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표지를 보면 파란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고 장화를 신은, 

태닝한 피부에 건강미 넘치는 씩씩한 여자가 전혀 무섭지 않은 코요테 한 마리를 데리고

귀염귀염하고 예쁜 노란색의 땅 끝에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해 여행하는 모습이 있다.


책을 펼치면 만나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은 깜찍하고도 귀여운데 다소 슬프기도 하다.

5번 임신하면 3명을 출산하고 그 중에 1명이 살아남는 열악한 상황에도 열네 명의 형제자매가 있는 오토.  

깔끔한 흑백 수녀복을 입은 수녀가 아름다워 수녀놀이를 하고 싶지만 결혼은 꼭 할거고 모험은 수녀가 되기 전에 실컷하다 그만 두면 된다는 에타

14명의 오토네 형제자매가 저녁을 먹으려할 때, 갑자기 등장해서 놀라움을 준 러셀.


이런 어린 아이들이 소박하지만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며 자라고

빛나는 청춘기에 도입한 뒤 전쟁에 휘말려, 각기 다른 인생의 여정에 들어설 때

그리고 그 전쟁에 대한 서술이, 영화같거나 소설같지 않게

직접적이진 않아도 그 묵직한 파동이 얼마나 하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지

담담하게 풀어낼 때 오히려 더욱 안타까움과 비참함을 느꼈다.

그 시절, 그곳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누릴 법 했던 인생과 세상은

더욱 자유롭고 다채롭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제 82세가 되어,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에 걸린 에타가 평생 그녀가 원했던 "바다"를 보기 위해 간촐한 짐만 챙겨 광활한 캐나다를 가로지를때

그녀의 선택과 여정을 고향에 남아 묵묵히 빵을 굽고 조각을 만들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지하고 부재를 견뎌내는 남편 오토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신의 옛 사랑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마을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그 새벽에

그녀를 마주치고 에타를, 그녀의 주위를, 자기 머리 위를, 그리고 다시 에타를, 에타를 응시하다 그저 돌아서 사슴이 있을 법한 곳을 바라보던 러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노년'으로 불려지는 세 사람의 사랑과 세월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글들에

모든 나이들어가는 존재, 몸은 쇠잔해지지만 정신은 어린 시절의 그것에서 그다지 멀어지지 않은 존재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쨍하고 예쁜 표지를 하고, 이렇게 아스라하고 눈물나는 글을 담다니!

오랫동안 곁에 두고, 때때로 펼쳐보며 아껴줄 수 밖에 없겠는 책 목록에 추가할 밖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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