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평점 :

고전의 힘을 보여주는 명작 <명상록>을 오래간만에 읽어보았다.
책의 홍보문구인 "하버드대, 옥스포드대, 시카고대 필독 고전!" 이나
1년에 두 번은 꼭 읽는다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말없이도,
<명상록>은 그 제목 자체로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명상록>의 저자,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12세부터 철학에 깊은 흥미를 보이고 (벌써 싹이 다르다!)
스토아 철학에 입문하여 유수히 많은 유명한 스승들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특히,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을 배운다.
<명상록>은 일기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듯 서술되어 있는 것도 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명상록>이란 명칭은 17세기에 와서 붙여진 것이고
그 전에는 <그 자신에게>라는 명칭으로 불리었다.
2권과 3권은 황제가 게르마니아 원정을 보여주는 표제들을 붙여놓아
'전쟁터에서(까지도!) 자신에게 쓴 일기'라는 명성도 얻었다.
이 엄청난 대작을 쓴 목적은, 그러나 매우 소박하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지식을 설명/전달하거나 자신의 위업을 자랑하거나,
혹은 황제로서 자신의 뜻을 설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삶'에 집중한 자연인이자 철학자의 담론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놓은 '비망록'이다.
책을 읽으며 황제가 끝까지 탐구하고 추구했던 것을 나름 요약해보면,
1.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들을 살펴보기
2.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 스스로에게 충고하기

때로는 운명의 여신 운운하며 삶의 덧없음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힘써야 할 것에 대해 말하는데, 뭉클했다.
그것은 정의로운 생각, 공동체의 유익을 위한 행동, 거짓 없는 말
모든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 자신과 동일한 기원과 원천에서 나오는
필연적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일들이라는 것을 알고서
기꺼이 환영하는 품성이다. p.81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황제에게서
저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자기의 권력에 취해 정의와 공정, 공동체의 유익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나 스스로도 그런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현대의 힐링책에 버금가는 문구들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는 말들도 많이 담겨있어,
읽는 내내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전쟁을 겪으며, 권력 투쟁으로 왕좌를 지키기 위해 싸우며,
자신의 철학적인 지식과 신념을 다른 철학자들과 나누어 가며
가정생활을 비교적 행복하게 했던 (드문) 왕가의 남자로서 살아가며
내면의 평화와 사색, 명상을 깨뜨리는 외부 환경을 버텨낸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글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를 지배하는 이성을 사용하여 정신을 통제하고,
정신으로 하여금 육신을 통제해서 미덕의 삶을 삶으로써
'행복과는 무관한 것들'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철학자로서의 황제가 남긴 <명상록>
과연 매 년 읽을 때마다 느낌과 감상이 다를, 고전이다.