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만 있는 줄 알았더니 다른 브랜드도 있었네

레드의 법칙 - 레고를 부활시킨 인문학적 문제 해결 방식
윤형준 지음 / 틈새책방 / 2021년 9월

어렸을 때 좋아했었고 한때 애정이 식었다가 다시 관심이 살아난 피닉스 브랜드인 

레고와 레고의 시그니처 모델이 표지에 담겨 있어 읽기 전부터 호감이 생겼다.

<레드의 법칙>의 부제는 '레고를 부활시킨 인문학적 문제 해결 방식'이다.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고 프로그래머나 개발자들이 이공계 천재들이어도

그 기술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즐기는 일반 대중에게 깔려있는 패치는

인문학적 감성과 소양이라는 마케팅, 경영, 사회학적 분석은 새삼스럽지는 않아서

'인문학적 문제해결방식'이라는 말에는 심드렁했었고,

'레고를 부활시킨'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컴팩트한 이 책에 담긴 레고 이야기는

210여쪽의 1/10인 20여쪽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조금 실망스럽다.

레고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리뷰에 자세한 내용을 담지 않기로 했다.

 순전히 궁금증과 호기심을 품고 스스로 발견하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은

 호의이지만, 얼마 안되는 거 좀 알려주지! 라고 생각할 사람들에겐 심술일지도.-

레고 말고도 이 책에 실린 브랜드를 쭉 읽어보니 그런 실망감이 좀 줄어든다.

볼보, 펭귄 출판사, 아디다스, 이솝, 시스코, H&M, 프라이탁 처럼

브랜드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소제목도 있었지만

'두꺼운 데이터를 외면한 장인 정신의 결말'(은 소제목이다)을 맞은 

브랜드가 도대체 어디일까?가 궁금해서 먼저 넘겨본 페이지에서 만난

아꼈던 -그래, 맞다. 나 역시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다. 

그 비극적인 결말에 일조한 1인이 된 것이다.-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를 만난 뒤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다시 생겨났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책을 선택해서 읽어도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들과 본질을 잃지 않고 핵심을 놓지 않는

인문학적 이해과정에 대해 흥미롭게 이해하며 설득될 수 있지만

경영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마케팅, 기획 등의 업계에 종사하거나 관심있는 사람은

클리셰처럼 사용하는 인문학과 콘텐츠의 활용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것이다.

인문학적 접근에 있어 중요한 것은 역사, 문학, 예술, 언어, 철학 등의 학문 영역을

통섭적으로 활용하는 '콘텐츠를 반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의 '사유의 형식'을 수용, 활용, 변용, 적용하는 역량이며

그에 맞는 사례들을 모아 '레드의 3법칙'으로 정리한 저자 윤형준의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것은 그가 인터뷰한 50명 이상의 기업 CEO들의 인사이트와 경험이다.

<레드의 3법칙>

1. 업의 본질을 꿰뚫는 새로운 질문

2. 고객-제품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는 -빅 데이터가 아니라-

   두꺼운 데이터 구축

3. 창의적 솔루션

경영과 마케팅에 관련된 용어 및 숫자 -당연하다. '데이터'를 논하는 책이다-에

머리가 아플 수도 있겠지만 곁가지에 연연하지 않고 숲을 바라보는 해석력으로

각 브랜드의 성장과 몰락 그리고 부활의 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한 내용을 읽다 보면

저자가 소개한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두꺼운 데이터 개념을 적용해보고 싶은

자기만의 일상/분야/업무가 생각날 것이다.

한번에 후루룩- 읽고 말 책은 아니다.

읽을 때마다 보이고 느껴지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을 노트를 준비하길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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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은 철학. 매일매일 채워주는 필로소피 랩

필로소피 랩 -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철학 연구소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 윌북 / 2021년 10월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는게 뭐 어때서!"

라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고 싶은데,

생각이 많을수록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도 심란한 경우가 많아진다마는,

그래도 인생에 대한 '철학'이 없이 '사람'이 '삶'을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플라톤, 데카르트, 소크라테스, 니체, 몽테뉴, 칸트처럼 

교과서에서 암기의 대상으로 공부하고 만났던 서양의 철학자들이

수 백년이 지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의 삶에 어떤 통찰과 사상을 줄 수 있을까?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철학 연구소'라는 매력적인 부제가 붙은 

<필로소피 랩>은 깔끔한 표지만큼이나 담백한 생활밀착형 철학을 만날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저자 조니 톰슨이

실제로 학생들과 나눈 고민들과 철학으로 이해하는 법이 담겨 있어

세상의 질문과 삶에 대한 사유를 열정과 이성, 시간을 다 바쳐서 탐구한 뒤 

남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르고 벼른 단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철학자들의 

사상의 핵심'정수'를 쉽고, 간단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고수는 어려운 것을 물 흐르듯, 쉽게 보이도록 한다는 말이 정말이지 옳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여러 차례 느꼈다.

SNS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고 지혜와 위로, 날카로운 충고와 용기를 북돋는 격려를

조심스레 기대하며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사용법을 바로 파악할 것이다.

윤리, 실존주의, 예술, 사회와 인간관계, 종교와 형이상학, 

문학과 언어, 과학과 심리학, 일상 속 철학, 인식과 마음, 정치와 경제 등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받는 영역이 큰 챕터로 촘촘하게 실려 있고,

챕터 속에는 눈길을 끄는 소제목으로 지금, 나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철학과 사상이 2쪽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어 읽고 이해하기에 부담 없다.

일방적인 교수님의 설명책이 아니라 독자의 생각과 마음을 종종 물어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확인해볼 수 있도록 한 구성도 정말 마음에 든다.

게다가 철학자나 철학 사상만 있는것도 아니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싶은 신선하고 즐거운 서프라이즈도 선물처럼 들어있다. ^^

추천사나 홍보 문구는 조금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뒷표지에 실려 있는 데이비드 미첼 작가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몸이 나빠지기 전에 영양제를 챙겨 먹듯이

마음과 정신, 생각에 힘을 더해주는 매일 먹는 철학 영양제 같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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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까 에세이일까, 묘한 매력의 글

내게 새겨진 장면들
이음 지음 / SISO / 2021년 9월

 

어떤 글은 입 안의 작은 혓바늘처럼 잊고 있던 존재를 문득 아프게 떠올리게 한다.

평소보다 아주 조금 톡- 튀어 올라왔을 뿐인데,

늘 고분고분하게 있는 자리에서 평범하게 하던 일에서 아주 살짝 벗어나 있을 뿐인데

갑자기 온갖 신경이 그 방향으로 쏠리게 되고야 마는 지나침.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넘침이 <내게 새겨진 장면들> 곳곳에서 독자인 내가 만난 감정이다.

표지에는 '에세이'라고 적혀 있으니 에세이겠지만

읽다보면 고르고 고른 단어로 섬세하게 묘사된 감정과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상황들이

그냥 일상적인 에세이라기 보다는 잘 벼려낸 소설같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저자 이음은 수많은 마음의 계이름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였던 이야기를 

'당신의 계이름'으로 담아내어 제3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같은 제목으로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다. (그리고 에디터이기도 했다.) 

이마에 간지럽게 나 있는 보송한 잔털마냥,

이럴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했었을수도 있었겠다- 싶도록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고 조심조심 쓰다듬다가도

어느새 불현듯, 사적인 공간을 침범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큰 걸음으로 뚝 떨어져나가 데면데면할 정도의 거리에서 가만히 쳐다보는 것 같은

시선과 말투, 마음과 태도를 만날 때마다 작가이며 에디터이기도 했던

저자 이음의 이력이 새록새록 상기된다.

 

조용히 차올랐다가 조용히 기우는 달처럼

작가가 어렴풋한 기척을 남긴 몇몇 과거의 시간을 다시금 떠올려 

할 말과 듣고 싶었던 말, 남은 마음의 존재를 써내려간 묘하면서도 연한 재질의 글들.

그 날의 기분이 어떻든지 간에, 책을 펼쳐 빠져든 페이지에 담뿍 젖어있는 감정의 색깔이

점점 나에게 스며드는 독특한 경험을 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나올 저자의 글을 만날 기회가 또 생기기를 기대하면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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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 제대로 전달하자

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모토하시 아도 지음, 김정환 옮김 / 밀리언서재 / 2021년 10월

같은 말을 해도 소위 '찰지게'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유도 적절하게 들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하고,

어려운 말, 낯선 단어를 쉽고 익숙한 말로 바꿔 말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호기심/주의를 끄는 말로 집중을 얻고 난 다음

결론을 시원하게 얘기한 뒤 차근차근 이유를 밝히는 방법으로 

듣는 사람이 조바심이 나거나 지루해 하지 않고 계속 얘기를 듣게 만드는 사람들.

똑같은 말을 해도 서로 다르게 이해해서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 하고 부연 설명을 해야 하거나 

하나하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체크하며 말을 이어가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뒷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이라면

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에서 말하는 방법을 교정할 조언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 모토하시 아도는 텔레비전 버라이어티 방송 프로덕션 연출가로

음식,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여러 인기 정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TV방송 업계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기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달법의 승리 패턴'을

체계화하고 그 노하우를 사용해 기업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의사전달보다는 상대방이나 나의 입장/체면/사정을 두루 생각해서

최대한 모나지 않게 표현하려다 보니 오히려 정확한 사실 파악이 되지 않아

답답한 면도 생기는 사회생활의사전달법에 슬슬 신경을 갉아먹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느낌표의 갯수로 기분을 표현하거나 짐작하는 '눈치'를 쌓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의 경지에 오르면 해결된다는 

직장 생활의 달인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충고'보다는 

이 책에서 말해주는 '전략적 장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편이 낫겠다.

'전달'은 가장 기본적으로 '상대'를 생각해야 한다.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나에게 호감이 넘치는 상대방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상대가 소중한 시간을 아끼도록

관심을 끌어당기는 전달력 포인트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이야기에 들을 가치를 부여해보자.

예고편, 티저에 최선을 다하는 TV나 영화, 각종 콘텐츠처럼

첫 1분에 핵심을 전진 배치하여 기대감을 심어주고, 공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며

상대방이 '멈춤'이나 '나감' '주의산만'으로 빠지지 않고 

점점 이야기에 빨려 들어오도록 시각적 자료와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를 써보자.

어떤 방송은 뻔한 패턴임에도 중간에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어 계속 보게 된다.

익숙함을 즐기다가 새롭고 유용한 정보가 나와 끝까지 들은 자신의 선택을 믿고

다음 콘텐츠를 또 선택하여 끝까지 듣게 되는 충성도와 호감이 생긴다.

프리젠테이션이나 UCC 등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일상에도

하루에도 파도처럼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영상과 크리에이터들 중에서 

'좋아요-구독-알람설정'을 클릭하며 꾸준히 소통과 교류를 원하는 상대방을 늘릴

쉽고 간단하며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전달의 기술이 알차게 담겨있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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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꽂이와 명화를 동시에 감상하는 기분

플라워 스쿨
캘버트 크레리 지음, 강예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10월

표지의 풍성한 꽃들을 보자마자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

<플라워 스쿨>은 플로리스트를 위한 훌륭한 실용 가이드 책으로서

저자인 캘버트 크레리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플라워스쿨 이사다.

개인적이 감상이지만, 선의 미학이 돋보이는 동양의 꽃꽂이와는 다른 매력의

풍성하고 화려한 꽃과 색감의 조화가 서양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자연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집 안으로 들여와

자연적인 미와 함께 인간의 손길을 거친 미학적인 구도를 잡아

실생활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공간을 채워주는 꽃들을

고퀄리티의 화보와 함께 보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플로리스트에게 많은 영감을 줄 디자인과 스타일 잡기 뿐만 아니라

꽃시장에서 데려온 꽃들을 아름답게/자연스럽게/무심한 듯 멋스럽게 두고 보고 싶지만

일단 꽃을 둘 공간에 어울릴 만한 꽃을 고르는 것부터 도전 시작인 초보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전문가의 조언이 가득하다.

싱싱하고 색감이 서로 어울리는 꽃 고르기, 

생생함을 오래 품을 수 있도록 꽃을 다듬고 손질하기,

공간, 시간, 이유나 목적에 맞는 디자인 결정하기,

스타일과 꽃에 잘 맞는 꽃병 선택하기 등

자신의 필요와 수준을 잘 따진 후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마음에 더 들었던 것은

어떤 작품이 되었든 간에 꽃 본연의 아름다움과 

비록 절화이지만 꽃과 식물의 생명력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추천하며

누군가의 디자인을 완벽하게 재현해 -즉, 복사해- 놓는 것보다

꽃꽂이를 하는 시간 동안의 즐거움을 오롯이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스터 플로리스트의 철학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점이었다.

실제로 꽃을 사와서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멋진 작품들이 실려있는 사진을 바꿔가며 펼쳐두고 감상해도 좋을 정도로,

공간의 색깔과 멋을 확실히 바꿔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꽃에 대한 마음이 커져 그저 한 두 송이만이라도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이

충만하게 차오르면 책에 제시된 색상표를 사진으로 찍어가서 참고하면 좋겠다.

페이지에 실린 그 꽃들이 아니더라도, 꽃시장을 환하게 채우고 있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개성이 있는 꽃들을 데리고 와도 행복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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