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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이름 -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하여
이음 지음, 이규태 그림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평점 :
이렇게 서평을 쓰기 힘든 책은 참으로 간만에 만났다.
세상사, 여러가지 사람과 그만큼의 감정들이 많고
그렇게 수많은 사람과 감정들이 만나 생겨나는 또다른 세상이 주는
온갖 에피소드와 미세한 차이와 결을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세계가 있지만
이음 작가의 <당신의 계이름>은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에세이인가? 소설인가?"하고 자꾸 작가의 말을 들춰보게 하는 책이었다.
말 그대로,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작가가 길어올려서
'차갑지 않은 시원한 바람'으로 내 마음 속에 흘려보내는 느낌을
말이 닿지 못한 감정들을 실어내는 이야기마다
수묵화의 농담처럼 제각각 느꼈다.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작가의 무대에 펼쳐진 '평생을 여전한 내 부모'의 일상의 사소한 모습들.
나의 부모로 만난 존재이지만, 또 하나의 남자고 여자이며, 사람인
그들의 뒷모습과 말하지 못한 말과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물방울처럼 섬세하고 비누방울처럼 아려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울컥거리는 감정에
나의 부모이자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빽빽하고도 누추한 시간을 함께 보낸
두 명의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잦았다.
부모의 범주를 떠나
작가가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새로웠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처럼 -여기서 이 책이 소설인가? 하고 더욱 고개를 갸웃했다-
나의 일상에선 정물처럼, 풍경처럼 채우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존재감'과 '의미'를 담게 되었다.
지구별에 온 어린왕자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그런 사람들'을 보고 '의미'를 주는 작가의 어찌할 바 없는 독백같은 마음이
책의 여러 곳에서 조용히 번져갈 때
그 때마다
일상의 외로움, 괴로움, 쓸쓸함, 번잡함, 자책감, 우울감을 위로하고 공감하고, 경청해주는
여타의 다른 에세이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런 에세이가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
각각의 소리는 그 파동만큼 의미와 존재 이유가 있으니까.)
<당신이 계이름>은 외로움과 상처를 덜어낼 목적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다.
슬픔은 언제나 일인칭이고
각자 삶의 중력을 견디며 살아가다가,
모처럼 나와 함께 있어주는 존재를 만날 때, 비로소 늘 보던 로맨스나 액션영화 대신
'혼자서는 볼 수 없는 공포영화'도 볼 수 있게 되는 법이라는 걸
알게 되고, 용기를 갖게 만드는 책을 만나서 참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