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띠지의 문구가 어마어마하다.

무려, 그 [해리포터] 조앤 롤링을 제친 무서운 신인 등장이라는 문구에

아마존 작가 랭킹 1위 (물론, 가장 크고 굵은 글씨다)


이쯤되면 출판사의 홍보라도 좀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다

[해리포터]는 사골만큼 우려먹지 않았나, 하는 마음까지 더해져서

아름다운 표지에 설레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책을 열었다.


551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치곤 차례가 단촐하다.

1부.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

2부.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3부. 불완전한 여자와 마음이 병든 남자

4부. 숲과 별이 만날 때


차례만 읽었는데 왠지 앞의 띠지에서 보았던 선전문구가

아주 과장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느낌은 1부를 읽자마자 다시 책날개로 돌아가 작가 소개를 읽게 만들었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글렌디 벤더라의 데뷔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세 명이다.

유방암을 앓고 가슴을 절제하며 사랑마저 보내버린 여자.

어렸을 때, 자신의 출생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어 감정을 묵묵히 삭히는 남자.

그리고 멍투성이로 숲에서 발견된,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는 여자 아이.



각자의 자리에서 긴 세월을 버티는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각각의 삶에서 얻은 인생의 괴로움을 나이테처럼 몸에 두르고 살아가는 두 어른은,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이 절절히 전달될 수 없다는 것까지는

어려움의 시간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미 경험한 것이겠지만,

조금 더 눈을 돌려, 자기처럼 우뚝- 서있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차있는

'숲'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어른들은 그런 '숲'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아픔에만 매몰되어 불행과 허무를 온통 감싸고 남들에게 날을 세우지 않는,

나와 상관없는 완벽한 타인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용기있는 조와 게이브의 모습을 관찰자적 시점에서 지켜보고 있다보면,

그들의 용기있는 선택과 한 발씩 내딛는 희망과 미래, 포용과 연대의 걸음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미스테리한 아이 얼사.

경찰도 실종된 아이는 언제나 있고, 잠옷 바지를 입은 것은 패션일 수 있다고

심드렁하게 얘기하는 얼사는, 스스로를 외계에서 온 존재이며

지구에서 5개의 기적을 찾으면 자기 별로 돌아갈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셰익스피어와 조류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뽐내는 얼사는

아무리봐도 보통의 아이와는 조금 다른 존재.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는 학대를 의심하도록 만들고,

조는 얼사를 돕기로 결심하고 게이브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


책은 미스터리, 판타지, 살인사건(을 다루는 탐정소설)의 길을 모두 거치지만

결국은 감동을 주는 드라마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전혀 연관고리가 없던 남들이, 때로는 가족들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가족에게서 상처받고 세상에는 자기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로워했던

세 명이 서로를 보듬으며 얼사가 찾는 '5개의 기적'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애써 외면하며 '괜찮다'고 속여왔던 자신들의 상처를 직시하게 되고

더이상 자신을 괴롭게 하는 환경과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두 발로 단단히 서서, 서로를 지탱해주는 숲과 같은 존재가 되는 모습이

독자들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를 안겨준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숲 위에서

잔잔하게 빛을 뿌려주는 별들처럼,

시선을 조금만 바꾸어도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는

부드럽고도 강력한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판타지소설 #숲과별이만날때 #글렌디벤더라 #걷는나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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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이루어진다
오인환 지음 / 생각의빛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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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는 왠지 좀 두렵다.

말하기나 듣기는 소리로 완성된 말이 (녹취되지 않는 한) 흩어지는 기분이지만,

쓰기와 읽기는 두고두고 곱씹어 읽게 되며 부족한 점이 계속 발견된다.


애초에, 남들이 읽을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무지무지 부담이다.

<쓰면 이루어진다>의 저자 오인환씨는 그 무게감에서 자유로워지자고 말한다.

글쓰기는 곧 치유에세이가 된다는 저자는 글을 그림처럼 생각해보면 어떨지,

그리고 글을 목적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하면 어떨지,

글쓰기라는 행위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치유의 힘과 계획의 에너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자체에 대한 정보도 주지만,

글을 쓰려는 마음, 글을 쓰는 과정, 글을 쓰고난 다음의 마음으로 

글쓰기 전반을 짚어보는 치유에세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글을 그린다고 표현하는 작가는 글을 그리는 것은 자기암시법과도 같다며,

에밀 쿠에의 상상과 의지가 맞서면 반드시 상상이 의지를 이긴다는 주장을

다음과 같은 말을 사용해서 독자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나는 날마다, 모든(책에는 오타가 났다. 모른.으로)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p. 35


쓰면 이루어진다. 는 말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에도 종종 나오는 말이지만,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시공간을 흘러가듯 넘나드는 생각들을

종이에 글씨로 단단히 형상화하고 실체화하는 글쓰기는

계획을 실현하거나 실천하려는 의지를 북돋우기도 하고,

나의 마음과 정신을 어지럽혔던 생각, 감정, 기분 등을 차근차근 고르기도 하며

늘 반복되는 밥먹기, 차 마시기, 걷기 같은 행위를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나를 지금, 여기.에 붙들어 두는 명상의 효과도 있다는 얘기에 매우 공감했다.




하다못해 다이어리라도 끄적이려고 하면 생각하고 다듬게 되니까.

자신의 삶, 순간, 감정, 행위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글쓰기는, 거창한 목표가 있지 않고서라도

누구나 마음먹은 그 시점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이, 일기는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없이 적는 글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혹은 누군가가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둔 채 적어가는 면도 있어

처음에는 자기 입장에서만 편파적(!)으로 썼다가

점점 주변과 다른 사람, 상황도 살피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글을 쓰면서 자기객관화가 되어 강점과 약점을 모두 파악하게 되면

자신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잘 알게 되어 

다른 사람의 평가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될 것 같다.


<쓰면 이루어진다>는 제목만 보면 얼핏 <시크릿>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

(본문에서 저자도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고,

글을 그리듯 쓰면서 하루를 기록하고 오늘을 관리하고 내일을 예측하자고 권한다.


정신없이 흘러가서 켜켜이 쌓인 시간을 허망하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가볍게 시작해보자.

자기만의 힐링에세이책이 그렇게 첫 페이지를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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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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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누스바움이 <타인에 대한 연민>을 쓴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밤에 느꼈던 통렬한 무력감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이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갔나....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새로운 쪽팔림을 갱신하는 현재의 미국은,

놀랍게도 그 전 대통령으로는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변화'의 아이콘으로 삼았고,

후임 대통령 후보로는 여성 정치인이 거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나라였다.


자신이 당선되면 멕시코와의 국경을 가르는 장벽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민자들은 다 가난하고, 범죄자들이며, 위대한 미국을 갉아먹는 존재라고 여기고,

대통령직을 걸고 토론하던, 자신을 보좌하던, 혹은 그저 여성인 존재들에게는

혐오와 비아냥, 성폭력과 다름없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민주주의의 대명사 미국에서 정치철학을 하는 마사 누스바움이 느꼈을

절망감, 무력감, 패배감 등은 그리 낯설지 않다.


정말 한끗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바뀐다는 것을

우리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성별, 나이, 장애, 성적 취향 같이 선택할 수 없는 요소부터

(이미 여기부터 논란 스따뜨. 푸훗....)

종교, 직업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심지어는 사는 곳 혹은 태어난 곳까지

차별과 편가르기는 마음 먹으면 무엇이든 언제든 어떤 이유든 그냥 가능하다.

반면에 그냥 마음 먹으면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돌연변이와 인간의 대결을 다루는, 최애 영화 중 하나 <엑스맨>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마사 누스바움의 이야기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정치적 감정'이라는 다소 학문적 용어로 설명되는 두려움에 대한 그의 탐구는

<정치적 감정>, <혐오와 수치심>, <혐오에서 인류애로>의 전작부터

<타인에 대한 연민>까지 꾸준하고도 집요하게 계속 되었다. 


막연한 두려움이 공포를 낳고, 그 공포감을 혐오로 쉽게 치환하는 과정과

혹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주로 돈으로) 그로 인한 불안이 분노와 질투로 

-그런데 그것을 내 보이기에는 자신이 너무 치졸해보이니까- 변화하다가

타인에 대한 혐오, 구별짓기, 사회적 분열로 차근차근 성실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오래도록 연구해 온 학자가 '연대'와 '연민'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인간에 대한 혐오나 염세적인 생각이 충분히 들 것도 같은데

마사 누스바움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며

특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취약해지고 정치적으로도 혐오의 정서가 깊게 배인

이 시기에 인류 자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그 무엇도 따지지 않는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과 존중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그게 안되어 차별과 혐오가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반문이 불퉁하게 나왔지만

저자가 예를 들어 보여주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연대의 움직임은

잘 보이지 -혹은 다뤄지지- 않았을 뿐,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세상이 미쳐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짐에도

아직 멸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미래에 희망을 품게 만드는 존재들이 바로 '연대'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연대는 상대방이 내 편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부당하게 억압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으며, 

혐오에 반대하기 때문에 연대한다는 이유로 가동된다.



그러면서 '역량 접근법'을 소개한다.

모든 시민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열 가지 역량을 법적, 그리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이

공동체와 국가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 마음에 와 닿았던 것 몇가지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생명

: 일찍 사망하거나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할 만큼 초라해지지 않는 상태로

 평균수명까지 산다.


4. 감각, 상상, 사고

:기본적인 수학, 과학, 문자 훈련 등의 적절한 교육으로 함양된

인간적인 방식으로 상상하고 사고하고 추론할 수 있다.


5. 감정

:자신 이외의 사람이나 사룸ㄹ에 애착을 갖는다.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사람들을 아끼고 그들의 부재를 슬퍼한다.

사랑과 슬픔, 갈망과 감사, 정당한 분노를 적절히 경험한다.


8. 인간 이외의 종

:동물과 식물, 자연계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악나다.


9. 놀이

:웃고 놀고 오락 활동을 즐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갖고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꽃길만을 걷겠다는 잘못된 관념을 치워야 한다.

나에게 닥친 불행과 괴로움이 다른 사람에게도 생기지 않도록

근원을 찾아 고쳐,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품위를 만든다. 


희망은 혐오를 멈추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마사 누스바움.

타인에게서 최악보다 최선을 기대하는 영혼의 관대함이 사랑을 지탱한다,

현실 경험이 없는 내성적이고 허약한 철학자가 아닌

세계를 위해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언제나 자신의 행동 이상으로 성장과 변화가 가능한 존재라는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그의 애씀이 책의 곳곳에서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는, 혹은 제목을 보고 펼치기라도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는 말한다.

희망은 선택이고 현실적인 습관이라고.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뒤섞여 있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우리의 감정적 상태에 달려있다고.


당신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

"정말 끔찍해. 형편없어." vs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두려움으로 미래를 기다리기 vs 희망을 품은 채 미래를 맞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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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산다는, 그 어려운 일
보디팍사 지음, 박산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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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실수를 한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이런 말은 새로운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너그럽게(?) 하는 말이지만

좀처럼 나에게는 진심으로 하기 어려운 말이다. 아쉽게도.


스스로에게도 저렇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스멀스멀 생겨버리는 내면의 질문을 멈추지는 못한다.

"정말? 그때 그러지만 않았더라면 괜찮지 않았을까?"

"완벽하진 않지만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은 더 했었어야지" 하고

엄하게 꾸짖는, 나에게만 가혹한 목소리.

민폐가 되는 게 싫은데, 실수투성이의 모습이 보이기 싫은데

문제를 일으키면 결국 해결해야하는 사람은 나이니까

애초에 왜 그런 실수를 했느냐고- 가뜩이나 힘겨울 나에게 냉정하게 구는 것은

언제쯤 그만 둘 수 있을까?



"자기연민"이라는 말을 좋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책의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조금, 눈물이 났다.우씨ㅠㅠㅠ

글을 읽어가면서 진짜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허덕허덕이면서 살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그저 잠시 멈춰서 있고 싶었다. 아니면 아예 도망가거나.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더 씩씩해야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다그쳤다.

나마저 나를 지탱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도와줄 것 같지 않았던 절박감 때문일까.

그래서 자기연민은 나약한 사람이나 하는, 아무 쓸모도 없는 퇴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간으로 산다는, 그 어려운 일>의 저자 보디팍사는

자기연민은 자기동정과는 완전히 반대라고 한다.

자기동정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압도되어 어쩔 줄 모르는 상태라면

자기연민은 고통과 시련의 시기에 스스로를 지지하면서

압도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헤쳐가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고 한다.



그의 방법론이 바로 마음챙김이다.저자 자체가 30년 동안 명상을 가르치고, 

40년 동안 명상과 마음챙김, 자기연민의 기술을 실천해온 사람으로서

명상, 마음챙김의 다양한 훈련법, 명상법을 익히면서

말 그대로 '내 인생이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올라가는 일' 같다고 느낀 것,

'올라가려고 애를 쓸 때마다 저 위에 있는 누군가가 내게 볼링공을 던지는 듯' 한 것을

저자 자체가 30년 동안 명상을 가르치고,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다고 느낀 시기를 버텨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울컥거려서 아주 혼났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안 좋은 일들을, 

큰 규모의 시리즈로 연이어 당한 사람이

자기연민명상으로 스스로를 다정하게 대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이며 안심시키고,

몸과 마음을 더 잘 보살피며 내면에서 솟아난 자기애와 지지로 자신을 감싸는 

그 과정들을 책을 통해 읽어나가는 과정이, 

요즘은 너무 흔하게 사용되어 많이 퇴색되었지만 위로와 힐링이 되었다.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런 다음, 상상으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버린다.

몸에서 나타나는 고통스러운 느낌에 주의를 기울인다.

마지막으로 아픈 그 부분에 친절과 연민과 지지를 베푼다.


이렇게 스스로가 만들어낸 성스러운 멈춤의 순간이

지혜와 용기가 발휘되는 지점이 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연민을 가지려'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고통에 덜 반응하고, 갈등에 덜 휘말리면

조금은 더 편하게 스스로를 대하게 된다.


우리가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통찰명상을 통해서, 나의 잘못된 시각을 깨닫고 교정한 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음이 울렁거리고 매일같이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에 휘말리는 기분이 들때,

지극히 하찮음을 깨닫고 좀 더 내 자신을 위해 내 마음을 챙겨야겠다.


고대 인도어 '사티'는 '기억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배운 명상법, 마음챙김을 기억하고 변화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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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쓸모 많은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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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우리나라 말은 당연히(!) 훌륭하게 구사하고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

우리나라 말은 자라면서 어떻게든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탁월성은 논술교육이나 스피치교육으로 키우려고 계획할 지도)

아직 두뇌와 혀가 말랑말랑할 때, '자연스럽게' 외국어에 노출시켜서

원어민같은 발음과 원어민같은 언어 구사력을 익힐 수 있도록

영어/중국어/일본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거나,

아이들의 뇌가 아직 굳어지기 전에 외국에서 방학 중 영어캠프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겠다.


이 책은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고,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사용하게 되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언어'라는 소재를 통해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차례! 만 봐도 포스가 나오는 뇌과학 ^^




일단, 언어라는 체계를 뇌 속에 구축하는 방법.

역시나 노출이었다. 

어렸을 때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아이에게 비처럼 내리는 언어(특히 소리)는

그 자체로 훌륭하고 큰 자극이 된다.


하지만, 노출만으로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내가 그토록 가지고 싶은) 원활한 의사소통능력은 키울 수 없다는 것이 함정!

그저 아이에게 영어/중국어/일어/프랑스어 등등을 계속 틀어만 주고서는

아이가 언어를 배울 수 없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당연히 과학적으로! 실험을 제시하며 근거를 들어서. ^^



'언어학습과 사회적 접촉'에 대한 실험은 경종(?)을 울린다.


생후 9개월 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아기 단일언어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교사와 놀거나 책을 읽으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며

한 집단에는 중국어(아기들은 전혀 모르는 언어)를 하는 교사가 있고

다른 한 집단은 영어를 하는 교사가 있는 실험을 해보았다.

당연히 중국어를 들은 아이들은 그 특징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이 이 실험의 핵심.

다른 아기들을 모아, 이번에는 교사를 보거나 시선 접촉을 하지 않고

TV 속에 등장하는 교사의 녹음만 듣게 했다.

이 아기들이 받은 정보는 첫번째 실험에서 교사와 상호작용한 집단이 받은

청각정보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고,

차이점은 상호작용할 교사만 없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두번째 실험의 아기들은 외국어의 대조적인 음운 속성을

배울 수 없다고 한다. 


단순히 언어에만 노출되어,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을 때보다는

누군가와 상호 작용을 할 때 아이의 집중력과 동기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언어 습득에 있어서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대상(교사든 부모든)의 중요함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

"만일 자녀가 외국어를 배우길 바란다면, 

 동영상이 그 일을 대신 해줄 거로 너무 기대하지 말고

 그 언어를 사용해서 아이와 놀아주길 바란다." p.52



그리고, 인상깊었던 이중언어구사자의 감정적 차이.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그 뉘앙스를 잘 알아차리고

적재적소에 넣어 사용하는 화용론이 필요한데,

언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외국어로 유머를 나누거나 혹은 욕을(!) 올바르게(!!) 하는 단계가

모국어와 외국어의 감정적 거리의 차이가 줄어드는 시점이며,

동일한 텍스트(책)를 읽을 때에도 감정적인 내용을 모국어로 읽을 때

편도체와 같은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 활성화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감정을 표현할 때, 모국어로 (혹은 자기가 더 편하게 느끼는 언어로)

발화하는 것이 뇌와 마음을 모두 다, 100% 담아서 하는 것이라는 것이

왠지 조금 ^^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졌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떤 캐릭터가 생각났다.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언어와 감정을 드러낼 때 사용한 언어가

달라지는 포인트가 로맨틱하게 느껴졌는데,

아무리 이중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더라도 결국 마음을 표현할 때는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언어로 나온다는 것이

딱딱하고 어려운 실험이 가득찬 책에서 과학적으로 분석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ㅎ


언어를 쉽게 배우는 방법이 있으려나- 찾고 싶어 시작한 책이지만

읽을 수록 언어를 배우는 '뇌'와 '뇌의 작용'이 엄청나게 복잡한

새로운 우주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히 알 수 없는 영역이지만, 겹겹이 쌓여있는 베일을 걷는 심정으로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경이로움을 느낀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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