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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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자연현상일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지구의 어느 편에서는 내내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일어나고 있고

지금 우리나라는 북극곰이 춤을 춰도 어색하지 않은, 

러시아보다 더 추운 겨울이지만 ㅠ

남반구의 호주는 핫팬츠를 입은 산타가 서핑을 즐기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동일한 시대에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이렇게 다르다.


연말이 되어갈 수록 12월 안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요즘 점심시간의 화두는 건강검진 결과이다.

한 해를 마치기 전, 뒤늦게 검진 받고 결과지가 도착한 모양이다.

두런두런 00에는 **가 좋다, 쉬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하며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회자되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매일매일 속에서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를 읽고 있는 동안,

시인이자 작가인 지은이 니나 리그스의 약 1년 6개월간의 마지막 삶의 여정이

멀리 동떨어져 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상기하는 경험은 이질적이면서도

피부로 와닿아 문득, 쓸쓸한 감정만큼이나 이 삶의 찬란함을 강렬하게 느끼게 한다.


삶을 마감하기에 아깝지 않은 나이가 언제가 있으랴마는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여 이제 자기 역량을 한참 펼칠 때인 38살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작가가

자기의 죽음을 앞두고 웃음과 해학, 삶의 의미와 일상의 소중함을

유려한 문장으로 채워놓은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눈물이 맺혔다가

죽음을 앞둔 상황인데도 깔깔 웃기도 하고

마지막 책을 덮었을 때는 지루하고 짜증났던 일터에서의 순간도

다시 반복해야한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던 책.


겨울은 춥지만 봄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듯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서늘해지지만 

죽음의 옆 얼굴인 삶의 모습을 보다 찬찬히 살피면 

나의 삶 순간순간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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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새 책을 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표지'이다.

사실 띠지의 추천사들은 잔치상에 건네는 덕담처럼 여겼었다.

(어떤 정신나간 출판사가 별 볼일 없다는 추천사를 띠지를 만들어서까지 책에 둘러주겠는가. 책의 띠지에 관한 한 노이즈마케팅은 '금서'를 제외하곤 없을 듯...)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표지가 곧 이야기이다.


표지에 등장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십자고상, 

사색에 빠졌거나, 무엇인가를 갈구하거나, 지치거나 슬퍼보이는 인간들,

언뜻 보아서는 인간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고릴라 한 마리

여행가방, 차, 바람에 잔뜩 꺾인 황량한 가지를 달고 있는 나무까지 보면

구비구비 산자락처럼 겹겹이 쌓아올린 이 여정의 첫 시작에 

가만히 앞을 응시하고 서 있는 작은 아이의 그림자까지 발견하게 된다면

당신은 눈썰미가 매우 좋은 편이거나 인내심이 아주 강한 편일 것이다.


표지를 감상하며 책 속의 이야기를 마주할 설렘을 즐기는 나도

<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이 새로 출간한 장편소설이라는 점만으로도

그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야기 스타일이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했고

표지를 스윽- 훑어본다음, 냅다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과 공간이 모두 다른 각각의 소설은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시공간과 주인공들의 사연이 판타지처럼 엮이게 된다.


각자의 큰 상처를 가진 세 사람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오르려한다.


한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과 아들, 아버지를 며칠 간격으로 차례로 잃는다.

그는 자신에게 불행세트를 떠맡겨버린 신에게 반항하고자 거꾸로 걷는다.

그러다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율리시스 신부의 일기장을 읽게 되고

거기에 나온 십자고상을 찾아, 이베리아 코뿔소가 마지막으로 존재했다던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난다.


애거서 크리스티 덕후이며, 병리학자인 남자가 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사고로 어이없이 잃었다. 

새해가 되던 밤, 마치 유령처럼 죽은 아내가 남자를 찾아오고 

둘은 종교와 믿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남편의 시신을 들고 먼 곳에서 노부인이 찾아온다.

노부인은 자신을 집에 보내달라고 한다. 그녀의 집은 남편의 시신 안이다.


캐나다 상원의원인 남자가 있다. 역시 아내와 사별했다.

미국의 영쟝류 연구소를 방문한 그는 그곳에서 침팬지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무언가 강하게 끌리는 감정을 느낀 그는 큰 돈을 들여 연구소로부터 침팬지를

사고, 그 침팬지와 교감하며 자신의 고향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예배당에 있던 십자고상을 발견하고, 침팬지는 이베리아 코뿔소를 본다.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나고 유쾌하기까지 하며 흥미롭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의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상실감,

애통함, 결핍과 슬픔이다.


그 슬픔의 묘사는, 소설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탐구만큼 섬세하고

믿음이라는 불가해한 현상과 상실을 넘어선 구원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뚜벅뚜벅 각자의 방식으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오르는 이야기는 

소소하고 일상적이지만 묵직한 철학이 담겨있어 곱씹어 읽을 때마다 

그 맛이 새롭고, 발견하게 되는 생각도 다채로워졌다.


책을 읽다보니 띠지의 말이 허세로운 공치사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신형철씨의 말에 공감한다.


이 책은 읽는 중에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표지가 곧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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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연결된 삶 -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것 없이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이
김효찬 지음 / 헤이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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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노트와 펜으로 순간을 남기는 드로잉 작가 김효찬의 새 책

<하나로 연결된 삶>이 출간되었다.


작가가 드로잉의 시작한 이유는 

우리 삶의 모습이 모두 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고

드로잉 책을 내는 과정에서, 말 그대로 예상치도 않은 순간들과 마주하며 

(주차한 차를 빼달라는 요청, 말을 듣지 않은 볼펜 등등)


뜻대로 되지 않고, 간혹 마음에 들지 않는 선이 나와도

지우거나 수정할 수 없이 계속 이어가야만 하는 선 드로잉과

우리의 삶이 닮았다는 생각까지 닿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것 없이

누구 하나 소외 되는 이 없이


귀여운 고양이가 모험을 시작한다.


도도도- 담장 위를 달려가고 있는 고양이가 있는 동네는

단순하고 또 소박해서 편안한 기분을 준다.


동네를 벗어난 고양이가 어느새 아주아주 작아지고

고양이처럼 우리 존재들도 높고 커다란 풍경 속에 사라지는 것 같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각자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 작가의 드로잉에 감탄하게 된다.


얽히고 섥히며 만나지만 멀리서 슬쩍 보면 단순해 보이는 하나로 연결된 삶



휙- 둘러보면 숨겨진 존재들이 애정을 갖고 들여다 보면 

자기만의 세세한 모습들이을 보여 주기도 한다.



복잡하고 힘든 하루도, 행복하고 편안한 하루도

단순하고 시원시원한 하루도, 풀 수 없이 꼬여버린 하루도

밋밋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하루도, 화려하게 펼쳐지는 하루도

생이 다할 때까지 끊김없이 이어지는 선과 같은 삶.


책을 읽다보면 내 삶의 선 어느 곳에선가 만나고 헤어진 

다른 존재(예를 들면 모험을 시작한 고양이 같은 ^^) 삶도 

보듬을 수 있는 따스한 마음도 모락모락 생겨날 지도 몰라.


혹은 덤처럼, 종이 위에 펜을 들고 드로잉을 끼적거리는 자기 모습을 발견할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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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이정하 지음, 김진희 그림 / 생각의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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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열매가 잔뜩 매달린 초록색 나무 위로

여린 분홍색부터 시작해서 점점 짙어지는 빨강색으로 깊어지는 사랑의 파도가 친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작가 이정하 작가가 신작 에세이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를 출간했다.


투명하고 애잔한 감성으로 20대 중반에 등단하여 중년이 된 지금까지

30여 년간 오직 '사랑'만을 써오고 있는 작가 이정하.


그가 바라보는 사랑의 모습은 저 붉은 물결 중 어디쯤 와 있을까.

작가의 책 소개에서도 그의 깊은 사유와 고뇌가 드러난다.


"어떨 때는 전부였다가 어떨 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사랑이 아니던가.

 어떤 이에게는 한없는 기쁨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세상에 다시없는 슬픔인 사랑에 대해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랑이 시작되다

2장. 사랑한다는 것은

3장. 길 위에서

4장. 이별을 베고 그리움을 덮고

5장. 마지막이라는 말은


사랑이 가벼이 팔랑팔랑 시작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연륜(?)과 쓴 경험을 딛고

조심스레 다시 용기를 내어 사랑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영 새로운 길에 들어서

사랑을 다시 겪어내고 알아가는 여정이 시 곳곳에 드러난다.


설렘의 사랑만큼이나 아프고 외롭고, 때론 서럽기까지한 사랑의 모습들도 있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을 때의 벅참과 감사함을 잔잔하게 읖조리기도 하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랑을 포기하지도 못해서 쩔쩔 매고 고통스러워하다가도

이 모든 과정을 견딜 수 있게 아니, 기꺼이 감내 하도록 하는 '당신'의 소중함을 말하는

복잡다단한 사랑의 모습을 노래하는 시인 이정하.


추운 겨울, 햇살처럼 구석구석 조용히 스미는 사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ps : 요즘 싱글이 많다보니 싱글의 사랑도 살짝 얘기하는 섬세함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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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휴식이 필요해요 - 아름다운 고독과 쓸모있는 슬픔을 찾아 떠나는 심리 여정
제프 포스터 지음, 정경옥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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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꽤나 충격적이다.

영어 제목은 <The Way of Rest> 이지만 

나는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 <행복도 휴식이 필요해요>가 더 마음이 와 닿는다.


작가 제프 포스터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했다.

깊고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연구하던 사람이 

오랫동안 질병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20대 중반에 

삶의 진실을 알기 위해 영적인 탐구를 시작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것'

나중에 '깨달음'을 얻으려는 희망을 버리라고 단호히 말하는 작가는

아예 "좋은 기분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곱씹어 본 말이다.


마음의 휴식 없이 치유를 목적으로 삼는 명상이나

'내려놓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이제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와 나의 생각들을 

그저 멈추어 인식하며 가볍게 품는 것.




SNS가 발달하면서 경쟁하듯, 자랑하듯 

자신이 얼마나 큰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남들에게 보여주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을 때,

시시각각 떠오르는 해를 두고 사진을 찍을 때,

훌륭한 공연을 감상하며 커튼콜 때 박수를 치는 대신 사진을 찍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순간의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놓치고 있다.


그리고 행복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나보다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질투하고

더 많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 머무르지 못하고 부유하던 모습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게 되었다.


불완전함 속에서의 휴식

무지 속에서의 휴식

고통과 절망 속에서의 휴식

우울과 고독 속에서의 휴식

불편과 불만 속의 휴식

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일상 속의 휴식을 만끽하도록 

마음을 다독여주는 길잡이를 만난 기분이다. 




머리 속을 복잡하게 메우고 있던 많은 생각들과

나를 좋은, 그리고 또 나쁜 의미로도 단단하게 만들어준 경험들을

'드라마'로 만들지 말자는 작가의 말이,

그것에 반발심이 일어나는 내 마음을 마치, 읽어내듯

'현재 수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다독다독 조근조근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듯

작가의 잔잔한 말투가 마음 속에 편안하게 스며들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어딘지 섭섭하고 아쉬운 기분과 조급해지는 마음이 들 때마다

한 꼭지씩 읽으며 느긋하게 호흡하고 산책하듯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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