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퇴해도 될까요? - 순조로운 은퇴 생활을 위한 지침
데이브 휴즈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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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이 자극적이다.

일요일 밤에 읽거나 월요일 점심 식사 후에 읽으면 더욱 그렇다.

이제 업무 모드로 몸과 뇌가 전환되나 싶은데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졸음을 

커피로 달래고 토네이도처럼 정신머리를 흔드는 주말 동안의 밀린 일을

끝없이 쳐들어오는 적들을 베어 넘기듯 처리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애증이 Max를 찍는다.


증보다 애의 비율을 높이려고 '나를 위한 선물'이라며 장바구니에서 잠들어 있던

갖고 싶어 했던 물건을 질러버린다.

휴대폰에 엄지손가락을 몇 번 두드리면 경쾌하게 '결제 완료' 창이 뜬다.

아마 택배 상자가 도착할 때쯤이면 이 소소한 행복감은

확실한 카드값으로 상쇄될 것이며 그 값을 치르기 위해 출근을 꾸역꾸역 할 것이다.


그럴 때 떠오르는 것이 '은퇴'다.

일찌감치 투자로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 자산관리에 성공한 사람들이 부럽다.

직장인이면 가슴속에 품고 다닌다는 사직서를 호기롭게 내지 못하는 것은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재택근무 기간에 집에 있으면서

은퇴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제 은퇴해도 될까요?>는 '은퇴 이후의 자유로운 삶!!' 이라기보다,

"당신은 이제 은퇴할 준비가 되었나요? 

 몸과 마음, 정신과 재력, 사회적 관계 및 가정에서의 생활에서?" 라고 

진지한 궁서체로 물어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 데이브 휴즈는 은퇴 생활 계획 분야의 선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34년 동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트레이너 및 코스 개발자와 관리자로 일하고

IT업계임을 감안하면 조금 납득은 가지만, 56세라는 조금 이른 나이에 은퇴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은퇴 후의 삶은 재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감과 초조함을 주었다면

이 책은 은퇴 후의 '삶' 자체에 초점을 두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미리미리 챙겨두고 정리해야 하는 인간 관계와 삶에 대한 가치관, 시간 관리법,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고 챙기는 것이 왜 중요한 지 생각하게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 생활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문화 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지고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지금이

은퇴를 살짝 경험하는 시간같다고 느끼고 있어서인지

책에서 강조하는 삶에 대한 방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쓸데없는 걱정과 공포와 불안감으로 오로지 '재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한 나머지

은퇴 후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방법에 대해서는 준비가 안된 상태로 

얄팍한 체력, 취향과 기호, 정체성이 없는 모습, 가족과 서먹한 관계를 짊어지고

거대한 시간 앞에 우뚝 선다면 은퇴 이후의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나의 생산성이 회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비교우위가 떨어질 때

자의든 타의든 은퇴의 시기는 자연스럽게 오게 될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더 생기면-, 스케줄에 얽매이는 삶이 아니라면- 이란 핑계로

미뤄왔던 버킷 리스트나 챙겨야 할 일들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실행해보자.


지나간 10년보다 앞으로의 5년이 훨씬 더 빨리 지나갈 30~40대가

후회없이 순조롭게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조언이 담겨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이제은퇴해도될까요 #데이브휴즈 #탐나는책 #은퇴생활을위한지침서 #삶의재창조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방향성있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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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김윤정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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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존중받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일에 치이다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끼니를 때우기 위해 짧은 시간에 끝내버리거나,

먹방, 먹부림이란 말이 있듯 '저걸 다 어떻게 먹어?' '저렇게 해서 먹는다고?' 라는

신기한 구경거리나 기예 수준의 고통(!)을 참는 행위를 즐기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아니면 아예 반대편에 있는 극단으로, SNS나 방송에서 소개된 맛집이라든지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파인 레스토랑을 순례하며 '먹어봄'을 자랑하게 되거나.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삶을 거의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격상되면서 직격타를 맞는 것은 소상공인,

그 중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것이 영 꺼림직해서 발길을 끊게 되는 요식업이다.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는 표지에서 볼 수 있듯 막국수집이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꾸민 실내는 얼핏보면 일본의 노포같은 인상을 준다.


고깃집도 아니고 막국수집인데, 무려 이 책을 추천한 사람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식객 허영만님과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님이 추천했고

<백반기행>, <수요미식회> 같이 미식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도

극찬한 맛집이라고 한다.


사실 이 집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책을 펼치며,

나이가 지긋한 사장님의 푸근한 손맛- 이려나? 하고 상상하기도 했다.

그 상상은 책날개에 소개된 이 책의 저자이자 국수집의 공동대표인 

김윤정님을 본 뒤, 유쾌하고 신선하게 깨졌다.



진심이라는 말처럼 애잔하게 느껴지는 말이 없다.

'진심'을 강조할 수록 더욱 진심과 멀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올 수 있었던 분명한 이유는 하루에 한 그릇을 팔던 국수집이

하루에 1000명이 방문해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변했고 

그만큼 매출도 늘어 2020년에 (그러니까 작년의 매출이겠지) 30억을 넘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비법이 뭐지? 라는 궁금증에 내놓은 답이 바로 '진심'이다.


좋은 재료를 쓰고, 우리 가족이 먹는 것처럼 정성을 담아- 는 기본인 이 집은

밥이 당기지 않을 때 분식으로, 후루룩- 입안에 넣는 국수에다 '손님'을 얹었다.


손님이 강원도 외진 마을에 위치한 가게에 와서 막국수를 먹는 경험을

맛있는 음식을 잘 대접받고, 먹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먹는 시간, 식후의 시간을

기분좋게 기억할 수 있도록 정교하고도 세심하게 마음을 썼다.



옛 일을 추억할 때, 가장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먹거리'와 함께 먹은 사람일텐데

김윤정님은 전략적으로 그것을 간파해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손님이 더욱 진심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내 가게에 온 사람이 좋은 음식을 대접받고, 편안하게 음식을 즐기며

다음에도 또 찾아올 수 있도록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비법은

'사람'에 있었고 그 사람에는 당연하게도 '직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직원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야 태도에서 그것이 배어나오게 되고, 

직원의 서비스를 받는 손님도 바쁜 와중에도 친절과 배려를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를 의도하지 않았지만

훌륭한 경영자 스토리가 되었다.


저자 자신도 300만원이 절실했던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다른 가게들엔 손님이 저렇게 많은데 우리는 왜 안 될까- 하며 좌절했던 경험이

큰 나무의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여서 성공한, 맛있고 감동을 주는 

국수집을 만들어 내고 어려운 시국에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힘들다- 소리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지만,

사람을 챙기고 위하고 아껴주는 이야기가 곳곳에 있는 책을 읽어 기운이 난다.


성공의 비법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자기계발서보다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가 훨씬 마음에 와닿은 경영자스토리였다.


아, 이 책의 인세 절반은 결식아동을 지원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역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사람의 행보다. ^^


#작은가게에서진심을배우다 #김윤정 #고기리막국수비결 #경영자스토리

#다산북스 #리뷰어스 #서평이벤트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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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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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는 돈만 있으면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인 줄 알았다.

돈은 버는데,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게 된 직장인이 된 다음부터는

오랜 시간이 드는 여행 (예를 들면 유럽이나 아프리카, ~횡단 같은) 은

돈과 시간 그리고 체력까지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한 해가 마무리될 요맘때면,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느라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어디로 떠나볼까~' 하고 한가롭게 여행지 사이트를 클릭하곤 했었는데

2020년은 지구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여행'을 앗아가 버린 해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시대에 살다보니,

예전엔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여행을 그저 꿈꾸게 되며 여행관련책만 읽고 있다.


<기획자의 여행법>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움직이게 만드는 일을 하는 

기획자들이 특정 주제에 관련하여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견해를 풀어내는

기획자 시리즈 중 '여행'에 관련된 책이다.

'인생은 기획'이라고 말하는 저자 조정희님은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기획자이며

스페인과 라오스에 다녀온 경험을 여행책으로 낸 여행 작가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여행을 하는지,

그리고 '기획'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을 기획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언젠가 여행을 다시, 자유롭게 떠날 날이 오면 써먹을 만한 팁이 있나 싶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저자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그저 휴양지에서 느긋하고도 게으르게 누워 지내는 여행보다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곳에서의 시간을 자신의 '삶'의 일부분으로 직조해내는 여행을 추구한다.


틈만 나면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기 위해

저자는 평소에 여행지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다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도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음식을 먹다가 원산지(?)를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평소에 가고 싶은 장소를 모아두었다가 여행을 갈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을 때

그 상황에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선택한다.


시간, 비용, 거리, 동행 여부에 따라 여행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생각의 씨앗을 잘 모아두는 습관은 비단 여행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일을 할 때도 내 생각(혹은 고정관념)이나 경험, 소요 예산 때문에 

어떤 생각이 널리 뻗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던 나에게 

<기획자의 여행법>은 첫 장부터 여행과 일과/업무에 대한 마음가짐을 잡아주었다.


그래서인지, 2장 기획자의 습관과 4장 기획자의 태도는 

업무와 일상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습관화 시킬 목록을 만들게 해주었다.







여행이 더 궁금한 독자는 3장 기획자의 시선 부분부터 읽어봐도 좋겠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곳을 다루고 있어 호기심이 생겼고,

저자가 다녀온 여행지들을 기획자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어 

이렇게도 여행할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이 보이는구나- 싶어 재미있게 읽었다.

또 저자가 신기하게 보고 경험한 것이 지금, 여기, 내가 사는 한국에도 있다는 점은

밖으로-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하는 마음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켜주었다.




#기획자의여행법 #조정희 #시소출판사 #여행지에숨은욕망과트렌드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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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 차생활자가 전하는 열두 달의 차 레시피
여인선 지음, 이현재 사진 / 길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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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선 안 마셔도, 사무실에 가면 꼭- 마치 일과마냥 믹스커피를 타 마신다.

물을 끓이는 동안 머그잔을 준비하고, 대기업의 연구원들이 고심끝에 비율을 맞춘

노란색의 길다란 봉투에 있는 믹스를 탈탈 털어서 한 톨이라도(!) 버려지지 않게 하고

(설탕 조절 부분이 분명 있지만, 애초에 그만큼의 설탕을 넣은 것은 이유가 있다.)

무심하게 툭- 커팅해서 (이지커팅 생각하신 분, 적게 일하고 많이 버소서~) 

좌르륵- 머그 안으로 쏟아내면 한 잔 정도의 물은 이미 끓어있다.


이 때가 믹스애호가가 가장 신경을 쓸 때.

물 조절을 해서 간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이 모든 과정을 새로 해야 한다.

아니면 점심에 먹을 커피를 미리 땡겨와서 2잔 분량의 가루를 넣어야 한다....

뜨거운 물을 만난 커피, 프림, 설탕이 휘휘 저어지며 섞이면

처음 본 사람들은 흙탕물 같다고도 하지만 아는 사람은 더없이 고운 

한 잔의 여유가 되어 내 손에 온기를 더한다.


하지만 따끈-한 그 타이밍을 전화나 갑작스런 메신저로 놓치게 되면

뒷맛이 썩 개운치않고 들척지근한 커피를 꿀꺽꿀꺽- 마실 수 밖에.


사무실에서 나에게는 전투식량(!)이자 일의 시작을 알리는 시계인 믹스 커피.

그런데 그 대열에서 홀로 고요하게 차를 우리는 분이 계시다.

좁은 책상이지만 조촐한 다구를 들여놓고 쪼르륵- 소리도 어여쁘게 물을 붓고

뜨거운 것은 뜨거운 대로의 맛으로, 조금 식으면 또 식은 뒤의 맛으로

아예 식어서 물과 비슷하게 되면 또 그 맛으로 드신다는 차.


예쁜 도구도 많고 차를 마실 때 장난감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차를 다 드시고 난 다음 쓱싹쓱싹- 정리하시는 것도 재밌어서 관심이 생겼더랬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차는 정말이지 취향이라는 것을.



취향은 갈고 닦아야 한다.

그래서 안목을 길러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도전과 모험을 해야하고,

안주하지 않기 위해 호기심과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이런저런 시도도 해야한다.


즉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차 뿐만 아니라 어느 무엇에라도 취향은 생기지 않는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라는 마음이나 온갖 msg에 무뎌진 혀가

차에게 가는 관심을 멀어지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를 좋아하는 분이 계신 덕분에 옆에서 홀짝홀짝 마시며

차알못이 보기엔 그저 마른 풀떼기(죄송;;)로 밖에 보이지 않는 각종 차들을 구경하고

냄새도 천천히 맡아보고 뜨거운 물을 만나 풀떼기(다시 한번 죄송;) 피어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하니, 놀랍게도 바쁜 와중에 '틈'과 '여유'가 생겼다.




이래서 차를 마시는구나.

차에 관심이 생겨도 은근 진입장벽이 높은 초보에게 

<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주눅들게 하지 않는 친절한 가이드가 된다.

저자 여인선님은 홈베이킹, 기타 등 취미 유목민으로 살다가 차에 푹 빠졌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맞추고 사느라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한 것은 

서른이 넘어서 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겉보기에 둥글둥글해도 속으로 민감하고 예민한 자신에게

'차'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고 말하며 물이 바뀌어도 맛이 달라지는

미묘하고도 섬세한 차의 세계가 예민한 성격을 가진 자신에게 오히려 맞았다며

차를 준비하고 우리고 기다렸다 마시며 맛을 음미하는 그 모든 시간들이

잠시 멈춤.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정비하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라는 솔깃-한 이야기를 자분자분해준다.


차를 마시기 위해 필요한 다구를 소개하고

차를 준비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아름답게 사진으로 찍은 분은 

영화 연출이 본업인 이현재님이다. 

역시 이 분도 조급한 자신이 현재에 머무를 수 있게 잡아준 것이 차. 라며

차에 대한 애정과 예찬을 솜씨좋게 사진으로 담아낸다.


언론계에서 일하는 저자의 글과 영화 연출 전문가가 찍은 사진은

너무나도 차다운 에피소드와 함께 확실한 존재감으로 차를 부각시키고

차를 소개하고, 자신이 마신 차에 대한 tasting note를 남겨놓아

글로만 그 맛과 향을 상상하게 되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기분좋게 자극한다. 




아마도 나는 믹스를 보내주지 못하겠지만, 차 선배가 내려주는 차 맛을 음미하며

고요하게 몰입하며 잠시 세상과 거리를 두는 차에 대한 매력에도 

기꺼이 빠져들 준비가 된 듯 하다. 


그러고보니, 차와 친해지기 좋은 겨울이 점점 깊어지고 있구나.


#차라는취향을가꾸고있습니다 #여인선 #이현재 #길벗 #차생활자가전하는레시피

#열두달차레시피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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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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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뭐라도 준비해두고, 갖춰놓고, 이룬 다음에야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놀이.

그나마도 얼마나 재밌고 멋지고 힙하고 쿨하고 놀았는지 기록하며

아닌 척- 하며 남들에게 슬쩍- 보여주기도 해야할 것 같고 말이지....


자발적 거리두기와 비자발적 일감 감소로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래도 되나-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런 의미에서 <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는 참 솔직한 제목이다.

노는 것도 '자격'과 '격'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지금,

어른이 된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불안과 두려움 없이 그저 놀 순 없는걸까?


이 책의 저자는 2명이라고 해야겠다.

글은 주서윤님이 그림은 나산님이 담당하셨다.

글을 읽을 때의 느낌과 그림을 볼 때의 느낌이 닮은 듯 다르고, 

스며들고 깊어가는 감정도 각각의 고유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세상 공평한 것이, 시간이 지나면 (비록 생물학적/외모로는 다르게 흐르지만 ㅠ)

모두 똑같이 나이가 든다는 것과 끝이 있다는 것.


생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린 아이의 시간보다 어른의 시간을 훨씬 더 오래 살 우리들이,

미처 -그리고 과연 언젠가는- 준비가 덜 된 어른으로 살아가며 좌충우돌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언어와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을

가만히 읽다보면 내 마음 속에 체기처럼 남아있던 감정과 생각이 이런 거였나? 하고

동질감이나 이해받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남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고 타인의 삶의 한 부분을 들여다 본 것 같기도 하다.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는데

착실하고 성실하게 지나가는 시간 뒤에서, 헐레벌떡 뛰어가는 초조함이 드는 것이

나뿐은 아니라는 사실이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한다.


롤모델이 없는 곳에서 '어른'이 되어야 하는 어린이/청소년 시대를 벗어난 사람들이

인생의 미로에서 벗어나고 로그아웃-을 하기 전까지 

정답없는 인생을 살겠지만 (그리고 누군가의 정답이 꼭 나에게도 정답일 순 없지)

돌아보고 후회스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는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작가의 마음이 고맙다. 



#놀고싶지만불안합니다 #주서윤 #나산 #모모북스 #마음처방전 #얼떨결에어른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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