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시간이고,

정도나 강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나이듦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다.

특히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갑작스러운 질병, 준비되지 않은 죽음 같은

우울함이 전반적으로 퍼진 지금,

어떻게 삶에 후회할 만한 요소를 줄일 수 있을지

인사이트를 얻고 싶었기에 <처음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를

더욱 즐겁게 읽게 되었다.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가르친 교수이다.

일본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며

활력이 넘치고 화려하게 보이는 버블 뒤에 감추어진 정치적 폐단,

고령화 사회로 인한 사회적 문제, 기존 가치관의 붕괴로 인해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갈증에

전작 <지적 생활의 발견>으로 학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과 세대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던 작가이기도 하다.

선배 학자로서, 학문과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 학자들에게

그 나이에 해야할 일들과 자각해야할 개념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전작을 썼다면

이번 <처음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노년에 접어든 저자가 (참고로, 1930년생임)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인간의 근원적이며 본연의 욕구는 역시나 지적 욕구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은퇴 연령은 짧아지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은퇴 이후의 삶이 그저 '소멸'과 '퇴화'가 되지 않기 위해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계속 업데이트 하고 있을 50가지 방법들은

'노년의 삶'은 이럴 것이다, 라고 선입견을 가진 개념들 중

일부는 강화시켰고 일부는 완전히 뒤집어 놓아 흥미로웠다.



책임을 다하며 젊은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는 어른의 모습과

혈기와 패기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던 청춘의 모습을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갖추고 씩씩하게 굴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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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치유 그림 선물
김선현 지음 / 미문사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자기 치유 그림 선물>은 <그림의 힘> 책의 저자 김선현 교수의 최신작이다.




미술치료계의 권위자인 김선현 교수는 예술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을 초월하여, 

독자들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과 상황을 짐작할 수 있도록 능숙하게 안내한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과 감정이 담긴 에너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리고 원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자와 마주하는 순간 

공명처럼 마음에 잔잔한 파동이 일어나며, 

언어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건드린다.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작품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때로는 인적이 드문 미술관에서 조용히 작품과 마주하며

생각이 점차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싶은데, 

코로나로 모두가 멈춰있는 이 시국에 전시회가 열리는 곳도 드물고

당연한 수순으로 밀집도는 높아져서 쉽게 나들이 하기도 어려워서 인지

<자기 치유 그림 선물>이 주는 감동은 더 깊게 느껴진다. 


특히, <그림의 힘>은 외국-주로 유럽- 화가들의 작품을 수록했지만

<자기 치유 그림 선물>은 한국 작가 25인의 작품을 수록했다는 점에서 

차별성과 장점을 가진다.




굴곡이 엄청난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겪어낸 예술가들이

섬세하게 관찰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인 뒤, 공통의 정서를 어딘가 건드리게 표현한

작품들은, 저자의 설명을 보기 전에도 독자 개개인이 인생의 한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글씨는 눈에 담지 않고 그냥 그림만 봤다.

색채가 주는 기분, 붓이 지나간 자욱과 구도가 주는 감정을 읽지 않고 보는 시간.

누구의 해석이나 설명 없이 그냥 날 것과 마주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두번째 읽을 때는 그림을 읽는 시간을 가져본다.

처음은 작품과 나만의 세상이었지만, 

울타리를 열어 작품을 그린 화가의 삶과

많고 많은 작품 중에서 수록작을 골라 실은 저자의 삶과 

이 그림으로 마음에 치유와 위로를 얻은 다른 감상자들의 삶을 보듬으며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참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각자의 자리에서 외롭게 힘들어하며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을까-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이 나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까지 뻗어나간다.


어떤 작품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화사한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고, 사포같이 거칠어진 감성이 촉촉해진다.

어디에선가 본 것 같고, 나도 경험했었던 예전의 기억이 올라오기도 하고

외부의 풍경을 담은 그림을 보며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다니던 때를 떠올려본다.




도톰한 종이에 작품의 색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것도 느껴져 좋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힘을 더하는 시간을 갖기에 더없이 좋다.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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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중국 드라마는, 솔직히 말하면, 유치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같은 동북아 문화권에 역사적으로 얽혀있는 관계라서 이해를 못할 것도 없으나

특유의 과장되어 억지스러운 표현은 K-드라마의 고퀄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당최 이상하게만 보였다.


그랬는데, 이 시국에 접어들고 

집에서 TV나 OTT서비스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 만나보게 된 

중드의 세계는 신선했다.


아름다운 복식과 세트장, 화려한 소품으로 눈호강을 하면서 차츰 빠져든 스토리.

대개의 경우,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강렬한 -주로 선대부터의- 은원으로  

애절의 끝으로 치달아가며 쉽사리 함께 할 수 없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축은 주인공이 자신이 속한 세계 (강호나 황실)에서 권력을 잡아가는 얘기가

꽈배기처럼 맛깔나게 꼬여있는 것이 일종의 패턴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인연의 시작을 선대에 두지 않고, 전생이나 신의 영역까지 뻗어나간 것을

선협물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늘하늘한 신선의 복장을 하고, 적당히 무협물의 느낌을 풍기면서

신이지만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마냥 흥미로웠다.


그러던 와중 <도화채>를 알게 되었다.

한때 -그리고 지금 다시- 그랬던 우리나라 웹소설처럼 

중국도 웹소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고 개중에는 영화나 드라마화 되기도 하는데

<도화채>의 작가 대풍괄과는 선협BL을 대표하는 1세대 인기 작가라고 한다.




세계관과 캐릭터를 잡아놓는데 탁월한, 한 세계관의 신선급인 작가의 작품이라

재미는 당연히 있겠다고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도화채>는 어쩌다, 본인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운좋게 신선이 된 

송요원군이 주인공으로 나와, 옥황상제의 명이 실행되도록 일종의 미션을 수행하다

점점 미션의 대상이 자신인지 아니면 벌을 받는 두 신선인지 헷갈리게 되면서

또다른 이야기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 촘촘하게 짜여진 이야기가 포인트다.


천계에서 북두칠성을 관장하며 품계 또한 존귀한 -그리고 당연히 아름다운-

천추성군은 속세의 황제의 기운을 보우하는 신선이다.

그 천추성군과 사랑에 빠진 -그래서 옥황상제의 벌을 함께 받게 된- 남명제군은

속세의 국운을 관장하는 신선으로 운명적으로 천추성군과 가까울 수 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사랑에 빠지는 천추성군과 남명제군.

속세에서 각각 서생과 장군으로 환생하여도 그 사랑을 맺지 못하게 방해하는 역할이

<도화채>의 주인공 송요원군의 몫이다. 


환생, 옥황상제, 하늘의 신선, 업보 등은 낯설지 않은 설정이지만

디테일(!)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기존에 선협물이나 장르소설을 통해

배경지식과 문화적 이해가 쌓인 독자가 훨씬 따라가기 쉬울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인간의 온갖 감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신선의 세계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스토리는 신이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주인공 송요원군과 만나

독자가 몰입하기 쉽게 말랑말랑해진다.




조직에 속한 공무원처럼 ^^; 신선들도 옥황상제의 명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속세로 떨어지는 벌을 받으며 인간의 고통을 맛보고 업을 털어내야만

다시 신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을 기꺼이 수행하는 송요원군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천추성군과 남명제군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고, 자신이 '운좋게' 신선이 된 것부터 되짚어가며 

왜 이 '일'을 맡게 되었는지 깨달아가는 과정과 숨어있던 이야기가 나올 때,

<도화채>가 연재 당시 4억 클릭을 기록하고 종이책 150만부가 팔린 이유를 알 것이다.


네 명의 주인공들이 어떤 아름다움과 마음씨와 능력을 가졌는지

촘촘하게 묘사하는 것을 읽어도 재미있다.

표지와 첫 페이지의 일러스트가 책 중간중간에 더 많이 실렸다면 더 좋았을텐데! ^^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화채 #대풍괄과 #선협물 #한스미디어 #문화충전200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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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하2 - 진실을 감당할 용기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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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밝혀지는 신묘의 정체. 드라마 보다 자세히 알게 되는 등장인물의 이야기. 하나의 세계가 끝을 맺는 것은 언제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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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하2 - 진실을 감당할 용기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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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가 끝을 맺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아쉽다.

특히 장편소설일수록 하나의 우주가 저무는 기분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어색함이나 캐릭터와의 서먹함이 옅어지고

분명히 작가가 만든 가상의 세계와 인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점점 정이 가게 되는 것이 늘 재미있고 신기하다.


경여년은 2019년에 방영된 중국 드라마이다.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장치이다.

대개의 경우, 타임슬립해서 들어간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며 인연을 만나고

다른 세계에서 온 차이점이 이야기에 즐거움을 더해 가다가,

늘 그렇듯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돕던 주변 인물들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특히 여주/남주의 사랑이 잘 맺어지지 않지만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와서 우연인듯 운명인듯 마주치게 되어

시청자로 하여금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일종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경여년은 조금 달랐다.


현대에서 과거로 건너간 판시엔은, 그곳에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존재이다.

경국의 절대권력,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황제는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는다는 것,

즉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자가 최고의 권력임을 여러모로 보여준다.


천하를 지배하기 위해 사람들을 말처럼 이용하는 황제와

무협의 세계에서, -자신의 과거이자 현재 상황의 미래- 자신을 잃지 않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단련하고 성장하는 판시엔의 대결의 끝(인듯 안 끝나는)은

독자의 예상과 작가의 진행이 즐겁게 어긋나면서 두꺼운 6권의 책에

긴장감과 속도감을 잃지 않는 매력이 엄청나다.


경여년 자체가 중국소설이 가지고 있는 유행하는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지만

하2권은 커다랗게 끌고 온 타임슬립과 출생의 비밀(혹은 예칭메이의 능력),

'신묘'의 정체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는 점에서 여태까지 함께 달려온

독자들의 호/불호가 살짝 갈릴 것 같긴 하다마는, ^^;

그래도 큰 강이 흔들림없이 도도히 흘러 마침내 결말에 이르는 시원함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드라마에서는 깊이있게 다뤄지지 못한 많은 인물들.

그들의 삶의 여정과 죽음의 이유까지 조금 더 친절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풀어준 작가에게 내내 고맙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주었던 인물들이 

그저 도구나 목적처럼 사용되고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

작가가 이 작품에 얼마나 애정과 공을 들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작가의 에필로그에 나오듯 

'생명'에 대한 찬양과,  <경여년>이라는 말에 담긴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머물다 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병원에 누워있던, 죽음을 앞둔 젊은이 판션이

경국이라는 다른 세상에서 판시엔이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작가의 의도상, 전생이 현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는 것처럼

-그렇다고 그 인물이 완벽하며 영웅적이지도 않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

독자가 살아 나가는 매일매일이 마치, 전생과 현생, 그리고 후생처럼

새롭기를 바란다.

이 세계에는 황제가 없지만, '이상'에서 '현실'로 자꾸 주저앉히고

타협하게 만드는 모든 유혹과 힘들이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2년에 걸친 작품을 끝내는 작가의 소회는 본편만큼이나 흥미로웠다.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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