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
정선영.전소영.강수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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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을 스치는 작고 귀여운 월급을 보며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간혹 들리는 '누가 주식을 해서 얼마를 잃었다더라'는 소문에는 '안하길 잘했다' 고 안심하고,

'누가 아파트를 샀는데 몇 억이 올랐다더라'는 소문에는 '아.. 부럽다' 고 배아파하고,

'비트코인'에는 '그거 폭망한 거 아냐?' 라고 업데이트가 언제 되었는지 모를 기사로 판단하고.


투자의 길은 왜 이리 어려운지.

성공관련한 책을 보면 어려움 속에서 (원래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바닥을 쳐봐야 한다)

불굴의 의지와 기회를 만들어 가는 개척정신을 발휘하고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기는 은인(!)

혹은 인생을 바꾸는 순간을 만나서 (드라마의 또다른 재미. 극적 긴장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절대로 남에게만 벌어질 것 같은 이야기가 있어서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배 아픈 언니들이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이야기>는 심리적 저항이 낮게 시작한다.

이 책의 화자이자 저자들은 금융시장에서 취재하며 소식과 정보에 밝았고 

돈을 벌 수 있는 접근기회가 많았으며, 직업적으로 경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투자에 실패를 거둔 뼈 아픈 경험을 모아서 책으로 냈다. 


스스로를 다람쥐 같은 여자라고 얘기하며 도토리를 불려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경제학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심리적 압박,

번거로움과 귀차니즘을 뚫고 공부하고 배워가며 투자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주었다.


군데군데 경제관련 기사에서 스치듯 보았던 단어의 정확한 의미도 알 수 있었고,


요즘처럼 앞날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희박할 때, 예전같지 않은 벌이와 경제상황에 대비하며 

작고 소중한 금액을 최대한 지키면서도 이익을 내기 위해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 지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서 책을 펼쳤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제대로 된 공부와 노력없이 남들의 이야기나 감, 꿈을 믿고

어떻게 그렇게 소중한 자본을 함부로 굴렸는지- 과거의 나에 대한 회한과 반성이다.



투자가 무서워서 아예 하지 않으면 잃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기회를 살피지 않고, 

그래서 현실에 어쩔수 없이 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재를 가지고 왔다는 반성이 든다.


기회비용에 대해 따져보고, 리스크 요인에 대해 어디까지 살피며 감안해야 할 지 알려면

부동산, 주식, 펀드, 외화, 채권, 금, 크라우드펀딩, 유가, 선물 같은 많이는 들어봤지만

각각이 무엇인지 ('~ 카더라'를 벗어나서) 알지 못했던 경제와 투자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공부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봐야겠다.



물론, 그동안 경제에 대해 무지하게 살았던 시절을 책 한권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경제 용어는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하라- 라고 속살거리는 투자관련책이 

해답을 떠먹여주는 것 같은 착각이 (그리고 수고로움을 덜고 싶은 욕망이) 든다.


하지만 미리 투자하고 실패해보고, 성공의 즐거움도 누려본 세 명의 저자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문어발 투자를 한 경험, 타이밍을 살짝살짝 놓치는 경험,

머리 속으로 많은 투자를 했지만 막상 실전에는 참가하지 못하는 소심함, 

투자에 막 눈을 뜨고 성공을 위한 기회를 엿보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을

-경알못이기 때문에- 더듬더듬 따라가다 보면 대박은 꿈꾸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큰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한 나의 '박스권'에 대한 감이 잡힌다.



캠코, 파생상품, 원유ETN, 곡물펀드 같은 단어는 책을 읽은 지금도 좀 생소하다.

나의 생활과 세계의 흐름을 읽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겠다.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말할 때마다, 공부를 하자! 배워야 투자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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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안에 쓰고 100일 동안 고친다 - 딱! 10일 만에 초고를 쓰는 힘
추교진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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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10일 안에 쓴다는 책이 아니다.

물론 저자는 험한 출판 시장에서 독자의 눈에 들기 위해
자극적인 문구로 유혹했다고 미안하다는 말로 책을 연다.

그러나 아주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 것이,
이 책은 '초고를 쓰는 힘'을 단련시켜주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책이다.

책을 내보고는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암담한 사람들이나,
책을 쓰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사그라지는 것이 반복되는 사람들에게
딱 10일 동안 집중해서 뭐라도 '써보는 것'.

그리고 그 열 배의 시간 동안 찬찬히 다듬으면서 책의 기본이 되는
'초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만들어진 책이다.

1교시 오리엔테이션
2교시 준비하기
3교시 틀짜기

는 책을 만들기 전에 건축가처럼 땅을 다지고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원론적으로 설명하고 예를 들어 설득한다.
완성부터 시작해서 루틴을 만들고,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태도를 일상적으로 갖고,
나의 콘셉을 가까이, 또 멀리서 보며 가장 매혹적인 지점을 찾아보는 
스킬을 배워볼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은 4교시 쓰기 편이다.
10일 안에 초고쓰기 답게, 매일의 과제를 10일 동안 해내도록 독려한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을 몇 가지 뽑아보자면,
'뻔뻔하기'와 '프로토 타입 만들기' , 그리고 '퇴고하는 방법' 이다.

책을 쓰겠다는 사람은 대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이상이 높고 기준은 가혹하다.
대문호 혹은 베스트셀러의 글도 취향에 맞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독자의 힘이자 냉정함이다.

그런 독자의 포지션에서 저자의 포지션으로 바꾸는 일이 당연히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뻔뻔한 용기.

실력은 (어차피 초보에게 바라는 것은 많지 않고, 고민한다고 느는 것도 아니다)
제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왜 책을 내겠다는 마음을 먹었는지,
그 생각과 마음을 끈질기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용기가 현실이 되려면 프로토 타입이 필요하다.

머리 속의 글들은 활자(손이든 컴퓨터든)로 찍히지 않는 한 사라지는 상념들이다.

말하려는 핵심만 쓰고, 문장을 다듬지 않으며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보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시행착오가 발생하듯,

내 글의 베타 테스터가 되어 키워드를 수집하고 프로로 타입을 설계하여

완성된 것을 평가하고 다시 수정하며 능동/피동, 관점을 바꿔보며 다시 쓰기를 해본다.



초고를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원고'가 나온다.

나만 읽으며 좋아할 일기가 아니라, 불쌍한 나무를 헛되이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갈취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석을 세공하듯

글을 고치고 다듬는 퇴고의 과정도 기꺼이 -그리고 그 기꺼움이 사라져도 꾸준히-

거쳐내야 한다.


초고를 인쇄(!)한 뒤 조금 쉬면서 글과 나의 거리를 두는 디캔팅 시간을 갖고

그 다음엔 맹렬히 퇴고 퇴고 퇴고.


불필요한 단어를 버리고

애매모호하고 긴 문장은 잘라서 단문으로 만들고.

고칠 수록 어색한 문장은 깔끔하게 다시 쓰기.

소리내어 읽으며 잘 읽히고 이해가 쉬운지 검증해보고

지나친 감정적 호소는 -장르에 따라서 필요할 수는 있지만- 자중시키기. 


그것을 앞에서 한 번, 거꾸로 세 번은 해줘야 글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뭐라뭐라 말한 것은 많지만 작가의 결론은 책은 엉덩이로 쓰는 것. 이다.

번쩍- 하고 떠오르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작가의 부단한 설명 없이도

독자가 이해하고 전달받으려면 물리적인 '숙성'과 '정돈'의 과정이 필요하다.


100일 동안 지치지 않고 퇴고하는 방법이 이 사실 이 책의 핵심같다.


PT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쓰기를 따라해보는 혹독한 10일을 보내고 난 다음 

맞이하는 자기의 색을 담고 깊이를 더하는 100일의 시간을 알차게 버텨내는 끈기와

모든 것을 다 취소하고 싶은 마음을 버텨내는 Big Why와 뻔뻔함(!)이

책을 완성하는 최후의 비법이 아닐까 한다. ^^


책쓰기를 생각만 하고, 연필/자판으로 마인드맵만 줄창 해댄다면 

부록 '따라하면 책의 뼈대가 되는 원고시트'로 고민을 연필자욱으로 일단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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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라면 마음청소 - 마음에는 버릴 것과 살릴 것이 있다 50의 서재 3
오키 사치코 지음, 김진연 옮김 / 센시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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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라는 숫자가 멀게 느껴지지만,

학생때는 20대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어른 같았고, 

20대때는 30대면 안정적이고 성취하는 어른이고 40이면 이미 늙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50이나 60은 그렇게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습관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어떤 부분을 신경쓰며 실천해야할지 알아가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50이라면 마음청소>는 일상 생활에 대한 자기계발서.

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마음청소를 위해 저자 오키 사치코가 제시하는 방법과 얻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마음의 때를 벗기기 위한 공간 청소

2. 매일, 조금씩 덜어내는 정돈과 청소

3. 마음 청소로 얻는 11가지의 즐거움

4. 초대하고, 초대받고, 사랑하면서 눈치보지 않고 욕망을 해방하기



저자가 50부터 마음청소와 실제 청소(를 통한 미니멀라이프)를 권하는 이유는

매우 실용적이고 또 현실적이다.


우선, 50이 되면 생각처럼 몸이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건사할 수 있는 만큼의 공간을 깔끔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신체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또한, 세상을 떠날 날을 대비해서 너무 많은 물건을 두고 떠나

남은 사람이 유품정리로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방에 있는 것들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소중한 것들을 남기고 잘 다듬으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매일, 즉시, 조금씩 아주 간단한 청소도구(책에서는 수건을 추천한다)만으로도

주변을 늘 반짝반짝하게 정돈하며 지낼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솔깃하다.


더러움을 빼는 청소.

'물건에 대한 원칙'을 갖고 줄이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고르고 들여놓기.를 실천한다면

"아, 그때 그거 버리지 말걸" 하며 뒤늦게 후회하거나

혹은 그런 후회를 할까봐- 하는 염려와 걱정에 쓰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짐처럼 꾸역꾸역 옆에 끼고 살지는 않게 될 것이다. 




생활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주방이;;;

현실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물건이나 음식을 한꺼번에 여러 개씩 구매하고

쌓아놓고 살면서 '저걸 빨리 먹어야 해, 없애야 해' 하는 의무감이 시달리지 않으려면

적정재고율을 유지하는 사장님의 마인드가 필요할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버리는 것은 늘 괴롭다.

흥미로운 것을 참는 것도 쉽지 않다.

세상엔 (이 책을 포함해서도) 물건들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고

첨단 기술로 삶의 방식도 달라지는데

마냥 '무소유'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50이라면 마음청소>의 방법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자신에 대해 알고 배우고 수련하는 자기계발이 필요하겠다.

물건, 물건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 관계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 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과 마음의 청소 습관.


지금부터 하나씩 실천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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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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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

1950년 일본 출생.

중국, 대만, 일본,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영화음악가, 피아니스트, 그리고 간간히 지휘도 하는 음악인.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이건 어떨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의 회전목마'.

<이웃집 토토로>의 '바람이 지나가는 길', '산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생명의 이름'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이 지금처럼 다각적으로 기억되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Gpr_ISfWFsk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는데, 

마침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라는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뻤다.



책의 처음을 여는 그의 말은 지극히 단순하다. 

'나는 작곡가이다' p5. 


유려하고 화려해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그의 음악을 생각하면 

꽤나 담백하고 수수한 인사처럼 독자에게 건네는 첫마디이다.


아침에는 아무것도 없었어도 저녁이면 새로운 곡이 세상이 탄생하게 하는 일.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되고 싶은 직업으로 히사이시 조는 '작곡'을 말한다.

지금, 여기서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고전과 현대의 음악이 어우러진

평범한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

사람들이 음악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고, 

동시대의 음악을 관객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쓴 히사이시 조는, 

무언가를 지극히 사랑하고 잘 해내며 더 사랑하고 싶은 사람의 진심이 

얼마나 투명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1장 지휘하다

2장 전하다

3장 깨닫다

4장 생각하다

5장 창작하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제목이 마음에 닿았다.

클래식보다는 가요나 팝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히사이시는,

중고등학생 시절 현대음악 

(슈토크하우젠, 존 케이지 처럼 음알못에게는 특이한 클래식;;같은)에

빠져서 작곡과에 들어간 이후에도 클래식 음악

(베토벤이나 말러 같은 음알못에게 익숙한 클래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미니멀한 소리, 패턴을 반복하며 조금씩 변형하여 차이를 즐기는 음악을 좋아한

전위음악 작곡가였던 그는, 이론과 논리, 독특한 개념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는 작업이

음악을 듣고 즐거워 하는 사람을 놓치고 있다는 회의감이 들어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다.


그때 그가 '우연히' 만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영화/애니메이션 음악을 시작한 이후 

현악기, 오케스트라를 사용하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클래식'한 영화 음악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대학 시절 클래식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ㅎㅎㅎ)



작곡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소리를 만들어 내고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히사이시 조는 '음악'이라는 세계에 대해 새롭게 경험하고 눈을 떴다고 한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우수한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능력을 끌어내는,

때로는 더 훌륭한 작품을 위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연주자와 관객을 설득해 내는 지휘자.

악보를 (특히 클래식 악보를) 해석하고 소리로 구현해 낼 때, 

때론 원곡의 작곡가의 지시에 반하는 (그 사람이 베토벤일지라도) 

결단을 할 수 있는 지휘자.


이런 경험을 통해 머리로만 작곡하여 

자신의 음악과 현실의 괴리를 점점 벌리는 것을 경계하고

작곡, 연주, 지휘를 오래도록 그리고 여러 번에 걸쳐 해 나아가며 

깊이를 더 해가고 있는 히사이시 조의 노력과 성장(아직도!)을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대단한 거장도 색깔이 

각기 다른 세계의 오케스트라(혹은 그 나라의 특징)와 만나

같은 기호의 음표이 다른 소리로 표현될 때마다 

'음악'이라는 우주의 무궁무진함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것이 신선하고 멋지게 보였다.

이런 저런 경험은 왠만큼 해봤음직한 나이와 경력에도 불구하고 

(물론 자기가 쓴 책이니까 주관적인 가감이 아예 없지는 않겠다고 생각해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인생의 주제인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생각지도 않게 얻은 보너스는,

유명한 곡들을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는 감상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고의 전문가이자 음악 애호가이며 

실제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인인 지휘자로부터!


'해설이 있는 콘서트'처럼 작곡가가 곡을 쓴 이유, 배경, 담은 감정을 비롯하여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교, 연주와 지휘를 할 때 신경쓰는 점들을

지식과 감성을 담뿍 담아 적어놓아 글을 읽고 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소개되는 음악을 찾아 듣게 만들었다. ^^

 


동시대를 함께 사는 대중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히사이시 조.

스스로 뛰어난 연주자이자 지휘자, 작곡자인 그의 

음악에 대한 생각과 철학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음악'이라는 세계를 알아가고자 애쓰는 구도자 같은 모습을 통해

거장은 괜히 붙이는 타이틀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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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 심화 편
임상빈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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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표지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 임상빈은 미술작가를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예원학교 미술과,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처럼

미술 문외한이 보기에도(혹은 보기에는)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은 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으로 유학,

예일대학교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티처스 칼리지 미술과 미술교육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열정적으로 공부한 뒤,

그것을 남들에게도 잘 전달하며 가르칠 수 있는 능력까지 탑재한 셈이다.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니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한 톨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술은 우리를 꿈꾸게 한다>는 심화편이란다. (어쩐지 심오한 책이었다)

궁금해서 저자의 전작을 찾아보았다. 


2019년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부터 

예술과 현실을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심화편 전의 확장편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로 시리즈를 열었다.


예술적으로 자기 인생을 음미하며 스스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사람을

'예술인간'이라고 작가는 정의하며 예술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획으로

책을 출간했다는 저자는, 과연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는 질문에 대해

'인문학'적 통찰로 '예술적임'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을 배우고 가르치고 있으며,

예술인간으로 살고 싶어 이렇게 저렇게 궁리와 생각을 아끼지 않는 저자가

예술에 대한 독백과 대화 (알렉스와 린, 혹은 다른 사람들을 등장시켜 이뤄지는)로

독자들에게 문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구경꾼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성 넘치는 예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보통의 사람으로

예술하며 살아가는 예술가가 되자고 권유한다.


예술, 그렇게 어려운 것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



차례만 보면 대학교 교양수업에 있을 법한 '예술과 생활' 같은 느낌을 얻지만

예술가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와 경험, 지식 위에

실제로 일어난 작품, 작가, 전시, 예술계에서의 일화를 얹어 흥미를 더하고

대화로 제시되는 '현장감'과 '일상성'을 통해 예술덕후와 차와 술을 나누며

생생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일종의 VR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을 잘 모르는 독자가 예술의 인생을 살아온 작가와는 사뭇 거리감이 느껴지는(!)

폭넓은 지식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술-작품-작가-인생-시대-문화-현상의 연계가

책을 읽는 도중에 조금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418 페이지에 육박하는 책 속에서 울컥울컥 튀어나오는 

예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 애정하는 것을 얻고 싶은 욕망,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은

무언가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가능한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하고야 마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어려움을 상쇄시킨다. 



작품의 제시와 이해하기 쉬(우라고 넣어놓은) 표현법과 독해법, 해석 방식은

지적인 도전이 되며, 

'원래 그런 것'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 것' 같은 관습과 형식에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라고 종용하는 또다른 목소리로 다가온다. 


대화가 강의의 한 꼭지를 가지고 온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고,

소크라테스식의 문답법으로 저자가 자기 자신, 독자, 학생, 그리고 지인과의 대화로

스스로의 생각을 증폭시키거나 명료화하는 과정의 한 가운데에 동참시키기도 한다.


표지를 보았을 때, 요즘 많이 나오는 예술과 일상의 상념/생각을 결합시킨

말랑거리는 책이라고 사뭇 오해해서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었지만

하나의 그림/작품을 두고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뻗어가는 저자의 사고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흥미로우며 말 그대로 '예술'적이었다. ^^


심화편이라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인지, 확장편(기초도 아니고!)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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