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 다름이 서로가 존재할 가능성이 되는 관계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어둠의 속도>는 SF작가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문의 대표작이다.

'자폐인의 시선으로 삶의 정상성에 대해 질문" 한다는 책 소개와

주인공 '루'가 가지고 있는 패턴을 발견해내는 천재적인 수학 능력이라는 설정 덕분에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지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소통이 어렵지만

천재성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는 슈퍼 히어로, <셜록>같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빠르게 결론을 말하자면 셜록보다는 영화 <가타카>가 떠오르는 설정에

영화 <엑스맨> 시리즈가 거듭하여 묻는 '정상성'과 'proud', '공존'과 '차별'이 

<어둠의 속도>와 색과 결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다.

 

<어둠의 속도>는 sf로 분류되지만 어쩌면 현재, 누군가의 우주(유니버스)같은 이야기이다.

임신 중에 진단한 자폐를 모두 치료할 수 있게 된 근미래에 '자폐'는 특별한 자질이다.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태어난 마지막 자폐인 세대에 들어가는 루와 다른 자폐인들은

한 거대기업의 특수분과에서 일을 하고 큰 이익을 안겨주는 'A부서' 소속이다.

책의 독자와 그 세계의 '정상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혹은 감지할 수 없는

비정형적인 일상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독특하면서도 천재적인 수학 능력 덕분이다.

다만,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그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그로인해 회사에게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이익창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회사는 A부서 근무자들의 전용 시설 등을 제공하며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

이 패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새로운 상사 진 크렌쇼의 부임이다.

그는 A부서에게 제공되는 특별복지 혜택을 없애려하며 사내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정상화 수술'을 통해 자폐인들이 '정상인'이 될 수 있다고 친절하게 강요한다.

“바로 그겁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그대로일 거예요. 자폐인이 아닐 뿐이죠.”

자폐를 한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부' 가 아니라 질병과 장애로 여기는 시선은

낯설지 않다. (아니, 이런 돌려말하기가 우스울 정도로 지극히 현실적이다.)

특별한 수술로 비자폐인이 되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꿈같기도 할까?

자폐가 능력이 되어 완전히 독립하여 일자리를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는 근미래에서조차 

이미 임신 중에 '치료'할 수 있다는 설정과 주인공 루의 갈등과 혼란에서도 알 수 있듯

자폐성과 정상성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며 그 중에서도 열악한 특성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제거하면 그 사람은 계속 그 사람일까? 

한 사람을 그 사람답게 만드는 것에서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결함은 어떤 요소인가?

그런 결함이 없거나 최소화 된 사람이 완벽에 가까운 정상인 것일까?

다름을 극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자폐성'을 소재로 삼았지만

같은 시대와 공간 속에 살고 있어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며 이해하는 세상과

타인의 세상이 일치하지 않아 ('저걸 보고 이렇게 생각/행동하는 사람이 있어?' 같은)

상식과 몰상식이 정상과 비정상, 다름과 구별, 차별과 혐오로 쉽게 넘어가는 

현실이 책 속의 우주와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 많았다.

루의 선택과 그 이유에 점점 빠져는 흡인력은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매력이다. 

2003년 출간 다음해인 2004년에 네뷸러상을 수상하고

국내에서 절판된 지 12년 만에 다시 번역되어 독자들과 만나게 될 만한 이유가 충분하며 

늦게라도 발견하여 읽었다는 기쁨과 안도감에 더하여

엘리자베스 문의 세계관과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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