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오래된 사진첩에 있는 빛바랜 사진을 보는 것처럼 옛날의 기억 혹은 추억을 되짚어가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기억이 소중하기도 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리거나 부끄러운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떤 기억과 어떤 추억인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말이다. 학교 다닐 때 유난히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쉬는 시간마다 시를 읽으며 감상에 젖어 나만의 감정에 몰입되어 감수성이 풍부할 때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집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내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 있는 옛날 시집의 빛바랜 표지를 보면서 오랜만에 옛 기억을 끄집어내어 보았다.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장르를 따지지는 않는 편이지만 에세이 장르를 많이 접하기도 했고 많이 읽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여행에 관련된 에세이를 읽을 때면 절로 마음이 설레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시와 에세이의 적절한 조화로 읽는 즐거움과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조금 독특했다. 처음에 시집인 줄 알았지만, 시(詩)도 몇 편 있었고 에세이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사진까지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그리고 표지 색깔도 아주 강렬한 빨간색이었다. 이 책의 제목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던 책이었지만 내용은 더 좋았다.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 그리고 시(詩)까지 담겨 있었기에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나 시를 통해서 오랜만에 감수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70여 편의 시와 100여 편의 에세이로 짧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너무 아쉬웠다. 글과 사진만으로도 편안함과 따스함이 느껴지고 정겨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시가 전해주는 느낌은 더 크게 다가왔다. 현대 사회에서 시보다는 소설을 더 많이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에세이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한 편의 시가 끝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저자 《박해선》 씨는 방송인 PD라는 사실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글도 잘 쓰고 거기다 사진까지 잘 찍기에 저자의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보기도 하고 그의 이야기에 함께 동화되어 웃음과 감동 그리고 눈물까지 안겨주었다. 개인적으로 동물 중에서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저자의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더 아팠다.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어린 시절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지내온 이야기와 공감 가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로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던 것 같다. 아마도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오랜만에 옛 기억을 꺼내어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게 시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와 작가의 글과 그림으로 멋진 작품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었다. 오랜만에 가슴 먹먹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사진을 보면서 느껴지는 생각이나 분위기 등 색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책의 마지막에 CD가 들어 있었는데 가수나 방송인이 참여하여 시를 읊어주는 목소리가 수록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CD도 함께 틀어놓으면 감수성이 더 깊게 다가올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의 제목에 있는 ‘그리움’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누군가는 어떤 그리움을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그 그리움 속 가운데 내가 떠올리는 그리움은 무엇인지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화하고 편리하더라도 과거의 기억이나 소중한 추억 일부분은 언제나 들어도 소중하고 시골의 정감 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절로 편안함이 느껴졌고 현대 사회에서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