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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ㅣ 쓸모 많은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평점 :

아이가 우리나라 말은 당연히(!) 훌륭하게 구사하고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
우리나라 말은 자라면서 어떻게든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탁월성은 논술교육이나 스피치교육으로 키우려고 계획할 지도)
아직 두뇌와 혀가 말랑말랑할 때, '자연스럽게' 외국어에 노출시켜서
원어민같은 발음과 원어민같은 언어 구사력을 익힐 수 있도록
영어/중국어/일본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거나,
아이들의 뇌가 아직 굳어지기 전에 외국에서 방학 중 영어캠프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겠다.
이 책은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고,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사용하게 되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언어'라는 소재를 통해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차례! 만 봐도 포스가 나오는 뇌과학 ^^

일단, 언어라는 체계를 뇌 속에 구축하는 방법.
역시나 노출이었다.
어렸을 때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아이에게 비처럼 내리는 언어(특히 소리)는
그 자체로 훌륭하고 큰 자극이 된다.
하지만, 노출만으로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내가 그토록 가지고 싶은) 원활한 의사소통능력은 키울 수 없다는 것이 함정!
그저 아이에게 영어/중국어/일어/프랑스어 등등을 계속 틀어만 주고서는
아이가 언어를 배울 수 없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당연히 과학적으로! 실험을 제시하며 근거를 들어서. ^^

'언어학습과 사회적 접촉'에 대한 실험은 경종(?)을 울린다.
생후 9개월 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아기 단일언어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교사와 놀거나 책을 읽으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며
한 집단에는 중국어(아기들은 전혀 모르는 언어)를 하는 교사가 있고
다른 한 집단은 영어를 하는 교사가 있는 실험을 해보았다.
당연히 중국어를 들은 아이들은 그 특징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이 이 실험의 핵심.
다른 아기들을 모아, 이번에는 교사를 보거나 시선 접촉을 하지 않고
TV 속에 등장하는 교사의 녹음만 듣게 했다.
이 아기들이 받은 정보는 첫번째 실험에서 교사와 상호작용한 집단이 받은
청각정보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고,
차이점은 상호작용할 교사만 없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두번째 실험의 아기들은 외국어의 대조적인 음운 속성을
배울 수 없다고 한다.
단순히 언어에만 노출되어,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을 때보다는
누군가와 상호 작용을 할 때 아이의 집중력과 동기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언어 습득에 있어서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대상(교사든 부모든)의 중요함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
"만일 자녀가 외국어를 배우길 바란다면,
동영상이 그 일을 대신 해줄 거로 너무 기대하지 말고
그 언어를 사용해서 아이와 놀아주길 바란다." p.52


그리고, 인상깊었던 이중언어구사자의 감정적 차이.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그 뉘앙스를 잘 알아차리고
적재적소에 넣어 사용하는 화용론이 필요한데,
언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외국어로 유머를 나누거나 혹은 욕을(!) 올바르게(!!) 하는 단계가
모국어와 외국어의 감정적 거리의 차이가 줄어드는 시점이며,
동일한 텍스트(책)를 읽을 때에도 감정적인 내용을 모국어로 읽을 때
편도체와 같은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 활성화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감정을 표현할 때, 모국어로 (혹은 자기가 더 편하게 느끼는 언어로)
발화하는 것이 뇌와 마음을 모두 다, 100% 담아서 하는 것이라는 것이
왠지 조금 ^^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졌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떤 캐릭터가 생각났다.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언어와 감정을 드러낼 때 사용한 언어가
달라지는 포인트가 로맨틱하게 느껴졌는데,
아무리 이중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더라도 결국 마음을 표현할 때는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언어로 나온다는 것이
딱딱하고 어려운 실험이 가득찬 책에서 과학적으로 분석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ㅎ
언어를 쉽게 배우는 방법이 있으려나- 찾고 싶어 시작한 책이지만
읽을 수록 언어를 배우는 '뇌'와 '뇌의 작용'이 엄청나게 복잡한
새로운 우주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히 알 수 없는 영역이지만, 겹겹이 쌓여있는 베일을 걷는 심정으로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경이로움을 느낀 것은 물론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