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그라미
일이 지음 / 봄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안녕, 동그라미>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만나고 또 흘려보냈던 "동그라미"들에 대한 단상입니다.

언뜻 마티스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의 주인공은 작가의 아내입니다.
아내를 책 표지에 담고, 처음으로 담는 동그라미에 대한 에피소드도 
아내의 '눈동자'에 관한 것이라니.

이런 로맨티스트가 어디 있을까? 싶어 책을 열기도 전에 훈훈합니다. ㅎㅎㅎ

저자 일이(김대일)은 부산에서 태어나(!) 글을 쓰며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부인은 (저 그림의 주인공이자 저 그림의 주인공 ㅎ) 그림을 그리며 저자와 함께
햇살, 바람, 바다를 동경하며 부산에서 삶의 유랑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요.

도대체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얼마나 다를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일상 속의 평범함 속에서도 특별함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일종의 뮤턴트(초능력자)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룰 '동그라미'들이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이건 저같은 독자만의 생각도 아닌가봅니다.
책 뒷 표지를 장식한 김하나 작가님의 추천사에서도 볼 수 있듯
무언가를 좋아하고 수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혹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가능한 일임을 책을 읽으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책 가격을 표시하는 칸에 있는 동그란 사과/혹은 오렌지/혹은 유자같기도 한 과일과
새초롬한 초승달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처음과 끝이 맞닿는 동그라미에 대한 철학적인 단상으로 책이 시작됩니다.
결국, 새로운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영접하고 느낌과 기억을 기록해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오고 있는 각자의 삶을 조금 더 우리답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지금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모든 순간을 추억으로 바꾸는 기쁨의 더듬이를 조금 더 높이 세워야겠다는 다짐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다시 '들어가며'를 읽은 뒤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늘과 어제, 내일의 동그라미들을 뽑아놓은 목차.
이것만 읽어도 소제목 아래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 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기념일을 따로 챙기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딱 꼬집어 요청하는 아내에게
스노 글로브 (스노우 볼이 더 익숙해서 소제목만 봤을 땐 겨울 장갑인가? 했답니다. ㅎㅎㅎ) 를 대령하며
프리랜서 4년차로 겪는 불안감과 현실감으로 120년을 스노 글로브를 일관되게 만들어 온 회사의 정신에
'버틴다'의 고됨을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어 '미준시'라는 사랑스러운 말로 바꿔버리는 에피소드는
정신승리라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왠지 따뜻하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 힘든 시간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아득바득- 힘겨운 느낌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차오르는 기분이 더 좋지 않을까요? 
 




작가의 유머러스함은 다른 에피소드 곳곳에서 느껴지는데요.
아... 정말, 이 대목은 퇴근길에 읽다가 빵- 터져버렸어요.
마침 아침에 먹으려고 싸온 사과를 못 먹고 내내 가방 속에 넣고 있다가
"이걸 먹어야 해, 말아야 해" 라고 망설이던 차에 읽은 페이지라서 
생활감이 확실히 느껴졌달까요? ㅎㅎㅎ




또,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모기향' 에피소드.
무의미하고 낭비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 손과 욕망을 어찌할 수 없이 무료한 행위에 집착했던 기억.
특히 살짝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돌돌말린 색연필 심 종이를 후루룩- 풀어내던 어렸을 때의 기억이
다른 여러가지 기억들을 연이어 불러내서, 읽으면서 행복했던 에피소드입니다. ^^




이 책에는 무려 60가지의 동그라미에 얽힌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 맞아! 나도 이거 기억 나!' 할 만한 오브제도 나오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스스로에게 면박을 줬던 요상스런 취미나 상상이 
의외로 다른 사람들도 즐기고 있던 무용하며 기분좋은 여가/일탈/즐거움이라는 것을 알면서
점점 자기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글쓰기를 시도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뭘 주제로 잡을까? 하고 궁리하기 시작할 거에요. 
장난꾸러기같은 킥킥거림을 입가에 매달고 말이죠. >ㅁ<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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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 가정식 - 5인의 아틀리에에서 만나는 5색 일본 가정식 레시피
미쓰하시 아야코 외 지음, 지영 옮김 / 라온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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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일터에서 풀려나-_- 휘적휘적 집으로 들어와서 

허물벗듯 간신히 옷이나 갈아입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누워서 자다가 끼니를 놓치지 십상이고,

회식으로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에 혹사된 위와, 무뎌진 입은

msg가 듬뿍 들어간 음식에서 허기만 달래면 되는 걸로 굳어지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음식을 하기까지 재료를 사오고 준비하고 다듬고 끓이고 뒷정리를 하는

그 모든 시간과 과정 및 수고로움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컸어요.


그런데도, 슴슴하고 간단하지만 

배가 든든히 차는 집밥에 대한 로망은 항상 있었나봅니다.

문제는, 요알못이 덥썩 달려들기엔 음식의 세계가 만만치 않았다는 거죠.

요리책을 사서 읽으면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그 정도를 알 수 없는 애매한 말들을

(자작자작하게-, 한꼬집, 적당히-, 숨이 죽으면- 같은.... ) 

해석하듯 실험하듯 저질러 보다가


다시 "아-, 그냥 사먹고 말지" 로 회귀한 분들이라면 

이 책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말 그대로 일상이 달라지는 행복한 식탁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날, 가정식>


일본 가정식이어서 우리나라 밥상처럼 푸짐한 느낌은 없는 반면

정갈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요, 

한 그릇 음식만 만들면 되니 부담이 한결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맛있는 요리도 좋아하지만 

예쁜 요리에 대한 로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위해 시간과 노력, 공을 들여 열심히 만들어낸 음식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다면,

평소 자주 접할 수 없는 요리나,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서 

이국적인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특별한 날, 가정식>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책은 5명의 요리 연구가의 레시피가 실려 있습니다.

각각 여러가지 삶을 살다 각자만의 이유로 요리와 플레이팅, 

자기를 위하는 방법을 터득한 멋진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새로운 일터인 아틀리에가 소개되어

요리 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 달라진 삶과 요리로 맺어진 인연도 

함께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본 가정식이어서 '밥'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요리를 먹다가도 왠지 '밥'이 없으면 서운한 밥순이인 저에겐 

각 요리 연구가의 레시피 구성이 마치 코스 요리 같았어요. 


샐러드와 간단한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워주고

한 그릇 밥을 조금 더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혹은 직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료

아니면 조금 응용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재료들을 소개하여 

보기만 해도 예쁘고 귀한 대접을 받는 것 같은 요리들에 도전하고 싶도록 자극합니다. 

 




단, 아틀리에 음식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리에 걸리는 시간이 마냥 간단치는 않습니다. 

'두부테린'은 보기에는 정말 뚝딱- 차려낼 것 같은 비주얼인데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물론 응용하거나 재료를 대체하면 줄일 수 있겠지요? ㅎ



너무너무너무 좋았던 디저트들!!!

물론 오븐이라든지, 베이킹 재료를 갖추어야 하지만

주말에 브런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다채로운 디저트를 만들어보면 정말 좋겠지요?

다른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고 나서도 이런 아름답고 맛있는 디저트를 대접하면

그 시간과 맛있는 경험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장점은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도

각자의 단계에 맞는 요리를 골라서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사진만큼 예쁜 요리가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저는 ;; 요리 모험가라서...) 

나를 위하는 첫번째 단계로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음식과 요리에

정성을 기울이는 그 마음 하나로 이미 충분히 위로받는 기분이 들 것이구요,

만약에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이 맛까지 있다면 

그 충족감과 포근포근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그 기분과 자신감으로 점점 다른 음식에도 도전해보고 싶을 것 같고

요리부터 시작한 '나를 챙김'이 

생활의 구석구석에 온기와 에너지를 줄 것 같아요.





간편식과 외식의 지분을 좀 줄이고

특별한 가정식으로 

평범한 주말이나 일상을 조금 스페셜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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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100배 즐기기 - 타이베이.까오숑.타이중.타이난, '19~'20 최신판 100배 즐기기
김미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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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봐도 타이완 갔다 온 것처럼 만드는 여행책 <100배 즐기기> 시리즈의 타이완 편!

아직 한번도 다녀온 적은 없는 곳인데,

얘기는 엄청나게 많이 들은 곳이라더 더더욱 기대가 된 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기에 가까워서 짧은 연휴를 활용해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타이완.

중국-홍콩과는 또다른 매력의 '차이나'를 맛볼 수 있는 지역이어서

여행 리스트에 올려놓은지 오래인 곳이에요.

익숙한 듯 이색적인 공간과, 맛있는 것들로 가득찬 여행 후기들은 많이 접했지만

정작, 중국어를 잘 못하는 입장에서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몰라

결국은 패키지인가...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부모님을 모시고 자유여행을 가도 괜찮을 것 같은 자신감이 뿜뿜!!

+ 잘 알려진 지역 이외의 곳들도 시간의 여유를 두고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장부터 설렘 시작! ^^


이 책은 20191년 5월까지 이루어진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사실, 출간 이후 뭐가 많이 바뀌었을까? 싶지만 ^^

상점이 쉬거나 문을 닫거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이 책을 읽고, 가고 싶은 곳들을 정리한 다음에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 체크 개념으로

인터넷이나 SNS으로 현지 물가나 상황의 변화는 검색해보시면 좋겠어요.

책은 크게 7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트 1: 인사이드 타이완

파트 2: 타이베이

파트 3: 타이완 북부

파트 4: 타이완 중서부

파트 5: 타이완 남부

파트 6: 타이완 동부

파트 7: 여행준비



아무래도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고 많이 찾는 지역인 타이베이에 대한 정보가 촘촘하게 담겨 있구요,

타이완에 몇 차례 다녀오셔서 새로운 모습의 타이완을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파트 3-6이 무척 유용하게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앞부분을 읽으면서 여행을 안 갔는데도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뒤로 가면 갈 수록 타이완 자체에 대한 매력이 빛나는 책이었어요.

시작을 타이베이로 할 지 아니면 다른 지역부터 할 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

시간이 없으신 분들이나 처음 타이완에 가시려고 이 책을 선택한 분들은

타이완의 기본정보와 한 눈에 보는 타이완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먼저 정하고

파트를 골라서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이 분책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네요.

그러나 타이완을 오래도록 여행하려는 자유여행객들에게는 곁에서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앱 소개도 잘 되어 있으니 미리 폰에 깔아두고 간다면 와이파이 되는 지역에서 편히 사용할 수 있겠죠.


요즘 테마를 잡아 여행지를 선택하고 개성적인 여행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소녀소녀 감성의 대만영화들을 소개하고 그 촬영지 정보를 첨부한

김미려 작가님의 센스는 최고입니다!!

그리고, 제가 너무너무너무 좋아했던/기대했던 페이지.

맛집 천국 타이완에서 먹고 싶은 것을 왠만하면 실패없이 시켜먹고 싶은데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광객만 상대하는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애정하는 맛집에 가려면 아무래도 언어가 필수인데

이 페이지를 잘 읽고 가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하하하;; 언어를 배우는 건 시간이 걸리니까요;) 성공적인 맛집여행이 될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줄서서 기다리는 맛있는 음식,디저트....

돈 많이 챙겨가야겠어요.....


여행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아는 쇼핑리스트.

여행하느라 바빠서 마지막에 후루룩- 사버리게 되거나 아니면

원치않은 코스로-_- 가서 사게 되는데

그러지 말아요, 우리~

미리미리 챙겨보고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겨 볼 수 있을 만한 것으로 골라와요. ㅎㅎ


타이완을 길게~ 가는 코스와 짧게 가는 코스가 실려 있으니

가시는 분들의 일정이나 컨디션에 맞추어서 고르시면 됩니다.

제 친구 중에는 여행책의 베스트 코스를 빼고 가는 친구도 있는데,

이 책을 보고 고심하더라구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은 싫지만 매력적인 곳들이 정말 알차게 들어있어서 어찌해야 하나 싶다고요. ㅋ


타이베이를 다녀오신 분들에게 두번째 선택지로 뜨고 있는 까오숑.

꼼꼼하게 읽어보고 사진을 보고 있자니 설렘폭발+당장에 비행기 티켓팅 하고 싶어졌어요.


기본적인 여행준비 정보와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도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SNS로 정보를 얻기는 어렵지 않은 요즘이지만,

이 모든 정보를 알차게 모아놓고, 찾기 쉽게 정리하고, 직접 다녀와서 주의할 점까지 알려주는

여행책의 매력과 활용도는 결코 약화되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100배 즐기기 시리즈가 계속 되는 거겠지요.

한가지 더 좋은 점은, 볕 좋은 날 이 책을 카페에서 읽고 있는데 그냥 여행을 온 기분이 들더라구요.

내가 있는 공간에서 다른 공간을 간접 경험하는 즐거운 기분과

여행 책자에서 소개한 맛집, 멋진 공간, 쇼핑 리스트를 보니

내가 있는 곳의 맛집, 쇼핑도 돌아보게 되구요.

나의 일상은 어떤 사람에겐 여행지가 될 수도 있겠지요?

매일이 여행이 되게 하는 책, 100배 즐기기 시리즈의 타이완 편은

조만간 갈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100배 시리즈의 다른 여행지도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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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 - 나를 확장시키는 제3의 공간을 찾아라!
김동현 지음 / 북스토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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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에게 가장; 위협적인 제목이다.

<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 라니.

휴일이나 시간이 나면 가장 아늑한 내 집, 내 방에 들어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먹고 싶었던 조촐한 주전부리를 꺼내놓고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하루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다음날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그 아래 있는 말에는 도리없이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공간 경험치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그리고 또 끌리는 말. "나를 확장시키는 제3의 공간을 찾아라!"



저자 김동현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나보다.

알아주는 대학을 나와 바로 회사에 취직해 (그땐 그랬겠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대 중반에 개인 사업을 할 정도라니 패기도 있어 보인다.

물론 사회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지라, 사업을 접힘 당하고-_-;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세일즈맨으로 일을 하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대표로(!) 30여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이젠 책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00에서 한 달 살기- 라는 경험이 이젠 새롭지도 않지만

저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로 강릉에 머물면서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장소와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시초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책까지 내었다.

들어가는 말에서 자신이 머문 곳에 있는

도서관에 감사를 드리는 저자는

확실히, 공부를 좋아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며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간혹, 아재의 충고나 회상같은 지점도 있지만

결국 인생을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의 통찰이나 시야를

정답으로 강요하지 않아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내가 집을 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것도 해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정감을 주긴 하지만

그것에 그대로 빠져버리면 무기력함에 익숙해지고 나의 세계를, 내가 살아있는 시간과 공간을

너무나도 조그맣게 한계를 지어버리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내 존재를 드러내면서 보다 많이많이 전파하거나

남들이 가본 곳은 나도 다 가보고 여행 책자처럼 유명한 곳에서 증명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결코 없는 나이지만,

자신이 꿈꾸고 상상한 것을 넘어

직접 발을 내딛어 보고 경험한 것만큼의

세계와 우주가 내 안에서 자란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제 1의 공간인 집과 제 2의 공간인 직장에서의 경험들은

자연인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 가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누구에게나 잘 나가는 시절이 있고 또 고꾸라지는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강도와 시기가 어떻든지에 상관없이) 것

그것을 소화하는 사람에게 달려

독이 되기도 하고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제1의 공간에만 머문다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쓴 맛의 세계.

그러나 그로 인해 면역력과 맷집, 주의력과 조심성같은

생존 능력치도 얻을 수 있는

제2의 공간 사회/직업에 대해서는

요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겹쳐보여서인지

읽기 쉬운 에피소드임에도

중간중간 책 읽기를 멈추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블라인드가 있는 창문이라고 생각했고 분명 있지만

그 블라인드를 내리고/가리고/걷는 것이

늘 내 손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일터에서

누구를 막론하고 저마다 생존을 위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위로를 줄 수도 있고,

어쩌면 무신경하게 개성을 없애버릴 수도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 3의 공간, 퀘렌시아가 있어야 한다.

퀘렌시아는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가

숨을 고르고 힘을 모으는 소만 아는 공간이라고 한다.

읽는 순간,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저 나에게 안락함을 주는 제1의 공간으로 숨어들지 않고

나를 확장시키는 제 3의 공간.

혹은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만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얘기하며

저자는 (공부를 잘 하고 도서관에 감사를 표하는 사람답게)

독서모임을 예로 들었다.



그저 생존을 위해 숨을 고르고 다친 상처를 핥다가 자기 연민에 쉬이 빠지는 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즐겁게 몰입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세상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아픔에서 도망치지 않고

힘을 내어 살 만한 이유를 나에게 상기시켜주는 공간.

그것이 제3의 공간이고, 그 공간을 만들고 활성화시키고 그래서 얻는 힘을 경험한 사람은

결코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다 읽으면 인정하게 된다.

집만큼 위험한 곳은 없다는 것을.

궁핍하게 자기 자신을 오그라 들게하는 공간으로

집이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나의 사랑스러운 공간이 그런 가치로 떨어지는 것은

집순이로서 더더욱이나 용납할 수 없다 ㅎ)

공간의 경험치가

내 인생의 색깔, 폭, 깊이, 맛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한번 생각해보자. 즐거운 마음으로.

나의 숨을 고를 제3의 공간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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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있다 - 그래도 다시 일어서 손잡아주는, 김지은 인터뷰집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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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다. "언니들이 있다" 라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치명적인 순간에 구원의 동앗줄을 내려주는 것은

우습게도 나의 실력/능력이 아니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나의 능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순간이라는 건, 

그런 나의 능력이 -마치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다는 듯- 동결되었을 때다.

그 때, 정말 옴쭉달싹 못할 때 금수저나 든든한 빽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드라마나 일상생활에서 "형~" 하는 것과 "언니~" 하는 호칭의 벽이 무너질 때

무게감이라고 해야하나, 

뭐라 정확하게 말로 옮기기 힘들지만 아무튼 차이가 느껴질 때가 있었다.


형이라고 하면 끌어주고 밀어주는 의미

언니라고 하면 그저 친근감? 혹은 감정적인 위안 정도 혹은 드센 오지랖 정도로.


그래서 이번 책은 그런 '언니'라는 이미지 뒤에 

진짜 힘이 되는 언니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왜 그들의 존재가 눈에 띄지 않았는지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는 느낌이다.




자매애. 형제애와 동지애 다음으로 익숙하게 된 이 단어를 

저자 김지은은 사례로 제시한다.

요즘처럼 기자에 대한 시선이 안 좋을 때, 

본인이 왜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누구에게나 초심이 있었고 그 초심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 개인적인 변심이 아니라면

그렇게 만든 상황/사회/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혼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갖 경우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활동가로서의 면모가 

저자의 인터뷰 곳곳에서 드러난다.


인터뷰로 만난 12명의 사람들은 익숙한 사람도 있고, 

처음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겪어내고 버티고 있는 상황은 놀랍게도 흡사하다.

결국 여성은 인원의 문제가 아니어도 소수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생활로 사는 것은 정말이지 다르다. 

(아마도 이 책의 독자가 편향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말이지 안 본 사람의 손해!)


인터뷰를 통해 그 소수자의 삶에서 

어떻게 생존했고 자기 발로 굳건히 서 있는지를 읽을수록

마음이 찡했다.


사회의 눈으로 봤을 때 마냥 뚝심과 의지로 성공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터뷰이 모두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모순과 억압을

"나는 이렇게 잘 이뤄내었노라. 그러니 너도 할 수 있어" 로 포장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흔들리지 않으며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바꿔 나가고 있는 모습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누구에게나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지금까지 언니들은 바깥 세상에서 패배하고 돌아와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함께 울어주고 밥을 차려주는 존재로 그려졌다면

이제는 다르다.

사회생활로 잔뼈가 굵어진 그녀들이 끝내 집으로 매몰되지 않아서

사회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언니가 되었다.


눈 밭에서 먼저 발을 내딛어 길을 만들어 주는 존재들처럼

"발이 시리니까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 "라든지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 내버려지지 않을 수 있고

끝까지 어깨를 겯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내가 사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존재를 12명이나 알게 되어 흐뭇하고 

그 숫자를 더 늘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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