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 수업
존 셀라스 지음, 송민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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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수업>이란 제목은 살짝 딱딱하고 

철학은 왠지 어려울 것 같지만 이 귀여운 고양이들과 함께라면? ^^ 

학창시절에 너무나도 긴 이름으로 '고뇌'를 선사했던 철학, 윤리, 사상도

공부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인생철학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살아가면서 닥치는 많은 일들, 

특히 그 중에서도 슬프고 괴로운 일들 앞에서'철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다루며 

굴곡이 없을 수 없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사람들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에 대해 철학하게 하는 자신의 역할 깨닫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짓는 철학적 사고.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자기 감정의 이유를 잘 들여다보고 조절하는 방법,

타인과 함께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으로서 잘 살아가는 방법들이

(여전히 이름을 외우기는 쉽지 않은)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의 (제자가 남긴)

글과 책을 통해 수천 년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어려움을 만나면 터널처럼 시야가 좁아지고,

왜 세상이 나에게만 이렇게 가혹하게 구는지, 절망감과 분노를 느낄 때

스토아학파는 삶과 생은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고 

특별한 이유가 있어 주어진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라는

초연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보았을 때 실패는 나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닐 뿐더러

그 실패를 통해 평소의 스스로를 돌아보며 궤도에서 어긋난 것을 바로잡는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되도록 생각과 태도를 가다듬어야 하는 '사건'일 뿐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라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으로 인해 사고와 태도,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경계하라는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어차피 다가온 현실과 상황을 내가 어찌 바꿀 수가 없을 때에는

상황/사실/감정을 분리시키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며

그 순간을 담대하게 보내는 것이 마음과 정신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억울함과 놓지 못하는 마음, 미래의 걱정을 당겨서 하는 것들은 

모두 나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현상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자기만 아니면 괜찮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스스로를 몰아갈 뿐입니다.

이기적인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도움을 받지 못하겠지요.



이 책의 어조, 라고 해야할까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다- 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상황에 대해서 쉽고 명쾌한 단어를 활용해 묘사하고 

그 상황에 적용하면 좋을 철학적 사고를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지 않고 설명합니다.

세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지만

어느 시대를 살던 인간의 마음과 정서,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의 특정 지역에 살았던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조언이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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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숫자 표현의 영어 거의 모든 시리즈
조나단 데이비스.유현정 지음 / 사람in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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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지려고 책을 골라 읽기 보다

목적없이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영어책은 주로 학습의 차원으로 읽게 되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호기심을 불러온다. ^^

전국민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해야 할 것만 같은-_- 분위기가 싫지만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까? 어디서 저런 표현이 나왔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신기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숫자 표현의 영어>를 공부용으로 사는 것은 비추.

첫 페이지부터 암기하려고 마음 먹으면 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의 

절반도 다 못 읽을 것이다.

그보다는 숫자와 관련된 알고 보니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상식퀴즈 마냥 사용하면 좋겠다.


아라비아 숫자는 세계 공통의 표기법이지만

그것을 읽는 방법은 다 다르다.

숫자를 읽는 방식이나 표현에 묻어나오는 이야기에는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문화나 풍습, 미신과 기원도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팝업 퀴즈나 숫자에 관련된 이야기책처럼 읽어보면 훨씬 재밌다.

혹은 '그게 뭐더라?' 하고 참고가 필요할 때 후루룩- 넘겨 원하는 정보를 찾는

레퍼런스로 사용하면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공부도! 된다 :) )




학교에서 배운 영어표현들도 기본적으로 수록되어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숫자 읽기나 숫자 표현이

주제에 맞추어 꼼꼼하게 실려있다는 것이다.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문장으로 제시되어 있어서

글과 말로 동시에 표현할 수 있게 되어 바로 활용하기에 좋다.

단순히 숫자를 읽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숫자의 단위, 큰 숫자 읽는 법 같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을 연습할 수 있는 포인트 팁이

영어 회화에서 숫자 표현에 멈칫- 하는 학습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점수 3:2를 어떻게 읽는지,

24/7 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어떻게 읽는지, 

수학에서 얘기하는 비율 (2:4=3:6) 은 어떻게 읽는지,

같은 기호를 쓰지만 맥락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달라지는 복잡한 숫자 읽기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적절하게 색을 사용해서 한 눈에 들어오게 편집해두었다.

그래서 궁금한 것을 바로 찾아 확인하고 사용하는 검색용 백과사전 처럼

책꽂이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당연하게도 영어 듣기실력 향상에도 유용하다.

단순한 영어듣기 평가가 아니라, 원어민과의 회화나 

방송이나 광고에서 나오는 숫자표현 (지진, 위도, 할부, 혈압, 배기량) 처럼

숫자와 단위가 결합되어 있는 실용표현은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좋게

잘 정리되어 있어 공부하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특히, 선착순, 10부작, 우리와는 다른 영어의 단위(파운드, 온스 등등) 나

날짜, 시각 표시, 주소 쓰는 법, 우편번호, 응급전화, 내선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방 호수, 비행편명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표현도 있어

해외여행 전에 필요한 문장들을 미리미리 챙겨서 공부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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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 - 일상예술가의 북카페&서점 이야기
정슬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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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에서 좋아하는 책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에세이를 읽어보길 권한다. 

<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 


사각거리는 종이를 넘기며, 

갓 내려 향이 풍부하고 김이 살짝 올라오는 커피를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

내가 고르는 수고를 하지 않고서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고

몸과 마음이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로 꾸며진 북카페와 서점의 결합은

책덕후들이 바라마지 않을 꿀조합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끝까지 해내는 것,속 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이 어려운 일을 자분자분 해내고 있는 사람은 이 책의 저자이자

북카페&서점 '헤세처럼'의 운영자인 정슬님이다.


책을 사고 팔고, 커피나 음료를 마시는 공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립출판물들을 사람들에게 소개시키고, 작가와의 대화 이벤트를 열기도 하며

음악과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여

지역에서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소통의 공간인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헤세처럼'은 관련 매체에서 자주 소개되고 

캐릭터가 있는 '북카페'로 여러 차례 선정된 문화공간이다.


책에 실린 사진에서 서점, 카페, 음악 감상실, 스냅사진의 작은 전시공간,

영화 감상실, 독서모임이나 독서 관련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헤세처럼'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 옛날 감성이지만 '뉴트로'를 좋아하는 요즘 세대에게도

안락함과 따스함을 충분히 어필하고 있는 멋진 '서재'같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책에는 북카페를 운영하며 만나는 사람들, 부딪히는(!) 사람들과의 

여행지에서 부치는 그림엽서 같은 소소한 이야기도 있고,

처음 북카페를 열기까지의 결심과 준비과정, 그리고 서점과의 거래, 운영같은

경영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어 향후 비슷한 공간을 갖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여겨 볼 만한 꿀팁과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거 해서 먹고 살 수 있겠어?'라는 두려움과 걱정이 섞일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로서의 고뇌와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해야 -생계는 당연하고-

공간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며,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까지도 낭만을 이야기 하는 이 책에는 골고루 담겨 있다.


낭만이라는 것이 별건가?

손해를 따져보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그만 두는 '현실성' 보다는

막연하게 '-하고 싶어'에서 그치지 않고 실현에 옮기며 그 선택의 결과를

항상 반짝거릴 수 있도록 공들여, 애정을 담아 아끼고 손보는 것이 낭만이지.


꼭 거창한 혹은 번듯한 북카페가 아니더라도

내가 있는 공간을 조금 특별하게 꾸미고 다듬어 

시간을 내어 그 공간이 주는 여유와 낭만을 즐기는 삶.

그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낭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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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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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매력적이다.

우선 깔끔한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심한 제목은 더 취향에 맞았다.


특별한 계기없이, 탐구정신없이, 그저 어쩌다보니 '재즈'를 듣게 되고

그러다보니 재즈를 좀 알게 되고, 그 끝에 재즈를 좋아하게 된 국어교사가

방과후 수업으로 마일스 데이비스부터 쳇 베이커까지 영업(!)하게 된 이야기이다.


물론, 저자의 워딩을 그대로 따오자면 '욕심일지 모르지만' 

이 수업을 들은 아이들 중 예술을 통해 타문화를 이해하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성적에만 몰입하여 감수성 Max인 10대의 시절을 보내기 보다는

책 읽고 음악 듣고, 거기서 얻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써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저자 이강휘는 낮에는 수업하고 밤이면 재즈 듣는 인문쟁이 국어교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집에서 직장까지 두 시간씩 운전을 하면서 통근 시간이 긴 여느 직장인처럼

처음은 라디오, 그 다음에는 관심있는 분야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운전을 하면서 머리가 아픈 것이 싫어 찾아 듣게 된 것이 재즈이다.


이강휘님의 첫 재즈는 Fly me to The Moon. (올리비아 왕의 버전으로! +ㅁ+)

CD를 구워 선물하던 시절에 20대 초반을 보낸 저자는 (CD굽기로 인증되는 연륜)

가벼운 주머니로 구입하지 못했던 재즈를 현대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여 ^^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투브를 이용해서 플레이 리스트에 차곡차곡 쟁여두고

각 곡의 느낌을 정리하고, 재즈에 관련된 책이나 블로그를 살펴보며 (역시 인문쟁이)

재즈와 노는 법을 익혀 나갔고, 이 재미있는 놀이에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차례는 마치 그의 플레이 리스트 중 한 폴더를 보는 것 같다. 

당장 귀에서 플레이가 되는 곡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전문가나 평론가처럼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그 음악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정도의 이야기는 기억하거나 찾아보는 정도의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즈의 세계에 풍덩- 빠지길 원하는 저자는

독자들이 가볍게 읽되, 더 깊이 재즈를 알고 싶다면 참고할 책들도 챙겨둔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를 썼다.




"방과후 재즈수업"이라는 설정을 두고 5개의 장에 걸쳐 주제에 맞춰 고른

재즈 뮤지션과 그들이 살아갔던 세상의 모습, 그들의 음악을 소개한다.

음악은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들을 수 있게 마련해주어

독자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공감각적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한 곡씩 듣기보다는 꽂히는 뮤지션의 모든 노래를 듣고 싶은 독자라면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는 중간에 '앨범 pick'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앨범도

관심이 갈 것이다.(그리고 결제나 적어도 검색을 하게 될 지도... 후훗)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곡을 후루룩- 보고 난 다음 

출퇴근길의 혼잡스럽고 정신없는 시간에 읽지 말아야겠다고 결정했다.


"재즈 들으려고 맥주 마시는 겁니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주중에 몰아치는 일상과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씨에 늘어져 있는 나를 다독이며

주말에 QR코드의 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맥주와 함께 

이 책을 느긋하게 즐기겠노라고, 마시멜로우를 참는 아이처럼 버텼다.



그 선택은 아-주 만족스럽다.

재즈의 역사, 재즈의 변화, 재즈의 의미를 가득 담은 노래들도 좋을 테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자로 만나 반가운 곡들을 플레이 하며 책을 읽는다.

보냉컵에 따른 차가운 맥주랑 간단한 마른 안주를 옆에 두고. 


신나는 보사노바, 더 신나는 스윙, 몽롱하고 애끓는 소울 넘치는 노래,

듣다가 내가 다 숨이 차는 스캣으로 사람의 목소리와 악기가 만나서 

돋울 수 있는 모든 흥을 다 돋운다.

마무리는 목소리가 모조리 빠진 재즈 연주곡으로 깔끔하게!

아... 좋은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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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거울나라의 앨리스 (패브릭 양장) - 187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손인혜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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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를 보자마자 저 질감을 손으로 얼른 느껴보고 싶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 초판본.

원작의 삽화가 고스란히 실려있는 것은 물론이다. 

거기에 1871년 오리지널 표지를 살린 패브릭 양장이라니!

앨리스를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는 덕후들의 마음을 아주- 제대로 파악한 기획이 아닐까? ^^

이래서 책이 있어도 또 지갑은 열리고야 마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의향이 충분히 있으니, 이런 기획을 계속- 끊임없이- 진행시켜주길 바랄 뿐:)


작가 루이스 캐럴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 교수였다.

수줍음이 많고, 전형적인 학자였던 그가 당대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등단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고, 의아스럽기도 하다. (혹은 직장인으로서 공감가는 부분도 생겼다 ㅎ)

대학 학장인 리델의 집에 찾아갔다가 -그러니까 직장 상사- 

어린 세 딸을 만나 들려준 이야기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상상을 뛰어넘은, 그야말로 '이상함'의 총집합이라 그 우스꽝스러움에 깔깔대다가도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논리적이지 않아보이는 말들이 묘하게 철학적이기도 하여

읽을 수록 '이거 동화 맞아?' 싶은 감상을 느끼게 하는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도 연령에 상관없이 '좋아요'를 외칠 수 밖에 없는 

고전으로 남았나보다.

-그리고 '앨리스'는 작가 루이스 캐럴이 평생 사랑했던 리델의 둘째딸 이름이라고;-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1869년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다.

지난번 '이상한 나라'에 뚱딴지같이 빠져들어갔을 때는 화창한 여름날이었는데

이제는 겨울에 '거울나라'에 들어가게 된 앨리스.

체스판 처럼 생긴 '거울나라'에는 지난 여름 '이상한 나라'에서 나왔던 캐릭터들,

즉 붉은 여왕, 하얀 여왕, 삼월토끼, 모자장수 등이 반갑게 등장한다.



"너의 길이라니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구나. 여기 있는 모든 길은 내 길이니라.

 그런데 넌 여기에 왜 왔느냐?" p.39


"대답할 말을 생각하는 동안 무릎을 구부리고 절을 하거라.

 그러면 시간이 절약될 테니 말이다." p.39


영국인의 안 웃긴데 웃긴 농담이나, 격식과 잔소리가 꼰대스러워 더 재밌는 언어 유희가

사실 한국어로 번역할 때 고스란히 담기기는 어려울 법도 하다.

말장난, 문화적 배경, 패러디(!) 같은 잔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점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캐럴의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은 

글로벌하게 어필하는 매력이 가득하다.

 

추운 겨울날, 아기 고양이와 놀면서 거울나라를 얘기하던 앨리스는

거울을 통과해서 거울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7살 앨리스의 두번째 모험은 '이상한 나라'의 후속편의 성격보다는 

체스판 위에서 감정과 행동이 반대로 움직이는 신비로운 세계관인 '거울나라'로 

독자들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가장 예쁜 건 항상 멀리 있어!" p.108


동화의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어렸을 때 읽었을 때는 몰랐던 감정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을 때 알게 된다는 점!

시간이 흘러 세상을 경험한 어른인 저자가 보물지도처럼 곳곳에 숨겨 둔 생각과 감정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공감하는 즐거움, 곱씹어 생각하며 페이지를 바로바로 못 넘기는 아쉬움이

독자가 문득, 자신이 '나이'를 먹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살짝 사무치는(!) 감정으로 책을 읽다가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ㅎㅎㅎ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툭툭- 튀어나오는 이 재치스러움과 황당할만큼 자유로운 추상적임은

루이스 캐럴이 수줍음이 많았다는 사람들의 평가가 과연 진짜일까, 

사람들은 루이스 캐럴에서 속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답 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체스판의 끝에 다달아 여왕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거울나라'라는 특징상 원래 품었던 마음이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생각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자기의 틀 안에 갇혀서 도통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언뜻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추어 보이는 것 같다.


쓰여있는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글자나

졸이 여왕이 될 수도 있는 체스의 규칙, 

같은 장소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처럼 달려야 하며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쫓아갔지만 뒤에서 만나게 되는 공간의 왜곡,

어제와 내일은 오늘이 될 수 없고

미래와 과거가 함께 존재해서 결과가 원인보다 먼저 나오기도 하는 시간을 가진 거울나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예측불허 대사와 엉뚱하고 대담한 앨리스의 티키타카,

책 곳곳에 등장하는 '시'들은 과연 원서로 읽으면 어떤 맛이 날까? 하는 

위험한(!) 궁금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 


다행히(!)  출판사의 각주로 언어유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더불어 원서로 읽었으면 답 못찾을 문화적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고맙다. 

책 뒤에 실린 작품 해설은 저자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주어 스토리의 색을 더해준다.


이 세계관에서 영감을 얻어 (혹은 세계관을 빌려오고 싶은 욕망으로) 미디어로 선보인

몇몇 작품들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도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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