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숨고 싶을 때, 강릉
박시연 지음 / 난설헌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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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이지만,

바다 앞을 가득 메운 횟집과 커피숍, 편의점들이 

어느덧 고즈넉함을 잃어버린 휴양지 느낌이 되어버려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곳이다. 


그래서 <꽁꽁 숨고 싶을 때, 강릉>는 제목이 참 신선했다.

숨기에는 더욱 한적한 곳이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지은이 박시연은 강릉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남(=관광객)들은 애써 보러오고 '바다 냄새다~~~~' 라며 좋아하는 

그 지릿함에 신물이 나서 강릉을 떠나 서울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런던에서 현대 미술을 공부하고 세계 곳곳을 돌며 20대를 보낸 사람이다.


세상을 탐험하며 화려하게도 살아보다가, 그리움에 돌아온 강릉은

그녀에게는 '집'이다. 

관광객들에게는 휴양지고 여행지이지만 

그녀에게는 세상을 피해 숨어버리고 싶을 때, 포근히 안아주는 고향인 강릉을

작가만의 감성과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로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여행 책자에서 알려주지 않는 곳도 선보이고,

이미 잘 알려진 여행지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그 이유이다.


물론, 강릉을 이루는 바다와 멋진 해변을 소개하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



정감가는 지도로 숨겨진 장소 및 잘 알려진 '스팟'을 찍어주는 것도 잊지 않지만 ^^


소위, 강릉을 들렀다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사람들에게는 목마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도



먹지 않고 넘어간다면 아쉬울 먹거리와 디저트들도 아기자기 소개해주며

머물면 환상적인 겨험을 할 수 있는 쉼터, 호텔, 홈스테이등도 빼놓지 않고 다뤄

여행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여행지로 강릉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을 

'현지인 찬스'로 채워주는 것들도 고마웠지만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기 꿈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했지만 프리랜서, 30대 싱글의 모습이

책 군데군데에서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여행지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느껴지고

특히 '예술계'라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휴양지'나 '여행지'만큼이나 

특별하게 보이는 영역에서 갑/을, 싱글/기혼 등 이유를 대면 이유가 되는

여러 낯섦을 강요당하는 모습이 남일처럼 여겨지지 않아서일까?


사람 사는 모습이란 참.....

장소와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규격을 은근히 강요하는 부모 세대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새로움과 패기, 여전한 젊음으로 생기를 뿜어내는 20대와는 다른,

삶의 불공정함을 '그럴 수 있지' 라는 말로 주억거리며 

맛있는 떡볶이와 함께 씹어넘길 수 있는 공력을 가진 30대의 작가에게

각자의 도시에서 최대한 애를 써보자고 말해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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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때, 심리학 - 불안, 걱정, 두려움과 이별하는 심리전략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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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선, 나의 모든 감정을 평가하지 않고 받아준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나를 힘들게 한 감정이 어떤 이유와 원인으로 생겨났는지 알게 해준다.

내가 힘든 것은 어찌보면 외면하거나 눌러왔던 것을 직면하는 단계이며

그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잘 다독이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까지는, 많이 듣고 보았다.


<불안할 때, 심리학>은 거기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한 발을 내딛는다.

지은이 도리스 볼프는 30년 넘게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하는 독일의 대표 심리학자다.

그는 대화치료, 인지정서 행동치료를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한 뒤,

심리치료실을 운영하며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상담을 받는 내담자의 절반 가량은 

불안장애 때문에 도움을 구한다고 하고, 불안은 많은 사람이 살면서 겪는 감정이며,

그 정도에 따라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가볍게 지나기도 하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다.


이 책은 불안이라는 '감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과 습관, 그 습관을 쌓기 위한 훈련법을 알려준다.

일종의 '워크북'이다.

불안을 대처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며 노트를 작성하고(!)

-그저 명상이나 호흡, 좋은 생각하기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공부하듯!-

그리고 나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새로운 생각과 행동 방식을 

되풀이하며 연습하기를 권하고 있다.



Part 5로 구성된 이 책은 필요에 따라 순서를 바꾸어 읽어도 좋게 되어 있다.


Part 1 불안의 탄생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학문적으로 다룬다.

Part 2 불안 해소를 위한 기본 8단계 전력은 불안으로 인해 신체의 정상적 기능이

주춤거릴 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3가지 기술을 통해 불안의 상태를 넘기고

나아가 불안을 이기기 위한 습관을 소개해준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당사자 본인이 느끼는 불안은 전해지지 않는다.

남들에게는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그래서 외로워지고 절망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당신을 출발점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 다른 사람의 속도, 목표 도달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롯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나아가고, 성공을 기록을 남기라고 한다.



Part 3 불안의 형태와 대처 전략은 꼼꼼히 읽어두면 도움될 팁이 많다.

불안의 형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불안은 어디에 속해있는지 인지해야 한다.

책에는 광장공포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등 일반화된 불안장애를 소개하고

자신이 그 불안과 공포증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 및 인정한 뒤, 

그 이유를 찾아내고 불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전략을 알려준다.



Part 4는 불안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 

Part 5는 불안 경험보고서로 불안을 이겨낸 사례를 알려주지만

저자는 (그리고 읽어보니 그 말에 적극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을 순서대로 빨리 읽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서 천천히 숙독하기를 권했다.


방법과 전략이 필요한 사람은 Part 2와 3에 집중해서 읽으면 좋을 것이고

현재 너무 큰 걱정거리(직장/가정의 큰 문제, 갈등, 부담, 이직, 이혼, 중병 등)

를 겪고 있는 중이라면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작가의 조언을 따르는 것도 좋겠다. (그럴땐 1,4,5만 읽어도 좋을 것이란다)


이 책을 읽으면 다 된다- 괜찮다 불안해해도- 같은 말이 아니어서 좋았다.

막연한 감정 혹은 자신이 예민해서, 라고 뭉뚱그려 생각하지 않게 하는 지식과

실질적으로 불안(과 그에 따른 신체반응)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심리학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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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 확고한 기준으로 가치를 소비하는 이 시대의 생활비법
안희진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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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돈을 왜 버는가!

돈은 쓰려고 버는 것이다.

물론, (쓸데없는 곳에) 안 쓰면 좀 덜 벌어도 되고, 

그럼 돈을 버느라 해야하는 일로 스트레스도 덜 받겠지만

사람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쓰지 않으면 안되는 곳(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제목에서 궁금해졌다.

저자는 뭘 또 그렇게 잘 샀을까? 

다른 사람들의 랜선집들이나, '이거 샀다' 자랑을 보며 

'오오~ 저런 신박한 아이템이!!!' 를 외치며 세상의 신문물을 접하고 있어 그런지

저자의 구매 리스트가 너무너무 알고 싶었다.


게다가 띠지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200% 맞는 말이다. "돈은 가끔 나를 겸손하고 부지런하게 만든다."


마약처럼(!) 다달이 꽂히는 월급으로 시름을 잊고,

혹은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아이템을 지르는 

생각하면 좀 바보같은 이유지만, 

그래도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고 싶진 않으니까. ^^

미니멀리즘을 늘 추구(는)하지만, 바로바로 실천이 어려운 나에게

"세상에 나쁜 쇼핑은 없다"는 말은 달콤하게 들렸다.


아래는 마치라이크 영수증처럼 줄줄이 적혀있는 저자의 쇼핑리스트 겸 책의 목차.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이지만, 물건은 물건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물건을 만들거나 사고, 교환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연이 물건과 함께 온다.


모두가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

소비에 딸려오는 사연과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물건에 대한 애정을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에 넋을 놓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얼리 어댑터 같은 신박한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초기의 호기심보다

이건 나도 흔히 보는 물건인데, 여기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북돋운다.



쇼핑시키기 ㅎㅎㅎㅎ

나만의 쇼핑이 그냥 커피라면 남 쇼핑 시키기는 티오피. ㅋㅋㅋ

좋은 아이템을 나만 알고 싶지 않아 알음알음 추천하다가 그 분야의 '전문가'처럼 되어

누군가가 뭘 사려고 할 때 "00에게 물어봐~" 하는 경험은

꼭 그 전문가가 내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한 명씩은 있는 쇼핑 고수를 떠올리게 한다.



알면서도 늘 당하는 본품보다 더 탐이 나는 굿즈!

책장을 꽉- 채우고 있는 책들도 다 굿즈를 사니 따라온 문화상품처럼 되어버린지라 ㅋ

더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다.

포장을 뜯어봐야 내용물을 알 수 있게 만드는 뻔한 상술에도

내가 좋아하는 최애를 만날 때까지 소소하게 삥뜯기기를 자처하는 덕후의 마음.

세상 속에서 일코하며 은둔고수처럼 지내는 이들을, 이렇게 만나면 마냥 반가울 뿐이다.



그리고, 내가 기다렸던 이런 것!

바로 쇼핑 전문가가 주는 팁! 

00를 잘 사는 법, 00를 살 때 호구되지 않는 법.

내가 필요한 정보였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실패작이 꼭 나의 실패작이 되진 않지만

얄팍해지는 지갑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 때에,

다른 사람의 경험과 조언을 들어두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고 또 포장해본다 ㅋ)의 첫단계니까.



딱히 궁금할 필요는 없지만 허락되면 보고는 싶은 

남들의 필통 속 문구, 파우치 속 아이템, 잘 사먹는(시켜먹는) 동네 맛집같은 리스트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깔깔대며 읽었다. ^^


슬리퍼 끌고 동네 산책하다가, 혹은 친구랑 만나며 목적없이 걷다가

내 맘을 설레게 하는 물건들을 여유롭게 사고 카페에서 뜯어보며 좋아하는 시간이,

그런 평범한 일상이 소중해지는 지금 읽기에 부담없이 좋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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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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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죽이기>로 '죽이기 시리즈'를 처음 만났다.

<앨리스 죽이기>에 이어 벌써 네 번째로 나온 '죽이기 시리즈'인가보다.


동화나 고전을 현대의 관점 혹은 재미있는 세계관으로 비틀어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닮은 듯, 전혀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늘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팅커벨 죽이기>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읽다가 건성으로 보아 넘긴 책의 저자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고바야시 야스미.

일본의 미스테리 작가로 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작가가 된 사람이다.

SF와 밀실 살인, 범죄, 죽이기에 특화된(!) 글쓰기로 상과 인기를 거머쥔,

그야말로 전문가의 글솜씨였으니 책을 읽다가 후다닥- 작가를 검색한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던 것 같다.


꿈의 나라 네버랜드.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팬과 피터와 같이 혼자 살아가는 소년들.

인어족, 인디언, 팅커벨 같은 요정, 피터를 노리는 해적들 같은 등장인물은 낯익다.

그림자가 없어진 피터를 돕기 위해 모험길에 올랐던 웬디와 그 동생들도

여전히 작품에 등장한다.


이런 익숙함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 책에 나오는 피터팬은 모험심이 가득하고 다소 제멋대로인 '그' 피터가 아니다.

네버랜드로 떠나는 길, 배가 고팠던 피터와 일행들은 독수리와 싸워(!)

독수리가 물고 가던 '고기'인 도마뱀 빌을 빼앗게 된다.

(이 도마뱀 빌이 '죽이기- 시리즈'를 관통하는 존재인가보다)


식사거리였던 도마뱀 빌이 말을 하고 살려달라고 하자 웬디의 마음은 흔들리고

결국, 피터의 떨떠름함에도 불구하고 빌을 살려 함께 네버랜드로 떠난다.


피터가 자리를 비운 틈에 죽은 채로 발견된 팅커벨.

범인을 찾으려는 빌과 피터의 온도차가 크다.

왠지 피터는 '죽는 것'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흥분을 드러내며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것인지, 단지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 모를 행동을 보인다.


네버랜드와 지구는 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각각의 캐릭터가 '아바타라' 라는 개념으로 연결되어

네버랜드에서 죽으면 지구에 있는 매칭되는 아바타라도 죽게 된다.

지구에서 초등학교 동창회 때문에 고향에 내려간 이모리는,

피터의 학살에 반기를 든 네버랜드의 아이들과 함께 

피터의 아바타라를 찾아 살육을 멈추려고 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원작에서의 대사는 

이 책이 피터팬과 아예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독자에게 현명하게 어필한다.

사실, '디즈니'의 피터팬에도 네버랜드 설정의 그 섬뜩함은 존재한다.

황금빛 요정가루를 뿌리며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팅커벨도

자기가 좋아하는 피터의 관심을 웬디에게 빼앗기자, 

웬디가 죽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략을 꾸미고 실행한다.


피터는 '영원히 아이로 머무르'는 섬을 위해 어른이 되는 존재는 솎아내고, 

후크의 손목을 잘라내어 악어에게 던져버리며

대장이 모르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대장의 말에는 모두가 따라야 하는

전제주의적 폭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애들을 납치;; 하기도 하지 않나...)


이 책은 그런 원작 속 피터의 모습을 더더욱 극대화하여 폭력적으로 그려냈다.

일본 미스테리 특유의, -라고 얘기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이유가 없어 더욱 무서운 살인-복수가 잔인하게 나온다.

트릭을 숨겨놓았다고 하는데,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알고 있던 피터팬과 너무나 다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캐치하지 못했다.;;;;


이모리와 빌은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캐릭터일까?

다음 혹은 다른 작품이 궁금한데, 너무 잔인할까봐 바로 도전하기가 어렵다.


일본의 미스테리,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참신한 기획시리즈,

동화의 패러디 또는 새로운 스타일로의 각색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반전과 충격을 안겨주는 <팅커벨 죽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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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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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것만으로도 책이 된다.

여행책이 아니다.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에 대한 책이다.

책의 띠지에 있는 말의 느낌이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도시의 기쁨과 위험을 만끽했던 여성들을 따라 걷는 여행"


어떤 사람은 '여행'에 방점을 찍으며 

여성 예술가들의 시선이 도시의 어디쯤에 머물렀을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내 눈을 잡아끌고 생각에 머물게 한 것은 '기쁨과 위험을 만끽했던' 이다.


이제나 저제나,

여성들이 길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아, 물론.

밝은 낮에 여러 명이, 치안이 확실한 곳을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만큼

필요한 업무를 보거나, 잠깐의 산책을 즐긴 다음 

해가 떨어지거나 인적이 드물어지기 전에 각자의 집안으로 무사히(!) 들어가는 것을

'길거리를 걷는다'라고 표현한다면 예사로운 일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알 것이다.

시골이든 도시든 한적한 길거리를, 

아무런 목적이나 생각없이 발 가는대로 혼자서 거닌다는 것은

'위험!' 이란 불을 켜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나의 짐작일 뿐이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의 이런 과민한 반응에 씁쓸하거나 

 세상은 위험한 곳이니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지지를 보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도시를 거닐었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로런 엘킨은 뉴욕 태생으로 2004년에 파리로 이주해 살고 있는

책, 예술, 문화, 여행에 관해 쓰는 작가이자 비평가다.


그는 길을 걸으며 사유하던 '사람'들 속에서 '여성'의 존재가 빠져있음에

일종의 충격을 받는다.

영문학 전공자인 저자가, 파리의 거리를 걸으며 느낀 감정과 탐험심, 열정 등을

플라뇌르(산보자,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사람 이라는 프랑스어) 라는 단어 속에

녹여내려다 발견한 사실.

같은 단어라도 여성형과 남성형 (혹은 단어마다 여성/남성으로 나누는) 

프랑스어의 특성과 규칙에 따라 '플라뇌르'의 여성형인 '플라뇌즈'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바꾼 저자는 사전에 설명된 '플라뇌즈'는 전혀 다른 뜻임을 알게 된다.


19105년의 사전에는 '산보하는 사람'으로 'flaneur, -euse'가 등재되어 있지만

<생생한 프랑스어 사전>에 따르면 플라뇌즈는 '안락의자의 일종'이라고 한다.

산책과 산보라는 뜻의 능동적인 플라뇌르를 여성형 플라뇌즈로 바꾸면 

가만히 앉거나 누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물건이 되어 버린다. 


산책으로 사유하고 철학의 깊이를 만드는 남자들과

거리에 나와 정처없이 돌아다니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여자들.


평판과 정숙함, 안전이라는 가치를 내려놓아야만 여자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걸을 수 있었다. 

물론, 안전은 담보되지 않고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도 

행실이 바르지 못해서-/늦게까지 돌아다녀서-/그런 골목에 들어가다니- 로

스스로 위험에 노출시킨 분별없는 사람이 될 뿐이다.



함께 하여도 그 성과를 나눠갖지 못하고,

도로의 이름이나 공공장소의 명칭도 신화 속 인물, 왕족 여성, 여자 성인(saint)에서

민주적 영웅, 지성인, 과학자, 혁명가로 근대적이며 평등하게 바뀌어가는 동안,

문화 자본을 지니지 못했던 여성들이나 다른 인종이 소외되는 일들에 대해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혹은 생각할 이유도 없이 자연스러워서- 

그렇게 묻혀져 왔던 사각지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작가의 말은

별 생각없이 걸었던 도시의 공간이 얼마나 계급/성별/자본/나이/정치/출신으로 

세밀하게 구별되어 있었는지 깨닫게 했다.


당장 내가 자주 가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공간을 주로 차지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생각해보자.

아무도 '금지'하지 않지만 무서울 정도로 놀랍게 사람들의 공간은 나뉘어있다.

분리까지는 아닐지언정, 어색함이나 친숙함을 느끼는 공간이 확실히 있다.



처음에는 여성학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남성의 시선, 제도의 억압, 불안의 이유로 거리를 맨 몸으로 걷지 못하는 여성과

그로인해 예술, 문화, 철학,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면에서 지워진 여성예술가에 대해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점점 책을 읽으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두드러지지 않고, 눈에 띄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진 두 발과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맨 몸으로도

자유롭게 거리를 거닐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권력이며

(사유지가 아닌) 허락된 공간이라면 어디든 탐색하고 모험하며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안전 뿐만 아니라 할 일에 대한 초조함으로부터 해방되어)

길을 거닐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누구에게나 보장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도로와 길은 다르다.

신호체계가 없고, 속도제한이 없으며,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 길을 자기의 속도와 경험으로 활보하는 일이 성별/장애/나이/계층에 따라

한계지어지지 않길 바란다.


길 위에서 드러나는 존재로 인해 

비로소, 있었으나 차지하지 못했던 각자의 모습이 

시대와 세상에 등장하고, 인식되며, 함께 하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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