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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ㅣ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의 힘> 개정판이 나왔다.
2015년에 처음 본 <그림의 힘>은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를
미술관을 종종 방문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생생한 이야기들을 음악과 움직임 속에 보길 좋아했는데
그림에도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 <그림의 힘>이었다.
그림의 힘을 믿는 저자 김선현님은 힘주어 말한다.
그림은 감상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최상의 리듬을 찾아주는 힘이 있다고.
아무런 말없이,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치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소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이
그림에 있음을 책을 보고 처음으로 느꼈다.
20년 넘게 사람들의 마음을 미술로 치유하는 일을 해오고 있는 저자는
삶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영역으로 아래와 같은 5가지를 꼽았다.
일-사람 관계-부와 재물-시간관리-나 자신
그래서 이 책도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일-사람 관계-부와 재물-시간관리-나 자신이라는 주제에 따라
차근차근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 곳이나 마음 가는대로 펴서 그림을 봐도 좋다.
내 눈을 가장 잡아끄는 작품이 지금의 내 감정과 마음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그림일 것이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정말일지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나?

머리가 묵직하고 마음은 천갈래로 찢어져 있을 때는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책은 글이 짧다.
명상앱을 틀었을 때 나오는 잔잔한 이끔- 같은 글이다.
오롯이 그림을 보면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몽글몽글하게 잡히지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만질 수 있게도 한다.
나만의 도슨트가 내 감정에 꼭 어울리는 그림 앞으로 부드럽게 나를 인도한 뒤,
조근조근 그림에 얽힌 사연과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 그림을 좋아했던 다른 관람객들은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해요- 라고
슬쩍~ 말을 얹는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에 직접 가서 그림을 감상하기 어려운 지금,
이 책으로 다양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하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유화컴퍼니의 프린트디렉션 과정을 거쳐
리뉴얼된 이미지 데이터이지만, e-book보다는 종이책으로 보길 권한다.
반들반들한 전자기기의 화면을 통해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도톰한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소리를 듣는 시간은
즐겁기도 하거니와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설레게 만드는 시각과 촉각,
그리고 상상력의 콜라보가 일어나는 보물같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물이 있는 그림, 풍경이 있는 그림.
색이나 빛이 느껴지는 그림. 역동감, 시간, 바람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336페이지에 걸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을 찬찬히 바라보며,
그것을 해석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사람을 그렸을 화가의 마음도 짐작해본다.
생각이 생각을 불러올 때는, 그저 가만히 본다.
감정을 짐작하는 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지만 오히려 기운을 빼앗기도 하기에,
저자의 '가이드'가 되는 글 중에는 그림의 요소 중 '색'에 집중하길 권하는 것이 많다.

개정판을 내며 사이즈를 줄여 휴대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
여전히 이 책은 두껍다. 그리고 무겁다.
얄팍한 종이로는 붓칠과 물감의 그 느낌을 살릴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기에
기꺼이 이 무게감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림을 통해, 모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잠시 탈출해서
세계의 곳곳을 가보기도 하고,
집콕 중에 어느덧 서늘하게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를 놓치는 아쉬움을
빛이 닿는 순간까지 재현해놓은 화가의 열정으로 달래기도 해본다.

칸딘스키가 이런 작품도 그렸는지 몰랐다. (미알못 탈출은 어렵다)
처음엔 어린 아이가 삐뚤빼뚤 그린 것 같은 이 그림이 형식을 부수고
바다인지 하늘인지 우주인지 모를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라 좋았다.
칸딘스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각각의 존재들이 모빌처럼 보였다.
아예 따로 떨어져나와 움직이진 않지만 어디쯤에선가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도
각자의 공간에서는 둥둥 매달려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즐거움, 독립성,
그러면서도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안정감까지 느껴진다.
'다들 이 그림을 좋아합니다' 라는 작가의 말에 '다들'이 누굴까 궁금하기도 하다.ㅎ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이 주는 힘을 담뿍 느끼겠지.
몸과 마음이 지쳐 에너지가 필요할 때,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그림이 책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하루의 끝에 보면 마음이 다독여지고,
하루의 시작에 보면 다짐이 자라난다.
내 책상 위 미술관 겸 심리치료실 <그림의 힘>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