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음, 해란 사진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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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그림책은 주로, 아이들을 독자로 염두에 두고 기획되지만

그림책을 고르고 읽어주고 갑작스레 사색에 빠지거나 감정이 동요되는 사람은

의외로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키덜트가 많아져서 그런걸까, 싶기도 했다.

세상은 어쩐 일인지 살기 좋아질수록 살아내기는 버거워져서

마음에 멍이 든 채로 살아가는 어른들이 자기를 지켜내기 위해

조금씩 차가워지고 딱딱해지고 벽을 쌓아 올리며 서로에게 멀어질 때

어린 시절에 가만가만한 목소리와 신기한 그림으로 몇 장 되지 않는 종이를 넘기며

즐거움과 신기함, 의외성과 긴장됨, 바보스러움과 웃음 같은 재미를 준 이야기가

아이를 마음 속에 간직한 어른들에게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분명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테라피적인 것 중 하나일 테다.


하지만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어린 시절에는 경험이 없어서 행복하게도 무지했던 삶의 면면들을 감지할 수 있게 된

어른들이 느끼는 감정과 몰입하는 대상이 폭과 깊이를 달리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림책은 여전히 유효한 마법이다.


처음에는 '동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그림책의 작가들이 궁금해서 읽었다.

일상의 조각들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일 때, 

그것을 잘 발견하는 눈과, 뾰족한 모서리를 만지작 거리기에 좋도록 다듬는 손과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덧붙여 앞으로의 이야기를 꿈으로 가져가고 싶게 만드는

작가들의 사고와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들도 어른이라는 현실이었다.

'아동 도서'라고 분류되고 '1쇄'를 넘기지 못하는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

따스함과 위로를 선사하고도 정작 본인들은 '창작자'로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대중매체, 예술분야, 문학 비평에서 소외되고 있고 지원이나 연구도 이뤄지지 않는

그야말로 척박하기 그지없는 동토에서 여전히 싹을 틔워내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권위있는 상을 휩쓸고 있는 한국 작가의 일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씁쓸함과 함께 겁도 생겼다.

이제 그림책을 읽으면 작품에 오롯이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 뒤에 있는 작가의 '열악한' 현실이 떠오르면 어쩌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으며 다시금 느낀 것은 

그림책에 힘을 실어낸 것은 다름아닌 작가들의 에너지와 마음이다.

'다음에 올 사람, 아직 미정인 존재'를 생각하며 응원하는 메시지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세심하게 표현해내는 작가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과 지지, 응원을 보내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까지도.

읽으면서 또 마음이 뭉클해진다. (과몰입)




현실의 고단함에 지지 않고 너그럽게 품어 안아주면서 

'다음에 올'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 누구와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부드럽고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꾸준히 물어보는 그림책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낸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저자 최혜진 그림책 작가들에게 보내는 팬레터이자 이 기획을 세상에 내놓은 한계레출판이 우리에게 묻는 인터뷰이다.




"당신이 꿈꾸는 세계는 어떤 모습이며, 당신이 지키고픈 '좋은 것'은 어떤 것인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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