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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평점 :

학창시절에는 돈만 있으면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인 줄 알았다.
돈은 버는데,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게 된 직장인이 된 다음부터는
오랜 시간이 드는 여행 (예를 들면 유럽이나 아프리카, ~횡단 같은) 은
돈과 시간 그리고 체력까지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한 해가 마무리될 요맘때면,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느라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어디로 떠나볼까~' 하고 한가롭게 여행지 사이트를 클릭하곤 했었는데
2020년은 지구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여행'을 앗아가 버린 해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시대에 살다보니,
예전엔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여행을 그저 꿈꾸게 되며 여행관련책만 읽고 있다.
<기획자의 여행법>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움직이게 만드는 일을 하는
기획자들이 특정 주제에 관련하여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견해를 풀어내는
기획자 시리즈 중 '여행'에 관련된 책이다.
'인생은 기획'이라고 말하는 저자 조정희님은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기획자이며
스페인과 라오스에 다녀온 경험을 여행책으로 낸 여행 작가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여행을 하는지,
그리고 '기획'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을 기획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언젠가 여행을 다시, 자유롭게 떠날 날이 오면 써먹을 만한 팁이 있나 싶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저자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그저 휴양지에서 느긋하고도 게으르게 누워 지내는 여행보다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곳에서의 시간을 자신의 '삶'의 일부분으로 직조해내는 여행을 추구한다.
틈만 나면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기 위해
저자는 평소에 여행지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다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도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음식을 먹다가 원산지(?)를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평소에 가고 싶은 장소를 모아두었다가 여행을 갈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을 때
그 상황에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선택한다.
시간, 비용, 거리, 동행 여부에 따라 여행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생각의 씨앗을 잘 모아두는 습관은 비단 여행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일을 할 때도 내 생각(혹은 고정관념)이나 경험, 소요 예산 때문에
어떤 생각이 널리 뻗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던 나에게
<기획자의 여행법>은 첫 장부터 여행과 일과/업무에 대한 마음가짐을 잡아주었다.
그래서인지, 2장 기획자의 습관과 4장 기획자의 태도는
업무와 일상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습관화 시킬 목록을 만들게 해주었다.


여행이 더 궁금한 독자는 3장 기획자의 시선 부분부터 읽어봐도 좋겠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곳을 다루고 있어 호기심이 생겼고,
저자가 다녀온 여행지들을 기획자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어
이렇게도 여행할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이 보이는구나- 싶어 재미있게 읽었다.
또 저자가 신기하게 보고 경험한 것이 지금, 여기, 내가 사는 한국에도 있다는 점은
밖으로-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하는 마음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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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