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 -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말 공부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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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은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말 공부」란 부제가 붙어 있다. 또 "말은 나를 세우고, 세상과 이어주며, 삶의 품격을 완성한다."는 격언 같은 문장이 앞 표지 '띠지'에 썼다. 이 책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품격 높은 단어나 문장을 우리 일상에 사용해보면 하는 마음에서 집필됐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서양 문명의 근원이 고대 그리스·로마에 있다고 유럽인들은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문명이 그리스 시대부터 로마 시대에 걸쳐 틀이 완전히 잡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그리스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다. 동양에서 중국, 인도, 그리고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바빌론이다. 인류 문명의 시작된 곳들이다. 각각 인종이 다르고 지형·기후에 따라 다르게 발전했다. 대략 BC 2,000~3,000년 정도로 인류학자들은 확인하고 있다.

4개 지역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물론 처음에는 대체로 상형문자 형태였다고 한다. 천체, 땅, 인간, 기타 동식물 등을 형상화해서 표시했다는 말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차츰 형태에서 기호꼴로 변해간다. 그래서 서양 언어의 어원은 그리스어(희랍어)다. 오늘날 서양 문명의 태동에서 꽃피우는 결정적 역할을 한 시기라고 표현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그들의 문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스 문명은 무력보다는 학문을 중시했기 때문에 오늘날 서양 문명의 모태가 될 수 있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후 페르시아의 전쟁을 거듭하며 결국은 로마에게 지중해와 유럽의 패권이 넘어간다. 로마는 아테네에 패해 흘러들어온 트로이의 사람들이 쫒겨나 정착한 곳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무튼 로마는 차츰 세를 키우다 결국 서양 전역을 무력으로 굴복시킨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이 문장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권 제목이자, 영어 속담 ‘Rome wasn’t built in a day’의 한국어 번역이다. BC 750년 로마 언덕에 터를 잡은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명을 동경했다. 오늘날 말로 그리스로 '유학' 가는 귀족들이 많았다고 한다. 또 그리스 문명이 성장기에는 지중해 주변에 이른바 식민지 무역항을 위한 도시를 발전시키기도 했으니, 당연히 그리스 문명을 동경했을 것이다.



그리스가 쇠퇴기에 접어들 무렵 이탈리아 반도에 둥지를 튼 로마가 서서히 세력을 넓혀 갔다. 로마는 그리스 문명을 잘 알았다. 그때 유학 간 일부 귀족의 자제들이 수준 높은 그리스 문명을 배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 로마가 정착한 이탈리아 반도 제일 아래 쪽에는 그리스 무역항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그리스를 많이 따라 국력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로마는 지중해를 장악하기 위해 자신들의 군사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무역과 유학 등으로 선진 문명을 받아들이기를 당연시 했다. 강성한 나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로부터 배우기를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그리스가 멸망해 로마에 복속되었을 때 학자들은 노예라도 등급이 높았다고 한다. 자신들의 자제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채용해 노예 중 최상급 대우를 해줬다고도 들은 바 있다. 

그리스 시대에 발생하여 전기 로마 시대까지 성행한 철학의 한 유파로서 스토아학파가 있다. 일상에서 지혜, 용기, 절제 또는 중용, 정의의 네 가지 미덕을 실천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 유다이모니아, 즉 풍요로운 삶을 달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기원전 300년경 시티움의 제노가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창시했다. 스토아학파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리스와는 달리 이데아적 윤리에 회의를 품고 삶에 닥치는 일들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에 몰두했다. 

스토아학파는 특히 인간에게 "덕은 유일한 선"이며, 건강, 부, 쾌락과 같은 외적인 것들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아디아포라) "덕이 행동할 수 있는 재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네카와 노예였던 에픽테토스를 비롯한 많은 스토아학파는 "미덕은 행복에 충분하기 때문에" 현자는 불행에도 감정적으로 탄력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토아학파는 또한 어떤 파괴적인 감정은 판단의 오류에서 비롯되며,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의지(프로하이레시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었다. 스토아주의는 서기 3세기까지 헬레니즘 그리스와 로마 전역에서 번성했으며, 그 지지자 중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도 있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군인인 카이사르는 후기 공화정 로마를 근본적으로 뒤엎고 제정의 기틀을 마련하여 사실상 제정 로마의 시조의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도 그리스 유학파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한다.

고대 로마의 초기 알파벳 체계는 그리스 문자가 에트루리아에서 변형된 것이 로마로 전해진 것이다. 에트루리아 언어에서는 'k'와 'g' 발음이 구분되지 않아 'g' 발음을 표기했던 '감마'가 'C'로 변형되어 'k' 발음에 쓰였다. 그래서 초기 로마자에는 G가 없고 C로 'k'와 'g'를 모두 나타냈다. 추후 G가 추가되었지만, 인명을 표기할 때는 초기 용법에 따라 CAIVS, CNAEVS 등으로 표기된다.

카이사르 생전에는 고전 라틴어가 사용되어서 카이사르에 가까운 발음이었다고 한다.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이름을 표기할 때 사용한 카르투쉬에 분명히 '카'이사르로 표기되는 등 사료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교차검증이 가능하다. 예컨대, 기원전 29년 제작된 필라이의 승전비는 로제타 석과 비슷하게 3종의 언어로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해당 석판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아니라 그의 후계자인 아우구스투스, 즉,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의 이름을 기록하면서 라틴어로는 "Caesar"로, 그리스식 표기로는 "Καισαρος (카이사로스)"를 적었으며, 그 아래 상형문자는 이집트 문자 음가 K-S-R-S에 해당하는 상형문자로 표기를 한 것이다. 즉, 율리우스 카이사르 본인의 이름은 아니지만, 그 양아들이자 같은 이름을 물려받은 아우구스트스의 풀네임을 적었으며, 시기적으로도 카이사르 사후 15년 뒤의 승전비인만큼 완전히 당대의 표기, 발음법이라고 인정이 되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아예 없다. 현재 국립국어원에서 인정한 표기는 카이사르다. 독자도 이에 준하여 카이사르로 표기했다.

이처럼 로마 언어는 표기가 불분명할 때 그리스 문자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가 서양 문명은 로마가 사용한 라틴어의 우수성보다는 로마 제정 시대 기독교를 로마 제국에서 공인한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에 의해서다. 서기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의 자유를 선포했다. 이후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로 채택되면서 유럽의 전역에서 기독교가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 책 『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은 저자 박재용이 '나를 다시 세우는 책'으로 집필했다. 어휘 하나하나를 통해 내면의 질서를 다지고, 세계와 관계를 이해하며, 끝내 자신을 튼튼히 다지는 언어의 여정을 담은 책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언어가 내 삶을 바꿀 때」란 제목의 〈서문〉에서 "말이 변하면 생각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면 세계가 달라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품격은 곧 나의 품격이다. 이 책이 나의 언어를 단단히 세우고, 나의 세계를 따뜻하게 확장하는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나를 단단히 다지는 내면의 말〉, 2장 〈나를 비추는 인문의 말〉, 3장 〈세계를 여는 말〉, 4장 〈관계를 잇는 말〉, 5장 〈세계가 끝나며 남기는 말〉 등이다. 1장에서는 프쉬케, 로고스처럼 ‘나’의 중심과 사고를 다잡아주는 어휘를 다룬다. 2장은 코스모스, 스텔라, 셀레네 등 하늘과 별, 우주 속의 질서를 탐구한다. 3장은 문명과 자연을 상징하는 라티푼디아, 불카누스, 제피로스 같은 어휘들이 삶의 지평을 넓힌다. 4장에서는 포세이돈, 옴파로스, 올림포스처럼 관계와 공동체의 중심을 묻는다. 마지막 5장은 우로보로스, 팍스 로마나, 아가페를 통해 순환·종말·사랑이라는 보편적 질문에 다가간다.

1장의 '프쉬케'는 '숨 쉬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숨, 호흡을 의미했지만 점차 영혼을 뜻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흔히 '영혼'이라고 번역한다. 그런데 프쉬케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다소 생뚱맞게도 '나비'를 가리킨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고 보면 납득이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나비의 변태 과정을 영혼의 여정에 비유했다. 애벌레 단계는 땅에 묶여 있는 물질적 존재, 번데기 단계는 죽음과 같은 휴면기 또는 변화의 시기, 그리고 나비가 날개를 펴 날아오르는 순간은 자유로운 영혼의 해방, 높은 곳을 향한 비상으로 여긴 것이다. 또 프쉬케의 숨 쉬다, 숨'이라는 점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마치 호흡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서양 회화에는 영혼을 나비 날개 달린 여인으로 묘사한 작품이 많다.


하지만 탈레스에게서 프쉬케는 영혼이라기보다 만물을 움직이게 하는 생명력에 가까웠습니다. 자연철학자들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만물의 근원(아르케)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의 이유였습니다. 탈레스의 경우 이 둘이 아직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았으나, 잠재적으로 ‘물’은 만물의 근원이고 ‘영혼’은 변화의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물에 영혼이 있어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p.14)

우리가 많이 듣고 쓰는 일상어 중에 '도그마'란 단어도 있다. 책에 따르면 중세 스콜라 철학이 융성할 때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서를 그냥 철학자라 불렀다. 서양에서 알렉산더 대왕을 그냥 the Great라 칭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로 이름을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절대적인 권위와 영향력을 가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데카르트가 도그마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을 때, 그 도그마는 사실상 아리스토텔레서였다. 도그마는 원래 '의견, 믿음'이란 의미의 그리스어 '도케오'에서 파생된 그리스어 '독마'에서 유래했다.(책에는 그리스 문자로 쓰였지만 여기서는 찾을 수 없어 생략) 원래는 '의견', '결정된 것'이란 뜻의 중립적 의미였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 공식적인 결정이나 법령을 '도그마'라 불렀다. 하지만 점차 종교적·철학적 맥락에서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이에는 초기 기독교가 공식적으로 선포한 교리를 '도그마'라 부른 것이 크게 작용했다. 교조주의가 여기서 기원한다.

저자는 그리스와 로마의 삶과 어휘를 살펴보면, 서양의 고대인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중요시했으며,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지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들의 언어 유산은 오늘날까지 서양 문명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근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과 동양 문화가 공존하는 현대의 동아시아, 현대의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두 문화의 충돌을 스스로의 삶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를 통해 서양 문화의 시원을 바라보는 것도 우리의 정체성을 세우는 나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제국 전체의 시스템이 잘 유지되었고, 외부의 적도 별로 없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흔히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이야기하는 시기를 제정 시작부터 잡기도 하죠. 팍스는 라틴어로 ‘평화’를 뜻합니다. 영어의 peace, pacify 등이 여기서 유래합니다. 태평양의 Pacific도 ‘평화로운 바다’라는 의미로 팍스에서 유래한 거라 볼 수 있죠.(p.194)


저자 : 박재용


나이 쉰부터 전업 작가로 산다. 항상 근거를 세우는 일에 집착하지만 공부는 할수록 부족하고, 세상은 알수록 모르겠다. 과학에서 시작해서 사회를 보고, 인간을 만나는 과정을 글로 엮는다. 『불평등한 선진국』, 『노동자가 만난 과학』,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전복자들』 등 40여권의 책을 썼다. 『평평한 운동장은 없다』에서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은 현재의 불평등을 정면으로 바라는 보는 일이라고 말하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7가지 질문을 통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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