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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안에 쓰고 100일 동안 고친다 - 딱! 10일 만에 초고를 쓰는 힘
추교진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책을 10일 안에 쓴다는 책이 아니다.
물론 저자는 험한 출판 시장에서 독자의 눈에 들기 위해자극적인 문구로 유혹했다고 미안하다는 말로 책을 연다.그러나 아주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 것이,이 책은 '초고를 쓰는 힘'을 단련시켜주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책이다.책을 내보고는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암담한 사람들이나,책을 쓰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사그라지는 것이 반복되는 사람들에게딱 10일 동안 집중해서 뭐라도 '써보는 것'.그리고 그 열 배의 시간 동안 찬찬히 다듬으면서 책의 기본이 되는'초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만들어진 책이다.
1교시 오리엔테이션
2교시 준비하기
3교시 틀짜기
는 책을 만들기 전에 건축가처럼 땅을 다지고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원론적으로 설명하고 예를 들어 설득한다.
완성부터 시작해서 루틴을 만들고,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태도를 일상적으로 갖고,
나의 콘셉을 가까이, 또 멀리서 보며 가장 매혹적인 지점을 찾아보는
스킬을 배워볼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은 4교시 쓰기 편이다.
10일 안에 초고쓰기 답게, 매일의 과제를 10일 동안 해내도록 독려한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을 몇 가지 뽑아보자면,
'뻔뻔하기'와 '프로토 타입 만들기' , 그리고 '퇴고하는 방법' 이다.
책을 쓰겠다는 사람은 대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이상이 높고 기준은 가혹하다.
대문호 혹은 베스트셀러의 글도 취향에 맞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독자의 힘이자 냉정함이다.
그런 독자의 포지션에서 저자의 포지션으로 바꾸는 일이 당연히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뻔뻔한 용기.
실력은 (어차피 초보에게 바라는 것은 많지 않고, 고민한다고 느는 것도 아니다)
제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왜 책을 내겠다는 마음을 먹었는지,
그 생각과 마음을 끈질기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용기가 현실이 되려면 프로토 타입이 필요하다.
머리 속의 글들은 활자(손이든 컴퓨터든)로 찍히지 않는 한 사라지는 상념들이다.
말하려는 핵심만 쓰고, 문장을 다듬지 않으며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보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시행착오가 발생하듯,
내 글의 베타 테스터가 되어 키워드를 수집하고 프로로 타입을 설계하여
완성된 것을 평가하고 다시 수정하며 능동/피동, 관점을 바꿔보며 다시 쓰기를 해본다.

초고를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원고'가 나온다.
나만 읽으며 좋아할 일기가 아니라, 불쌍한 나무를 헛되이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갈취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석을 세공하듯
글을 고치고 다듬는 퇴고의 과정도 기꺼이 -그리고 그 기꺼움이 사라져도 꾸준히-
거쳐내야 한다.
초고를 인쇄(!)한 뒤 조금 쉬면서 글과 나의 거리를 두는 디캔팅 시간을 갖고
그 다음엔 맹렬히 퇴고 퇴고 퇴고.
불필요한 단어를 버리고
애매모호하고 긴 문장은 잘라서 단문으로 만들고.
고칠 수록 어색한 문장은 깔끔하게 다시 쓰기.
소리내어 읽으며 잘 읽히고 이해가 쉬운지 검증해보고
지나친 감정적 호소는 -장르에 따라서 필요할 수는 있지만- 자중시키기.
그것을 앞에서 한 번, 거꾸로 세 번은 해줘야 글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뭐라뭐라 말한 것은 많지만 작가의 결론은 책은 엉덩이로 쓰는 것. 이다.
번쩍- 하고 떠오르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작가의 부단한 설명 없이도
독자가 이해하고 전달받으려면 물리적인 '숙성'과 '정돈'의 과정이 필요하다.
100일 동안 지치지 않고 퇴고하는 방법이 이 사실 이 책의 핵심같다.
PT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쓰기를 따라해보는 혹독한 10일을 보내고 난 다음
맞이하는 자기의 색을 담고 깊이를 더하는 100일의 시간을 알차게 버텨내는 끈기와
모든 것을 다 취소하고 싶은 마음을 버텨내는 Big Why와 뻔뻔함(!)이
책을 완성하는 최후의 비법이 아닐까 한다. ^^
책쓰기를 생각만 하고, 연필/자판으로 마인드맵만 줄창 해댄다면
부록 '따라하면 책의 뼈대가 되는 원고시트'로 고민을 연필자욱으로 일단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