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의 반지 사건을 난 아마 평생 기억하게 될 거 같다.

티비에서 방송 복귀를 앞둔 이영자 집에 가서 이것저것 감정 해 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소라가 선물해준 반지가 가짜였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전소미가 대뜸 그랬다. "아무래도 저거 거짓말 같다. 방송 재밌게 할라고 억지로 짠 거 같더라."

난 "그럴리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그런 사기를 어떻게 벌이노."

하지만 곧 밝혀진 바 그 모든 것은 짜고 친 고스톱이었음이 드러났고

난 바보가 됐다. "니는 와그래 순진하노~"

또 한번 세상 살기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내겐 참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내 눈과 귀로 보여지고 들리는 세상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인가.

뭐는 믿고 뭐는 믿으면 안 되는 것인가....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난 지극한, 말 그대로의 모범생이었다.

선생님들이 또는 주변 어른들이 나쁘다고 하면 나쁘다고 생각했고 맞다면 맞다고 믿었고,

하라는 건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살았다. 뭐 100%는 아니지만 89.9% 정도는...

근데 대학을 와 보니 그게 아니데...

스물에 처음으로 하지 말란 걸 하게 됐고 모든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맞서 싸웠다.

쉽지 않았지만 내 생각이란 걸 가지려고 했고 그 생각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 후로 사회 생활 10년...

지금 난 예전 범생이의 길로 반쯤은 되돌아 와 있는 느낌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그들이 살아온 얘기를 들어보면 나랑은 참 달랐다는 생각-

비판하고 따지고 찾고 하는 등등은 게으르고 수동적인 나의 본성에 너무나 역행하는 노릇이다.

동기들과 선후배들은, 면면을 보자면 '반골'을 타고난 자들이다.

하지만 난 천성이 '순골'이다. 말 잘 듣고 시키는 것 잘 하는 게 주특기인 사람이다.

그런데 말이다... 세상은 이런 날 가끔 갖고 놀다가 들킨다.

이 순골인 나도 열불이 터질 만큼 세상은 나를 기만하고 모욕을 줄 때가 있단 말이다.

그래서 피곤하다.

세상에 배신 당하지 않기 위해 오감을 곧추 세우고 살아야 하는 건

정말정말 피곤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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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9-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순골이야... ㅎㅎ
제목 보고는 순골이 도대체 뭐야 했는데 재밌는 말이네. 찬바람 부는데 감기 조심하고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2007-09-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