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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픈 언니들의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 이야기
정선영.전소영.강수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통장을 스치는 작고 귀여운 월급을 보며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간혹 들리는 '누가 주식을 해서 얼마를 잃었다더라'는 소문에는 '안하길 잘했다' 고 안심하고,
'누가 아파트를 샀는데 몇 억이 올랐다더라'는 소문에는 '아.. 부럽다' 고 배아파하고,
'비트코인'에는 '그거 폭망한 거 아냐?' 라고 업데이트가 언제 되었는지 모를 기사로 판단하고.
투자의 길은 왜 이리 어려운지.
성공관련한 책을 보면 어려움 속에서 (원래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바닥을 쳐봐야 한다)
불굴의 의지와 기회를 만들어 가는 개척정신을 발휘하고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기는 은인(!)
혹은 인생을 바꾸는 순간을 만나서 (드라마의 또다른 재미. 극적 긴장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절대로 남에게만 벌어질 것 같은 이야기가 있어서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배 아픈 언니들이 억울해서 배우는 투자이야기>는 심리적 저항이 낮게 시작한다.
이 책의 화자이자 저자들은 금융시장에서 취재하며 소식과 정보에 밝았고
돈을 벌 수 있는 접근기회가 많았으며, 직업적으로 경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투자에 실패를 거둔 뼈 아픈 경험을 모아서 책으로 냈다.
스스로를 다람쥐 같은 여자라고 얘기하며 도토리를 불려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경제학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심리적 압박,
번거로움과 귀차니즘을 뚫고 공부하고 배워가며 투자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주었다.
군데군데 경제관련 기사에서 스치듯 보았던 단어의 정확한 의미도 알 수 있었고,

요즘처럼 앞날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희박할 때, 예전같지 않은 벌이와 경제상황에 대비하며
작고 소중한 금액을 최대한 지키면서도 이익을 내기 위해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 지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서 책을 펼쳤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제대로 된 공부와 노력없이 남들의 이야기나 감, 꿈을 믿고
어떻게 그렇게 소중한 자본을 함부로 굴렸는지- 과거의 나에 대한 회한과 반성이다.

투자가 무서워서 아예 하지 않으면 잃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기회를 살피지 않고,
그래서 현실에 어쩔수 없이 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재를 가지고 왔다는 반성이 든다.
기회비용에 대해 따져보고, 리스크 요인에 대해 어디까지 살피며 감안해야 할 지 알려면
부동산, 주식, 펀드, 외화, 채권, 금, 크라우드펀딩, 유가, 선물 같은 많이는 들어봤지만
각각이 무엇인지 ('~ 카더라'를 벗어나서) 알지 못했던 경제와 투자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공부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봐야겠다.

물론, 그동안 경제에 대해 무지하게 살았던 시절을 책 한권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경제 용어는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하라- 라고 속살거리는 투자관련책이
해답을 떠먹여주는 것 같은 착각이 (그리고 수고로움을 덜고 싶은 욕망이) 든다.
하지만 미리 투자하고 실패해보고, 성공의 즐거움도 누려본 세 명의 저자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문어발 투자를 한 경험, 타이밍을 살짝살짝 놓치는 경험,
머리 속으로 많은 투자를 했지만 막상 실전에는 참가하지 못하는 소심함,
투자에 막 눈을 뜨고 성공을 위한 기회를 엿보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을
-경알못이기 때문에- 더듬더듬 따라가다 보면 대박은 꿈꾸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큰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한 나의 '박스권'에 대한 감이 잡힌다.

캠코, 파생상품, 원유ETN, 곡물펀드 같은 단어는 책을 읽은 지금도 좀 생소하다.
나의 생활과 세계의 흐름을 읽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겠다.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말할 때마다, 공부를 하자! 배워야 투자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