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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디오
남효민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2월
평점 :
요즘도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있나?
AM과 FM을 구분하여 듣는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얘기하면 연식-_-나오지만, 학창시절 라디오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으로
<그래서 라디오>라는 제목만 봐도 괜히 좋고 뭉클했다.
왕래가 없었던 친구가,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괜한 미안함과 고마움, 반가움 같은 감정들이 몽글몽글 섞여서
핸드 드립의 커피가 부풀어 오르듯,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올라왔다 내려간다.
유투브나 ott 서비스가 없었던 학창시절에 (아.. 옛날 사람 ㅋㅋㅋ)
독서실이나 책상 앞에 앉아서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주던 라디오.
가만가만한 노래들이 연이어 나와서 졸립기도 하고
TV에서와는 다른 텐션의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나와서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라디오가 참 좋아요.'라는 감상을 (하나같이) 남기며 인사하고 떠나면
듣지 못하는 것을 뻔히 알지만 '안녕-'하고 같이 인사하기도 했던 기억.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처럼 DJ 마다의 시그니처 인삿말이 있던 라디오인데
이제는 출근길 버스나 택시에서나 -그나마도 휴대폰을 들지 않았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 라디오에서 20년 동안 매일같이 오프닝 멘트를 쓰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라디오>의 저자 남효민님은 20년차 라디오 작가이다.
똑같은 시그널 음악, 똑같은 인삿말이 있지만 매일 반복되지 않는 글을
20년째 써오는 남효민님은 종이 출판물과는 다른 라디오를 위한 쓰기는
글의 개념보다는 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듣고(?), 아니 읽고 나니 과연 맞는 말이다.
대본이 있지만 육성으로 체화시켜 나오는 말은 DJ가 청취자에게
말을 걸듯, 대화를 시도하듯 자연스럽고도 친근하게 나와야 한다.
다른 장르의 방송작가와 라디오작가가 가진 차별점이 책을 읽으면서
뚜렷하게 보인다.
라디오를 좋아했던-혹은 아직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드라마/영화의 메이킹 영상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며,
방송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실제 현장의 분위기라든지 작가의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현실감을 갖게 될 수 있는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다.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면
매일같이 프로그램/작가/DJ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또 듣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이나 유머로 빵- 터지게도 만드는 감정의 플로우를
완급을 조절하며 만들어내는 '일'의 측면에서의 글쓰기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내가 되고 싶었던 직업을 오래도록 한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분야는 다르지만, '직장인'/'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일, 일터에서 겪는 기쁨과 슬픔, 함께 하는 동료(그런데 나도 낯설지 않은!),
그리고 슬쩍- 스쳐지나갔을 지언정 무시할 수 없이 켜켜이 쌓인 추억들이
이 담백한 책을 읽으며 깊이 스며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시간 맞춰 듣지 않아도, 보이는 라디오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이 책을 읽으면 예전에 들었던 프로그램이 아직도 있나~ 하며 찾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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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