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띠지의 문구가 어마어마하다.

무려, 그 [해리포터] 조앤 롤링을 제친 무서운 신인 등장이라는 문구에

아마존 작가 랭킹 1위 (물론, 가장 크고 굵은 글씨다)


이쯤되면 출판사의 홍보라도 좀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다

[해리포터]는 사골만큼 우려먹지 않았나, 하는 마음까지 더해져서

아름다운 표지에 설레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책을 열었다.


551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치곤 차례가 단촐하다.

1부.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

2부.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3부. 불완전한 여자와 마음이 병든 남자

4부. 숲과 별이 만날 때


차례만 읽었는데 왠지 앞의 띠지에서 보았던 선전문구가

아주 과장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느낌은 1부를 읽자마자 다시 책날개로 돌아가 작가 소개를 읽게 만들었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글렌디 벤더라의 데뷔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세 명이다.

유방암을 앓고 가슴을 절제하며 사랑마저 보내버린 여자.

어렸을 때, 자신의 출생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어 감정을 묵묵히 삭히는 남자.

그리고 멍투성이로 숲에서 발견된,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는 여자 아이.



각자의 자리에서 긴 세월을 버티는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각각의 삶에서 얻은 인생의 괴로움을 나이테처럼 몸에 두르고 살아가는 두 어른은,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이 절절히 전달될 수 없다는 것까지는

어려움의 시간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미 경험한 것이겠지만,

조금 더 눈을 돌려, 자기처럼 우뚝- 서있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차있는

'숲'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어른들은 그런 '숲'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아픔에만 매몰되어 불행과 허무를 온통 감싸고 남들에게 날을 세우지 않는,

나와 상관없는 완벽한 타인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용기있는 조와 게이브의 모습을 관찰자적 시점에서 지켜보고 있다보면,

그들의 용기있는 선택과 한 발씩 내딛는 희망과 미래, 포용과 연대의 걸음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미스테리한 아이 얼사.

경찰도 실종된 아이는 언제나 있고, 잠옷 바지를 입은 것은 패션일 수 있다고

심드렁하게 얘기하는 얼사는, 스스로를 외계에서 온 존재이며

지구에서 5개의 기적을 찾으면 자기 별로 돌아갈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셰익스피어와 조류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뽐내는 얼사는

아무리봐도 보통의 아이와는 조금 다른 존재.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는 학대를 의심하도록 만들고,

조는 얼사를 돕기로 결심하고 게이브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


책은 미스터리, 판타지, 살인사건(을 다루는 탐정소설)의 길을 모두 거치지만

결국은 감동을 주는 드라마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전혀 연관고리가 없던 남들이, 때로는 가족들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가족에게서 상처받고 세상에는 자기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로워했던

세 명이 서로를 보듬으며 얼사가 찾는 '5개의 기적'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애써 외면하며 '괜찮다'고 속여왔던 자신들의 상처를 직시하게 되고

더이상 자신을 괴롭게 하는 환경과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두 발로 단단히 서서, 서로를 지탱해주는 숲과 같은 존재가 되는 모습이

독자들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를 안겨준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숲 위에서

잔잔하게 빛을 뿌려주는 별들처럼,

시선을 조금만 바꾸어도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는

부드럽고도 강력한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판타지소설 #숲과별이만날때 #글렌디벤더라 #걷는나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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