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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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기대감을 주는 작가들이 있다.

나의 리스트엔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올라와 있다.


<개미>로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다음, 

그의 상상력이 닿을 다음 지점이 어디인지 궁금했고

엄청나게 치밀하게 쌓아가는 세계관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기대감을 주는 작가라고 해놓고서, 

읽은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좀 우습긴 하지만 

'프랑스의 천재 작가'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초대되어

작가의 작품 말고 작가로서 더욱 노출이 되고난 다음의 기분이 약간.. 뭐랄까...

'너무 유명해지셨군요' 하는 어색함(?!)과 약간의 거리두기? ㅎㅎㅎ


그래서 베르베르가 희곡으로 두번째로 <심판>이라는 작품을 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인간>이라는 첫번째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천국에 있는 법정이 배경이고 주인공은 폐암 수술 중 사망한 아나톨이다.

주인공이자 피고인이 된 아나톨, 

그를 변호해서 '다음 생'을 유리하게 이끌어 줄 변호사 카롤린

그렇게 쉽게는 안된다며, 삶을 탈탈 털어내는 검사 베르트랑

그리고 음.... 뭐지? 싶을 정도로 우왕좌왕인 재판장 가브리엘이

이 희곡의 등장인물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심판>

제1막 : 천국 도착

제2막 : 지난 생의 대차 대조표

제3막: 다음 생을 위한 준비


**지금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서양인들에게 '내세'는 곧 천국으로 끝.

다음 생이라는 것, 즉 '환생'의 개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동양(혹은 불교)의 환생 개념을 적극적으로 끌고 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영화 <신과 함께>가 생각나기도 한다.

(변호사/검사/판사의 느낌으로 망자의 죄를 다루는 법정 느낌이 난다는 점에서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의 여러 매력 중에서 가장 끌리는 것이

독특하고도 구체적이며 치밀하게 짜여진 색다른 세계관인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심판>은 신기함보다는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것을 메우는 작가의 힘은 바로,

유머러스하고 능청스럽게 현실을 소설 속에 옮겨두는 것.


네 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의 등장인물이 대사를 찰지게 주고 받는 것은

정말 이 책은 무대에서 배우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희곡'이라는 점을 곳곳에서 새삼스레 느끼게 한다.


지금은 피고인으로 심판을 받지만 사실 아나톨은 지상에서 '판사'였다.

아나톨을 두고 비아냥대기도 하며 감정적으로 격돌하는 변호사와 검사인

카롤린과 베르트랑은 전생에 부부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대사에는 오롯이 아나톨만 있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아나톨은 마치, 슬램덩크의 '왼손은 거들 뿐' 처럼, 혹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그저 옆에 있을 뿐 -혹은 재료로 사용될 뿐- 전생에서부터 얽혀 온

카롤린과 베르트랑의 앙금과 소회가 담기게 되는데

그것이 또 절묘하게 프랑스 -혹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건드리게 된다.

교육, 결혼 제도, 남자와 여자로 삶을 살아가는 다른 무게감과 경험,

법조계나 의료계에서 사람이 사람처럼 존중받지 못하고 일거리로 전락하는 것,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러나 속을 더 파보면

남이야 어떻든 자기의 편안함과 안위를 위해 모르는 척 했던 이기심 등등


천국의 법정에서 다루는 지극히 인간적인 문제들을 따라가다보면

점점 몰입하게 되어 재판장 가브리엘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리게 되고야 만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가브리엘.

저자는 가브리엘의 입을 빌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운명과 삶,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기도 한다.


천국의 심판을 받는 영혼이 환생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엄청난 임무를 맡고 있는 가브리엘은 <신과 함께>의 염라와는 

조금 다르고 많이 닮았다.


환생은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별로 그럴 케이스는 없다는 시니컬함을 품고 

지옥의 평안을 지키는 것과 법도에 맞는 판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근엄한 염라와

피고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 입장을 고려하며 하나씩 죄의 경중을 따지며

판단하는 와중에도 '미안하지만'과 말줄임표, 작은 목소리를 사용하는

가브리엘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확실히 다르지만,

피고인으로 올라온 영혼에 대한 연민과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달라진다는 희망과 긍정이 가득한 따뜻한(!) 저승의 존재다.

 


책을 읽으면서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천국의 시간에 대해 상상해보게 된다.

물론, 아무도 겪지 않아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천국에서의 심판'이라는 상황을 무대에 올려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도 

자신이 주인공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연극과 다름이 아니며

주인공이 아닌 관객의 입장으로 한 발짝 떨어져 봤을 때,

나름의 이유로 덮어두고 넘어가고 소홀히 했던 삶의 반짝이는 조각들과

어떠한 경우라도 지켜야하는 가치를 흐리게 하는 인생의 비루함을 생각하게 만든다.


죄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러나 천국의 재판장에서 다루어진 죄들에 대해.

우리는 뭐라고 자신을 변호할 수 있을 것인가?


유쾌하고 즐겁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특히나 타성에 젖어 굴러가던 삶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 지

다양한 방식과 색깔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베르베르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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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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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개정판이 나왔다.

2015년에 처음 본 <그림의 힘>은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를

미술관을 종종 방문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생생한 이야기들을 음악과 움직임 속에 보길 좋아했는데

그림에도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 <그림의 힘>이었다.


그림의 힘을 믿는 저자 김선현님은 힘주어 말한다.

그림은 감상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최상의 리듬을 찾아주는 힘이 있다고.


아무런 말없이,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치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소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이

그림에 있음을 책을 보고 처음으로 느꼈다.


20년 넘게 사람들의 마음을 미술로 치유하는 일을 해오고 있는 저자는

삶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영역으로 아래와 같은 5가지를 꼽았다.


일-사람 관계-부와 재물-시간관리-나 자신


그래서 이 책도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일-사람 관계-부와 재물-시간관리-나 자신이라는 주제에 따라 

차근차근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 곳이나 마음 가는대로 펴서 그림을 봐도 좋다.


내 눈을 가장 잡아끄는 작품이 지금의 내 감정과 마음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그림일 것이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정말일지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나?

 


머리가 묵직하고 마음은 천갈래로 찢어져 있을 때는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책은 글이 짧다.

명상앱을 틀었을 때 나오는 잔잔한 이끔- 같은 글이다.

오롯이 그림을 보면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몽글몽글하게 잡히지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만질 수 있게도 한다.


나만의 도슨트가 내 감정에 꼭 어울리는 그림 앞으로 부드럽게 나를 인도한 뒤,

조근조근 그림에 얽힌 사연과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 그림을 좋아했던 다른 관람객들은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해요- 라고

슬쩍~ 말을 얹는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에 직접 가서 그림을 감상하기 어려운 지금,

이 책으로 다양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하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유화컴퍼니의 프린트디렉션 과정을 거쳐

리뉴얼된 이미지 데이터이지만, e-book보다는 종이책으로 보길 권한다.

반들반들한 전자기기의 화면을 통해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도톰한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소리를 듣는 시간은

즐겁기도 하거니와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설레게 만드는 시각과 촉각,

그리고 상상력의 콜라보가 일어나는 보물같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물이 있는 그림, 풍경이 있는 그림.

색이나 빛이 느껴지는 그림. 역동감, 시간, 바람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336페이지에 걸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을 찬찬히 바라보며, 

그것을 해석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사람을 그렸을 화가의 마음도 짐작해본다.

생각이 생각을 불러올 때는, 그저 가만히 본다.

감정을 짐작하는 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지만 오히려 기운을 빼앗기도 하기에,

저자의 '가이드'가 되는 글 중에는 그림의 요소 중 '색'에 집중하길 권하는 것이 많다. 



개정판을 내며 사이즈를 줄여 휴대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

여전히 이 책은 두껍다. 그리고 무겁다.

얄팍한 종이로는 붓칠과 물감의 그 느낌을 살릴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기에

기꺼이 이 무게감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림을 통해, 모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잠시 탈출해서

세계의 곳곳을 가보기도 하고, 

집콕 중에 어느덧 서늘하게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를 놓치는 아쉬움을

빛이 닿는 순간까지 재현해놓은 화가의 열정으로 달래기도 해본다.



칸딘스키가 이런 작품도 그렸는지 몰랐다. (미알못 탈출은 어렵다)

처음엔 어린 아이가 삐뚤빼뚤 그린 것 같은 이 그림이 형식을 부수고

바다인지 하늘인지 우주인지 모를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라 좋았다.

칸딘스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각각의 존재들이 모빌처럼 보였다.


아예 따로 떨어져나와 움직이진 않지만 어디쯤에선가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도

각자의 공간에서는 둥둥 매달려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즐거움, 독립성,

그러면서도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안정감까지 느껴진다.


'다들 이 그림을 좋아합니다' 라는 작가의 말에 '다들'이 누굴까 궁금하기도 하다.ㅎ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이 주는 힘을 담뿍 느끼겠지.

몸과 마음이 지쳐 에너지가 필요할 때,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그림이 책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하루의 끝에 보면 마음이 다독여지고,

하루의 시작에 보면 다짐이 자라난다. 

내 책상 위 미술관 겸 심리치료실 <그림의 힘>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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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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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말도 안되지만, 2020년도 이제 3달 남았다.

가을의 큰 연휴, 추석도 정부의 간곡한 호소에 예전같은 기분이 안 나고.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 취소되는 공연,

영업 시간을 줄이는 카페와 바,

여름 밤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분수와 물줄기에 어울리게 나오던 클래식이

과연 있었던 일인가 꿈인가 싶다.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이럴 때일 수록 예술의 힘을 빌려 암울한 현실을 조금 밝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펼친 책이 <90일 밤의 클래식>


클래식은 잘 모르겠다. 어렵다. 고급져서 나의 음악은 아닌 것 같다. 지루하다.

사람들의 생각은 사실 근거가 있다.

그동안 클래식은 너무 '그들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클래식'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준 고전이며

좋아하는 팬덤이 튼튼한 음악의 한 장르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만 좋아하기 싫은 덕후들은 영업을 한다.

이 책의 저자 김태용님도 이력을 읽어보니 음악계에서 화려한 스탯을 찍으셨다.


스스로도 관현악 연주자이며 여러 필하모닉과 협연도 한 음악인인 저자는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클래식 전문 공연장의 공연을 기획하고,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강연을 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클래식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업하기 위해 

이 책을 내며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2. 난해한 음악 이론을 가급적 적용하지 않을 것

3.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이 3단계를 통과한 90여 작품들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겠다.

그래서 책에 소개되는 작품은 곡의 이름이 먼저 나오지 않고 

곡의 '주제'가 먼저 나온다. 

독자의 90일 밤을, 독자의 마음과 사연에 따라 채워줄 수 있는 클래식을

마음대로 꺼내먹을 수 있게 정리해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난해한 음악이론을 적용하진 않겠다고 했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역시 많다;;; 클래식.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저자가 재미있게 풀어놓은 음악사적 이야기에 진정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ㅎ



고리타분하게 곡을 소개하지 않는 브랜딩!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으로 상상하고, 이야기로 기대감이 부풀거나 호기심이 생기면

감상팁을 만나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감상팁을 읽지 않고 바로 찾아 들었다. 

그저 막귀로 듣는 작품은 어떤 감상을 가져다 주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


요즘 대세인 QR 코드는 자칫, 유투브에 곡명을 치다가 다른 곳으로 홀릴 수 있는 

마음 약한 독자들을 클래식의 세계로 (길을 잃지 않도록) 잘 이끌어준다. ㅎㅎㅎ



두번째로 듣거나, 추천 음반으로 소개된 연주로 작품을 다시 들을 때

감상 팁을 읽었다. 

역시, 전문가는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들었을 때와 어떤 부분에 힘을 주고 들어야 할 지 알고 들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며 듣는 것도 재미있고,

팁을 읽지 않고 들었을 때의 느낌이나 감상이 

전문가의 감상팁과 얼추 맞아들어가면 왠지 뿌듯-해지기도 한다.



코로나로 공연이 많이 취소되어 아쉽긴 하지만,

또 비싼 티켓(!)과 어려운 마음으로 잘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 공연장이나

과연 언제쯤 가볼 수 있으려나- 막막한 생각이 드는 세계 유수의 공연장의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혜택을 누릴 수도 있는 요즘이다.


CF나 영화에서 많이 노출되어 익숙한 클래식부터,

내가 좋아한 노래가 여기 있었네?! 하는 반가운 -그러나 이름을 몰랐던- 작품까지.

90일의 밤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클래식들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이, 모두가 처음 겪는 2020년도 부드럽게 지나가려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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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숨고 싶을 때, 강릉
박시연 지음 / 난설헌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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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이지만,

바다 앞을 가득 메운 횟집과 커피숍, 편의점들이 

어느덧 고즈넉함을 잃어버린 휴양지 느낌이 되어버려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곳이다. 


그래서 <꽁꽁 숨고 싶을 때, 강릉>는 제목이 참 신선했다.

숨기에는 더욱 한적한 곳이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지은이 박시연은 강릉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남(=관광객)들은 애써 보러오고 '바다 냄새다~~~~' 라며 좋아하는 

그 지릿함에 신물이 나서 강릉을 떠나 서울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런던에서 현대 미술을 공부하고 세계 곳곳을 돌며 20대를 보낸 사람이다.


세상을 탐험하며 화려하게도 살아보다가, 그리움에 돌아온 강릉은

그녀에게는 '집'이다. 

관광객들에게는 휴양지고 여행지이지만 

그녀에게는 세상을 피해 숨어버리고 싶을 때, 포근히 안아주는 고향인 강릉을

작가만의 감성과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로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여행 책자에서 알려주지 않는 곳도 선보이고,

이미 잘 알려진 여행지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그 이유이다.


물론, 강릉을 이루는 바다와 멋진 해변을 소개하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



정감가는 지도로 숨겨진 장소 및 잘 알려진 '스팟'을 찍어주는 것도 잊지 않지만 ^^


소위, 강릉을 들렀다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사람들에게는 목마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도



먹지 않고 넘어간다면 아쉬울 먹거리와 디저트들도 아기자기 소개해주며

머물면 환상적인 겨험을 할 수 있는 쉼터, 호텔, 홈스테이등도 빼놓지 않고 다뤄

여행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여행지로 강릉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을 

'현지인 찬스'로 채워주는 것들도 고마웠지만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기 꿈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했지만 프리랜서, 30대 싱글의 모습이

책 군데군데에서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여행지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느껴지고

특히 '예술계'라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휴양지'나 '여행지'만큼이나 

특별하게 보이는 영역에서 갑/을, 싱글/기혼 등 이유를 대면 이유가 되는

여러 낯섦을 강요당하는 모습이 남일처럼 여겨지지 않아서일까?


사람 사는 모습이란 참.....

장소와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규격을 은근히 강요하는 부모 세대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새로움과 패기, 여전한 젊음으로 생기를 뿜어내는 20대와는 다른,

삶의 불공정함을 '그럴 수 있지' 라는 말로 주억거리며 

맛있는 떡볶이와 함께 씹어넘길 수 있는 공력을 가진 30대의 작가에게

각자의 도시에서 최대한 애를 써보자고 말해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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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때, 심리학 - 불안, 걱정, 두려움과 이별하는 심리전략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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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선, 나의 모든 감정을 평가하지 않고 받아준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나를 힘들게 한 감정이 어떤 이유와 원인으로 생겨났는지 알게 해준다.

내가 힘든 것은 어찌보면 외면하거나 눌러왔던 것을 직면하는 단계이며

그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잘 다독이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까지는, 많이 듣고 보았다.


<불안할 때, 심리학>은 거기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한 발을 내딛는다.

지은이 도리스 볼프는 30년 넘게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하는 독일의 대표 심리학자다.

그는 대화치료, 인지정서 행동치료를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한 뒤,

심리치료실을 운영하며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상담을 받는 내담자의 절반 가량은 

불안장애 때문에 도움을 구한다고 하고, 불안은 많은 사람이 살면서 겪는 감정이며,

그 정도에 따라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가볍게 지나기도 하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다.


이 책은 불안이라는 '감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과 습관, 그 습관을 쌓기 위한 훈련법을 알려준다.

일종의 '워크북'이다.

불안을 대처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며 노트를 작성하고(!)

-그저 명상이나 호흡, 좋은 생각하기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공부하듯!-

그리고 나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새로운 생각과 행동 방식을 

되풀이하며 연습하기를 권하고 있다.



Part 5로 구성된 이 책은 필요에 따라 순서를 바꾸어 읽어도 좋게 되어 있다.


Part 1 불안의 탄생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학문적으로 다룬다.

Part 2 불안 해소를 위한 기본 8단계 전력은 불안으로 인해 신체의 정상적 기능이

주춤거릴 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3가지 기술을 통해 불안의 상태를 넘기고

나아가 불안을 이기기 위한 습관을 소개해준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당사자 본인이 느끼는 불안은 전해지지 않는다.

남들에게는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그래서 외로워지고 절망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당신을 출발점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 다른 사람의 속도, 목표 도달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롯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나아가고, 성공을 기록을 남기라고 한다.



Part 3 불안의 형태와 대처 전략은 꼼꼼히 읽어두면 도움될 팁이 많다.

불안의 형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불안은 어디에 속해있는지 인지해야 한다.

책에는 광장공포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등 일반화된 불안장애를 소개하고

자신이 그 불안과 공포증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 및 인정한 뒤, 

그 이유를 찾아내고 불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전략을 알려준다.



Part 4는 불안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 

Part 5는 불안 경험보고서로 불안을 이겨낸 사례를 알려주지만

저자는 (그리고 읽어보니 그 말에 적극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을 순서대로 빨리 읽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서 천천히 숙독하기를 권했다.


방법과 전략이 필요한 사람은 Part 2와 3에 집중해서 읽으면 좋을 것이고

현재 너무 큰 걱정거리(직장/가정의 큰 문제, 갈등, 부담, 이직, 이혼, 중병 등)

를 겪고 있는 중이라면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작가의 조언을 따르는 것도 좋겠다. (그럴땐 1,4,5만 읽어도 좋을 것이란다)


이 책을 읽으면 다 된다- 괜찮다 불안해해도- 같은 말이 아니어서 좋았다.

막연한 감정 혹은 자신이 예민해서, 라고 뭉뚱그려 생각하지 않게 하는 지식과

실질적으로 불안(과 그에 따른 신체반응)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심리학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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