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하2 - 진실을 감당할 용기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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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가 끝을 맺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아쉽다.

특히 장편소설일수록 하나의 우주가 저무는 기분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어색함이나 캐릭터와의 서먹함이 옅어지고

분명히 작가가 만든 가상의 세계와 인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점점 정이 가게 되는 것이 늘 재미있고 신기하다.


경여년은 2019년에 방영된 중국 드라마이다.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장치이다.

대개의 경우, 타임슬립해서 들어간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며 인연을 만나고

다른 세계에서 온 차이점이 이야기에 즐거움을 더해 가다가,

늘 그렇듯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돕던 주변 인물들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특히 여주/남주의 사랑이 잘 맺어지지 않지만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와서 우연인듯 운명인듯 마주치게 되어

시청자로 하여금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일종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경여년은 조금 달랐다.


현대에서 과거로 건너간 판시엔은, 그곳에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존재이다.

경국의 절대권력,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황제는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는다는 것,

즉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자가 최고의 권력임을 여러모로 보여준다.


천하를 지배하기 위해 사람들을 말처럼 이용하는 황제와

무협의 세계에서, -자신의 과거이자 현재 상황의 미래- 자신을 잃지 않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단련하고 성장하는 판시엔의 대결의 끝(인듯 안 끝나는)은

독자의 예상과 작가의 진행이 즐겁게 어긋나면서 두꺼운 6권의 책에

긴장감과 속도감을 잃지 않는 매력이 엄청나다.


경여년 자체가 중국소설이 가지고 있는 유행하는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지만

하2권은 커다랗게 끌고 온 타임슬립과 출생의 비밀(혹은 예칭메이의 능력),

'신묘'의 정체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는 점에서 여태까지 함께 달려온

독자들의 호/불호가 살짝 갈릴 것 같긴 하다마는, ^^;

그래도 큰 강이 흔들림없이 도도히 흘러 마침내 결말에 이르는 시원함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드라마에서는 깊이있게 다뤄지지 못한 많은 인물들.

그들의 삶의 여정과 죽음의 이유까지 조금 더 친절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풀어준 작가에게 내내 고맙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주었던 인물들이 

그저 도구나 목적처럼 사용되고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

작가가 이 작품에 얼마나 애정과 공을 들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작가의 에필로그에 나오듯 

'생명'에 대한 찬양과,  <경여년>이라는 말에 담긴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머물다 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병원에 누워있던, 죽음을 앞둔 젊은이 판션이

경국이라는 다른 세상에서 판시엔이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작가의 의도상, 전생이 현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는 것처럼

-그렇다고 그 인물이 완벽하며 영웅적이지도 않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

독자가 살아 나가는 매일매일이 마치, 전생과 현생, 그리고 후생처럼

새롭기를 바란다.

이 세계에는 황제가 없지만, '이상'에서 '현실'로 자꾸 주저앉히고

타협하게 만드는 모든 유혹과 힘들이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2년에 걸친 작품을 끝내는 작가의 소회는 본편만큼이나 흥미로웠다.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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