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휴식이 필요해요 - 아름다운 고독과 쓸모있는 슬픔을 찾아 떠나는 심리 여정
제프 포스터 지음, 정경옥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꽤나 충격적이다.

영어 제목은 <The Way of Rest> 이지만 

나는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 <행복도 휴식이 필요해요>가 더 마음이 와 닿는다.


작가 제프 포스터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했다.

깊고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연구하던 사람이 

오랫동안 질병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20대 중반에 

삶의 진실을 알기 위해 영적인 탐구를 시작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것'

나중에 '깨달음'을 얻으려는 희망을 버리라고 단호히 말하는 작가는

아예 "좋은 기분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곱씹어 본 말이다.


마음의 휴식 없이 치유를 목적으로 삼는 명상이나

'내려놓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이제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와 나의 생각들을 

그저 멈추어 인식하며 가볍게 품는 것.




SNS가 발달하면서 경쟁하듯, 자랑하듯 

자신이 얼마나 큰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남들에게 보여주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을 때,

시시각각 떠오르는 해를 두고 사진을 찍을 때,

훌륭한 공연을 감상하며 커튼콜 때 박수를 치는 대신 사진을 찍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순간의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놓치고 있다.


그리고 행복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나보다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질투하고

더 많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 머무르지 못하고 부유하던 모습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게 되었다.


불완전함 속에서의 휴식

무지 속에서의 휴식

고통과 절망 속에서의 휴식

우울과 고독 속에서의 휴식

불편과 불만 속의 휴식

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일상 속의 휴식을 만끽하도록 

마음을 다독여주는 길잡이를 만난 기분이다. 




머리 속을 복잡하게 메우고 있던 많은 생각들과

나를 좋은, 그리고 또 나쁜 의미로도 단단하게 만들어준 경험들을

'드라마'로 만들지 말자는 작가의 말이,

그것에 반발심이 일어나는 내 마음을 마치, 읽어내듯

'현재 수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다독다독 조근조근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듯

작가의 잔잔한 말투가 마음 속에 편안하게 스며들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어딘지 섭섭하고 아쉬운 기분과 조급해지는 마음이 들 때마다

한 꼭지씩 읽으며 느긋하게 호흡하고 산책하듯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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