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욕을 찍다 - 유별난 도시 뉴욕을 읽는 필모그래피 273
박용민 지음 / 헤이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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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생산되는 할리우드는 서쪽이지만,
모든 외계인, 고대에서 부활하거나 현대의 악당, 괴생물체, 적국 혹은 스파이들은 거기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뉴욕과 워싱턴을 끊임없이 찾아온다.

불쌍한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파괴의 일순위ㅠ
아무리 높게 지어봐야, 타게팅의 빨간점이 꽂히는 건물들일 뿐.
혹은 멋지게 차려입은 커리어우먼/맨들이 바쁘게 지나갈 때 휙휙 지나가는 월가의 유리 건물들과 상징물이나 <섹스앤더시티>의 '그' 도시의 화려한 상점과 브런치 식당들을 한번쯤 가서 뉴요커의 일상=살짝 내 일상으로 삽입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는 비일상의 도시.

이렇게 피상적이거나 '곧 파괴될, 난리가 일어날' 뉴욕이라는 거대한 배경이 <캡틴아메리카:시빌워>에서 캡틴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이 조우하며 사는 동네를 말할 때의 뜬금없는 유머감으로 독립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을때
처음으로 '뉴욕'이라는 도시가 속속들이 궁금해졌다.

이것을 이해하며 혹은 즐기며 영화를 보고 싶은 영화팬들에게더없이 적합한 책이 나와 참으로 반갑다.
씨네21의 주성철씨가 기자였을 때, 자신의 팬심을 가득 담아 쓴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에 이어
여행의 테마를 영화로 잡고 싶은 영화팬들에게 깨알같은 정보와 뽐뿌질(!)을 함께 선사하는 책이 <영화, 뉴욕을 찍다>다.

현직 외교관이자 열혈 영화팬인 박용민 작가가
무려 273편이나 되는 영화를 별점까지 달아 소개하며 뉴욕을 말 그대로 구석구석 '스토리'가 숨쉬는 흥미로운 '삶의 현장'으로 현실감이 있는 도시로 인식 시켜주는 성실한 덕후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읽는 내내 동지애와 만렙덕후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었다. ^^

각각의 영화들이 왜 뉴욕의 그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지에 대해 외교관으로서의 직업을 십분 살려 역사, 문화, 생활상을 재미나게 풀어주어 마치, 나와 취미가 같은 여행가이드를 운좋게 만나, 신나서 도시를 탐험하는 기쁨과 흥분을 준다. 또 '알쓸신잡'스러운 인문학지식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받은 것은 보너스! :)

저자의 꼼꼼함과 센스는 표지의 트랜스포머적 활용으로도 드러난다.
책을 싸고 있는 표지를 벗기면 알게 되는 이 책의 별책부록!!

1차 : 각 구역별로 찍은 영화의 목록들
*(나 이거 봤어! 하고 형광펜 치기에 좋다. 도장깨기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
2차 : 벗긴 표지의 접힌 곳을 다 펴면 나오는 뉴욕의 지도
*(재밌지만 두꺼운 이 책을 들고 뉴욕탐험이 어렵다면, 얘만 호주머니에 꼽고 나서보자! ^^)*


뉴욕에서 걸어 다니는 것은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영화를 끊임없이 상영하는 것이다.
- 로이 블라운트 주니어(미국작가)

심히 공감되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사는 도시에서 찍은 한국의 영화들을 떠올리며 "00시/도의 영화지도"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독자들도 꽤 될 것이라는 데 500원을 걸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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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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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파란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고 장화를 신은, 

태닝한 피부에 건강미 넘치는 씩씩한 여자가 전혀 무섭지 않은 코요테 한 마리를 데리고

귀염귀염하고 예쁜 노란색의 땅 끝에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해 여행하는 모습이 있다.


책을 펼치면 만나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은 깜찍하고도 귀여운데 다소 슬프기도 하다.

5번 임신하면 3명을 출산하고 그 중에 1명이 살아남는 열악한 상황에도 열네 명의 형제자매가 있는 오토.  

깔끔한 흑백 수녀복을 입은 수녀가 아름다워 수녀놀이를 하고 싶지만 결혼은 꼭 할거고 모험은 수녀가 되기 전에 실컷하다 그만 두면 된다는 에타

14명의 오토네 형제자매가 저녁을 먹으려할 때, 갑자기 등장해서 놀라움을 준 러셀.


이런 어린 아이들이 소박하지만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며 자라고

빛나는 청춘기에 도입한 뒤 전쟁에 휘말려, 각기 다른 인생의 여정에 들어설 때

그리고 그 전쟁에 대한 서술이, 영화같거나 소설같지 않게

직접적이진 않아도 그 묵직한 파동이 얼마나 하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지

담담하게 풀어낼 때 오히려 더욱 안타까움과 비참함을 느꼈다.

그 시절, 그곳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누릴 법 했던 인생과 세상은

더욱 자유롭고 다채롭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제 82세가 되어,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에 걸린 에타가 평생 그녀가 원했던 "바다"를 보기 위해 간촐한 짐만 챙겨 광활한 캐나다를 가로지를때

그녀의 선택과 여정을 고향에 남아 묵묵히 빵을 굽고 조각을 만들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지하고 부재를 견뎌내는 남편 오토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신의 옛 사랑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마을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그 새벽에

그녀를 마주치고 에타를, 그녀의 주위를, 자기 머리 위를, 그리고 다시 에타를, 에타를 응시하다 그저 돌아서 사슴이 있을 법한 곳을 바라보던 러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노년'으로 불려지는 세 사람의 사랑과 세월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글들에

모든 나이들어가는 존재, 몸은 쇠잔해지지만 정신은 어린 시절의 그것에서 그다지 멀어지지 않은 존재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쨍하고 예쁜 표지를 하고, 이렇게 아스라하고 눈물나는 글을 담다니!

오랫동안 곁에 두고, 때때로 펼쳐보며 아껴줄 수 밖에 없겠는 책 목록에 추가할 밖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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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이름 -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하여
이음 지음, 이규태 그림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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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평을 쓰기 힘든 책은 참으로 간만에 만났다.

세상사, 여러가지 사람과 그만큼의 감정들이 많고 

그렇게 수많은 사람과 감정들이 만나 생겨나는 또다른 세상이 주는

온갖 에피소드와 미세한 차이와 결을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세계가 있지만


이음 작가의 <당신의 계이름>은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에세이인가? 소설인가?"하고 자꾸 작가의 말을 들춰보게 하는 책이었다.


말 그대로,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작가가 길어올려서

'차갑지 않은 시원한 바람'으로 내 마음 속에 흘려보내는 느낌을

말이 닿지 못한 감정들을 실어내는 이야기마다 

수묵화의 농담처럼 제각각 느꼈다.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작가의 무대에 펼쳐진 '평생을 여전한 내 부모'의 일상의 사소한 모습들.

나의 부모로 만난 존재이지만, 또 하나의 남자고 여자이며, 사람인 

그들의 뒷모습과 말하지 못한 말과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물방울처럼 섬세하고 비누방울처럼 아려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울컥거리는 감정에

나의 부모이자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빽빽하고도 누추한 시간을 함께 보낸 

두 명의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잦았다.


부모의 범주를 떠나

작가가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새로웠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처럼 -여기서 이 책이 소설인가? 하고 더욱 고개를 갸웃했다- 

나의 일상에선 정물처럼, 풍경처럼 채우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존재감'과 '의미'를 담게 되었다.


지구별에 온 어린왕자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그런 사람들'을 보고 '의미'를 주는 작가의 어찌할 바 없는 독백같은 마음이

책의 여러 곳에서 조용히 번져갈 때


그 때마다

일상의 외로움, 괴로움, 쓸쓸함, 번잡함, 자책감, 우울감을 위로하고 공감하고, 경청해주는

여타의 다른 에세이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런 에세이가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

 각각의 소리는 그 파동만큼 의미와 존재 이유가 있으니까.)


<당신이 계이름>은 외로움과 상처를 덜어낼 목적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다.


슬픔은 언제나 일인칭이고

각자 삶의 중력을 견디며 살아가다가,

모처럼 나와 함께 있어주는 존재를 만날 때, 비로소 늘 보던 로맨스나 액션영화 대신

'혼자서는 볼 수 없는 공포영화'도 볼 수 있게 되는 법이라는 걸

알게 되고, 용기를 갖게 만드는 책을 만나서 참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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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로푸드 - 자연이 준 건강한 선물 The 쉬운 DIY 시리즈 17
소나영 지음, 이정열 사진 / 시대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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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푸드로 디저트까지?? 다이어트용 해독주스가 오명이라고 생각해본적도 없지만, 로푸드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하리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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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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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미국과 영국에서 개봉되어서 작품의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작품성으로 크게 인정받은 영화 <잃어버린 도시 Z>가 2017년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그 일환으로 이 책도 함께 출판된 것 같다. ^^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 찰리 허냄과 요즘 핫한 배우 톰 홀랜드가 주연으로 나와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고, 깊은 정글, 황금으로 가득한 전설의 땅을 찾아 아마존을 탐험하는 전직군인의 이야기는 언뜻 들으면 "인디애나 존스"와 같이 흥미진진하고 유쾌한 일들이 펼쳐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생각이 바뀌었다.

책의 구성은 매우 특이하다.

20세기의 최대의 탐험 미스터리가 된 퍼시 포셋의 실종을 추적하는

뉴요커지 기자인 데이비드 그랜이 아마존을 향해 떠나며 

숨겨져 있던 사실, 퍼시 포셋이 겪었을 일들을 하나하나 밝혀내는 액자식 구성이다.


따라서 독자는 탐험가 퍼시 포셋의 여정에 함께 해 나가는 경험을

그 퍼시 포셋을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두고 '탐험'해 나가는 기자의 몸으로 

한번 더 겪어보게 된다.


위대한 탐험가로 퍼시 포셋을 마냥 칭송하고, 그가 조우하게 되는 문명에 대해 

서양인의 시각과 잣대,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으로 묘사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데이비드 그랜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엄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

그런 경외심을 금방 넘어서게 되는 생존을 위한 투쟁과 고난

새로운 문명에 대한 놀라움과 신기함. 이질적인 것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포셋은

그 문명의 장을 활극의 무대로 만들어, 갖고자 하는 것을 어떤 방식을 취하든 얻기 위해

고대 문명이고, 원래 터전을 잡고 살던 인간(원주민이라고 퉁쳐버리는)의 삶이고 아랑곳없이

총을 쏘며 말을 달리고, 차를 몰며 파괴하는 인디애나 박사의 모험과는 결이 다르고 차원이 달랐다.


압도적인 풍광으로 묘사되는 자연 속에서

서양인들은 '원시' 나 '태고'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각자의 역사와 문명을 이루며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부족들

포셋과 그의 탐험대에게 적대적이거나 호의적이거나 호기심을 보이거나 하며

그의 여정에 등장했다 여정이 진행될 때, 그들의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가정과 안락한 문명의 이기, 익숙한 (그래서 억압적이기도 했던) 사회를 버리고

'잃어버린 도시 Z'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질병과 위험을 기꺼이 감내하며

모험을 계속했던 남자.

그래서 유럽 사회에 아마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냈던 탐험가 포셋. 


아마도 이것이

수년 동안 많은 사람이 아마존에 와서 오래전에 실종된 한 탐험가에 대해 묻고

세상이 포셋의 소식을 기다렸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혹은 그저 밀림 속의 엘도라도인 '잃어버린 도시 z'에 대한 미련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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