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매력적이다.

우선 깔끔한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심한 제목은 더 취향에 맞았다.


특별한 계기없이, 탐구정신없이, 그저 어쩌다보니 '재즈'를 듣게 되고

그러다보니 재즈를 좀 알게 되고, 그 끝에 재즈를 좋아하게 된 국어교사가

방과후 수업으로 마일스 데이비스부터 쳇 베이커까지 영업(!)하게 된 이야기이다.


물론, 저자의 워딩을 그대로 따오자면 '욕심일지 모르지만' 

이 수업을 들은 아이들 중 예술을 통해 타문화를 이해하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성적에만 몰입하여 감수성 Max인 10대의 시절을 보내기 보다는

책 읽고 음악 듣고, 거기서 얻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써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저자 이강휘는 낮에는 수업하고 밤이면 재즈 듣는 인문쟁이 국어교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집에서 직장까지 두 시간씩 운전을 하면서 통근 시간이 긴 여느 직장인처럼

처음은 라디오, 그 다음에는 관심있는 분야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운전을 하면서 머리가 아픈 것이 싫어 찾아 듣게 된 것이 재즈이다.


이강휘님의 첫 재즈는 Fly me to The Moon. (올리비아 왕의 버전으로! +ㅁ+)

CD를 구워 선물하던 시절에 20대 초반을 보낸 저자는 (CD굽기로 인증되는 연륜)

가벼운 주머니로 구입하지 못했던 재즈를 현대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여 ^^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투브를 이용해서 플레이 리스트에 차곡차곡 쟁여두고

각 곡의 느낌을 정리하고, 재즈에 관련된 책이나 블로그를 살펴보며 (역시 인문쟁이)

재즈와 노는 법을 익혀 나갔고, 이 재미있는 놀이에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차례는 마치 그의 플레이 리스트 중 한 폴더를 보는 것 같다. 

당장 귀에서 플레이가 되는 곡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전문가나 평론가처럼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그 음악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정도의 이야기는 기억하거나 찾아보는 정도의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즈의 세계에 풍덩- 빠지길 원하는 저자는

독자들이 가볍게 읽되, 더 깊이 재즈를 알고 싶다면 참고할 책들도 챙겨둔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를 썼다.




"방과후 재즈수업"이라는 설정을 두고 5개의 장에 걸쳐 주제에 맞춰 고른

재즈 뮤지션과 그들이 살아갔던 세상의 모습, 그들의 음악을 소개한다.

음악은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들을 수 있게 마련해주어

독자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공감각적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한 곡씩 듣기보다는 꽂히는 뮤지션의 모든 노래를 듣고 싶은 독자라면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는 중간에 '앨범 pick'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앨범도

관심이 갈 것이다.(그리고 결제나 적어도 검색을 하게 될 지도... 후훗)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곡을 후루룩- 보고 난 다음 

출퇴근길의 혼잡스럽고 정신없는 시간에 읽지 말아야겠다고 결정했다.


"재즈 들으려고 맥주 마시는 겁니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주중에 몰아치는 일상과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씨에 늘어져 있는 나를 다독이며

주말에 QR코드의 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맥주와 함께 

이 책을 느긋하게 즐기겠노라고, 마시멜로우를 참는 아이처럼 버텼다.



그 선택은 아-주 만족스럽다.

재즈의 역사, 재즈의 변화, 재즈의 의미를 가득 담은 노래들도 좋을 테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자로 만나 반가운 곡들을 플레이 하며 책을 읽는다.

보냉컵에 따른 차가운 맥주랑 간단한 마른 안주를 옆에 두고. 


신나는 보사노바, 더 신나는 스윙, 몽롱하고 애끓는 소울 넘치는 노래,

듣다가 내가 다 숨이 차는 스캣으로 사람의 목소리와 악기가 만나서 

돋울 수 있는 모든 흥을 다 돋운다.

마무리는 목소리가 모조리 빠진 재즈 연주곡으로 깔끔하게!

아... 좋은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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