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 박해선 詩를 담은 에세이
박해선 지음 / 헤르메스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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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오래된 사진첩에 있는 빛바랜 사진을 보는 것처럼 옛날의 기억 혹은 추억을 되짚어가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기억이 소중하기도 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리거나 부끄러운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떤 기억과 어떤 추억인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말이다. 학교 다닐 때 유난히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쉬는 시간마다 시를 읽으며 감상에 젖어 나만의 감정에 몰입되어 감수성이 풍부할 때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집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내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 있는 옛날 시집의 빛바랜 표지를 보면서 오랜만에 옛 기억을 끄집어내어 보았다.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장르를 따지지는 않는 편이지만 에세이 장르를 많이 접하기도 했고 많이 읽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여행에 관련된 에세이를 읽을 때면 절로 마음이 설레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시와 에세이의 적절한 조화로 읽는 즐거움과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조금 독특했다. 처음에 시집인 줄 알았지만, 시(詩)도 몇 편 있었고 에세이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사진까지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그리고 표지 색깔도 아주 강렬한 빨간색이었다. 이 책의 제목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던 책이었지만 내용은 더 좋았다.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 그리고 시(詩)까지 담겨 있었기에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나 시를 통해서 오랜만에 감수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70여 편의 시와 100여 편의 에세이로 짧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너무 아쉬웠다. 글과 사진만으로도 편안함과 따스함이 느껴지고 정겨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시가 전해주는 느낌은 더 크게 다가왔다. 현대 사회에서 시보다는 소설을 더 많이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에세이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한 편의 시가 끝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저자 《박해선》 씨는 방송인 PD라는 사실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글도 잘 쓰고 거기다 사진까지 잘 찍기에 저자의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보기도 하고 그의 이야기에 함께 동화되어 웃음과 감동 그리고 눈물까지 안겨주었다. 개인적으로 동물 중에서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저자의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더 아팠다.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어린 시절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지내온 이야기와 공감 가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로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던 것 같다. 아마도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오랜만에 옛 기억을 꺼내어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게 시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와 작가의 글과 그림으로 멋진 작품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었다. 오랜만에 가슴 먹먹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사진을 보면서 느껴지는 생각이나 분위기 등 색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책의 마지막에 CD가 들어 있었는데 가수나 방송인이 참여하여 시를 읊어주는 목소리가 수록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CD도 함께 틀어놓으면 감수성이 더 깊게 다가올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의 제목에 있는 ‘그리움’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누군가는 어떤 그리움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그 그리움 속 가운데 내가 떠올리는 그리움은 무엇인지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화하고 편리하더라도 과거의 기억이나 소중한 추억 일부분은 언제나 들어도 소중하고 시골의 정감 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절로 편안함이 느껴졌고 현대 사회에서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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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2010-12-24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와 사진이 정말 잘어우러진 책이네요! 근데 사진은 박해선 작가님이아니라 다른 사진작가분이시네요^^; (이정재작가님?어째외우기가쉬울듯^^) 휴식처럼 다가오는 글도 너무좋았고 사진또한 정말멋집니다! 특히 표지사진에 이끌려 주저없이 구입한 보람이있어 책을읽고난 기분이 너무 행복합니다ヾ(@⌒ー⌒@)ノ 많은분들이 읽고 꼭! 행복해지시길〜

2012-08-08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성처럼 일하라 -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1등의 업무방식
문형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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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닐 때 일등하는 학생을 보면 공부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거나 단순히 노력이나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일등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똑같이 수업을 받고 똑같이 필기하지만 정작 시험을 치고 그 결과를 확인하면 일등과 꼴등은 언제나 존재하고 명확하게 그 선이 그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 다닐 때에도 일등과 꼴등이 존재했고 사회에서도 역시나 일등과 꼴등은 존재한다. 이것은 비단 사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약육강식이 적용될 것이고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는 일하는 업무나 기업이나 회사에서의 성과가 그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대기업의 순위를 보면 명확하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무 방식도 다르고 그 결과도 당연히 다르기 때문이 기업의 1순위와 마지막 순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점점 발전하는 것은 기업을 운영하는 노하우도 필요하겠지만, 경영자의 경영 방식이 달라서 아닐까 한다. 물론 그 외의 다른 요소도 적용하겠지만 말이다. 「삼성처럼 일하라」라는 책을 통해서 1등의 업무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목록을 잠깐 살펴보면 삼성 1년 차부터 5년 차까지의 회사 생활 및 업무에 대한 이야기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어려움을 겪었고 업무방식이나 상하관계, 동기부여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혹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꼭 알아야 하거나 필요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사회생활 역시 인생처럼 이렇다 할 답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원하는 꿈이나 목표를 세웠다면 원하는 회사나 기업이 있을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회사의 업무나 그에 따른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문형진》 씨는 삼성그룹에서도 일을 많이 하기로 소문난 삼성SDI의 PDP 사업본부에 입사했고 그룹장을 역임했다. 그렇기에 삼성에서 일할 때 힘들거나 혹독함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그 과정을 잘 알고 극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제대로 일하는 방법을 회사의 업무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고 회사에서 끝날 줄 알았던 일하는 방법은 자신의 인생에서까지 연장선이 되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실제로 일했던 곳이기에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시간을 많이 소비하지 않고 업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해주고자 한다. 그렇다고 ‘업무 방식을 이렇게 하여라.’하고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일을 잘하기 위해 혹은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한 직장인의 자세나 알아야 할 부분을 언급하며 기본적인 것을 소개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직장이 그렇겠지만.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 더욱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그 해답은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직장의 상사나 상하관계에서 어떤 행동과 대처를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자신이 시행착오를 통해서 경험으로 그에 따른 상황별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며 밥을 먹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입사 1년 차일 때 궁금했던 것을 담고 있기에 1년 차라고 할지라도 이 책을 통해서 5년 차의 노하우를 에피소드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직장 생활에서의 가장 힘든 부분은 업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의 관계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는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을 마주해야 하고 같이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담감은 한없이 크고 높은 벽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것은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가장 큰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든 요인이 업무와 사람의 관계 즉, 상하관계에 따른 고민이 가장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그에 따른 노하우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복하고 이겨내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하는 것은 삼성에서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만 할 뿐 인생이 그렇듯 회사 생활에서도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단지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시스템이나 조직력 혹은 업무능력 등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대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기업에 입사한 그들도 더 많이 그리고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력 없는 대가는 절대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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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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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세상살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슬픔과 아픔을 등에 지고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힘차게 한 걸음 내딛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혹은 누군가의 인생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가 슬픔과 아픔을 환영하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거나 마음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의 삶은 차가운 바닥까지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일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는 거라고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스쳐 지나간 누군가 혹은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별이라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노랫말처럼 아름다운 이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름답게 이별하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상처를 덜 주기 위해서 혹은 아름답게 이별했다는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별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닌 아픔이자 슬픔이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겨울이 성큼 찾아오고 나서 맑은 하늘을 봤던 때가 언제였던가 가물거린다. 흐린 하늘을 뒤로하고 날씨와 꼭 어울리는 표지에 이끌려 첫 장을 펼치며 읽어내려간 책이다. 작가 《공선옥》 작가의 작품이기도 했다. 「영란」이라는 제목으로 짐작하건대 여자의 이름이다. 하지만, 사람의 이름이 아닌 ‘영란 여관’이라는 것임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남편도 잃었다. 그렇게 그녀는 한 번의 이별이 아닌 두 번의 이별을 가슴에 품고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아이와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빵과 막걸리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그녀다. 거기다 지금 사는 집에서는 더는 살 수가 없다. 어머니는 재혼했고 의붓아버지와 오빠와 살고 있었지만, 그녀가 결혼한 후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에 그 집에서 계속 살아왔다. 하지만, 오빠는 더는 그 집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기에 그녀도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나와야 했다. 그녀가 찾아간 사람은 소설가 ‘이정섭’이었다. 한 때 남편이 출판사를 운영했지만, 실패로 빚만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래서 빚을 청산하기 위해 ‘이정섭’을 찾아가게 되고 그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목포로 데리고 간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영란 여관’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사람들을 알게 되고 만나면서 그녀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그곳에서 치유하게 되고 그곳 사람들의 따스한 정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에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을 ‘영란 여관’에 있는 사람들과 항구도시 목포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서서히 그 구멍이 채워지고 있는 그녀의 마음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진정으로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다소 충격적인 그녀의 삶을 읽으면서 같은 여자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왜 그녀의 삶은 늘 먹구름이거나 폭풍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아이를 잃고 거기다 남편까지 잃고 혼자서 덩그러니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고 무거운 짐을 모두 움켜쥐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가여워 보였다. 하지만, 목포의 ‘영란 여관’에서 사람 살아가는 모습과 정을 느끼게 해준 곳에서 점점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두 번의 이별과 아픔을 경험했지만, 정이 있고 따뜻함이 넘실거리는 그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이 아니다. 비록 슬픔과 아픔이 있는 그녀를 통해서 슬퍼도 살아야 하고 기뻐도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큰 서러움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그녀지만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인간이기에 목포에서 치유되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어쩌면 지독한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지독함에 따뜻함과 정은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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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결혼식
한지수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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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소설을 읽을 때 혹은 어떤 영화를 봤을 때 현실인지 혹은 꿈꾸는 환상인지 선을 긋는 것처럼 모호할 때가 있다. 아마도 우리 인생도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그 어떠한 해답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군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 꿈이 비록 자신이 이루지 못하는 높은 산에 걸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꿈을 꿈꾸며 한 걸음 나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생은 현실이지만 때론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현실의 경계선을 구분 짓지 않고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작품을 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흐릿함이 우리가 꿈꾸는 인생이나 생각하는 인생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그랬다. 평범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평범함은 묻혀버리기에 평범함 보다는 오히려 특별함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욱이 소설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더 깊이 자리 잡는 것 같다. 지금의 현실과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소설 속의 세상은 작가의 환상과 상상만으로 펼쳐지는 무방비 상태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작가 《한지수》 씨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되었다. 일본 소설과 외국 소설을 즐겨 읽던 나에게는 더욱 생소하게 다가온 작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작품 역시 그녀의 매력을 담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자정의 결혼식」이라는 독특한 제목 때문에 더 궁금했다. 이 작품은 모두 7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소설의 단편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현실과는 조금 먼 이야기였고 단편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거나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독특한 이야기와 주인공 혹은 캐릭터에 대한 비밀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각각 다른 이야기이지만 마지막에는 하나의 무언가를 툭 하고 던져주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말해 물이 흐르는 각각의 물줄기가 어느 지점에서 모여 커다란 강이나 호수를 이루어 그 물이 하나로 만나는 것처럼 이 작품은 그런 느낌이 들게 해준 작품이었다. 여성에게 있어서 중요한 자궁의 비밀이나 나 자신이 당신이 되어보기도 하고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의 색채로 독특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안겨주었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면서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잊힌 것들에 대한 기억을 이 작품에서는 되짚어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삶이라던가 혹은 생명, 고민 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더 많이 맞추고 있었고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지금의 사회 모습은 여성도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부분에서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을 조곤조곤 되짚어주며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조금 낯설게 다가온 작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편을 한 편씩 읽으면서 작가 《한지수》 씨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편 중 「미란다 원칙」에서는 주인공의 혈액형이 A형에서 O형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단편마다 메시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여성, 생명, 자연, 사람 등 다양한 소재로 무언가를 생각하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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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몰입 - 가우스 평전
후베르트 마니아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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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생활하면서 편리함에 익숙해져 고마움을 모를 때 그 편리함이 사라지거나 잠시 단절되어 생활할 때 진정으로 편리함이라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를테면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나 가스 등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배우게 되는 원리를 통해서 전기나 가스가 어떻게 생성되고 어떤 방식으로 가정까지 전달되는지 등에 대한 과정을 배우면서 단지 ‘원리’만을 강조하고 그것을 만든 학자만을 알려줄 뿐이다. 즉, 그런 부분을 연구하는 사람의 삶이나 인생에 대한 흐름은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누구는 물리학자이며 무엇을 발명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나 역시 뒤늦게 찾아온 궁금증에 책을 찾아보던 중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싫어했던 수학자에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수학이라면 치를 떨어야 했고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였기 때문에 수학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수학과 담을 쌓고 지내던 중 ‘차가운 수의 세계에서 절대 질서를 찾아낸…’이라는 문장을 책 표지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내가 배웠던 수학에서는 원리와 원칙이 있었고 그에 따른 공식도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수에서도 질서와 순서가 있기 마련이었다. 왜 그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읽게 된 책은 「뜨거운 몰입: 가우스 평전」이라는 책이었다. ‘가우스’는 학교 다닐 때 들어봤던 기억이 났다. 수학을 워낙 싫어했기에 그가 어떤 수학 공식과 원리를 발명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름만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가우스’의 풀네임은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였다. 그는 수학자의 길을 걸었지만 ‘천재’라는 타이틀이 붙기까지는 많은 실패를 거듭해야 했고 좌절도 함께 맛봐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숫자 1에서부터 100까지를 더하는 일화의 주인공이 바로 ‘가우스’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의 재능이 1%였다면 노력과 도전이 99%였음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의아했던 부분은 자신이 수의 공식이나 숫자 배열에 오차 혹은 참값에 대한 것을 발견할 때면 어김없이 침묵을 선택했다. 이유는 자신이 발견한 원리나 공식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학을 많이 다루는 사람에게는 그런 원리가 자연스레 터득되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것만 보아도 ‘가우스’는 열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겸손한 소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 타이틀인 ‘천재’가 붙는 이유는 수학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바로 고전어와 외국어 분야였고 그 분야를 공부하면서 수학이 아닌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우스가 죽고 나서 남은 것은 그가 발견한 것들이었다. ‘가우스 적분’, ‘가우스의 최소 구속의 원리’, 그리고 컴퓨터그래픽 전문 프로그램에서는 ‘가우스 필터’가 있었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온라인으로 계좌이체를 할 때 개인정보가 암호화되는데 이 암호화 되는 원래 역시 가우스가 발견한 수학 원리를 기반으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우스 정규분포’와 ‘가우스 전기 법칙’과 ‘가우스 자기 법칙’으로 중요한 발견을 남긴 것이다. 

 이 책은 단지 가우스가 남긴 수학에 관련된 원리나 공식에 대한 부분이 적혀 있기보다는 그의 삶의 한 부분이나 일생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관계, 남다른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단순히 수학 원리를 발견한 수학자로 기억되기보다는 ‘가우스’라는 인물이 학문 자체에 대해서 얼마나 남들보다 큰 열정과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수학자로만 알고 있었던 가우스는 물리학, 측지학, 천문학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누구보다 원리를 발견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원리를 하나하나 메모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노력과 열정을 보여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 단지 교과서에 적혀 있던 천재 물리학자 혹은 수학자라는 타이틀로 이름과 원리만 거창하게 알려주고 그들의 삶이나 인생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뒤늦게 「뜨거운 몰입: 가우스 평전」이라는 제목답게 ‘가우스’가 보여준 열정 하나만큼은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가 ‘가우스’라는 이름을 떨치기까지는 그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과정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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