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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모나 숄레 지음, 유정애 옮김 / 마음서재 / 2021년 11월
평점 :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다. 는 말로 한줄 요약될 작품들은 끝도 없이 많다.
우선 공주-왕자가 등장하는 작품들에서 그들에게 시련을 주는 캐릭터는
그들보다 나이가 많고 속을 알 수 없고 화를 잘 내는 음습한 성격에
어디서 얻은 것인지 짐작조차 불순한 사악한 에너지-주술이나 마법-를 가지고(도!)
(어째서인지 그 능력을 발휘해서 더 큰 행복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도 굳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마녀/의붓어머니/마물이었다.
왕자의 야망을 방해하며 시련을 주는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그의 아버지이거나
그의 자리를 노리는 또다른 야망캐인 역심을 품은 신하/의붓동생 혹은 적국의 왕족이다.
그들의 싸움은 사실 허세가 가득한 개싸움처럼 보이지만
'정의'나 '정통'이라는 가치가 개입하며 엄연히 돌아가야할 가치를 주인공이 획득하고
주인공=승리자가 되는 마무리로 공식을 완성한다.
반면에 '여적여'의 세상에서 주인공은 승리를 선물받는 존재이고,
그가 승리를 선물받을 수 있는 조건은
1. 순진하고 순수할 것. and 2. 착하고 가련할 것. and/or 3. 고귀한 신분일 것이다.
(사실 신분은 고귀하지 않아도 된다. 승리를 선물하는 자가 신분도 선물해준다.)
자신이 가진 힘으로 무언가를 욕망하는 자.
현재의 체제와 신념이 추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움을 원하는 자.
관습과 질서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규칙에 의문을 던지고 자유를 추구하는 자.
이들은 모두 기득권을 지닌 사회로부터 다양한 형태로 배척당했다.
그들이 외쳤던 자유와 변화에 대한 갈망,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인정받은 순서는
놀랍게도 여전히 유효한 차별과 편견에 힘입은 혐오의 순서와 일치한다.
지위, 계층, 인종, 자본, 지식, 신체적 장애, 정신/정서적 장애, 종교, 지역, 나이.
그리고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사회적 성별도 포함하여.) 성별.
제목 <마녀>부터 소제목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는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단어가 가진 자체로의 뜻은 무시되고
하나의 상징/판단의 근거가 되어 '논란'과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마치 여자가 하나를 갖는다면 남자가 하나를 빼앗기는 것이라는 인지적 오류로
시대의 자연스럽고 궁긍적인 변화를 제로섬 게임으로 착각하여
목숨걸고 참전하는 전사들처럼 일종의 '긍지'마저 가지고 돌진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과연 읽을까 싶지만- 이 책에서 '여성' '여자'를 '남성' '남자'로 바꾼다면
살기등등한 적의와 반대의 목소리를 여전히 낼까 궁금하다.
권력을 갖추기 위해 당연히 소수성을 유지해야하고
그 소수성을 지탱하고 기꺼이 정당화해주기 위해 필요한 숫자를 조련하고 키워온
기성세대와 관습이 탄탄하게 쌓아올린 '제도'에 맞지 않는 다수의 인간들.
다수에 대한 일방적인 군림과 가끔씩 내려주는 시혜적 태도로 지배하며
그에 따르지 않는 위험한 소수는 '적대감'과 '차별'로 고립시키고 제거한 권력.
그런 권력이 모습을 바꾸며 계속 그 힘을 유지할 때 '권력층'에 속하지 못한 다수는
계속 굴종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당연한 질문을 하는 목소리를
여성/남성이라는 극도로 단순한 콩깍지로 덮어버리지 않길 바란다.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예전보다 새로운 상상을 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부당함을 고발하는 목소리와 저항하는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
자유와 존재 그 자체로 사랑을 주고 받기 위해 싸우는 사람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줄 것인가.
여전히, 지금도,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런 존재들을 지워버리려고 애쓰는
그로 인해 자기가 갖고 있는 기득권과 갖게 될 이익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줄 것인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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