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글쓰기 - 자발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어른을 위한 따뜻한 문장들
이은경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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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어렵다.

소리로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리고, 기억에서 휘발되는 말과는 달리

한 글자 한 글자가 증거처럼 기록되어 남아 있는데다가

조사나 어미의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필자의 뜻이 엄청나게 다르게 읽힐 수도 있고

그런 일이 일어날 때와 장소마다 출몰해서 교정하거나 부연설명 해 줄 수도 없는,

그래서 쓰기 전부터 덜컥 부담과 겁부터 생기는 글쓰기.


잘 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면 아예 시작조차 못하는 마음과,

나를 위한 글쓰기지만 그럼에도 독자를 (그것이 미래의 나여도) 의식하는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며 공감해주는 <오후의 글쓰기>의 저자 이은경님.


"지금 작고 초라해보이는 글을 끄적이는 중이었다면 반갑습니다."

p.5


특히, '오후의' 라는 단어에서 희망과 절망을 함께 느꼈다.

오후가/저녁이 있는 삶이 워라밸의 기본 모토 및 선언이지만

전쟁같은 일터 -그나마도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라는 압박도 더해-에서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기어코 끌고 나의 공간에 들어서면

이것저것 다 귀찮고 그저 누워 자거나 sns를 켜고 멍-하니 클릭만 해댔는데,

심지어 좋아하는 책 읽기도 꾸벅꾸벅 졸거나 방정맞게 울리는 휴대폰의 알람에

진득하게 1시간을 집중하지도 못하고 있는 요즘 나의 상태 때문이다.


글쓰기가 될까? 정말로??? 라는 생각이 절망편이라면

하루를 마무리하며 복잡하게 엉켜있는 머리 속의 생각과 감정을 해소하고

기능적 인간으로 살다가 '나'로 돌아오는 시간을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갖는

호사스러움과 그로 인한 뿌듯함,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희망편이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15년을 일한 이은경님은

쓰기는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노동이라고 선언하고, 

피곤함을 쓰는 것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기꺼이 매일, 독자의 맞은편에 앉아

이런저런 핑계 다 집어치우고 그냥 좀 앉아서 쓰라고 잔소리와 과제를 내주겠다며

5년 전부터 불쑥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동안 12권의 책을 낼 때까지

매일을 쓰는 사람으로 사는 자신의 노하우를 적극적이고 아낌없이 대방출한다.



차례에서 나오듯, 마음 다지기->습관 만들기->방법 터득하기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글쓰기의 막막함을 단계별로 나누어

쓰는 용기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쾌한 말과 글로 독자를 이끈다.




피상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과제처럼, 책을 읽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하는 과제도 꼬박꼬박 내준다.

 


쓰고 싶다는 욕망과 쓰기 싫다는 게으름,

누가 볼 것도 아니지만, 누구라도 읽지 않으면 이걸 왜 하고 있나- 하는 감정에서

시소처럼 오르락 내리락하며 아무런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시간만 착실하게 흘려 보내고 있는 글쓰기 시작 전의 사람들에게

시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하면서도 풍덩 빠져들지도 못하고 맴돌거나

글쓰기의 의욕이 맥스를 찍어서 얼른 실전에 돌입하고 싶은

어찌보면 양극단에 존재하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도 가득하다.

어떻게 하든, 어디서부터이든, 무엇을 주제로 삼든

'쓰는 인간'으로 오후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

독자들도 분명히, 과거와는 또 다른 자신의 현재를 미래에 만나게 될 거라는

확신과 격려가 잔소리 만큼이나 풍요롭게 펼쳐진다. ^^



한 마디로 정리한다.

"됐고, 일단 쓰세요." 




#오후의글쓰기 #이은경 #큐리어스 #글쓰기 #리뷰어스클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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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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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년 사순시기에 꺼내어 읽으며 부활을 준비하기에 좋은 책. 그리고 광야를 헤매는 인생의 시절에 힘과 용기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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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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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슬슬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하긴, 내일 모레면 '춘'이 자연스레 붙는 삼월이 온다.

이번 설 연휴는 바람이 부는 봄보다 오히려 따뜻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은 경험으로 아는 일이지만

늘 겨울이 되면 어제보다 오늘이 더 춥고, 몇 십년만에 처음 오는 추위라며

마치, 봄은 영영 오지 않을 것처럼 구는 것이 사람 마음인가보다.


계절이 그렇듯, 인생에 있어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것 같다.

나의 노력에 더해 외부의 환경이나 조건이 날개를 달아주어 훨훨 날아다니는 시기와

아무리 애를 쓰고 버텨보아도 안 풀리고 고꾸라져 그저 납작 엎드려 숨만 잇는 시기.

어렵고 추운 때 '봄을 믿'는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괴로움과 외로움의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시기에

그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졌다!'고 인정하고 끝내고만 싶은 마음에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하는 용기와

봄이 오고야 만다는 것을 자신과 이웃에게 계속 속삭여주는 끈기와 인내가

혹독한 광야의 시간을 축복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하는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의 저자는 최대환 신부님이다.


이 책은 '천주교'로 분류되어 있고,

복음서와 성서의 장절을 소개하며 내용을 요약한 묵상 주제가 들어있으며

부활 전 사순절에 일상에서 영성을 닦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함께 하지만

'종교'로만 한정짓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인문학, 철학, 예술에 대한

저자의 깊이, 이해 및 애정을 느낄 수 있어 보다 넓은 독자가 읽기를 바라게 된다.




발전된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안락과 편의를 누리며

세상과 삶, 영혼이라는 비물질적인 모든 것의 신비로움이 사라진 것처럼 살고있는

인간들에게 딱히 '효율성'을 산술적, 수치적으로 증명해낼 수 없는

'종교'와 '신'의 영역에 일생과 영혼을 바쳐 기도하는 수도자가

찬란하고 화려한 반짝임 속에서 '빛'의 존재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나

터널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며 '빛'이 간절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깨를 겯는 구호처럼 조용하지만 힘있게 건네는 말이다.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해요."





봄은, 모퉁이를 돌아 다가오고 있다.

봄이 늦장을 부리는 것 같다면 우리가 봄에게 조금 더 다가가면 될 일이다.

봄의 존재를 믿는다면 나아가는 그 발걸음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을 것도 알게 된다.


온 지구가 '이 시국'을 맞아 대면으로 종교활동을 하는 것도 어려워진 요즘,

그래도 시간은 쉼없이 흘러 이제 다시 사순절이 시작되어 부활절을 기다리고 있다.

사순의 시기 동안 찬찬히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천주교 #우리는봄을믿어야해요 #리뷰어스클럽 #서평이벤트 #사순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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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구지 지게사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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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한 맛이 좋은 블랜딩. 입 안에 남는 잔향과 섬세한 맛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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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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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제자인 이 책의 저자 김민희 편집장이

도대체 인간 '이어령'의 창의과 창조가 만들어지고 표현되어온 머리속은

어떻게 생기고 구성되고 기능하는지 궁금증을 가지며 시작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어령 교수의 강의는 '도끼질 같았'고 

'매 수업마다 머릿속이 쩍쩍 갈라지는 듯한 충격과 경이'를 느꼈다고 한다.

사실 이어령 교수의 글과 말을 방송이나 지면을 통해 짧게 접해도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생각의 유려한 흐름에 먼저 강한 인상을 받고

한발짝 더 앞선 미래를 구체적이면서 자신감있게 예측하는 것에 놀라웠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학자적 명성과 더불어 '어른'의 권위까지 갖춘 석학이

자신에게 붙은 타이틀에 만족하거나 얽매이지 않고

꺼지지 않는 호기심과 굳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지적인 탐구를 계속하는 모습,

작은 것 하나를 놓치거나 흘려보내지 않고 담긴 의미를 연구하고 분석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기호학자이며 미래학자로서의 끝없이 성장하는 모습은

왠만한 것에 그저 '만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타협'하는 스스로에 대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자극했다.


<이어령, 80년 생각>을 기획하고 집필하며 제자이자 인터뷰이에게 당부한 

이어령 교수의 말도 핵심을 찌른다.

자신의 업적을 늘어놓고 잘난 이야기를 하는 용비어천가는 절대로 사절,

80여 년 동안 온리원의 사고를 해 온 한 인간의 머릿속을 탐색하보며

사물을 보는 눈, 현상을 보는 눈, 창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남과 다른 '나'의 '창조적'인 생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 책을 읽고 독자가 생각했으면 한다는 바람과 의지가

인터뷰 곳곳에서 뚜렷하고 강렬하게 몇 번이고 반복되어 나온다.



한담을 나누고 회고하는 인터뷰가 아닌지라 강의를 듣는 것처럼 

정신을 집중하고 이해하며 읽으려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책이었다.

이어령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더 풀어 서술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길을 잃지 않도록

어찌보면 단순하고 답답하게도 보이는 질문을 꾸준하게 던지는

인터뷰이로서의 김민희님의 수고로움도 느낄 수 있다.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수업을 하는 교수이자 연구를 하는 학자로서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교류하고 관계맺은 사람들 각자가 보는 인간 이어령에 대한 여러 면모를

이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회, 아시아, 세계를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생각과 사유의 흐름을

굴렁쇠, 쌈지마당, 한예종, 백남준 후원회 및 작품 설치 등의 문화적 측면으로 

전공인 문학 분야에서 문예지를 창간하고 신춘문예의 심사위원으로 후배를 키우고

박완서, 김승옥, 최인호, 황석영 등의 문인들의 작품이 독자들과 만나도록 기여한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어 왔던 이어령 교수의 

천진난만의 힘이, 현재 투병중인 암조차 잠잠하게 만들기를 기원하게 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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