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어쩌면 세상살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슬픔과 아픔을 등에 지고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힘차게 한 걸음 내딛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혹은 누군가의 인생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가 슬픔과 아픔을 환영하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거나 마음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의 삶은 차가운 바닥까지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일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는 거라고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스쳐 지나간 누군가 혹은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별이라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노랫말처럼 아름다운 이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름답게 이별하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상처를 덜 주기 위해서 혹은 아름답게 이별했다는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별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닌 아픔이자 슬픔이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겨울이 성큼 찾아오고 나서 맑은 하늘을 봤던 때가 언제였던가 가물거린다. 흐린 하늘을 뒤로하고 날씨와 꼭 어울리는 표지에 이끌려 첫 장을 펼치며 읽어내려간 책이다. 작가 《공선옥》 작가의 작품이기도 했다. 「영란」이라는 제목으로 짐작하건대 여자의 이름이다. 하지만, 사람의 이름이 아닌 ‘영란 여관’이라는 것임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남편도 잃었다. 그렇게 그녀는 한 번의 이별이 아닌 두 번의 이별을 가슴에 품고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아이와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빵과 막걸리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그녀다. 거기다 지금 사는 집에서는 더는 살 수가 없다. 어머니는 재혼했고 의붓아버지와 오빠와 살고 있었지만, 그녀가 결혼한 후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에 그 집에서 계속 살아왔다. 하지만, 오빠는 더는 그 집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기에 그녀도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나와야 했다. 그녀가 찾아간 사람은 소설가 ‘이정섭’이었다. 한 때 남편이 출판사를 운영했지만, 실패로 빚만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래서 빚을 청산하기 위해 ‘이정섭’을 찾아가게 되고 그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목포로 데리고 간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영란 여관’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사람들을 알게 되고 만나면서 그녀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그곳에서 치유하게 되고 그곳 사람들의 따스한 정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에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을 ‘영란 여관’에 있는 사람들과 항구도시 목포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서서히 그 구멍이 채워지고 있는 그녀의 마음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진정으로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다소 충격적인 그녀의 삶을 읽으면서 같은 여자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왜 그녀의 삶은 늘 먹구름이거나 폭풍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아이를 잃고 거기다 남편까지 잃고 혼자서 덩그러니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고 무거운 짐을 모두 움켜쥐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가여워 보였다. 하지만, 목포의 ‘영란 여관’에서 사람 살아가는 모습과 정을 느끼게 해준 곳에서 점점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두 번의 이별과 아픔을 경험했지만, 정이 있고 따뜻함이 넘실거리는 그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이 아니다. 비록 슬픔과 아픔이 있는 그녀를 통해서 슬퍼도 살아야 하고 기뻐도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큰 서러움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그녀지만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인간이기에 목포에서 치유되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어쩌면 지독한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지독함에 따뜻함과 정은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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