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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 심화 편
임상빈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엉뚱한 표지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 임상빈은 미술작가를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예원학교 미술과,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처럼
미술 문외한이 보기에도(혹은 보기에는)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은 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으로 유학,
예일대학교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티처스 칼리지 미술과 미술교육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열정적으로 공부한 뒤,
그것을 남들에게도 잘 전달하며 가르칠 수 있는 능력까지 탑재한 셈이다.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니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한 톨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술은 우리를 꿈꾸게 한다>는 심화편이란다. (어쩐지 심오한 책이었다)
궁금해서 저자의 전작을 찾아보았다.
2019년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부터
예술과 현실을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심화편 전의 확장편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로 시리즈를 열었다.
예술적으로 자기 인생을 음미하며 스스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사람을
'예술인간'이라고 작가는 정의하며 예술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획으로
책을 출간했다는 저자는, 과연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는 질문에 대해
'인문학'적 통찰로 '예술적임'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을 배우고 가르치고 있으며,
예술인간으로 살고 싶어 이렇게 저렇게 궁리와 생각을 아끼지 않는 저자가
예술에 대한 독백과 대화 (알렉스와 린, 혹은 다른 사람들을 등장시켜 이뤄지는)로
독자들에게 문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구경꾼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성 넘치는 예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보통의 사람으로
예술하며 살아가는 예술가가 되자고 권유한다.
예술, 그렇게 어려운 것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

차례만 보면 대학교 교양수업에 있을 법한 '예술과 생활' 같은 느낌을 얻지만
예술가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와 경험, 지식 위에
실제로 일어난 작품, 작가, 전시, 예술계에서의 일화를 얹어 흥미를 더하고
대화로 제시되는 '현장감'과 '일상성'을 통해 예술덕후와 차와 술을 나누며
생생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일종의 VR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을 잘 모르는 독자가 예술의 인생을 살아온 작가와는 사뭇 거리감이 느껴지는(!)
폭넓은 지식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술-작품-작가-인생-시대-문화-현상의 연계가
책을 읽는 도중에 조금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418 페이지에 육박하는 책 속에서 울컥울컥 튀어나오는
예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 애정하는 것을 얻고 싶은 욕망,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은
무언가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가능한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하고야 마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어려움을 상쇄시킨다.

작품의 제시와 이해하기 쉬(우라고 넣어놓은) 표현법과 독해법, 해석 방식은
지적인 도전이 되며,
'원래 그런 것'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 것' 같은 관습과 형식에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라고 종용하는 또다른 목소리로 다가온다.


대화가 강의의 한 꼭지를 가지고 온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고,
소크라테스식의 문답법으로 저자가 자기 자신, 독자, 학생, 그리고 지인과의 대화로
스스로의 생각을 증폭시키거나 명료화하는 과정의 한 가운데에 동참시키기도 한다.
표지를 보았을 때, 요즘 많이 나오는 예술과 일상의 상념/생각을 결합시킨
말랑거리는 책이라고 사뭇 오해해서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었지만
하나의 그림/작품을 두고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뻗어가는 저자의 사고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흥미로우며 말 그대로 '예술'적이었다. ^^
심화편이라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인지, 확장편(기초도 아니고!)도 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