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 확고한 기준으로 가치를 소비하는 이 시대의 생활비법
안희진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돈을 왜 버는가!

돈은 쓰려고 버는 것이다.

물론, (쓸데없는 곳에) 안 쓰면 좀 덜 벌어도 되고, 

그럼 돈을 버느라 해야하는 일로 스트레스도 덜 받겠지만

사람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쓰지 않으면 안되는 곳(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제목에서 궁금해졌다.

저자는 뭘 또 그렇게 잘 샀을까? 

다른 사람들의 랜선집들이나, '이거 샀다' 자랑을 보며 

'오오~ 저런 신박한 아이템이!!!' 를 외치며 세상의 신문물을 접하고 있어 그런지

저자의 구매 리스트가 너무너무 알고 싶었다.


게다가 띠지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200% 맞는 말이다. "돈은 가끔 나를 겸손하고 부지런하게 만든다."


마약처럼(!) 다달이 꽂히는 월급으로 시름을 잊고,

혹은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아이템을 지르는 

생각하면 좀 바보같은 이유지만, 

그래도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고 싶진 않으니까. ^^

미니멀리즘을 늘 추구(는)하지만, 바로바로 실천이 어려운 나에게

"세상에 나쁜 쇼핑은 없다"는 말은 달콤하게 들렸다.


아래는 마치라이크 영수증처럼 줄줄이 적혀있는 저자의 쇼핑리스트 겸 책의 목차.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이지만, 물건은 물건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물건을 만들거나 사고, 교환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연이 물건과 함께 온다.


모두가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

소비에 딸려오는 사연과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물건에 대한 애정을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에 넋을 놓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얼리 어댑터 같은 신박한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초기의 호기심보다

이건 나도 흔히 보는 물건인데, 여기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북돋운다.



쇼핑시키기 ㅎㅎㅎㅎ

나만의 쇼핑이 그냥 커피라면 남 쇼핑 시키기는 티오피. ㅋㅋㅋ

좋은 아이템을 나만 알고 싶지 않아 알음알음 추천하다가 그 분야의 '전문가'처럼 되어

누군가가 뭘 사려고 할 때 "00에게 물어봐~" 하는 경험은

꼭 그 전문가가 내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한 명씩은 있는 쇼핑 고수를 떠올리게 한다.



알면서도 늘 당하는 본품보다 더 탐이 나는 굿즈!

책장을 꽉- 채우고 있는 책들도 다 굿즈를 사니 따라온 문화상품처럼 되어버린지라 ㅋ

더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다.

포장을 뜯어봐야 내용물을 알 수 있게 만드는 뻔한 상술에도

내가 좋아하는 최애를 만날 때까지 소소하게 삥뜯기기를 자처하는 덕후의 마음.

세상 속에서 일코하며 은둔고수처럼 지내는 이들을, 이렇게 만나면 마냥 반가울 뿐이다.



그리고, 내가 기다렸던 이런 것!

바로 쇼핑 전문가가 주는 팁! 

00를 잘 사는 법, 00를 살 때 호구되지 않는 법.

내가 필요한 정보였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실패작이 꼭 나의 실패작이 되진 않지만

얄팍해지는 지갑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 때에,

다른 사람의 경험과 조언을 들어두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고 또 포장해본다 ㅋ)의 첫단계니까.



딱히 궁금할 필요는 없지만 허락되면 보고는 싶은 

남들의 필통 속 문구, 파우치 속 아이템, 잘 사먹는(시켜먹는) 동네 맛집같은 리스트가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깔깔대며 읽었다. ^^


슬리퍼 끌고 동네 산책하다가, 혹은 친구랑 만나며 목적없이 걷다가

내 맘을 설레게 하는 물건들을 여유롭게 사고 카페에서 뜯어보며 좋아하는 시간이,

그런 평범한 일상이 소중해지는 지금 읽기에 부담없이 좋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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