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 - 나를 확장시키는 제3의 공간을 찾아라!
김동현 지음 / 북스토리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순이에게 가장; 위협적인 제목이다.

<집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 라니.

휴일이나 시간이 나면 가장 아늑한 내 집, 내 방에 들어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먹고 싶었던 조촐한 주전부리를 꺼내놓고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하루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다음날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그 아래 있는 말에는 도리없이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공간 경험치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그리고 또 끌리는 말. "나를 확장시키는 제3의 공간을 찾아라!"



저자 김동현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나보다.

알아주는 대학을 나와 바로 회사에 취직해 (그땐 그랬겠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대 중반에 개인 사업을 할 정도라니 패기도 있어 보인다.

물론 사회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지라, 사업을 접힘 당하고-_-;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세일즈맨으로 일을 하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대표로(!) 30여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이젠 책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00에서 한 달 살기- 라는 경험이 이젠 새롭지도 않지만

저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로 강릉에 머물면서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장소와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시초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책까지 내었다.

들어가는 말에서 자신이 머문 곳에 있는

도서관에 감사를 드리는 저자는

확실히, 공부를 좋아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며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간혹, 아재의 충고나 회상같은 지점도 있지만

결국 인생을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의 통찰이나 시야를

정답으로 강요하지 않아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내가 집을 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것도 해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정감을 주긴 하지만

그것에 그대로 빠져버리면 무기력함에 익숙해지고 나의 세계를, 내가 살아있는 시간과 공간을

너무나도 조그맣게 한계를 지어버리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내 존재를 드러내면서 보다 많이많이 전파하거나

남들이 가본 곳은 나도 다 가보고 여행 책자처럼 유명한 곳에서 증명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결코 없는 나이지만,

자신이 꿈꾸고 상상한 것을 넘어

직접 발을 내딛어 보고 경험한 것만큼의

세계와 우주가 내 안에서 자란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제 1의 공간인 집과 제 2의 공간인 직장에서의 경험들은

자연인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 가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누구에게나 잘 나가는 시절이 있고 또 고꾸라지는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강도와 시기가 어떻든지에 상관없이) 것

그것을 소화하는 사람에게 달려

독이 되기도 하고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제1의 공간에만 머문다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쓴 맛의 세계.

그러나 그로 인해 면역력과 맷집, 주의력과 조심성같은

생존 능력치도 얻을 수 있는

제2의 공간 사회/직업에 대해서는

요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겹쳐보여서인지

읽기 쉬운 에피소드임에도

중간중간 책 읽기를 멈추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블라인드가 있는 창문이라고 생각했고 분명 있지만

그 블라인드를 내리고/가리고/걷는 것이

늘 내 손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일터에서

누구를 막론하고 저마다 생존을 위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위로를 줄 수도 있고,

어쩌면 무신경하게 개성을 없애버릴 수도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 3의 공간, 퀘렌시아가 있어야 한다.

퀘렌시아는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가

숨을 고르고 힘을 모으는 소만 아는 공간이라고 한다.

읽는 순간,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저 나에게 안락함을 주는 제1의 공간으로 숨어들지 않고

나를 확장시키는 제 3의 공간.

혹은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만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얘기하며

저자는 (공부를 잘 하고 도서관에 감사를 표하는 사람답게)

독서모임을 예로 들었다.



그저 생존을 위해 숨을 고르고 다친 상처를 핥다가 자기 연민에 쉬이 빠지는 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즐겁게 몰입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세상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아픔에서 도망치지 않고

힘을 내어 살 만한 이유를 나에게 상기시켜주는 공간.

그것이 제3의 공간이고, 그 공간을 만들고 활성화시키고 그래서 얻는 힘을 경험한 사람은

결코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다 읽으면 인정하게 된다.

집만큼 위험한 곳은 없다는 것을.

궁핍하게 자기 자신을 오그라 들게하는 공간으로

집이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나의 사랑스러운 공간이 그런 가치로 떨어지는 것은

집순이로서 더더욱이나 용납할 수 없다 ㅎ)

공간의 경험치가

내 인생의 색깔, 폭, 깊이, 맛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한번 생각해보자. 즐거운 마음으로.

나의 숨을 고를 제3의 공간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