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쓰면 이루어진다
오인환 지음 / 생각의빛 / 2020년 9월
평점 :

쓰기는 왠지 좀 두렵다.
말하기나 듣기는 소리로 완성된 말이 (녹취되지 않는 한) 흩어지는 기분이지만,
쓰기와 읽기는 두고두고 곱씹어 읽게 되며 부족한 점이 계속 발견된다.
애초에, 남들이 읽을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무지무지 부담이다.
<쓰면 이루어진다>의 저자 오인환씨는 그 무게감에서 자유로워지자고 말한다.
글쓰기는 곧 치유에세이가 된다는 저자는 글을 그림처럼 생각해보면 어떨지,
그리고 글을 목적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하면 어떨지,
글쓰기라는 행위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치유의 힘과 계획의 에너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자체에 대한 정보도 주지만,
글을 쓰려는 마음, 글을 쓰는 과정, 글을 쓰고난 다음의 마음으로
글쓰기 전반을 짚어보는 치유에세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글을 그린다고 표현하는 작가는 글을 그리는 것은 자기암시법과도 같다며,
에밀 쿠에의 상상과 의지가 맞서면 반드시 상상이 의지를 이긴다는 주장을
다음과 같은 말을 사용해서 독자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나는 날마다, 모든(책에는 오타가 났다. 모른.으로)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p. 35
쓰면 이루어진다. 는 말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에도 종종 나오는 말이지만,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시공간을 흘러가듯 넘나드는 생각들을
종이에 글씨로 단단히 형상화하고 실체화하는 글쓰기는
계획을 실현하거나 실천하려는 의지를 북돋우기도 하고,
나의 마음과 정신을 어지럽혔던 생각, 감정, 기분 등을 차근차근 고르기도 하며
늘 반복되는 밥먹기, 차 마시기, 걷기 같은 행위를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나를 지금, 여기.에 붙들어 두는 명상의 효과도 있다는 얘기에 매우 공감했다.

하다못해 다이어리라도 끄적이려고 하면 생각하고 다듬게 되니까.
자신의 삶, 순간, 감정, 행위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글쓰기는, 거창한 목표가 있지 않고서라도
누구나 마음먹은 그 시점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이, 일기는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없이 적는 글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혹은 누군가가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둔 채 적어가는 면도 있어
처음에는 자기 입장에서만 편파적(!)으로 썼다가
점점 주변과 다른 사람, 상황도 살피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글을 쓰면서 자기객관화가 되어 강점과 약점을 모두 파악하게 되면
자신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잘 알게 되어
다른 사람의 평가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될 것 같다.
<쓰면 이루어진다>는 제목만 보면 얼핏 <시크릿>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
(본문에서 저자도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고,
글을 그리듯 쓰면서 하루를 기록하고 오늘을 관리하고 내일을 예측하자고 권한다.
정신없이 흘러가서 켜켜이 쌓인 시간을 허망하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가볍게 시작해보자.
자기만의 힐링에세이책이 그렇게 첫 페이지를 열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