서이자 가장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빠짐없이 다룬 전원경 작가의 이번 책은 마법 같은 페르메이르의 작품 세계를 다룰 뿐 아니라 일상의 빛나는 찰나를 포착하는 그의 눈을 통해 우리의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독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간 적이 있지만 운하나 주변 경치, 멋진 집, 웅장한 건축물에 눈이 팔려 박물관도 못 들렀다. 아니 아예 일정에 넣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크게 후회했다. 준비 없이 갔다가 아무것도 못 본 채 돌아왔다는 마음에서다.





작가의 안내대로 네덜란드 헤이그로 간다. 헤이그에는 10대 후반의 한 소녀가 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이 소녀는 “막 미소가 사라지고 있는 듯한 찰나의 표정과 눈망울, 입술의 생기 어린 느낌”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그는 바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소장된 〈진주 귀고리 소녀〉 속 인물이다.

누구나 한 번 보면 빠져드는 이 작품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칭송받지만 정작 이 작품의 화가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진주 귀고리 소녀〉를 그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생전 델프트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당대엔 주로 그 지역에서 이름을 얻었고 사후엔 거의 완벽하게 잊히다시피 했다.

그러다 19세기 말에 '재발견'되어 20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차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연구자들은 델프트에 남은 페르메이르의 흔적을 찾아내 화가의 삶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동안 잊혀 있던 탓에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아서 페르메이르 연구의 선구자이자 페르메이르를 ‘재발견’한 미술사학자 겸 비평가 테오필 토레뷔르거는 그를 두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델프트의 스핑크스"라고 평할 정도였다.





1632년에 태어나 1675년에 죽은 페르메이르는 일평생을 네덜란드의 소도시 델프트에 살았다. 가난한 직물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페르메이르는 스무 살에 델프트의 유복한 지주 집안의 딸인 카타리나 볼너스와 결혼하고, 같은 해 12월에 예술가 조합인 델프트 성 루가 길드에 가입해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네덜란드에는 독특하게도 이미 ‘아트 마켓’이라고 할 만한 시장이 형성되어서 1천여 명에 달하는 화가들이 정물화, 풍경화, 초상화 등 자기 전문 분야를 정해 그림을 그려 시민들에게 직접 판매했다.

그래서 대개 화가는 1년에 십여 점 이상 작품을 그려야 생계유지가 가능했지만 페르메이르는 처가의 경제적 지원과 그의 그림을 꼬박꼬박 사들이는 후원자 덕분에 한 해에 최대 서너 점 정도만 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급 재료들로 신중하게 공을 들여 한 점 한 점을 완성해나간 덕분에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화가의 세계가 완성되어가는 것을 눈에 띄게 확인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초기작인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온 예수〉 〈디아나와 님프들〉에서 이미 빛을 활용한 공간 분할이라는 그의 특기가 엿보였고, 〈뚜쟁이〉에서부터는 실내 풍속화로 자신의 장르를 정했음을 보여준다. 1659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열린 창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자〉에서는 작은 방에 여성 한 명이 있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그를 비추는 모습을 그려 페르메이르의 트레이드마크인 ‘빛’, ‘방’, ‘젊은 여성’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이후 전성기의 문턱에서 그린 〈우유를 따르는 하녀〉에서는 단순히 눈앞의 모델을 그대로 그리는 평범한 실내 풍속화를 뛰어넘어, 범속한 일과를 보내는 하녀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 일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낸다.

이 시기 페르메이르는 〈델프트 풍경〉 〈골목길〉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레이스를 뜨는 여자〉 등 환한 빛에 싸인 고요하고 온화한 실내, 신실해 보이는 젊은 처녀, 빛과 그늘의 효과에 대한 치밀한 설계 등 ‘페르메이르다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중요한 작품들을 쏟아냈다.





아마도 페르메이르의 그림 중 가장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자 “영원히 살아 있는 350년 전의 소녀”인 〈진주 귀고리 소녀〉는 그가 다다른 원숙한 경지를 보여주며, 대범한 붓질과 특유의 ‘빛의 방울’들로 이루어진 그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의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쇠하지 않아 1999년에는 이 그림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 출간되고 2003년에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페르메이르가 가장 아낀 작품이자 화가의 명함과도 같은 〈회화의 기술〉 역시 탄생한다.

〈회화의 기술〉은 푸른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을 그리고 있는 화가를 담고 있다. 페르메이르는 그림에서 스스로를 드러낸 적이 거의 없고 남아 있는 자화상도 없지만 이 작품에서 등을 보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페르메이르로 보인다.

화가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네덜란드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이 그림을 페르메이르는 죽을 때까지 팔지 않았고, 유족도 어떻게든 남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지키려고 했으니 의미가 깊은 그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후 그린 작품들은 그에 미치지는 못했고, 페르메이르는 천재성을 소진한 듯 기울어간다.

게다가 1672년 프랑스가 네덜란드를 침공한 사건은 페르메이르의 삶은 물론 작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쟁이 벌어지자 네덜란드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고 페르메이르 집안 역시 경제적 곤란을 겪게 됐다. 문화 관련 소비도 극도로 줄어, 궁지에 몰려 생계를 모색한 다른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페르메이르 역시 모든 재능을 짜내 팔릴 만한 그림을 그려냈지만 살림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1675년 페르메이르는 경제적 압박 속에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사후 빚 청산을 위해 열린 경매에서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유럽 곳곳으로 흩어진다.

이름은 잊히고 작품은 흩어졌어도 페르메이르의 진가는 결국 되살아났다. 전원경 작가는 페르메이르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17세기 네덜란드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 분위기까지 아울러 짚으며 페르메이르라는 화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독자가 어떤 루트로 암스테르담, 헤이그, 델프트를 돌아보면 좋을지 실용적인 정보 역시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페르메이르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죽은 뒤 300년 가까이 잠들어 있다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이야기, 페르메이르 작품들이 겪은 굴곡과 최근에 발표된 연구 성과까지 차곡차곡 담아 페르메이르의 삶과 작품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페르메이르는 이 벽이 실은 빛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라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 벽에는 못이 박혀 있거나, 못을 뺀 구멍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다. 바닥 가까이에는 세월의 흔적인 얼룩과 때가 보인다. 바닥과 벽 사이 걸레받이 부분에는 델프트 타일이 붙어 있는데 역시 오래된 듯 지저분하다.

이 벽은 빛과 그늘이 만들어낸 놀라운 드라마의 현장일 뿐만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염집의 부엌, 초라한 부엌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법처럼 반짝거리는 그림’인 동시에 ‘일상에 가장 가까운 장소와 평범한 여자를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 〈우유를 따르는 하녀〉의 경이로운 면모다.

- 「4장 일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 암스테르담」 중에서


플랑드르 화파의 전통을 이어받은 네덜란드 화가들은 그림의 모든 요소들을 예외 없이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우유를 따르는 하녀〉에서 페르메이르는 이러한 전통에 조용히 반기를 든다. 화가는 빛을 받은 부분과 그늘에 들어가 있는 부분, 또 빛과 그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을 모두 다르게 그렸으나 그 ‘다름’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인식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합해져 이 작은 그림, 평범한 주제를 그린 그림을 보석처럼 빛나게 만들고 있다.

- 「4장 일하는 여자는 아름답다 - 암스테르담」 중에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진주 귀고리 소녀〉는 왜 보는 이를 대번에 매혹시키는가? 이 이유를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그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다. 어둠 속에서 홀연히 떠오른 소녀의 얼굴은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으로 빛난다. 금방이라도 보는 이들에게 입술을 달싹여 말을 걸 듯한 분위기다. 이 그림의 탁월한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시대 네덜란드 화가들은 그림의 모든 요소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그렸다. 페르메이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골목길〉에서 낡은 벽돌집을 그린 솜씨는 거의 사진을 연상케 할 정도다. 유독 이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만 화가는 최소한의 터치와 최소한의 색감을 사용해 그림을 완성시켰다. 여러 겹으로 색을 겹쳐 칠하긴 했으나 우리 눈에 뜨이는 색감은 검정, 흰색, 노랑, 파랑 정도뿐이다. 이 단순함과 대범함이 오히려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 「5장 미소 속에 담긴 수수께끼 - 헤이그」 중에서


최근에 〈진주 귀고리 소녀〉에 관해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림의 검은색 배경은 화가가 원래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2년간 이 그림을 꼼꼼히 연구한 결과를 2020년 4월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 귀고리 소녀〉의 배경에는 짙은 초록색 커튼이 쳐져 있었다. 그림 왼편 상단에는 페르메이르의 서명도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배경의 초록색은 점점 더 검게 변색되어갔고 그 와중에 커튼과 화가의 서명은 사라지고 말았다.





페르메이르의 모든 그림들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페르메이르 기념관의 자원봉사자 에벨리너의 말을 빌리면, 페르메이르 그림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는 ‘내밀함’과 ‘이야기’에 있다. 그러나 이 〈회화의 기술〉처럼 페르메이르 본인의 이야기를 풍부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은 없다. 이 그림은 단순히 화가와 모델을 그린 게 아니라 페르메이르의 생각과 가치관 자체를 담고 있다. 그 증거는 여러 군데서 눈에 띈다.

- 「6장 화가의 내밀한 고백 - 빈」 중에서


천문학자는 미지의 영역인 하늘을, 지리학자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주문한 이가 이 두 가지 주제를 다룬 한 쌍의 그림을 원했고, 페르메이르는 이 거창한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빛이 가득한 방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두 학자)으로 소화해낸 것이 아니었을까?

어떤 쪽이든 간에 두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아예 주문자 본인이 그림의 모델을 자처했을지도 모른다.

- 「7장 화가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 - 런던」 중에서





우리의 삶이 덧없는 이유 중 하나는 행복이나 사랑, 희망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열흘 피어 있는 꽃이 없듯이, 좋은 것들은 우리 곁에 그리 길게 남아 있지 않는 법이다. 한때 영원히 우리에게 머무를 듯했던 젊음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그 뒤에는 긴 회한과 아련한 기억만이 남는다. 그러나 류트를 조율하며 연인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 그림 속 처녀처럼, 누구에게나 영롱하게 빛나는 젊은 날은 있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이 보여주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우리의 손에 쥐여졌던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덜 쓸쓸해지고 조금 더 안온해진다.

- 「7장 화가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 - 런던」 중에서


오사카와 암스테르담, 헤이그와 런던과 빈에서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을 보며, 그리고 화가가 길지 않은 생을 살았던 델프트의 운하 옆 길과 마르크트 광장을 걸으며 내 머릿속을 내내 떠나지 않은 구절은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의 한 구절, “사랑은 가도 과거는 남는 것”이었다. 우리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기억은 간직할 수 있다.

예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큰 이유는 그 예술 작품이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는 바로 그러한 부분, 아스라하게 사라져가는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는 17세기 델프트에 살고 있지 않은 우리도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힘이 위대한 예술 작품의 능력이라면,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바로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 전원경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런던 시티 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비평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간 『객석』과 시사주간지 『주간동아』의 문화팀 기자로 일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글라스고 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이며 예술의전당 아카데미, 국립중앙박물관의 강의와 수원 SK아트리움, 울산 문화예술회관의 그림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1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를 비롯해서 『예술가의 거리』, 『짧은 영광, 그래서 더 슬픈 영혼』, 『런던 미술관 산책』, 『클림트』, 『예술, 역사를 만들다』 등 예술과 역사, 문화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다양한 책을 썼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동경했던 예술 작품들의 세계를 말과 글로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을 늘 감사하고 있다.

『예술, 역사를 만들다』와 『예술, 도시를 만나다』의 뒤를 이어 뛰어난 예술 작품이 어떻게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예술, 인간을 말하다』(가제)까지 ‘예술 3부작’을 계획 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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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목을 한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는 아침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 2
박세현 지음 / 예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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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렵다'는 게 뜬금없게 들리지 않는다. 시 습작을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동의할지 모른다. 시가 시인 이유를 모르는 독자들은 왜 시(詩)인가를 반복해 질문한다.

독자는 '어려워서 시'란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상징과 은유, 함축과 절제 등을 이해한다면, 아니 시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책은 분명 산문이다. 제목은 사뭇 시 같지만 왜 시인은 굳이 '산문'이란 점을 표지 머리에 달았을까.

산문체로 쓴다고 다 산문은 아니다. 근현대시 역시 시인에 따라서는 산문체로 쓰기도 한다.

이 책은 삶 자체를 픽션으로 보고자 하는 관점을 지속적으로 견지한다. 그래서 지은이 자신과 글 속의 H는 적당히 포개어지고 때로는 다른 인물로 분화되어 드러난다. 산문이라고 굳이 저자가 책 표지에 밝힌 것은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싶다.





이 책은 시를 대하는 시인 자신의 임상적 태도가 충분하게, 솔직하게, 까칠하게 드러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책의 첫 부분부터 자신의 신상을 털어놓는다. 어디에 살며, 책상 위의 사소한 물건까지. 또 집 주위의 잘 가는 음식점이나 하루 일상에 대해 아낌없이 밝힌다. 시인 h 대역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 하나 이미 마음속에는 확실하게 밝히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왜 그랬을까. 독자는 잠시 멈춰 소제목들을 살펴본다. 거짓투성이의 진실 / 더 모호하게, 완전 모호하게 / 읽지 않는 독서모임 등 시니컬한 눈빛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주목하고 있는 사실들에 역설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3만원짜리 시'에는 시인 h가 밥벌이도 못하는 시를 쓰는 존재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얼핏 계산해도 한 달 백 편의 시를 쓴다해도(지면도 없겠지만) 최하층 노동자의 월급에도 못 미치는 상태라는 걸 암시한다.

시 한 편에 3만원이라는 것은 독자가 생각하기에는 도무지 설득되지 않는다. 왜 이런 현실을 자신만만하게 드러내는가. 자책인가, 아니면 자신의 삶이 시이고, 시가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인가.





시인 h는 나의 대역이자 뜬소문이라고 항변해야 설득력이 없다.

"꿈이 깨어 있는 삶의 다른 해석이라면, 깨어 있는 삶 또한 꿈의 또 다른 해석이라는 르네 마그리트의 말은 내 성급한 문자들이 종이 위에서 꾼 꿈에 어울리는 해몽이 되어 주리라.(뒷표지)는 표현이 더 적확한 것이리라."

결국 저자는 시인 h를 통해 시에 대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그린 산문집이다.

시인 h에게 대역을 맡기면서 '산문'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하는 저자의 말이 얼핏 공감이 간다.





"이 책에는 자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러나 시인의 라이프 스토리일 거라고 생각하면 곧 실망하게 된다.

그것은 저자의 픽션이자 가장(masquerade)이다. 시인은 산문을 통해 자기를 드러나면서 자기를 교묘히 숨기거나 극화하고 있다.

심지어 저자는 이 산문을 오로지 소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꿈 속에서 꿈을 꾸듯이 독자는 산문 속에서 하나의 현실을, 또다른 꿈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시라는 비현실이다. 시인의 일상이 현실처럼, 소설처럼 독자 앞에 제시된다.

시인 h는 박세현 시인으로 지목되지만 실제로는 박세현 이상이거나 그것을 넘어선다. 즉, h는 그저 박세현인 척하는 가공의 대역이다.

그렇든 저렇든 독자는 시인 h가 처한 하나의 현실(또는 환상)을 만나게 되고, 그 안에서 시라는 추상을 한껏 스트레칭해보는 덧없는 진실을 만나게 된다. 재즈적이고 이종격투기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박세현 특유의 산문은 이제 박세현 장르로 진화했다."

이제금 서평가의 글을 읽고서야 확신이 든다.





집에 들렀다가 다시 집을 나서는데 30분 걸렸는데 사실은 30년이 걸렸다. 오늘은 목요일 오후다.

얼굴을 스치는 이 바람, 이 공기, 이 느낌, 이 생각이 모두 살아생전의 시다. 몸 속에 시가 흥건하지만 아무도 모른다는 것.

이 순간을 글로 쓰고 나면 시는 사라진다. 문장에 담긴 것은 시와 함께 흘러가고 남은 찌꺼기다. h의 문장에서 증발한 것만이 오로지 h의 시다.

h가 시라고 썼던 시들은 언어의 껍질일 뿐이다. h가 하고 싶은 말들은 다 사라지고 없다. 그게 h의 시다.

-「언어의 껍질」중에서





저자 : 박세현


1953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83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고, 25년간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며 교수생활을 했다. 시집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남자』 『저기 한 사람』 『헌정』 『본의 아니게』 『사경을 헤매다』 『치악산』 『정선아리랑』 『길찾기』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산문집으로 『시를 쓰는 일』『오는 비는 올지라도』 『시만 모르는 것』 『시인의 잡담』 『설렘』을 출판했으며, 연구서 『김유정의 소설세계』가 있다. 빗소리듣기모임 준회원으로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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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몰랐던 매혹적인 바다이야기 27
고명석 지음 / 청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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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지구는 물의 비율이 각각 약 70%로 비슷하다고 배웠다. 우연인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인체의 신비만큼 바다도 신비롭다. 어쩌면 인류가 아직 모르는 이야기와 비밀을 바다는 아직 간직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다는 자연과학적으로 생물의 존재와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았을 뿐 아니라, 인문학적으로도 인류 문화사에 큰 영향을 줬던 신비한 존재였다.

『당신만 몰랐던 매혹적인 바다이야기 27』은 그 비밀스런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독자들을 바다로 안내한다. 저자 고명석은 자신이 경험했던 바다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다양한 역사적, 과학적 시점의 스토리로 풀어냈다. 저자는 일반 대중들에게 이 책이 바다와 친숙해질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썼다.

저자가 그동안 인터넷 언론을 통해 연재했던 칼럼 ‘알신잼SEA(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Sea Story)’ 중 27편을 엮어 구성했다.

바다 상식, 해양 동물 이야기, 해양 동물의 역사, 해양오염 등에서 시작해서 세계사와 바다, 근대역사와 바다까지 폭넓게 다뤄지는 책이라 역사, 특히 바다에 대해 관심이 있고, 바다 오염을 우려하는 분들이면 누구나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1부 놀랍고 신기한 바다는 바다 생명체를 주제로 한 이야기다. 스타벅스 로고와 명칭이 바이킹과 세이렌 신화에서 유래했고, 500년을 넘게 사는 상어가 존재하며, 스스로 성형 수술을 하는 기발한 물고기가 등장하는 등 상상을 뛰어넘는 신기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유럽의 바다는 유럽 역사 속에서 발굴한 숨겨진 바다 이야기이다.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은 바이킹이었으며, 청어의 뼈 위에 네덜란드가 세워졌고,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것은 속도 경쟁이 원인이었다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3부 동양의 바다는 동아시아 바다에서 벌어지는 생소하고 진기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은 독도 강치잡이에서 비롯되었으며, 홍어 장수가 표류 중 2개 국어를 구사하는 민간외교관으로 활약하고, 조선 시대에도 불법 중국어선인 황당선이 출현했으며, 콜럼버스보다 90년 앞서 세계 일주를 했던 중국 함대가 등장하는 등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역사가 펼쳐진다.





첫 이야기부터 굉장히 흥미롭다. 바다와 관련된, 바다로부터 전해 내려온 ‘커피’의 상징인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넣은 것 또한 이 책의 전체적인 흥미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바다를 사랑한 사람들, 바다에 사는 동물들 등 바다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쉬어가는 코너에서는 바다에 대해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던 상식들이나 궁금증에 대해 알려준다.

그러다 보니 책 제목처럼 내가 몰랐던 바의 이야기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더 알아가면서 바다라는 매력에 빠져서 들어간다.

바다를 좋아하고, 또한 바다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별도로 구성된 쉬어가는 코너〔그거 알아요?〕는 “왜 비오는 날 생선회를 먹지 말라고 할까?”등 바다와 관련하여 생활 속에서 알쏭달쏭했던 궁금증을 풀어가는 코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중간 중간 배치했다.

매년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달을 기념해 5월을 ‘바다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바다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소중함을 일깨우는 날을 즈음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서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쑥쑥 자라길!”

사람의 몸은 사실 대부분이 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도 대부분이 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그 물들 중에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부분을 ‘바다’라고 부르고 있고,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바다’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표지부터 흥미를 더했다. 표지에 등장한 여인은 ‘인어공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인어공주가 아닌 ‘세이렌’이다. 세이렌은 항해자들을 유혹하여 바다로 끌고 가서 죽음을 맞이하게 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인데, 이 세이렌을 표지로 삼은 것만큼 바다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에 너는 한 번 빠져 보지 않을래?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인류는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인간이 이동하고 도착하는 정착지마다 학살과 멸종이 이어졌다. 가는 곳마다 대형 동물, 그러니까 먹을거리가 좀 있는 동물은 모두 사라져갔다.

콜롬버스의 우연한, 기적적인, 운 좋은 항해는 세계 역사의 판도를 뒤흔들었고, 해적은 유럽의 전쟁사를 새롭게 써야 했다.

유럽인이 배를 타고 대항해에 나서기 시작한 16세기 이후 탐험의 깃발이 올라가자 멸종의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제6의 대량 멸종이 본격화되었다. 이전의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나 국지적 형태로 진행된 것과는 달랐다.

인간은 바다를 통하여 전 지구적으로 항해하여 나아갔고, 다양한 종에 걸쳐 광범위한 참극이 시작되었다.





유럽인이 도착한 모든 곳에서 살육이 시작되었다. 바다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최고의 경제성을 가진 동물은 고래였다.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기 전 포경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고래 기름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비싸게 팔려 나갔다.

1864년 모선에서 포를 쏘아 고래를 공격할 수 있는 작살포가 발명되어 포경의 산업화 시대를 열었고, 이는 빠르게 헤엄치는 대형종까지 멸종위기로 내몰았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고래들의 고향인 남극 바다에는 포경포를 갖춘 포경선과 거대한 가공선이 가득하게 된다. 이들 움직이는 고래 공장은 경제적 이윤이 바닥에 이르기까지 학살을 지속했다.

바다표범, 물개 등은 18세기 후반에 남대서양과 남극해에서 살육당했다. 육지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는 습성을 이용해 해안에 올라오는 것을 때려잡았다.

배 한 척이 한 철에 몇 만 마리를 죽였다. 북대서양 얼음 위에서는 하프물범이 방망이를 맞고 죽어갔고, 알류산 열도나 알래스카 부근에서는 바다표범과 코끼리 물범이 모피와 기름을 얻기 위해 죽었다. 이런 식으로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물범류가 어림잡아 6,000만 마리가 도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항해가 인간에게 미친 여파가 세계의 식민지화였다면, 동물 생태계에 미친 후폭풍은 종의 멸종이었다. 탐험이라는 이름으로 전 지구적으로 행해진 살육은 돌이키지 못할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지구상에서 볼 수 없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물들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거대한 바다소는 베링해 차가운 해안에 살았었다. 러시아 표트르 황제가 보낸 베링 탐험대는 북태평양 작은 섬에 조난당했다. 일행 중 과학자인 게오르크 슈텔러는 거기서 코끼리보다 더 큰 해양포유류가 얕은 바다에서 둥둥 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이름을 딴 스텔러바다소는 온순하여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고기가 지방이 많고 맛있다고 전해지면서 사냥이 시작됐고, 발견이후 27년 만에 멸종되었다.

북해에서 멸종한 새도 있다. 큰 바다쇠오리는 펭귄처럼 생겼고 북대서양과 북극해에 서식하던 바닷새의 일종이었다.

큰 바다쇠오리는 북극곰 이외에 천적이 없었으며,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없고 오히려 호기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이 오히려 화를 불러 사냥감이 되었고, 그 깃털과 고기 등을 얻기 위해 무분별한 사냥이 시작되었다. 결국 큰 바다쇠오리도 1844년 멸종되었다.





탐험이란 이름으로 지구 곳곳에 유럽인이 진출하면서 사라져간 동물은 이외에도 많다. 날지 못하는 커다란 바닷새 오크, 카리브해의 몽크바다표범, 양쯔강 돌고래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인간종도 멸종되었다.

호주 남쪽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에서 살았던 태즈메이니아인이 그 예이다. 1800년 초 유럽인이 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인구는 5,000~10,000명 정도로 추정되었다. 몇 만 년 동안 거기에 살고 있었지만, 유럽인과 함께 온 전염병에 취약했던 이들은 불과 70여 년만인 1876년 멸종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였다.

유럽인의 탐험으로 수많은 인간 종족이 아메리카, 태평양, 아프리카의 섬과 밀림에서 멸종되었을 것이다.

황폐화된 자연은 되돌릴 수 없다. 여러 과학자들은 제6의 대량 멸종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5의 대량 멸종까지와는 달리, 이번 경우는 철저히 인간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마이클 테너슨이 《인간 이후》에서 예고하듯이 멸종 리스트에는 사피엔스의 이름도 포함될 것이다. 지구 위 대부분의 다른 동물이 멸종하고 난 후, 사피엔스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에게 붙인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사람)’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만큼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지구 내의 각종 생물과 무생물은 그렇게 인간의 욕심에 의해 철저히 황폐화됐다. 그것은 과거의 일로 그치지 않는다. 현재진행형의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불보듯 뻔하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강치잡이로부터 비롯됐다. 메이지 시대 전후 일본에서 모피산업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되었다.

해양박물관에 따르면 독도 강치는 동북아 바다 연안에서 서식했었다가 멸종한 바다사자의 일종으로 울릉도, 독도 등 동해의 섬과 연안 그리고 오호츠크, 사할린, 쿠릴 열도 등에 분포하였다.

1903년 나카이 요자부로라는 일본인이 독도에서 강치를 잡아 큰 수익을 남겼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강치잡이 독점권을 원했다. 그는 일본 정부를 통해 조선에 독도 어업권을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청원서를 받은 일본 정부는 이를 조선에 통보하지 않고, 나카이에게 “독도는 주인 없는 섬이니 조선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 영토 편입 및 독점권을 청원하라”고 독려하였다.

그러자 1904년 나카이가 이 같은 청원서를 제출하였고, 일본 정부는 각의를 거쳐 독도를 시마네현 영토로 편입시켜 버렸다. 이것이 주인 없는 독도를 먼저 차지했다는 무주지 선점론이다.1905년 2월 22일 일본은 시마네현 고시 40호에 “독도는 오끼도에 속한다”고 일방적으로 선포였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했다. 일본이 억지를 부리는 논리 중 가장 강력하게 제시하는 것이 시마네현 고시 40호인데, 에도 시대까지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할만한 역사적 기록도 없었다.

이렇게 독도 강치는 가죽은 모피로, 지방은 기름으로, 고기는 사료로 쓰이면서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4년까지는 살아있는 개체가 발견되긴 했지만, 일제 강점기가 끝날 즈음에는 이미 생물학적 멸종단계에 이르렀다.

이처럼 다케시마의 날이 강치 학살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학살의 주범인 일본이 오히려 강치 잡이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단골메뉴로 이용하고 있으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바다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의외로 모르는 사실들이 많다. 40여년 전 초등학교 다닐 때 삼면이 바다라서 수산자원이 풍부하다고 배웠는데 지금은 수산자원이 없어 다른 나라에서 사다 먹는 것은 왜일까. 뒤늦게 해양 오염에 대한 자각을 하고 환경보전 차원에서 바다 보호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 책은 깊은 지식보다는 상식 수준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그냥 흘려들었던 바다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귀한 독서 시간을 준다.


저자 : 고명석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태어났다. 청주고를 졸업했으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학사, 美 인디애나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석사, 인하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38회 행정고시 합격 후, 25년째 해양경찰(해양경찰청 기획조정관/서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제11대 해양경찰교육원 원장)에 몸담고 있다. 바다 관련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한다. 많은 이들이 바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일반인에게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바다를 알리는 것이 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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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말해주길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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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걱정을 안고 사는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이라는 책소개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다섯 달 이상 지속되는 데다 언제 이 상황을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소식이 매일 뉴스에 나오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더욱이 외출을 자제하고 가족끼리 있는 시간이 늘어남으로써 예전에 겪지 않았던 가족간의 불화가 일어나기도 한단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가 일반화되고 있다. 즉, 크든 작든 가족간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주어지다보니 그동안 소통하고 원활한 가족간의 이해나 생각이 다른 부분에 서로 신경 안 쓰다가 막상 닥치니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책 소개에 말하는 '불안'과 '걱정'이 쌓일 대로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가족간에도 상황이 이러니 타인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 이후에도 완전한 예전으로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어, 이에 대한 몫은 오롯이 개인에게 지워질 터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에도 스트레스는 있었고,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의사나 전문가들은 물론 심리상담가, 시인, 에세이스트, 문화활동가 등이 나서서 많은 예방책과 해소 방법을 내놓았다. 스트레스 유형도 각양각색이고 해소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평온한 마음이 되고, 어떻게 해야 그 마음이 유지될까.





이 책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말해주길』의 저자 남궁원은 작은 위로의 말과 함께 그저 가만히 있어도 좋다는 말을 건넨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하루하루를 지배하는 작은 고민들. 더 나아가기 위해 혹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우리의 마음은 오늘도 남몰래 무뎌지는 연습을 한다.

흔들리는 걸음과 흔들리는 마음. 그 때문에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알아채는 것조차 벅찬 하루를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는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한 당신을 치료해 줄 이 마음 처방전은 부드럽고 따뜻한 말로 당신을 보듬어주고, 때로는 오랜 친구처럼 솔직하고 투명한 언어로 당신을 깨우며 위로를 건넨다. 오늘은 그저 가만히 앉아, 생채기 난 당신의 마음을 돌아봐도 괜찮다고,

당신의 길고 긴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작가는 1. 아마도 흔들리는 중인 독자에게 2. 오늘이라는 행복을 흘려보내는 독자에게 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4. 그래도 계속해 보겠다면 5. 사소하지만 진심어린 말 한마디 '한 번쯤 터놓고 시원하게 말해보라'고 조언한다.





1. 아마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시인은 '가만히 있어도 괜찮으니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라면서 '아직 찾지 못했을 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고 위로한다. .

또 '내가 나한테 주는 애정만큼 값진 선물을 없다'며 자신감을 주고 '사람은 마음이 그린 그림대로 인생이 흘러간다'고 마음을 다잡으라고 주문한다.

비교하면 열등감이 생기고 분노하게 되고 불행해진다. 그러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면 행복해진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는 엄연히 다르니 과거의 실패에 붙잡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소중한 시간을 분노로 망칠 수는 없기에 순도 100%인 내 마음과 더 좋은 감정들이 내게 스며들게 끔 마음의 공간을 비워주란다.

"내 안에 있는 나의 본 모습을 찾고 들여다보자. 집중하자. 나는 나고 지금 나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자존감을 가지고 나를 사랑하면 행복해진다."





2. 오늘이라는 행복을 흘려 보내려는 당신에게


시인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 하루를 보내지 말자. 현재의 삶을 살자고 주장한다.

이른바 소확행(小確幸)을 누리란다. 소확행은 '일상에서의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말하는 것'으로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과 비슷한 의미의 신조어다.

긍정의 말이 습관이 되면 삶은 또 자연스레 그쪽으로 흘러 인생도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란 확신을 얘기해 준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그것을 '오늘' 하자. 모든 것은 마음이 결정짓는다. 오늘 행복해야 한다.

1년 전에 걱정하고 고민하던 일 중 아직 걱정거리로 남아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기분 좋은 느낌들은 소중한 것이다. 너 자신으로서 행복한 거니까.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오늘의 행복을 바라면서 행복을 주는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자.

"이런 하루들이 모이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시인은 모든 것을 독자들을 향해 외친다.





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말할게


쓸데없는 걱정에 빠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 정도만 걱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한다.

어떤 게 진짜 고민거리 4%에 속하고 96%에 어떤 게 속하는지 모르니까 또 고민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바꿀 수 있는 것만 고민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걸 선택하라는 것.

시인은 또 습관적인 비판은 내게 독이 되니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나의 힐링이 무엇인가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마음에 새겨둬야 할 일이다.





4. 그래도 계속 해보겠다면


시인은 제안한다. 잠시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어보자. 조금씩 안정된다.

여기에 시인은 명쾌한 말을 한다. 유연한 생각은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미루지 말고 빨리하고 마음 편해지자.

반대로 하지 않았으면 없는 일인 거야. 계속 미련두지 마. 이 말을 마음에 새기란다. 이제 없는 일로 치자.

무기력이란 행동으로 이겨내는 것이다. 꿈을 꾸고 준비하고 실천하자. 마음속 생각도 실천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좋은 말이 생각난다.

"몽상가가 되어 꿈을 꾸고 전략가가 되어 계획을 세우고 행동가가 되어 움직이자".

빨리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가자. 당연히 내 인생이니까 중간에 포기하는 건 싫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 끝까지 가봐야 하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은 인생에서도 친리로 적용된다.





5. 사소하지만 진심 어린 말 한마디


시인은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건 진심 어린 말 한마디.

인간관계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좋은 관계(?)로 유지된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게 하는 건 타이밍이다.

사람은 무조건 양보다 질이야. 우린 빨리빨리 뭔가를 하고 있는 상태에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이 불편하다. 대화가 끊기는 걸 못 참고, 일을 잘하기 위해 휴식을 하는 슈퍼맨들이다.

힘들면 쉬어라. 쉬고 싶으면 쉬어라. 힐링의 기본이다. 소확행의 철칙이다.

여행을 좋아하면 한 번쯤 무작정 떠나 그냥 편하게 시간을 보내본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연습을 해서라도 나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적자생존의 법칙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타인이 말해 주길 바라지 말자. 내가 괜찮으면 되는 거고, 그 말이 내 맘에서 나오는 말이면 된다. 시인의 말인 줄 알았는데 어느 새 내 말이 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크게 받은 경험이 있으면 그 후부터는 사람을 못 믿고 인간관계 자체를 의심부터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살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외로워질 거예요. 아무에게나 진심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누구에게도 진심을 줄 수 없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 있는 만큼 내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러므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해도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아무도 못 믿겠다면」중에서


혼자가 될까봐. 외로움에 부딪혀 힘들어질까봐. 별로 좋지도 않은 사람에게 거짓 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추고 이리저리 눈치 보면서 살 필요 없어요.

그렇게 눈치 보면서 관계를 유지하느니 본래의 내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은 인연을 찾으려 노력하는 게 훨씬 좋은 일이에요. 찾고자하면 더 좋은 인연은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에요.

-「혼자를 두려워하지 말아요」중에서





저자 : 남궁원


시인이신 외할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글쓰기와 읽기를 좋아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에게 글을 통해 위로를 건네며 소소하게나마 읽고 쓰는 일을 멈춘 적 없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던 경험과 내가 쓴 글로 남을 위로해준 경험이 쌓여가면서,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랐다.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말해주길』이 되었다. 이 책을 읽어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단 한 줄이라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당신의 마음에 내 글이 남아있기를 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새겼다. 내 글이 당신께 도음이 될 힘을 가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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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설명력 - 똑 부러지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소한 말습관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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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는 어디든지 부서나 팀, 혹은 더 작은 조직의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대체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낸다. 제출된 의견은 전체 계획과 비교해 채택되기도 하고, 묵살되기도 한다.

채택되면 인사에 반영되기도 하고, 성공할 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게 보통이다.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제출한 사람은 회의에서 그 의견이 채택될 수 있도록 설명(프리젠테이션)을 잘해야 된다. 그렇지만 설명이 말로는 쉽지만 막상 회의석상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의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담아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은 쉽지 않다.

꽤 좋은 계획도 프리젠테이션에 실패해 직장 인사에서 밀리기도 하고, 거듭된다면 낙오할 수도 있다. 그때 직장 상사들은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이 팔고 싶은 상품에 대해 상대방에게 섦명을 제대로 못하면 물건 팔 수 있겠어?"

회식이나 사석 등에서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활발한 사람이 회의 때만 되면 주눅들어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든 비즈니스에서든 내가 아는 지식이나 이야기를 상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단번에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히 설명했는데 상대가 멍한 표정으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라고 반응하거나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니 “음.. 어.. 그게 그러니까”만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낙담하기 일쑤다. 반면 회의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이나 수업에서의 난해한 수학 공식 풀이는 물론, 어제 본 영화나 책의 줄거리 설명마저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 있다.

간결한 요약과 찰떡같은 예시로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의 이해를 쉽게 이끌어내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무심코 ‘저 사람은 머리가 좋아!’, ‘저 사람이랑 일하면 명쾌해!’라고 감탄하게 된다.

남들보다 짧은 시간에 더 효과적인 설명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오랜 세월 '설명의 기술'을 학생들에게 지도해온 일본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공적인 자리부터 일상생활 속 대화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단순하고 명쾌하며 센스까지 겸비한 설명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1분 안에(시간 감각)' '3가지 핵심으로(요약 능력)'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한다(예시 능력)' 이 3가지의 핵심 기술을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아무리 복잡한 내용이라도 상대방에게 논리정연하게 단 1분 안에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인 사람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에 따르면 준비해 온 내용을 회의에서 열심히 설명했는데 상대가 이해를 못한 것 같다. 그때 옆자리의 누군가가 단 몇 마디로 내가 한참동안 설명한 내용을 단번에 정리해버린다면?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명 같은 이야기를 해도 간결한 요약과 찰떡같은 예시로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의 이해를 쉽게 이끌어내는 사람은 따로 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머릿속으로는 잘 아는 내용도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횡설수설하며 의도치 않은 투머치토커가 된다는 것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이를 위해 이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 『1분 설명력』을 펴냈다.

책에 따르면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말해도 상대가 끝까지 들어주고 요점을 알아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듣는 사람이 최적의 설명이라고 느끼는 시간 길이는 최대 1분이다. 1분 안에 상대를 사로잡지 못하면 그 이상 설명해도 핵심을 전달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간결하게 1분 내에 정리하여 말할 수 있다면 상대가 집중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나 예고편, SNS의 글 등을 듣고 읽는데 1분을 넘지 않도록 구성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든 일에서든 자신을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는 1분 안에 중요한 핵심만 뽑아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 즉 ‘1분 설명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설명력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고 중요한 능력이지만, 실제로 ‘설명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우리가 국어, 수학과 같은 기초지식을 배우듯, 설명하는 능력 역시 기본 구조를 익히고 연습해야만 언제 어디서나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설명력은 설명을 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연습을 따로 하지 않는 한, 저절로 몸에 배지 않는다. 설명력을 구성하는 3가지 핵심 능력을 일상의 가벼운 대화에서부터 트레이닝하고, 머릿속으로 구조화하여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설명하든지 막힘없이 술술 설명할 수 있다.


1. 시간 감각: 설명은 1분 안에 끝나야 한다.


좋은 설명은 1분 안에 끝난다. 듣는 사람이 가장 간결하고 잘 정리된 설명이라고 느끼는 시간 길이가 딱 1분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길어지면 아무리 유익한 이야기라도 듣는 사람은 지루하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스톱워치를 활용하여

5초, 15초, 1분 단위로 어떤 주제에 관해 얼마만큼의 설명을 할 수 있는지 체크하고 연습하다 보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도 짧은 시간 안에 알찬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





2. 요약 능력: 핵심은 최대 3가지만 말한다.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들으면 머리만 복잡할 뿐 이해하기도 어렵고, 뒤로 갈수록 초반에 들은 것은 대부분 잊어버리게 된다. 듣는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최대 3가지 포인트다. 3가지라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두면 어떤 것이 군더더기고 어떤 것이 핵심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3. 예시 능력: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예시로 바꾼다.


상대가 아예 모르는 것은 몇 번을 설명해도 완전하게 이해시키기 어렵다. 추상적이거나 일반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을 설명할 때는 꼼꼼하게 오래 설명하기보다 ‘예를 들면 이렇다’라고 하는 방식이 시간도 절약하면서 상대를 바로 이해시킬 수 있다.





사회에 나가 직장생활을 할 때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복잡한 것을 잘 정리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면 ‘똑 부러지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핵심을 콕 집어 간결하게 말할 뿐 아니라 정확한 예시와 비유로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므로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을 필요 없이 필요한 정보만 귀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두서없이 이야기하면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는다. 당연하게도, 그런 꼬리표가 달린 사람은 같은 일을 해도 더 낮은 평가를 받기 쉽고 신뢰 받지 못하는 등 여러모로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꼬리표 달린 사람은 저자의 말에 더 귀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말하는 사람의 설명이 서툴면 계속해서 시간을 빼앗기지만, 설명을 잘하면 정보가 효율적으로 전달되므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좋은 설명은 신뢰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주는 셈이다.

현대는 비슷하면서도 수많은 정보가 물밀듯이 쏟아지는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긴 설명에 집중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얻기를 원한다.

상대를 내 말에 집중시키고 싶다면 더 간결하고 더 인상적이면서도 핵심을 명확히 전달하는 설명 전략이 필요하다.

설명만 시작하면 횡설수설하고 요령이 없어 답답한 사람들에게 『1분 설명력』은 일과 관계, 인생까지 훨씬 수월해지는 설명력을 키울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 내용도 조금은 장황하게 들릴 수 있다. 저자의 방법을 응용 실천해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먼저 한 마디로 말하자면 OO 이다.

- 본질을 요약해 한 마디로 표현한다.

2. 핵심은 OO 이다.

- 핵심은 최대 세 가지로 요약하고 중요도나 상대가 원하는 우선순위를 반영하여 제시한다.

3.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OO 이다.

- 예시, 에피소드, 자신의 체험 등으로 보충한다.

4. 정리하면 OO 이다.

-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정리한다.

이 구조를 토대로 하여 시간 안에, 핵심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연습을 한다면 설명력은 금세 향상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을 요햑하는 것도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저자 : 사이토 다카시(齋藤孝)


1960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났으며 교육학자이자 작가, 방송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도쿄대학교 법학부 및 도쿄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과정을 거쳐 현재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육학, 신체론, 커뮤니케이션론을 바탕으로 지식과 실용을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의 글과 강연을 선보이고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공부법 롤모델로, CEO들에게는 멘토로 지지받고 있다. 2001년 출간된 《신체 감각을 되찾다》로 ‘신초 학예상’을 수상했으며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는 260만 부가 판매되면서 ‘마이니치 출판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 《인생 절반은 나답게》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내가 공부하는 이유》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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